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라크석유는 어디로 흘러가나? (IV)

이라크석유는 어디로 흘러가나? (IV)

  • 기자명 계충무 국제아동돕기연합 고문
  • 입력 2013.03.06 09:48
  • 0
  • 본문 글씨 키우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 컨소시엄, 이라크와 PSC 체결하나?

중동 사람들은 땅속의 석유를 단순히 부의 원천으로만 보지 않고 그 이상의 것으로 여기고 있다. 따라서 비록 지하에 있지만 석유에 관한 권한을 외국에게 넘기려 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이라크는 생산물 분배계약(Product Sharing Contract, PSC)을 체결 해 본적이 없다.

그러나 이라크는 국제사회로부터 고립되어 있어 여러 면에서 불리하기 때문에 종전의 청부계약(Service Contract)방식을 외국석유회사에게 고집 할 수 없었다. PSC는 불가피하게 받아들여야만 했다.

한국 컨소시엄도 PSC를 선호하였다. 석유자원 확보라는 관점에서 또 수익 면에서도 유리하기 때문이다. 광구의 경제성 검토 시 적용한 유가가 오르면 그만큼 이익이 늘어나, 마치 타국의 지하에 자국의 원유를 저장 해놓은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이라크는 사실상 PSC를 한 번도 체결한 바가 없어 협상 초기에는 개념조차 정립되어 있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 지분의 원유도 이라크 원유판매회사인 SOMO(State Organization for Marketing of Oil)가 그 판매권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유인 즉, 이라크 중앙은행 보증보다 SOMO의 보증이 국제적으로 더 신빙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이라크 석유성 사람들은 PSC에 관하여 아는 바가 없기 때문에 그럴 수 밖에 없었다. 어려운 협의 끝에 결국 인도네시아의 국영석유인 PETANINA의 계약을 벤치마킹해 추진하기로 했다.

당시 한국은 기술, 경험, 자본 등 초대형 유전에 대한 운영 경험이 전무했다. 그래서 이라크 측에서는 한국 컨소시엄의 광구운영능력에 관하여 많은 질문을 던졌다. 광구운영에 관한 기술과 경험은 한국 컨소시엄이 별도로 운영전문회사를 설립 외국기술자를 직접 고용하여 운영 할 것이며, 투자재원은 년간 석유 수입이 150억 달러에 달하며 수십억 불의 석유기금이 있어 별 문제가 없다고 답변하였다.

다행스럽게도 그들의 한국에 대한 이미지는 상당히 좋았다. 현대건설, 삼성, LG 등 한국기업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당시 이라크는 유엔의 경제제재로 국민의 생활이 궁핍하기 짝이 없었다. 약국은 물론이고 병원에서 조차 약 재고는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심지어 비타민A가 없어 아이들의 눈이 머는 등 건강상에도 큰 문제가 발생하고 있었다. 생필품도 허술했다. 플라스틱 컵은 뜨거운 물을 부면 녹아 내렸다. 현지에서 들은 바로는 국민을 먹여 살리려면 매월 최소한 1억 달러가 소요되는데, 그간 사담 후세인의 개인 돈을 썼지만 이제 그것도 바닥이 났다고 한다.

우리에게 호의적이었던 석유성 차관은 우리에게 도움을 주고자 몇가지 조언을 해줬다.

그는 이라크는 세계 제2의 석유 보유국이지만, 현재 이라크 국민은 외부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더 격심한 고통을 겪고 있으니 이를 타개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첫째 유엔 경제제재의 해제를 위한 정치적인 지원이었다. 둘째는 상당규모의 물자 지원. 한국의 입장을 고려 할 때 정치적 지원은 어렵겠지만, 물자지원이 적합하니 한국 컨소시엄이 제시하려는 4000만 달러는 솔직히 말해 너무 적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참고로 그는 물자지원 규모가 1억 달러는 되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컨소시엄도 이라크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으며 인도적인 물품지원은 반드시 하겠다고 답변했다. 석유성에서도 정식 문서로 지원을 요청하면서 규모에 관해서는 차관 의견을 말했을 뿐이니 구애 받지 말고 확실하게 다음 회의 때 제의하라고 하였다.

그들이 원하는 물품은 밀, 쌀, 설탕, 아동용 분유, 식용유 등이었으며 지원 방식은 차관형식으로 원유가 생산되고, 유엔 금수조치가 철폐되면 상환하는 조건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차관이 실현되면 광구 계약 체결에 상당히 유리하게 작용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 컨소시엄은 ▲계약기간 23년(이후 5년 연장 가능) ▲연간 훈련비 50만 달러(서명 및 생산 보너스 없음) ▲3년 내 200만 달러의 의무투자지출 ▲매년 원유 생산의 50% 비용회수 ▲한국 컨소시엄에 9.8% 생산물 분배 ▲이라크 정부 지분 25%(기 투자비 5000만 달러 인정) 등의 조건을 제시하며 본격적인 협상에 돌입했다.
할파야 광구는 이라크에서 4번째로 크고 중요한 광구다.

그리고 한국이 참여하기에 당시는 아주 좋은 기회이었다. 이라크 석유성에서는 한국 정부의 고위관리가 이라크를 방문하여 공식적으로 할파야 광구를 요청하면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여러 번 강조하였다. 국제적으로 고립된 상태에서 이러한 기회를 삼아 조금이나마 벗어나려고 노력하는 그들의 모습을 읽을 수 있었다. 자연스레 미국의 국제적인 정치력, 군사력, 경제력 등 3박자의 힘을 짐작할 수 있었다.

舊소련연방, 베트남, 아프카니스탄 등이 붕괴되었으나 이라크는 미국의 눈엣가시였다.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으로 미국군대가 힘 안들이고 사우디에 주둔하게 되는 등 중동국가에 미국의 군사기지가 속속 생겨났다. 군사적으로 중동을 견제하기 쉽게 된 것이었다.

그러나 이라크는 계속해서 미국에 반기를 들고 있었다. 그런 차에 미국 그늘에 있는 한국을 할파야 광구사업에 끌어 들이면 단순한 성과 이외의 성과가 뒤따를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더욱이 당시 한국은 유엔 안보리 이사국이라는 지휘도 확보하고 있어 이라크 정부로서는 구미가 당겼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유엔 경제 제재 연장이 이 시기에 가결되어 협상을 오히려 점점 힘들게 되었다.

탐색전이 끝나고 이라크 석유성과 한국 컨소시엄은 본격적인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각자의 이익을 넘어 자국의 이익을 위해 밀고 당기기를 거쳐, 제1차 협상을 마무리 짓고 그들의 요구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귀국길에 올랐다.


우리 정부, 이라크 요구조건에 ‘글쎄’

한국 컨소시엄은 귀국 후 통상산업부에 제1차 협상 결과를 보고하고 이라크 석유성의 요청사항에 대한 처리문제를 문의했다. 통산부는 관계부처간의 협의가 필요하고 이후에 결정할 것이라고 답했다. 관계부처 회의는 통산부 주관으로 외무부, 안기부, 석유공사를 비롯해 한국 컨소시엄 간사를 맡고 있는 한얼 등이 참석했다.

통산부는 타 부처에 원유 수입실적과 유전 개발 실적을 비교하며 사업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당시 유전개발은 16개국 25개 광구에 참여했지만, 성과는 극히 미진한 실정이었다. 또 유가 급등이나 에너지 안보를 고려해 원유 개발 수입을 적극 추진해야 하며, 지난 1년간 이라크에서 유전개발을 위해 상당한 진전을 보였으나 성과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이라크 정부의 요청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 통산부의 입장이었다. 하지만, 회의에서는 각 부처의 입장만이 제시됐다.

관계 공무원의 이라크 파견에 대해서 외무부는 서방국가의 동향을 파악해보니, 이라크에 관계공무원을 파견한 사실이 없으며, 미국과의 관계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더욱이 이라크 측에서 관계공무원이 오라고 하는 것은 또 다른 요청-우리 측이 난감해 할 수 있는 요구사항-을 할지도 모르기에 공무원을 파견하기 보다는 암만 주재 이라크 대리대사를 보내는 것이 적절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유전개발에 있어 엄밀히 말하면 제3자적 입장인 안기부도 정치적인 역학관계를 고려해 역시 미국을 염두해야 한다는 점을 확실히 했다. 더욱이 이라크가 유엔의 경제 체제하에 있으므로 우리 공무원의 방문사실이 알려지면 좋을 게 없다는 것이다.

다만 공무원이 가야한다면 비공식적으로 신분을 감추고 가야 하며, 대외적으로는 반드시 비밀이 유지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정부 관계자의 이라크 파견 건에 대해 안기부는 프랑스와 독일의 공무원도 방문한 사실이 있음을 확인시켜 줬다.

이라크 물자지원에 대해서 외교부는 유전 확보와 연계시켜 이라크 측의 확답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규모와 절차는 타국의 실례를 찾아 동일하게 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이외 당시 외교부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사업으로 이라크에 7만 달러 상당의 의료기기 지원계획을 수립하고 이라크 기술 연수생을 훈련시키는 일도 실시하고 있었다.

종합적으로 이라크 석유성에 고위직 공무원의 파견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통산부도 차기 협상 시 외무부에서 제시한 암만의 이라크 대리대사 참석에 동조했다. 물자지원과 관련해서는 우선 의사표시를 하고, 지원의 근거는 서명 보너스와 연계시켜 광구 확보에 관한 LOI나 MOU를 받도록 추진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불확실한 이라크 사정에 ‘빨간불’

한국 컨소시엄은 이제 양국 정부의 요구사항을 파악했으니 3자간의 최대 공약수를 찾아내어 석유성과 협상을 이끌어 나가야 했다.

그러나 양국정부의 입장을 생각하기에 앞서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염두에 두고 협상에 임해야만 했다.

첫째, 1억 달러 상당의 차관형식의 물자지원은 보기에 좋으나 문제는 언제 제재가 풀릴 것이며, 그렇기에 거치기간을 알 수 없으니 이자율을 얼마로 정해야 하는지의 문제가 있었다.

둘째, 별도의 차관계약을 체결하여 상환을 하게 되는바 할파야 광구에서 원유가 생산되어도 우선 적으로 비용회수 대상이 될 수 없으며 여타 차관과 동일하게 취급하게 되면 상환 시기기 늦어 질 수 있었다. 당시 이라크는 소련, 프랑스, 독일 등에 상당한 채무를 지고 있었다.

셋째, 고위직 공무원의 상호 교류는 기대 할 수 없다는 점과 넷째, 미국은 전략적으로 이라크가 이스라엘과 대치하는 것을 좌시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미국은 필요 시 언제나 이라크 침공을 감행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다섯째, 광구계약을 체결해도 경제제재로 사업을 즉시 추진 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었다.

당시 이라크 석유성도 한국은 초대형 유전의 운영 경험이 없지만, 유전 확보의 절실함으로 소련, 프랑스, 이탈리아 등의 국가 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계약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할파야 광구에서 유전사업을 빌미로 한국 정부를 개입시켜 유엔 경제 제재 하에서 국교정상화까지 염두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조광권은 주되 직접적인 연계는 지양하고 생산물 분배율도 1991년 프랑스 elf사에 8% 제시한 바를 들어 한자리 수를 주장했다.

한국 컨소시엄의 협상방안도 정해졌다. 협상 진전에 따라 관계부처의 고위직의 이라크 방문을 실시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사전 물자 지원은 하되 여타 석유회사의 동향 파악하여 대상 품목과 규모를 이라크 측과 점차적으로 천천히 추진한다는 방침이었다. 물자 지원의 근거는 할파야 광구의 개발권 확보에 있으므로 MOU 또는 조건부 PSC 체결을 최종 목표로 하고 있었다.

글: 계충무 국제아동돕기연합 고문

계충무 고문은 서울대 경제학을 전공했고 한국전력, 대한석유공사(현 SK), 동아건설 등을 거쳐 한국석유공사 부사장을 역임했다. 한얼상사와 코람자원의 대표이사 활동으로 국제 자원개발 사업에 남다른 성과를 내기도 했으며 현재 HI&T 사장으로 취임해 이라크 할파야 유전개발 사업을 협상중이다.

※상기 기사는 에너지코리아뉴스의 자매지 월간 CEO ENERGY 2013년 3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에너지코리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