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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년 만의 미국 원전 승인, 왜?

34년 만의 미국 원전 승인, 왜?

  • 기자명 이상현 미국 특파원
  • 입력 2012.03.05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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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₂감축 에너지 자급 제고 위한 오바마 청정에너지 정책
새 원자로 안전성 논란, 발전 경제성 낮아 사실상 불투명

오바마 정부의 에너지 자급 강화와 온실가스 감축 노력의 일환으로, 미국은 34년 만에 첫 원자력 발전 건설을 승인했다. 일각에서는 ‘원자력 르네상스’가 도래하는것은 아닌지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원자로 모델에 대한 안정성 논란과 경제성 등의 이유로 가까운 시일 내에 미국 내 ‘원전 르네상스’가 도래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태는 우리에게 원자력에 대한 경각심을 다시금 일깨워 줬다.

美 34년 만에 첫 원자력 건설 승인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의 공포가 아직 가시지도 않은 가운데, 미국이 최근 원자력 발전 건설 승인을 해 세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 : the Nuclear Regulatory Commission)는 지난 2월 9일(현지시간), 34년 만에 처음으로 신형 원자로 건설을 승인했다. 위원회 내 투표 결과, 4대 1로 승인이 난 이번 결정에 따라, 미국의 전력회사인 서던컴퍼니(Southern Company)의 주관 하에 조지아주의 보그틀(Vogtle) 원전 부지에 2기의 원자로가 추가 건설된다. 이는 지난 1978년 이후 첫 원전 건설관련 승인이다. 건설비용은 총 140억 달러며 오는 2016~2017년경 본격적인 가동이 이뤄질 전망이다. 건설에는 연방정부가 80억 달러 규모의 대출보증 지원에 나설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원전 건설에는 일본 도시바가 최대지분을 가지고 있는 원전업체인 웨스팅하우스 (Westinghouse Electric)가 개발한 1100MW급 신형 가압수형원자로(PWR)인 AP 1000모델이 채택된 것으로 알려졌다. NRC는 지난해 12월 이 원자로 모델에 대해 “필요한 안전 기준을 충족하고 있다”고 판단해 건설을 승인한 상태이다.

토마스 패닝 서던컴퍼니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결정에 대해, “기념비적인 성과”라며 “새 원전은 값싸고 안정적인 전력을 미국 남동부 지역에 수년 내에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에너지 자급 강화와 온실가스 감축 일환

이번 결정은 수입 석유와 가스의 의존도를 줄이고,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한 오바마 정부의 노력이 구체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집권 이후 원자력 발전을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청정에너지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해왔다. 지난해 3월의 후쿠시마 원전사태 이후에도 이러한 정책 기조는 흔들리지 않았다.

NRC는 후쿠시마 사태 이후 미국의 기존 원전 설비의 사고 위험성을 감소시키기 위해 안전점검에 박차를 가해 왔다. 지난해 5월에는 “미 원전의 지속적인 안전 및 위험관리 신뢰성을 무너뜨릴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중간보고서가 발표된 바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어, 미국 원전의 안전성과 원자력 에너지에 대한 신뢰를 천명하고 원자력은 미국의 에너지 계획의 한 부분임을 확고히 했다. 스티븐 추 미 에너지부 장관은 지난 2월 15일 보그틀 원전부지를 방문해 오바마 정부가 원자력 산업의 새로운 시작을 지지했으며, 이는 미국이 앞선 원자력 기술을 통해 세계 원자력 산업을 선도하기 위한 길임을 강조했다.

미국은 현재 104기의 원전을 가동하는 세계 최대의 원전국가다. 전체 전원의 원전비중은 약 20%다. 그러나 현재 가동되고 있는 104기 원전은 모두 1960~1970년대에 지어진 노후설비다. NRC는 1979년 펜실베니아주 스리마일섬(Three Mile Island)에서 발생한 미국 사상 최악의 방사선 누출 사고 이후 신규 원전 건설 승인을 전면 유보해 왔다. 사고 이후, NRC가 엄격한 안전 기준을 적용한 탓에 원전 건설비용은 치솟았고 이로 인해 당시에 계획됐던 많은 프로젝트가 중단됐다.

1990년대 후반부터 천연가스 가격 상승과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노력의 영향으로 원자력 발전에 대한 관심이 다시 고조되기 시작했다. 특히 미 정부의 자금 지원 정책은 민간의 원자력 발전을 독려했다. 2007~2009년 사이에는 서던, 스카나, 엑셀론, 듀크 에너지, NRG 에너지 등 13개 회사가 25개 새 원자로 건설 신청을 했다.

그러나 이후 풍부한 천연가스 공급, 경제 침체로 인한 전력 수요 증가의 정체, 조달 자금 부족, 후쿠시마 원전 사태로 인한 불확실성 증가로 인해 미국 내 신규 원전 건설은 다시 지연돼 왔다고 로이터 통신(2월 9일)은 분석했다.


새 원자로 모델 안전성 논란은 현재 진행형

새로운 원자로 모델 AP 1000을 채용해 신규 건설을 허가한 이번 결정에 대해 안정성을 이유로 반대하는 입장도 만만치 않다.

美 온라인 정치전문매체인 폴리티코(Politico, 2월 9일)에 따르면, 이번 원전 건설 승인에서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졌던 그레고리 야스코 NRC 위원장은 “지난해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안전강화 대책이 제기됐으나 아직 보완돼야할 점이 많다. 마치 후쿠시마 사태가 일어나지 않았던 것처럼 추가 원전 건설을 승인하는 것에 대해 지지할 수 없다”라며 우려를 표했다. 민주당 의원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그는 규제위원회가 정비중인 원전 관련 안전강화 규정 개정 작업이 마무리 될 때까지 원전 건설 승인을 유보해야 한다는 주장을 한 것이다.

웨스팅하우스에 따르면, AP1000 원자로 모델은 테러 혹은 재해를 상정한 설계가 적용됐고 외부의 전원이 상실되더라도 72시간 동안 원자로 냉각이 유지되도록 설계됐다며 기존의 원자로에 비해 안정성과 운전 효율이 높다고 주장한 것이다. 또한, 원자로심 및 격납용기의 과열을 방지하기 위한 방편으로 디젤 발전기나 펌프 등 ‘적극적(active) 시스템’에 의존하지 않고 중력이나 자연열대류 등 ‘소극적(passive) 시스템’에 의존하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주장한다.

이와 관련해 ‘염려하는 과학자 연합(Union of Concerned Scientists)’의 네긴(Elliot Negin) 회장은 2월 17일 미국의 유력 뉴스 웹사이트인 허핑턴 포스트(Huffington Post)에 반박하는 글을 기고했다.

염려하는 과학자 연합의 에드윈 리먼(Edwin Lyman) 선임 연구원은 AP1000 모델은 기존의 모델보다 격납용기가 취약하며, 안전성이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AP1000모델과 같이 ‘소극적(passive) 시스템’에 의존하는 것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예측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리먼 연구원은 또한, 후쿠시마 사태의 교훈을 참고해 NRC가 그들이 원래 상정한 것보다 심각한 사태를 대비한 안전성을 강화할 것을 촉구했다. 예를 들어, 이 모델은 외부의 전원이 상실되더라도 3일간 버틸 수 있게끔 설계되어 있으나 후쿠시마 사태의 경우 9일간 전원이 차단된 상태가 지속됐다는 것이다.

폴리티코(2월 9일)에 따르면, 야스코 NRC 위원장은 서던 컴퍼니가 새로운 원자로를 가동하기 전에 현재 NRC가 계획 중인 후쿠시마 교훈에 대한 최종 평가를 바탕으로 한 안전강화책을 수용하도록 권고했으며, 이에 대해 패닝 서던 컴퍼니 회장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에드워드 마키 하원의원(민주당-매사추세츠주)도 “NRC는 내부 전문가의 안전권고를 이행하지 못했으며, 원자력 산업을 위해 공공보건과 안전 의무를 저버렸다”고 비판했다며 허핑턴 포스트(2월 9일)는 보도했다. 마키 의원은 이들 안전권고를 의무화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와 관련 美 환경 단체 연합은 규제위원회의 결정을 무산시키기 위한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스티븐 추 미 에너지부 장관이 지난 2월 15일 보그틀 원전부지를 방문했다.

‘원전 르네상스’ 새 원전 건설 경제성 논란에 ‘안개속’

세계원자력협회는 현재 미국 내 여러 신규 원자로 건설 계획 중 2020년까지 5개 이상의 원자로가 가동되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내에서는 지난 2007~2009년 사이에 서던 컴퍼니를 비롯해 스카나와 엑셀론, 듀크 에너지, NRG 에너지, 프로그레스 에너지, 도미니언 에너지, 넥스트라 에너지, 에너지 퓨처 홀딩스 등 13개사가 25기의 원전에 대한 건설과 가동을 신청한 상황이다. 그러나 오는 2020년까지 서던컴퍼니의 어거스타 보그틀 원전 2기와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서머컴퍼니의 원전 2기, 테네시주 와츠 바의 원전 1기 등 총 5기의 신규 원자로 이외에는 가동이 힘들 전망이다.

낮은 전력 수요와 천연가스 가격이 그 요인이다. 로이터 통신(2월 9일)에 따르면, MIT의 마이클 골레이(Michael Golay) 교수는 “현재 저성장 하고 있는 경제 하에서는 2007년 당초 예상보다 전력에 대한 수요가 적으며, 현재로서는 천연가스 발전소가 원전 건설보다 경제적 효율성이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복합화력 모델의 경우, 1000MW 천연가스 발전소의 건설 기간은 수년에 불과하고 비용은 최대 10억 달러가 소요되는 반면, 비슷한 사이즈의 원전의 경우, 건설 기간이 5~10년으로 더 길 뿐만 아니라 비용도 50억 달러 이상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스탠다드 푸어 또한 지난달 15일 ‘원전의 부활은 불투명하다’며 비슷한 전망을 내놓았다. 스탠다드 푸어는 특히, 지난 10년간 세 배 이상 치솟은 원자로 가격을 ‘원자력 르네상스’의 가장 큰 방해 요인으로 꼽았다. 2002년 20~30억 달러에 불과했던 1100MW 원자로 건설비용이 현재는 100억 달러 이상으로 올랐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염려하는 과학자 연합’의 네긴 회장은 허핑턴 포스트의 기고를 통해(2월 17일), 원자력 발전 건설비용이 치솟은 이후 연방정부의 대규모 대출보증 지원 없이는 금융가에서는 새로운 원자력 발전 프로젝트에 대한 융자를 꺼려왔으며, 이러한 대출보증을 한 프로젝트를 맡은 회사가 채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결국 납세자가 이 부담을 모두 떠안게 된다고 비난했다. 의회 예산처에 따르면 핵발전소 건설에 관련 연방 정부 대출 보증에 대한 채무 불이행 확률이 50%에 달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서던 컴퍼니 역시 80억 달러라는 정부 대출 보증이 없었다면 조지아에 신규 원자로를 건설하지 않았을 것이라 주장했다. 네긴 회장은 새로운 원자로 건설에 대한 중기 비용은 천연가스, 바이오 매스, 육상 풍력, 석탄 등 대체연료보다 비싸다고 주장했다.

헤리티지 재단의 원자력 전문가인 잭 스펜서(Jack Spencer)도 핵폐기물, 정부 규제 그리고 새로운 원자로 모델 등 불확실한 요소가 너무 많다며 원전 르네상스 시대의 도래를 점치기엔 이르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미 최대 전력 업체인 엑셀론(Excelon)의 CEO 조차도 “최근과 같이 셰일가스 개발로 인해 천연가스 가격이 낮은 상황에서는 새로운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하지 않을 것”이라 주장했다고 지난 2월 10일자 뉴욕타임즈는 보도했다.

로이터 통신(2월 9일)은 조지아, 캐롤라이나, 버지니아, 알라바마, 플로리다 등과 같은 주에서 전력사들의 원전 발전에 대한 이해관계가 존재한다고 보도했다. 이들 주에서는 전통적으로 전력 규제가 회사들이 신규 원자력 발전에 대규모 투자를 했을 시, 이윤을 남기기 쉬운 구조로 되어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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