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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5에서 탈출하면 안될까요?

965에서 탈출하면 안될까요?

  • 기자명 백기락 크레벤 아카데미 대표강사
  • 입력 2012.03.05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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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5라고 써놓고 보니 365를 틀리게 쓴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하지만 965는 정확합니다. 의미는 이렇습니다. ‘아침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주5일 근무’라는 뜻입니다. 시간관리를 연구하는 저에게도 가장 기본적인 시간 운영 시스템이구요, 가장 많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적용하는 혹은 적용받는 시스템이기도 합니다. 오늘 저는 이 시스템에 의문을 제기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대안도 한 번 고민해 볼까 합니다.

9시 출근, 6시 퇴근의 의미

근무 시간 8시간. 식사 시간 포함하면 정확히 9시간입니다. 3교대 근무하는 분들의 입장에서도 적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기도 합니다. 사실 이 제도가 정착된 건 현대가 아니라 ‘근대’로 봐야 합니다. 아직은 공장 시스템이 다수인 시절, 아직은 경영 시스템이 전체를 보고 적용되던 시절의 이야기라는 뜻입니다.

사실 꽤 오랫동안 효과를 본 시스템이었습니다. 사람들은 대체로 비슷한 커리어를 가졌고, 비슷한 장소에서, 비슷한 행동을 보였으니까요. 비슷한 시기에 결혼하고, 비슷한 곳에서 비슷한 집을 짓고 살았습니다. 뭐, 사람들이 그런 걸 원했던 것이고, 그렇게 살아가는 게 정상이라고 믿었을 때는 문제가 없었습니다...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게 문제입니다.

물론 상당 부분 남들과 비슷하게 살아가는 걸 허용은 합니다만, 과거에 비해 많은 부분에서 개성을 강조하고 있고, 자신만의 자아를 위해 살아가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점에서 개선의 여지는 분명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어떤 기업은 7시, 어떤 기업은 8시로 출근 시간을 변경해 보았습니다만, 타 회사와는 달라질지언정 그 회사 안에서는 똑같은 시스템일 수밖에 없다는 점이 한계라면 한계인 것입니다. 그래서 변화를 줄 수 있다는 강한 확신이 없다면 수십 년간 자리잡힌 이 체계를 버리는 게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대안 제시 : 재택근무로 가자는 과격한 제안은 지양하겠습니다. 실제로 재택근무는 제한적인 효과만 검증된 모델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유연 근무제 등의 도입은 여러 가지 면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중요한 건 함께 모여서 회의할 시간을 반드시 정해야 하고, 상당 시간을 동시에 근무함으로써 커뮤니케이션의 효과를 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가령, 오전 10시 회의는 반드시 전원 참석하고, 출퇴근 시간을 기존 기준에서 앞뒤로 1~2시간씩 변동폭을 두는 것입니다. 어떤 날은 6시간만 일하고 퇴근할 수도 있고, 어떤 날은 12시간 일하고 퇴근할 수도 있도록 한다면 더 좋습니다. 출퇴근 시간을 유연하게 가져갈 수 있음으로 직원 개개인의 시간 운영 효과는 놀랍게 증가할 수 있습니다.

주 5일 근무제의 의미 그리고 월-금 체제의 의미

언제부터인가 일요일은 빨간 날이 되었습니다. 일요일이 쉬는 날, 이라는 개념이 정립된 건 천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개념입니다. 여기서 그 설명은 빼겠습니다. 중요한 건 사람들에게 일요일은 정말 쉬는 날이라고 인식이 되어 있었다는 것이지요.

그렇지만, 냉정하게 한 번 바라보시기 바랍니다. 정말 일요일이 쉬는 날일까요? 일요일에 움직이는 자동차, 일요일에 더 바쁜 상점들, 식당들, 휴양지들 등등. 이미 일요일은 상당히 근무 강도가 강한 요일이 되었습니다. 사실 토/일요일은 하나로 묶여진 상태이고, 여러 가지 이유로 토/일요일이 아니라면 개인적인 일들을 보지 못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은행은 왜 토/일요일에 근무하지 않는지, 서비스센터는 왜 토/일요일에 근무하지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이 역시 다 같이 한꺼번에 토/일요일에 쉬어 버린 탓입니다. 같이 일하는 건 좋은데, 그 업무가 평일보다는 주말/휴일이 더 적합한 업무에까지 적용해 버린 탓입니다. 그런 점에서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를 같이 볼 수 있는 관점이 필요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일주일에 5일 일하는 게 중요하지, 왜 굳이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만 일을 해야 할까요? 아니,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일하면 안될까요? (참고로, 필자가 대충 이렇게 일을 합니다)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는 어떨까요? 우리의 갇힌 생각을 바꾸기 시작하면 다양한 서비스가 가능해지기 시작합니다. 그런 점에서 주5일, 이라는 강한 패러다임도 손을 대보면 좋겠습니다.

대안 제시 : 우선 주5일을 결정할 때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라는 기준을 내려 놓았으면 합니다. 화-토 혹은 수-일 체제도 얼마든지 가능하고, 어떤 이들에겐 2일 일하고 하루 쉬고, 3일 일하고 하루 쉬는 게 더 나을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상당 부분의 회사들이 월차 등을 적용하고 있으므로 화수 혹은 수목으로 쉬는 것도 가능해질 수 있는 시스템이 됩니다.

물론 매일 안정적으로 근무가 필요한 회사나 그런 업무를 하는 부서에서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모든 회사 모든 직원들에게 똑같이 적용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자신이 원할 때 일하고 싶다는 이유로 수많은 이들이 1인 기업을 선택하고, 프리랜서를 선택하는 현실을 좌시하지 말아야 합니다. 급여가 아니라 좀 더 유연한 근무 형태?사실 프리랜서나 1인 기업들은 오히려 회사를 다닐 때보다 일을 더할 때도 많습니다?를 위해 안정적(?)이라는 직장까지 버리는 현실은 기업들이 더 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게 합니다.

주5일이 아니라 주4일 근무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하루 12시간씩 근무할 경우, 충분히 주4일 근무 체제가 정착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상당수 직장인들이 야근을 당연시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야근을 이어가면 2~3일내 집중력 저하 현상이 나타납니다. 몸은 회사에 있지만, 생산성은 현저히 떨어지는 셈이지요.

그럴 바엔 2일 일하고 하루 쉬는 게 더 낫지 않을까요? 보편적인 예는 아니겠지만, 저는 매주 4일을 핵심 근무일로 정해놓고 일합니다. 그 중 2~3일은 12시간 이상 업무를 보지만, 특별히 어려움을 느끼진 않습니다. 오히려 온종일 쉴 수 있거나 개인적인 무언가를 할 수 있는 날 자체가 늘어나는 게 더 행복한 편입니다.

기업 경영에서 근무 제도를 바꾸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은 압니다. 그러나 ‘혁신’, ‘창조’ 같은 개념을 개척하고, 가장 먼저 실행해온 게 기업이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이제는 진지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합니다. 그렇다고 일하는 시간이 줄어드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생산성이 떨어지는 게 아니라면 진지한 고민을 통해 도전해보는 건 어떨까요? 언제나 말씀드렸다시피, 리더의 결심은 많은 것들을 가능하게 합니다. 새로운 제도가 더 나은 생산성과 더불어 더 높은 만족감을 준다면 인재들이 알아서 몰려들 수도 있지 않을까요?

*상기 기사는 에너지코리아뉴스의 자매지 월간 CEO ENERGY 2012년 3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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