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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몰입 그리고 완전한 휴식

완전한 몰입 그리고 완전한 휴식

  • 기자명 백기락 크레벤 아카데미 대표강사
  • 입력 2012.08.01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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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기락 크레벤 아카데미 대표강사.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를 앞세운 애플의 파상 공세에 수많은 기업들이 풍전등화처럼 무너지고 있습니다. 스티브 잡스의 책은 날개 돋힌 듯이 팔려 나가고, 수많은 기업들은 잡스를, 애플을 배우려고 안간힘입니다. 어떤 이들은 잡스를 숭배하고, 어떤 기업은 애플을 완전한 기업인 것처럼 생각할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참 재미있게도, 사람들은 멋진 모습에는 열광하지만, 잡스의, 애플의 성과물이 나오기까지 투자된 시간과 노력이 가히 살인적이라는 데에는 주목하지 않습니다. 잡스의 ‘현실 왜곡장’에 들어간 탓에 법정 근무 시간의 2배가 넘는 일을 해야 하는 그들을 바라보며, 근무 시간을 줄여야 한다거나 우리도 그들처럼 일을 많이 해야 한다는 생각은 잘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배울 건 배우고, 고칠 건 고치는 게 바람직합니다. 다만, 오늘 저는 그 이면의 어떤 ‘문화’를 한 번 살펴보고자 합니다. 주당 몇 시간의 근무가 중요한가, 아니면 다른 기준이 중요한가를 나누는 기준이 될 수도 있을 듯 합니다.

특별한 성과를 내려면 특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저도 일을 하다 보면 하루 몇 시간, 주당 몇 시간이란 기준이 의미가 없을 때가 많습니다. 제 고객들은 늘 최고의 성과를 원하고, 저 역시 이전보다 더 나은 성과를 내려는 자유의지가 강하다 보니 제 업무 시간은 늘 기준 초과입니다. 수면 시간을 줄이고, 취미를 줄여서까지 일에 몰두하고, 마감 시한이 다가오면 잠조차 포기하면서 일에 몰두하기도 합니다.

애플의 탁월한 성과는 법정 근무 시간 내에 나오는 것들이 아닙니다. 지금까지 유례없는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달성하도록 독려하는 문화 속에서 많은 시간을 일에 몰두하는 문화가 정착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세워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몇 시간을 일해야 할지 최초에는 알지 못했을 것입니다. 처음엔 가볍게, 기준대로 시작을 하다가도 점점 미궁에 빠져들고, 장벽에 봉착하면서 그 일에 몰두하는 시간이 늘어난 탓일 겁니다. 그런 일을 억지로 했다면 힘들었겠지만, 그 목표를 달성해야겠다는 의지와 주변의 문화가 결합되면 두세 배쯤 일하는 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최소한 일하는 사람에게 자기 일의 목표, 목적이 명확하고, 만족한다면 일하는 시간이 늘어나는 건 큰 문제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몰입할 수 있는 문화, 몰입을 가치 있게 여기는 문화

군에서 보초를 설 때, 가끔은 누군가의 부탁으로 다음 차례까지 서거나 쉬는 시점을 놓치는 경우가 있습니다. 스스로 자원해서 해줄 때는 그래도 견딜만 한데, 주변의 강압적 요인으로 근무를 서는 상황이라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가뜩이나 자기 보초 근무 시간이 귀찮고, 힘든데 누군가를 대신하고자 하는 마음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근무가 연장되면, 자신의 시간보다 몇 배의 고충을 느끼는 게 보통입니다.

몰입을 통해 성과를 내고, 높은 성과를 위해 많은 시간을 일하는 건 현대 사회의 필수품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중요한 건 어떤 이유로 시작하고, 어떤 분위기에서 하는가에 따라 일하는 당사자가 전혀 다른 마음, 상태에 놓여진다는 게 중요합니다. 일반적으로 금요일 저녁이 되면 한 주간의 업무로 인해 사람들은 완전히 파김치가 되곤 합니다. 그런 이들을 모아다가 밤새 공부를 하라고 한다면 십중팔구, 아니 열명이면 열명 모두 오래지 않아 잠이 들 것입니다. 필자는 그런 이들을 모아 밤 10시부터 새벽 6시까지 ‘밤샘 독서 캠프’라는 것을 열어본 적이 있습니다. 참가자들은 대부분 자도 된다는 주최측의 허락을 확인하고 참가했습니다. 그리고 당연히 몇 시간 뒤에는 잠이 들 거라는 것을 예측하고 현장에 도착했습니다. 다음 날, 우리는 대부분이 잠들지 않고 밤을 샌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그다지 피로하지 않고, 오히려 힘이 샘솟는 것을 확인하면서 놀라워했습니다.

독서의 매력에 진정으로 빠져본 적이 있습니까? 주변 사람들은 독서를 좋아하는 사람들로만 채워져 있고, 주변 환경은 책을 읽기에 가장 좋은 분위기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그런 상태에서의 독서는 일이 아니라 취미, 놀이, 매력이 됩니다. 제러미 리프킨이 노동의 종말을 주장했을 때 저 역시 그런 가능성을 느꼈습니다. 일이 더 이상 일이 되지 않고 즐거움이 된다... 진정한 몰입은 그런 상태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게 아닐까요? 적어도 세계에서 가장 일하고 싶은 기업이 애플인 것을 보면, 비슷한 시간을 일하도록 강요하는 팍스콘과 달리 애플은 몰입의 문화를 권장하고, 몰입을 가치 있게 여기는 문화를 갖고 있음이 분명합니다.

진정한 휴식이 없다면 말짱 도루묵!

며칠쯤 푹 잤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곤 합니다. 사실 잠만 이삼 일을 자는 경우는 없습니다. 다만, 자고 싶을 때 자고,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고, 먹고 싶을 때 먹는 시간을 며칠쯤 갖고 싶은 것입니다. 얼마 전 저도 처가를 방문해서 그런 경험을 했습니다. 두 아이들과 지내느라 즐거워하는 두 분을 확인한 후 저는 내내 잠을 즐겼습니다. 하루에 네 번? 때로는 한두 시간에 일어나기도 하고, 때로는 서너 시간 이상 자기도 하고, 밤에는 열시간 가까이 자기도 합니다. 그렇게 이틀쯤 보내고 나니 일하고 싶은 마음이 샘솟기 시작하더군요. 거기에 사위를 챙기신다면 준비한 진수성찬을 통해 보양 같은 식사를 하고 나니 컨디션 회복은 정말 빨랐습니다.

밥 한 끼 먹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래서 구글은 직원 식당에 요리사 6명을 배치해서 음식을 준비한다고 합니다. 커피는 언제나 에스프레소 머신을 통해 갓 뽑은 커피로 제공되며, 항상 신선한 과일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이유는 오직 하나! ‘충분히 몰입했다면 충분히 쉬어라’입니다. 쉼은 회복의 의미도 있지만, 투자의 의미도 있습니다. 쉬지 못한다면 두 번 다시 진정한 몰입을 경험할 수 없습니다. 아픈, 지친 몸을 이끌고 최고의 창의성은 발휘할 수 없을 테니까요.

지금 여러분의 근무처는 어떤가요? 충분히 쉴 수 있는 환경인가요? 몰입과 휴식은 절대 뗄 수 없는 짝입니다. 몰입을 권장한다면 휴식도 권장되어야 합니다. 몰입을 하셨다면 휴식도 하셔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네 기업들이 배워야 할 부분이 진정한 휴식에 대한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한국의 대부분의 기업,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몰입하고 집중하는 문화 속에서 살아 왔습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축적된 피로를 해결할 방법을 아직 잘 찾지 못한 것 같습니다. 이제 우리가 애플이나 구글 같은 기업을 탄생시키려면 더 일하고, 더 몰입하는 게 아니라 더 쉬게 하는 문화를 찾아야 합니다.

제도가 중요한지 문화가 중요한지 모르겠습니다만, 제도를 통해 문화가 만들어지기보다는 만들어진 문화가 제도를 이끄는 게 아닌가 합니다. 몰입하는 문화, 휴식하는 문화가 균형있게 우리 삶에, 직장에 뿌리 내렸으면 합니다. 대한민국이 세계 1등 국가가 되려면, 지금 여러분의 회사가 여러분의 분야에서 세계 1등이 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상기 기사는 에너지코리아뉴스의 자매지 월간 CEO ENERGY 2012년 8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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