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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벽은 많을수록 좋습니다

이런 벽은 많을수록 좋습니다

  • 기자명 백기락 크레벤 아카데미 대표강사
  • 입력 2012.01.03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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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기락 크레벤 아카데미 대표강사.
소통의 시대입니다. 그러다 보니 기업 현장에서도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벽을 없애자’는 운동인 것 같습니다. 당연히 좋은 취지입니다만, 그렇다고 이 세상에 벽이란 게 무조건 쓸모없는 건 또 아닌 듯 합니다. 늘 엉뚱한 생각, 특별한 관점을 즐기는 제가 오늘은 벽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그것도 늘이고 싶은, 많았으면 하는 ‘벽’이 있다는 주장을 펼쳐 보려 합니다.

벽 전체가 칠판 같은 벽은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구글, 애플은 세계에서 가장 창의적인 기업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기업들입니다. 사실 두 기업이 이 분야에서 1, 2위를 다투고 있기도 합니다. 전체적으로는 애플이 좀 더 앞선다 고 하지만, 사실 오십보, 백보 싸움이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두 기업은 여러 가지 면에서도 공통점이 많은데, 제가 눈여겨 본 것 중 하나가 바로 칠판 같은 벽의 존재입니다. 벽의 일부가 아니라 벽 전체가 아예 칠판처럼 되어 있는 것입니다. 복도도 그렇고, 사무실 벽도 그렇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장소를 가리지 않고 바로 메모가 가능하고, 굳이 그걸 공유하려 들지 않아도 오가면서 자연스럽게 볼 수 있습니다. 당연히 그 아이디어에 추가적인 메모를 달수도 있습니다.

이런 벽은 기존의 벽에 칠판 대용의 제품을 덧입히는 것만으로도 가능한 벽인만큼 기존의 벽을 허무는 공사를 감행하기보다 더 나은 방향으로의 개선이 손쉽습니다. 따라서 기존의 많은 벽들이 이런 벽으로 대체되면 좋겠습니다.

Tip) 복도와 달리 사무실의 벽에 설치를 한다면, 출입문과는 조금 떨어져 있는 것도 좋습니다. 아무래도 메모를 들여다보며 골몰히 생각하는 측면에서 볼 때 출입구가 근처에 있으면 집중력을 떨어뜨릴 수 있으니까요.

책이나 최신 정보로 가득한 벽은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평소 제가 벽 전체를 책으로 가득 채워두면 좋다는 이야기를 자주 합니다. 회의실 한쪽 벽이나, 집의 방 한 쪽 벽을 책으로 가득 꽂는다면 많은 효과를 기대할 수가 있습니다. 일반적인 집이라면 거의 1천 권 정도는 꽂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1천여 권의 책에서 주는 효과, 수많은 제목들이 어우러져 전달하는 아이디어는 정말이지 대단할 것입니다. 다만, 책이 갖는 한계로 인해 최신 정보와는 조금 멀어질 수 있습니다. 투자가 가능한 기업이라면 한쪽 벽 전체를 평면 모니터로 구성하여 수많은 다양한 정보/채널을 동시에 보여주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세계적인 리더들의 방에는 전세계 수십 개국의 방송을 동시에 볼 수 있도록 되어 있다는 기사를 가끔 접합니다. 지구촌 전체를 그런 식으로 모니터링 한다면 글로벌 패턴 정도는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닐 것입니다. 이 경우엔 정보의 연속성이나 깊이 면에서는 조금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처럼 속도가 중요한 시대에서 이런 벽을 기업에서 하나쯤 갖는 것도 투자 대비 멋진 효과를 내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Tip) 책을 가득한 벽과 모니터로 가득한 벽은 효과면에서 서로 다릅니다. 특성도 다른 만큼 두 벽은 거리를 충분히 두거나, 위치를 아예 다르게 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벽은 벽이되 유리로 된 벽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방송 뉴스를 보다 보면 뒤편 사무실이 훤히 보이는 걸 볼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사무실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그대로 노출이 됩니다. 벽은 벽이되 훤히 들여다보이는 벽인만큼 사무실이 넓어 보이는 효과도 있고, 함께 일한다는 느낌도 굉장히 강해집니다. 물론 옆 사무실의 움직임이 보여 혼란스러울 수도 있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무실엔 책상에 앉았을 때 칸막이로 인해 시선이 차단됩니다. 그런 걸 감안한다면 실제 근무 중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게다가 유리벽은 장점이 있습니다. 벽 전체를 유성펜으로 쓸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당연히 잘 지워집니다. 간단한 메모나 팀 회의 같은 건 그 자리에서 바로 할 수가 있습니다. 가끔 너무 투명해서 쓴 글이 안 보인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럴 때는 유리 자체를 약간 불투명한 것으로 설치하시면 됩니다. 정말 약간만 불투명한 유리라면 그 정도는 충분히 커버할 수 있습니다. 요즘은 전기적 장치를 써서 전원이 들어오면 투명해지고, 꺼지면 불투명해지는 제품도 있더군요. 단점은... 역시 비싼 가격입니다. 하지만, 모든 벽도 아니고 벽 한 켠 정도는 설치해도 괜찮지 않을까요? 중요한 건 효과에 대한 신뢰가 아닐까 합니다. 건물 외벽을 유리로 하는 건 보기만 좋지 여러 면에서 불편한 게 많습니다. 글을 쓸 수 있는 것도 아니구요. 사무실의 일부 벽을 유리로 대체한다면 단열 같은 건 신경 안 써도 되니 효과 측면이 커질 수도 있습니다.

있어야 한다고 믿는 것을 없애 보고, 없어도 된다는 것을 설치해 보는 것. 이런 활동을 통해 우리는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벽은 분명 소통에 장애 요인입니다. 하지만, 어떤 벽은 소통의 보조 도구로서 충분히 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관점이며 도전입니다. 더 나은 조직, 더 나은 성과를 위해 지금까지 해왔던 행동들을 생각해 본다면, 이런 벽을 설치하는 것쯤 문제도 아니지 않을까요?

앞선 기업들 모두가 창조를 외쳐댑니다. 창조를 명목으로 엄청난 예산을 지출하고 있습니다. 돈 안 들여서 제대로 되는 게 별로 없긴 하지만, 돈을 들인다고 해도 별 효과 없는 경우도 부지기수입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배우는 건 많을 것입니다. 다만, 실질적인 효과 측면에서 좋은 방법은 언제나 요원할 수도 있습니다.

허울뿐인 구호나 방안보다는 눈에 보이는 시설 하나가 더 효과가 클 때가 많습니다. 소통을 도와주는 벽. 이런 벽이 많아질 때 목표를 함께 하는 이들에게 더 많은 메시지를 줄 수 있지 않을까요? 이런 벽으로 가득한 세상이라면, 한 번 더 열심히 살아보고 싶지 않나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상기 기사는 에너지코리아뉴스의 자매지 월간 CEO ENERGY 2012년 1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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