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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동부, 정유시설 잇딴 폐쇄 왜?

미 동부, 정유시설 잇딴 폐쇄 왜?

  • 기자명 이상현 미국특파원
  • 입력 2012.04.04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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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제시설 노후, 브랜트유 상승에 수익률 악화
장기화 가능성 높아, 석유제품 수입증가 전망

최근 미국 동부지역에 있는 정유설비의 잇단 폐쇄로 인해 미국 정치권에서는 미국내 휘발유 가격의 상승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내 정유설비 부족으로 인한 석유제품의 수급 차질과 가격 상승은 우리와도 무관치 않다. 아시아 역외 수요 발생으로 아시아 역내 수급도 타이트해 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한국 시장에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미 동부 지역의 갑작스런 정유설비의 폐쇄 원인은 무엇이며 향후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알아봤다.


동부 석유제품 생산 절반으로 급감

지난해 말 미 동부 소재의 수노코(Sunoco)의 마르크스 훅(Marcus Hook)과 코노코필립스(ConocoPhillips)의 트레이너(Trainer) 정유소가 폐쇄됐다. 정제시설의 노후와 수익률 감소가 이유였다. 이어 수노코는 올해 7월까지 필라델피아 정유소가 팔리지 않을 경우 폐쇄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미 동부지역 최대 정유 회사인 수노코가 필라델피아 정유 시설을 폐쇄하게 될 경우, 미국내 휘발유 공급량은 하루 평균 33만5000배럴 감소할 전망이다.

이 3개의 정유소는 뉴욕 및 워싱턴DC, 보스턴을 비롯한 미 동부지역에 수급되는 휘발유, 제트유, 디젤 등 전체 정제유 규모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올해 7월 수노코의 필라델피아 정유소가 폐쇄될 경우 이 지역 수급 정제유 규모는 절반 수준으로 사실상 급감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지난 2월에는 주로 미 동부에 석유제품을 수출하던 호벤사(Hovensa)의 버진 아일랜드(U.S. Virgin Islands) 정유소가 문을 닫았다. 호벤사의 정제규모는 하루 35만 배럴 규모다.

갑작스런 정제시설의 폐쇄와 관련 미 정치권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3월 19일자 보도를 통해 잇따른 동북부지역의 정유설비의 폐쇄에 대해 미 의회에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내 원유 생산이 증가했지만 반면 정유시설의 부족으로 인해 휘발유 및 디젤의 가격이 상승하고 이들 제품의 해외 의존도가 증가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감을 전했다.

이와 관련, 미 의회에서는 4월 말 동부의 정유시설 폐쇄가 미국 내 석유제품의 공급과 에너지의 소비자 가격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청문회를 열기로 했다.

브랜트유 급등이 정유소에 ‘직격탄’

2009년 이후 수노코의 동부지역 정유시설은 10억 달러 가까이 손해를 봤다.

3월 1일자 비즈니스 위크는 동부지역 정유소들의 폐쇄 이유를 국제 브랜트유 가격 상승과 미국 내 휘발유 소비 감소에 따른 마진 압박과 적자로 인한 것이라 분석했다.

중서부 지역이나 걸프연안 지역의 정유소들과 달리 미국 동부지역 정유소들은 해외에서 비싼 가격으로 원유를 들여올 수밖에 없어 수익성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동부지역 정유소들은 브랜트유와 같은 경유만을 정제할 수 있도록 세워졌다. 이러한 경유들은 대부분 나이지리아와 같은 해외에서 수입되는데, 이들이 수입해오는 경유 가격은 국제 가격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아랍지역 사태에 이어 이란사태에 따른 불안으로 인해 지난해 브랜트유 가격은 배럴 당 94달러에서 120 달러로 급등했다. 결국 이는 동부지역 정유소들의 원가 부담을 증가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미국의 휘발유 소비는 감소해 정유회사들은 원유 가격 상승 폭 만큼 휘발유의 마진을 소비자 가격에 반영하지 못했다. 비즈니스 위크는 휘발유 가격이 상승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이 실제로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 동부지역 정유사들의 수익성을 개선할 만큼은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이는 중서부와 걸프 연안의 정유소들이 붐을 이루고 있는 것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비즈니스위크는 이들 지역 정유소들은 대체로 북미에서 생산되는 서부 텍사스 중질유(WTI)를 정제하고 있어서 원유에 대한 원가 부담이 국제정치의 영향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텍사스, 노스 다코다, 캐나다 등지에서 막대한 원유 생산의 영향으로 인해 2010년 이후 WTI(서부택사스중질유)가격은 떨어지기 시작했으며, 2011년 10월에는 WTI가 배럴당 75 달러에 거래됐다. 반면 브렌트유는 100달러에 거래되면서 두 유종간의 가격차는 더욱 현격해졌다는 것이다.

이는 이전 20년간, 브랜트유와 WTI가 2달러 이상 차이를 보이지 않으며 거래되었던 것과 비교할 때 매우 큰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이와 관련 실제 텍사스, 오클라호마, 와이오밍 등지에서 6개의 정유소를 운영하는 홀리프론티어(HollyFrontier)사는 2011년에만 10억 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결국, 최근 잇따른 미 동부 정유소의 폐쇄는 WTI 유종에 대한 접근 제한과 중질유 정제시설에 대한 투자 부족으로 인한 결과로 풀이된다.

우선, 미국 중서부에서 생산되는 원유를 동부지역으로 수송할 수 있는 파이프라인은 단 하나 뿐으로 그 규모를 감당하기에는 턱 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또한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중질유나 캐나다의 타르샌드와 같이 저렴한 원유를 정제할 수 있는 시설에 투자를 하지 않은 동부지역 정유소들은 중서부 및 걸프연안의 정유소들과 같이 WTI를 정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기화 가능성 높아, 유가에 악영향

지난 2월말 발표된 미 에너지청 (EIA)의 보고서 ‘미국 동부지역의 정유설비 폐쇄로 인한 석유제품 시장에의 영향(Potential impacts of reductions in refinery activity on Northeast petroleum product markets)’에 따르면 이미 폐쇄한 두 정유소의 영향은 아직까지 상대적으로 미미한 수준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2011년 10월에 PBF 에너지의 델라웨어 정유소가 재가동하면서, 작년에 폐쇄한 두 정유소의 정제분량을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그러나 U.S. 버진 아일랜드 폐쇄에 대한 효과는 이제 막 나타나기 시작했다.

여기다 수노코 필라델피아 정유소가 폐쇄되면 단기적으로는 동부지역 휘발유 값의 상승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 IHS Herold는 7월에 수노코의 필라델피아 정유소가 폐쇄되면 올 여름 동부지역의 휘발유 가격은 5~10센트 가량 뛸 것으로 전망했다.

2월 27일 미 에너지청(EIA)의 보고서는 이 지역에서는 물량부족으로 휘발유를 다른 지역에서 사와야 하기 때문에 수송비용의 추가로 인한 휘발유 가격 상승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의 경우 동부지역 이외 지역에서의 정제능력은 충분하지만, 수송에 있어서의 제약은 동부지역에 석유제품의 유입을 저해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걸프연안과 같은 타지역에서 석유제품을 들여오기 위해서는 파이프라인과 항만, 저유조 등 기반시설의 확충이 필요하기 때문에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향후 1~2년 간 동부지역으로 석유제품을 운송하는게 가장 큰 문제점이 될 것이란 지적이다.

또 장기적으로는 길어진 공급망으로 인해 높은 가격과 가격 불안정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수송에 있어서 시간이 길어질 뿐만 아니라, 외부 지역으로부터 잠재적 운송 병목현상으로 인해 단기 공급 유연성 감소가 올 것이고 이는 곧 가격 불안정성을 야기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제품별로는 초저황디젤, 휘발유, 제트유의 공급차질 가능성이 가장 크다. 특히 초저황디젤의 경우, 환경 관련 규제 강화로 인해 최근 들어 수요가 크게 증가했고 공급처가 적기 때문에 수요의 차질이 발생할 우려가 크다.

반면 미 동부의 정유시설 폐쇄로 유럽 및 인도 등 아시아 지역으로부터 정제된 석유제품의 수입이 늘어 날 것으로 전망되며 유럽에서는 디젤유를 미국 멕시코만 지역의 공장들로부터 수입하는 현상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상기 기사는 에너지코리아뉴스의 자매지 월간 CEO ENERGY 2012년 4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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