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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댁에 가스온수기는 괜찮습니까?’
경제위기로 온수기사고 늘어…일본도 '발칵'
2010년 03월 31일 (수) 황무선 기자 muson99@naver.com

주춤했던 가스온수기로 인한 CO중독사고가 최근 다시 늘어나고 있다. 온수기 사용 중 발생하는 CO중독사고는 협소하고 밀폐된 곳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대부분 사망사고로 이어진다. 치명적인 인명피해로 인해 일본 경제산업성은 최근 제품에 대한 안전성을 제고하는 새로운 제도까지 마련했다. 지난해 7월 18일 경북 군위에서 발생한 사고로 초등학생 2명이 사망하자 보다 적극적인 예방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국내에서도 사고예방을 위한 새로운 움직임이 시작됐다.

최근 5년간 국내에서 발생한 가스온수기로 인한 CO중독사고는 15건. 이로 인한 인명피해만도 사망 14명, 부상 26명 등 40여명에 이른다. 가까운 일본에서도 2007년 개방형 가스소형 순간온수기 및 철망식 가스스토브로 인한 CO중독사고가 잇따라 발생하자 일본 경제산업성이 나서 특단의 대책을 시행하는 한편 새로운 제도를 도입해 시행했다. 소비자 안전 확보를 위해 지난해 4월 시행된 ‘장기사용 제품 안전점검ㆍ표시제도’가 바로 그것이다.

가스온수기, 모르면 ‘죽는다’
2005년 4건, 2006년 4건, 2007년 1건이던 국내 가스온수기 CO중독사고는 2008년에 들어서면서 다시 늘어나기 시작해 그해 2건, 2009년 4건 등 점차 증가하고 있는 양상을 띠고 있다. 최근 5년간 발생한 15건의 사고로 40여명이 죽거나 다쳤다.

가스온수기나, 가스보일러 등의 제품은 사람이 주거하는 공간안에 함께 있는 제품이라는 점에서, 또 CO가스의 특성상 중독여부를 쉽게 알아차리기 힘들다는 점에서 사고발생시 여타 가스사고에 비해 피해자들의 사망률이 매우 높은 것이 특징이다. 특히 가스온수기는 밀폐된 공간에서 사용할 경우 사용자가 산소부족이나 폐가스로 인한 중독이 쉽게 발생하며 짧게 5분에서 20여분이면 피해자가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보일러나 연소기가 가동되면서 발생하는 CO는 무색무취로 사실 자신이 어느 순간 중독되고 있는지도 모른 채 피해를 입는다. 한 집안에 누군가 함께 있더라도 발견이 늦을 경우 피해자가 사망할 수 있으며 환기가 이뤄지지 않는 겨울철이나 집 안이 상대적으로 밀폐된 구조일 경우는 연소기와 가까이 있는 사람이 아닐지라도 장시간 CO에 노출될 경우 피해를 입을 수 있다.

때문에 CO중독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그 사고의 원인을 제대로 알고 위험에 노출되지 않도록 시설을 개선하거나 문제 제품을 교체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야만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관련시설이나 제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해온 제품에 대해 무심하게 지나치는 경우가 많아 대부분 사고가 발생한 후에서야 문제를 인식하게 된다.

단 2건의 온수기사고, 일본 열도도 ‘발칵’
온수기로 인한 사고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우리와 다른 난방문화를 가지고 있는 일본은 우리보다 온수기의 사용량이 많다. 때문에 일본에서도 이로 인한 사고가 한 때 사회적인 문제가 됐고 업계의 자성과 함께 제도적 변화를 일으켰다.

2007년 2월 7일 일본에서는 린나이 개방형 가스소형 순간온수기와 2월 10일 Tottori Sanyo 철망식 가스스토브로 인한 일산화탄소 중독사망사고가 연이어 발생하자 경제산업성은 (사)일본가스기기검사협회(JIA)에 요청해 모든 가스기기의 업계 총 점검을 실시토록 하고 그 결과를 협회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당시 총점검을 통해 조사된 통계는 매우 충격적인 것이었고 이를 계기로 일본에는 장기사용제품에 대한 안전 확보를 위한 새로운 제도가 도입되는 계기가 됐다.

특히 당시 사고를 계기로 일본 정부는 과거 가스기기로 인해 발생한 사고를 전체적으로 재조사해 해당업계에게 사실을 공지토록 하고, 제조사에게는 소비자들을 위한 업계차원의 계도와 사과광고를 시행토록 했다. 대다수 사고의 원인이 되고 있는 노후제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안전장치가 붙어있지 않은 오래된 가스기기 교체를 촉진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또 가스기기 제조사와 함께 대대적인 제품 교체활동이 진행됐다. 당시 사고를 계기로 새로 출범한 단체가 가스기기업계를 중심으로 한 ‘안심고도화 가스기기보급개발연구회’다.

총 점검을 통해 조사된 기기관련 사고는 일본 소비생활용품안전법이 대상으로 정하고 있는 사망사고나 중증병사고와 후유증사고, 일산화탄소 중독사고, 화재사고 등을 포함한 과거 20년(1986~2007년 2월12일)간 발생한 사고들이었다. 이를 통해 확인된 바로는 일본에서도 과거 20년 동안 무려 1476건의 가스기기와 관련된 제품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으며 사망사고는 157건으로 집계됐다.

 특히 가스온수기 사고는 전체사고의 891건을 차지했으며 이중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인한 사망사고가 129건이었고 무려 199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확인됐다. 사망자가 없는 일산화탄소 중독사고도 185건으로 조사됐으며 이중 중상의 피해를 입은 경우도 98건에 달했다. 사고의 원인은 제품불량이 196건, 사용부주의 또는 시공불량에 의한 사고가 820건에 달했다. 원인불명 또는 조사 중인 사고도 상당수였으나 대부분이 기기파손으로 사실규명이 어려운 것이 대부분으로 판명됐다.

이에 따라 일본 경제산업성은 주요 사고원인으로 판명된 개방식 가스소형 순간온수기와 개방식 가스스토브 2개 기종의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인한 사망사고에 대해서는 사망자수를 연도별 그래프로 공시, 이를 소비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일산화탄소 중독사고 예방을 위해 실내 설치기기에 대한 긴급주의와 환기를 위해 (사)일본가스협회, 일본 LP가스단체협의회, (사)일본간이가스협회, 공업회 등이 신문과 방송매체를 통해 사용시 주의사항에 대한 광고를 공동 게재토록 했다. 또 안전장치가 붙어있지 않은 오래된 가스기기의 교체 촉진을 위한 강도 높은 대책을 추진했다. 결국 관련사고는 정부의 대책만이 아니라 소비자 스스로가 위험을 알아야만 그 사고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日, ‘소비자 위협하는 제품 반드시 책임져라!’
이후 후속 조치로 마련된 제도가 바로 ‘장기사용 제품 안전점검ㆍ표시제도’다. 제품의 노후로 인해 소비자 안전에 중대한 위해를 미칠 우려가 있는 제품을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교체하는 것을 골자로 한 이 제도는 지난해 4월 1일 본격 시행에 들어갔다. 대상에 포함된 품목은 △실내식 가스순간탕비기(LPG 및 도시가스용) △실내식 가스보일러(LPG 및 도시가스용) △석유급탕기 △석유보일러 △밀폐연소식 석유온풍난방기 △빌트인식 전기식기세척기 △욕실용 전기건조기 등 안전점검 대상 9개 품목과 △선풍기 △에어컨 △환기선 △세탁기 △브라운관TV 등 표시대상 5개 품목이다.

주목할 것은 CO중독사고와 관련 있는 가스순간탕비기, 실내식 가스보일러, 석유급탕기, 석유보일러, 밀폐연소식 석유온풍난방기 등 주요 난방기 5개 품목이 모두 포함됐다. 소비자의 안전을 치명적으로 위협하는 제품사고는 판매에서 폐기까지 반드시 책임을 져야한다는 의무를 지운 것이다.

점검제도는 제품의 소유자가 제품구입시 소유자 등록을 하는 것을 시작으로 제조업체로 하여금 점검 등 보수에 의무사항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해당제품의 제조사나 수입사업자, 판매사업자, 설치관련 사업자와 소유자 모두는 이 제도에 따라 적절한 역할을 실행함으로써 제품 노후나 고장으로 인한 사고를 방지하는 의무를 진다.

점검제도에 따라 9개 품목의 제조, 수입사업자는 제도시행 전까지 설계표준사용기간이나 점검기간 등의 표시를 해야 한다. 특히 제품의 소유자표를 첨부해 소유자가 등록시 보내준 정보를 적절히 관리하는 책임을 진다. 제조사는 소유자 정보를 토대로 적절한 시기에 소유자 점검을 통지함으로써 소유자의 의뢰를 받아 제품에 대한 점검을 실시해야 한다.

이 제도는 소매판매사업자와 부동산사업자, 건설사업자 등 대상 제품을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사업자에게도 제도적으로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제품을 구입한 소비자에게 우선적으로 관련제품의 점검제도에 대해 설명하고 소유자 등록에 협조토록 했으며 관련사업자는 제품의 소유자와 만날 때 점검제도에 관한 정보제공을 통해 소유자의 제품 점검을 돕도록 명시했다.

소비자도 제품의 노후로 인한 사고발생시 타인의 위해를 미칠 우려가 있는 제품에 대해서는 제품구입시 첨부된 소유자표로 소유자 등록(소유자가 변경된 경우도 동일)을 해야 하며 점검이 통지되면 점검의 의뢰해 보수 등의 조치를 받아야하는 책임을 진다.

표시제도는 점검을 실시할 정도는 아니지만 제품 노후로 인한 사고건수가 많은 5개 품목이 대상으로 지정됐다. 이 제도에 따라 해당 제품의 제조, 수입사업자는 장기사용 시의 주의 환기가 필요한 사항을 제품에 의무적으로 표시해야 하며 설계상 표준사용기간과 기간경과 후 사용시 주의사항을 표시해야 한다.

이번 제도의 도입은 기존 제조사뿐만 아니라 판매 및 사용자에 대해서도 관련 의무를 규정하고 제품에 대해 지속적인 추적 관리가 이뤄지도록 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특히 국내와 유사한 사용여건을 가지고 있는 일본에서 이 같은 제도가 도입된 것은 국내에서도 관련 사고방지를 위한 제도적 변화가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을 낳고 있다.

올해 우리도 온수기 사고 제대로 잡나?
한국가스안전공사도 2007년까지 주춤했던 가스온수기로 인한 CO중독사고가 최근 다시 급증하는 현상을 나타내자 지난해 11월 가스온수기 세이프티 포럼을 조직, 공식 발족했다. 포럼을 중심으로 예방활동과 안전방안을 마련해 올해 온수기로 인한 CO사고를 제대로 잡아보겠다는 뜻이다.

가스온수기 세이프티 포럼은 앞으로 개방형 가스온수기 제조 기준 및 설치 기준을 원점에서부터 재검토하고 기존에 설치, 사용중인 제품에 대해서도 보다 구체적인 안전 확보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또 사용자 안전의식 제고를 위한 효과적인 홍보 방안의 수립과 추진도 진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CO중독사고에 대한 예방 노력은 단순히 선언적이고 일방적인 활동만으로는 막을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견해다. 이는 일본의 대책과 같이 제품을 공급하는 공급자를 비롯해 설치사업자는 물론 제품을 사용하는 사용자의 기본적인 안전의식이 밑바탕이 돼야 관련 사고를 근본적으로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스안전공사에서 가스온수기 관련 대책을 추진하고 있는 검사지도처 허윤실 과장은 “가스온수기의 경우 경제가 어려울 때 더욱 사용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며 “정상적인 루트를 통해 제품이 설치되지 않고 고물상이나 중고매장 등을 통해 설치 사용되는 경우가 많아 최근의 사고 증가는 현재의 경제위기와 무관치 않다”고 설명했다.

또한 “사고의 원인은 제품노후나 부적합한 설치위치나 사용환경이 주를 이루지만 근본적으로 제품에 대한 바른 이해 없이 사용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운 사고를 유발하고 있다”며 관련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제품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올바른 사용법을 전파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재 포럼에는 정부, 행정관청, 공사, 학계, 소비자단체, 제조사, 관련 협회 등 전문가 12명이 참여하고 있다. 분기마다 정기회의를 개최하고 현안사항이 발생할 때는 임시회의를 열어 포럼 내에서 수립한 가스온수기 사고예방 액션 플랜을 추진하는 한편 이행상태를 점검하게 된다. 포럼에는 학계 인사로 국민대 정태용교수와 중앙대 김남일 부교수가 참여했다.

또 제조사로는 린나이코리아(주) 장기현 본부장, (주)경동나비엔 김용범 상무가 시공협회에서는 전국보일러설비협회 권휘오 과장, 한국열관리시공협회 김우철 처장이 참여하고 있으며 한국LP가스판매협회 이영길 부회장, 소비자단체 대표로 전국주부교실중앙회 김옥자 국장이 참여하고 있다. 정부와 행정관청을 대표해 지식경제부 이학동 사무관과 제주특별자치도 조기석 사무관이 참여했으며 가스안전공사에서는 검사지도처 채충근 처장과 사고조사처 김영대 처장이 위원으로 위촉돼 있다.

포럼은 1차적으로 개방형온수기의 제조를 금지하고 중고, 불법 온수기 유통 근절을 위한 실태조사와 함께 관련사항에 대해서도 제도개선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포럼은 올해 첫 사업으로 부적합 온수기 시설 개선 추진계획을 마련하고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갔다. 설치된 부적합 제품에 대해 올해 1/4분기중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한편 2010년 중에는 부적합 시설의 개선을 완료한다는 기본방침을 마련했다. 추진계획은 크게 지자체와 공사, 공급자를 중심으로 부적합 시설에 대한 파악과 개선조치를 진행하게 된다.

계획에 따라 지식경제부는 1월 가스온수기 사용시설 점검 및 부적합 명단 파악해 줄 것을 요청하는 관련 공문을 각 광역시도 및 일선 시군구로 시달했다. 이를 토대로 각 시군구에서도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가스온수기 사용시설 점검 및 부적합 명단을 파악해 제출할 것을 시달한 상태다.

각 시군구는 1차로 오는 7월까지 부적합 사용자에 대한 시설개선을 권고하고 이후 2차로 8월까지 공급자들의 신고에 따라 사용자들에게 직접 시설개선을 권고하게 된다. 가스공급자들은 오는 6월까지 소비자의 소비시설 점검과 함께 부적합 사용자 명단을 공사로 제출하게 해야 한다.

동시에 고위험군으로 분류된 시설은 점검일로부터 2개월내 개선을 권고하고 일반위험군은 점검일로부터 4개월내 개선을 권고해야 하며 개선기한 종료 후 그 결과를 1개월 이내 점검해 미개선 시설에 대해서는 각 지자체에 신고토록 했다. 행정관청이 직접 사용자의 시설개선을 독려하기 위한 조치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가스안전공사는 오는 11~12월 그 결과를 바탕으로 각 공급자들이 해당사항들을 잘 이행 됐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행정관청과의 합동단속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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