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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시장의 딜레마

더 큰 시장의 딜레마

  • 기자명 백기락 크레벤 아카데미 대표강사
  • 입력 2013.01.02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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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기락 크레벤 아카데미 대표강사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한 기업들의 노력은 정말 대단합니다. 단 한 명의 고객이라도 더 만족시키기 위해 직원을 훈련시키고, 경영 전략을 수정하고, 새로운 상품을 개발합니다. 하지만,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기업들은 결국 망하고 맙니다. 확률적으로 본다면 이상하리만치 높은 기업의 폐업률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고객 만족의 노력이 부족했던 것인가, 아니면 또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인가, 하구요. 오늘은 고객 만족에 대한 불편한 딜레마를 한 번 거론해 보려고 합니다.

더 큰 시장을 만족시키기 위한 노력의 방향은 맞습니다, 다만..

100명의 고객을 만족시키는 것보다 1000명의 고객을 만족시키는 게 기업에게 더 큰 이익을 주는 건 엄연한 사실입니다. 기업들은 더 큰 시장으로 가기 위해, 더 큰 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날마다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 노력이 성공하면 기업의 주주들이나 직원들에겐 더 큰 이익이 돌아오는 것도 당연한 결과겠지요.

다만, 그런 노력의 방향이 기존의 모습 중 일부를 변화시키고, 그 변화로 인해 이탈하는 고객이 생긴다는 게 문제입니다. 어제까지 충성 고객이었던 일부의 고객이 기업의 변화로 인해 이탈될 때 어떤 일이 생길까요? 불편한 이야기지만, 이익을 위해 불가피한 희생이 생기는 상황을 그 ‘이전’ 고객이 넘길 리 만무합니다. 기업이 성장할수록 놀랍게도 기업의 이익이 늘어나는 만큼 그 기업에 대한 반감도 높아지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작은 단서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이전’ 고객의 숫자가 늘어나면서 기업에 치명적인 해를 끼칠 수 있는 힘을 갖게 되는 것도 문제입니다.

더 큰 시장을 만족시키기 위한 기업의 노력은 충분히 일리가 있습니다. 다만, 그 과정의 변화로 인해 이탈되고, 불편해지고, 심지어 불만스러워지는 ‘이전’ 고객에 대한 조치가 없다면 더 큰 시장을 얻기 위한 노력이 큰 장애물을 만날 수도 있습니다.

더 큰 시장을 만족시키려는 노력이 상대적으로 더 많은 비용을 수반한다면...

자그마한 커피숍이 있습니다. 한 번에 수용할 수 있는 손님이 20명도 안 되는 가게입니다. 물론, 4인 테이블에 혼자 앉는 손님을 생각한다면, 그 가게는 현실적으로 10명도 안 되는 손님을 받을 수밖에 없는 가게인 셈입니다. 영업이 충분하게 이뤄지지 않기 시작했고, 급기야 저에게 도움을 청해 왔습니다. 늦은 시간, 그 커피숍을 방문한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동시 수용 인원이 60명이 넘는 저희 카페보다도 더 많은 메뉴를 그 커피숍에서 다루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매출을 높이려고 노력하다 보니 더 많은 손님을 받으려고 했고, 그러다 보니 메뉴가 늘어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안타깝게도, 더 많은 손님을 받기 위해 더 ‘다양한’ 고객 만족 전략을 추구하면서 비용이 높아지고, 상품의 보관 기간이 길어지고, 전문성은 떨어지는 결과를 낳은 셈입니다.

더 큰 시장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겪게 되는 것 중 하나가 더 ‘다양한’ 고객을 만나게 된다는 점입니다. 큰 그림을 그리자면서 고객을 분류하다보면, 처음엔 의외로 단순해 보이는 큰 시장을 찾을 수 있다는 착각에 봉착합니다. 가끔은 그런 행운을 통해 단숨에 급성장하는 회사가 있기도 합니다만, 대체로 그런 노력은 실패로 돌아가게 됩니다. 특히 규모의 증가를 훨씬 넘어서는 다양성의 증가는 예상치 못한 수많은 비용으로 돌아오기 때문입니다. 그런 고객을 동시에 만족하려면 결국 기업으로선 별로 할 일이 없는 직원을 준비하고 있어야 하고, 별로 팔리지 않는 상품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 이릅니다. 한마디로 기업 성장이 독이 되는 셈입니다. 이런 상황을 겪지 않으려면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이전의 경험은 내려놓고, 백지 상태에서 아주 철저하게 큰 시장을 분석하던지, 아니면 더 큰 시장을 노리지 않고 이전 고객들을 더 깊이 만족시키는 전략입니다.

더 큰 시장을 찾는 기업 or 더 좋은 고객을 찾는 기업

수십 년을 넘어 수백 년을 이어온 기업들이 종종 있습니다. 그 기업들은 대체로 더 큰 시장을 노리기보다는 더 좋은 고객을 지향하는 데 혼신의 힘을 쏟습니다. 정해진 물량 이상은 만들지 않고, 정해진 물량이 팔리면 가게 문을 일찍 닫아버리기까지 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정해진 물량 이상을 만들기 시작하면 품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지극히 단순한 경영전략이지만, 그 전략 덕분에 상장 기업들도 누리기 힘든 장수 기업의 명예를 누릴 수 있었습니다. 몇 년 반짝하다 사라지는 기업이 좋은 기업인지, 수십 년, 수백 년 장수하는 기업이 좋은 기업인지는 독자 여러분의 판단에 맡기겠습니다. 단기 성장이 화려해보기이도 하지만, 단기 성장은 의외로 많은 독소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의 조건을 갖춘 기업이라면, 자신들이 정말 잘 만족시킬 수 있는 고객이 누구인지를 알고 있습니다. 기업이 같은 노력을 기울였을 때, 그 고객들은 훨씬 잘 반응하고, 훨씬 잘 감동하며, 훨씬 높은 이익을 선사합니다. 불만에 대해서는 참기도 하고, 때로는 기업의 잘못된 점을 기꺼이 지적하면서 개선의 기회를 주기도 합니다. 그런 ‘좋은 고객’의 숫자가 충분하다면 좋겠지만, 그 숫자가 한정적이라면 기업은 이제 선택을 해야 합니다.

우리가 접하는 대부분의 경영학에는 늘 큰 기업들이 등장합니다. 직원수가 수만 명, 수십 만명 쯤 되고, 매출은 수십 조, 수백 조에 이릅니다. 마케팅 비용도 엄청나고, 최고경영자의 연봉도 깜짝 놀랄 만큼 높습니다. 아쉽게도, 그런 기업들을 소개하는 책에는 그 기업이 전세계 기업수의 1%도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자신들의 규모를 유지하기 위해 작은 시장에 대한 관심은 아예 갖지 않는다는 사실도 잘 지적하지 않습니다. 그런 예를 가지고 기업 경영을 하다 보면 더 큰 기업이 되지 못한다면 뭔가 잘못되고 있는 거라는 착각마저 들게 합니다.

고객을 만족시키는 범위 안에서 기업의 성장은 참 좋은 일입니다. 직원에게도 좋고, 주주에게는 더 좋은 일입니다. 그러나 성장을 전제로 두기 시작하면, 더 큰 시장을 지향하게 되고, 더 좋은 고객을 놓치는 일이 심심찮게 벌어집니다. 확률적으로 볼 때, 그게 얼마나 기업에게 좋은 일이 될 수 있을까요? 진지하게 생각해 볼 일이 아닐까요? 더 큰 시장을 찾는 전략과 더 좋은 고객을 찾는 전략의 진실에 대해서 말입니다.

* 상기 기사는 에너지코리아뉴스의 자매지 월간<CEO ENERGY>2013년 1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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