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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석의 세상보기] 톱스타의 스캔들 감상법

[송석의 세상보기] 톱스타의 스캔들 감상법

  • 기자명 김진홍 세무사
  • 입력 2014.10.06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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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청문회는 TV카메라를 의식한 의원님들의 연극무대다. 뉴스 보도를 의식하고 카메라 앞에서 호통만 치고 나면 그 뿐, 청문회를 대비하여 세밀한 준비도, 사후관리도 없기 때문이다.

톱스타의 스캔들 감상법

얼마 전 국회는 새로운 국세청장 후보를 불러 이런 저런 질문공세를 펼쳤다. 그 중에는 폭발력이 있는 사건재료도 포함되어 있었다. 톱 여배우의 거액 세금탈루가 그 것이다. 이제는 유야무야 되어 가고 있는데도 정작 문제를 제기한 국회는 사건의 진상 파악이나 사후관리를 할 의향이 전혀 없어 보인다.

국회에서 불거진 톱스타 스캔들의 전모는 이렇다. 정상급 여배우가 서울지방국세청 조사국으로부터 세금탈루 혐의로 조사를 받는 와중에2009년부터 3년간 무려 세금을 25억원이나 빼 먹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2008년과 2010년도에 조사를 하지 않고 그냥 덥었다는 것도 새롭게 밝혀졌다.

사실 연예인들의 막대한 출연료와 개런티 소득에 비하면 거기에 들어가는 비용이래야 고작 화장품과 의상비, 차량유지비 정도 밖에는 없으니, 소득율이 높고 세금이 많아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과거에는 세무관서의 눈길을 피해가며 적당히 비용을 부풀려 일반사업자들과 비슷하게 소득율을 맞추면서 세금을 줄여왔다는 지적들이 있다.

정상급 연예인조차 수십억씩 세금을 탈루하는 걸 보면 과연 다른 연예인들의 세금탈루는 어느 정도일지 의구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 과세당국은 이런 유형의 세금탈루를 일제점검하겠다는 말도 없고, 물의를 일으킨 여배우는 새로운 영화 개봉 인사 다니느라 바쁠 뿐이다. 우리 사회 또한 거대한 세금 탈루에 대해 우려나 관심이 부족해 보인다.

사실 헌법에 정한 국민의 4대의무 중 우리 사회가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부분은 병역비리인 듯싶다. 한국인들에게 선출직 공직자에 병역 의혹이 있다면 결코 용서가 되질 않는다. 강력한 대선후보였던 이회창씨도 집안에 병역의혹이 있었다. 대통령이 거의 될 뻔했다가 두 번이나 낙마하고 말았다.

병역문제와는 달리 우리 사회는 세금 빼먹는 건 있을 수 있다고 믿는 듯하다. 중요한 자리에 사람을 임명할 때 이러저러하게 세금을 탈루했어도 뒤늦게 자진납부하는 것으로 퉁치거나, 부인의 실수라고 핑계 같지 않은 핑계를 대고는 멀쩡히 공직을 꿰차기 때문이다.

MB도 유학간 자녀들을 회사직원으로 등재하여 가공경비를 다는 등 구차한 세금탈루로 논란이 일었으나 대통령 되는 데에는 지장을 받지 않았다. 그러나 미국 같이 시민정신이 좀 깨어있다는 나라에선 세금을 ‘빼먹으면’ 공금 횡령과 같아서 공직은커녕 감옥행이다. 우리네처럼 세금만 추징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영어(囹圄)의 몸이 되어 인생을 망치게 된다.

여하튼 근자에 국세청장 청문회에서는 세금 스캔들에 미모의 여배우 이름이 등장했고, 학동마을이라는 그림을 승진 뇌물로 바쳤다 하여 시끄러웠던 전직 국세청장과 그런 국세청장을 호가호위하며 로비를 하였다는 회계사도 조연으로 거명되었다.

평소에 개인적으로 호감 가던 여배우가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 것에 막연한 동정심을 가지고 국회 청문회를 지켜보았으나 그 뒤 문제의 여배우가 해명하는 변명 내용과 모양새를 보고는 동정심이 깊은 배반감으로 바뀌고 말았다.

그 예쁜 얼굴에 비감한 표정을 담으며 자신은 모르는 일이고 자기가 의뢰한 세무전문가가 일방적(?)으로 저지른 실수라는 게 변명의 요지였다. 게다가 문제의 세금은 늦게나마 냈다는 식이다. 세상에나! 천문학적인 돈을 벌어들이는 톱스타가 거액의 세금에 관심이 없어서 방치하고, 공인회계사라는 전문가가 일방적으로 알아서 탈루시켰다니 그 얼마나 처연한 변명인가!

하릴없이 전문가들에게 자문하여 보니 그분들의 반응은 영 딴판이었다. 세금 계산은 모름지기 전문가가 하는 것이지만 얼마를 낼 것인지는 납세자 스스로가 결정하는 것이라고 한다. 자기 세금도 아닌데 어느 회계사가 감히 톱스타의 거액 세금을 자기 마음대로 결정하여 신고하겠냐는 거다.

더욱이 이해가 가지 않는 점은 중수부 못지않은 서울지방국세청 조사국이 나서서 중국 대륙에까지 이름난 월드스타를 조사하면서 여러 해 반복적으로 증빙도 없는 가공비용을 무려 55억이나 세금에서 공제 받은 것을 보고도 3년치 세금만 달랑 매기고는 덮은 대목이라는 거다.

특정항목의 세무처리가 문제가 되면 그 항목은 자동으로 과거 5년간을 추징하는 게 원칙이며 이는 법에 최소한 5년으로 하라고 부과제척기간을 못 박아 놓았기 때문이란다.

따라서 감사원이든 자체 감사든지 간에 이를 반드시 점검하므로 조사공무원들은 당연히 5년간의 세금을 추징했어야 하는데 3년치만 추징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는 거였다. 그렇다면 서울지방국세청은 왜 현행법상 5년이라는 규정조차 무시하면서 미모의 여배우 세금을 3년만 추징하고 덮었을까?

업계에 따르면 조사관들 입장에서는 사후에 자신들의 부당한 업무처리에 대하여 징계를 불 보듯 하는데도 덮어버린 뒤 안에는 조사관 레벨에서 단독 플레이가 아닌 상부로부터의 외압이나 숨겨진 그 무언가가 있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더욱이 그 ‘무언가’에 대하여 일반인도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 힌트들을 구체적으로 언론과 청문회가 충분히 제공하고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톱스타가 신고한 총경비중 무려 92.3%는 근거 없는 가공경비였다고 한다. 한 해도 아닌 3년간 무려 허위로 비용을 55억이나 계상한 점, 세무조사를 유예해주는 모범납세자상 수상 후 그런 일이 벌어진 점, 세액으로만 보아도 탈루세액이 무려 25억에 이르는 점 등을 종합하면 당연히 조세범칙으로 전환했어야 하고 검찰에 고발하였어야 한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가공비용을 매년 반복적으로 수십억씩 공제 받았다면 그게 바로 조세범칙이 아니고 뭐냐는 거다. 더욱이 세금탈루가 5억을 넘으면 조세범칙요건을 충족하므로 국세기본법 규정대로 과거 10년간으로 조사대상기간을 확대했어야 하고, 그리하면 탈루도 더 발견될 것이고, 조세범처벌법은 물론 특정범죄가중처벌법도 따라붙게 되므로 법대로 검찰에 고발했어야 한다는 거다.

실제로 강호동이 과거에 세금탈루 혐의로 시끄러워지자 과세관청은 친절하게도 강호동은 탈루세액이 5억에 이르지 아니하여 검찰 고발대상이 아니었다고 해명에 나섰던 바가 있다. 그러하다면 25억을 탈루하여 한 해 8억이 넘는 세금을 빼돌린 여배우는 뭐라고 해명해줄 것인가?

따라서 과세관청은 꿀 먹은 벙어리인 양 이 사건을 두리뭉실 뭉개고 있으면 아니 되고 지금이라도 국민의 대의기구인 국회에서 약속한 바대로 조속히 조세범칙조사를 시작하고 규정대로 과거 10년간의 탈루 여부를 면밀하게 조사하여야 한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그리 되면 지금보다 더 큰 세금 탈루가 세상에 드러날 것이며, 아울러 조세포탈을 교사하거나 조력한 이도 조세범처벌법 위반, 독직, 뇌물, 변호사법 위반 등의 개연성에 대한 검찰의 조사도 이어질 것이므로 국회와 언론에서 거명되고 있는 대리인과 전직 거물 공무원은 물론 당시의 조사라인 상층부도 모두 조사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검찰이 손을 대면 톱스타의 구속, 관련인들의 독직, 뇌물공여, 변호사법 위반 등으로 초대형 스캔들로 비화할 폭발력을 지닌 사건이라서 세간에서는 의혹에 가득 찬 눈총이 쏟아지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는 이미 과세관청의 신임수장마저 조사국 경력이 워낙 화려하다 보니 직간접으로 태풍의 눈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이런 잠재적 초대형 허리케인이 찻잔 속의 한줄기 회오리 바람으로 끝난다면 우리 사회의 보이지 않는 씨줄과 날줄이 칡뿌리처럼 얽혀 질기고도 질기다는 것을 다시 한번 입증하는 셈이라는 것이다.

얽힌 사정이 워낙 미묘하여 과세관청이나 검찰이 좀처럼 나서려 하지 않는다면 결국 건강한 사회를 위한 소금을 자처하는 언론과 시민단체가 나설 차례이다. 톱스타, 전직 국세청장, 공인회계사, 기라성 같은 현직 조사라인 등 스포트라이트 받기에 충분한 주인공들이 세트로 심층 탐사보도를 기다리고 있으니 말이다.

상기기사는 에너지코리아뉴스 자매지 <에너지코리아) 10월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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