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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동치는 국제유가, 2015년 향방은?

요동치는 국제유가, 2015년 향방은?

  • 기자명 박진영 기자
  • 입력 2015.01.05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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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갈린 예측속 세계 경제에 직격탄 우려
60~80달러 반등 vs. 50달러 이하 추락

   
▲ 현대오일터미널

[에너지코리아 1월호] 국제 유가 하락세가 놀랍다. 에너지업계는 물론 세계경제가 함께 출렁이고 있다. 유가 하락의 원인에 대해 ‘미국과 OPEC의 치킨게임’, ‘베네수엘라와 IS(이슬람국가)의 돈줄 틀어잡기’, ‘서방의 푸틴 때리기’ 라고들 한다. 과연 누가 국제유가 하락을 주도하고 있는가? 올해 언제쯤이면 반토막난 유가가 다시 반등할 수 있을까? 올해 국제유가에 대한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국제 유가시장에 무슨 일이 일어났나?

6개월 전까지만 해도 배럴당 110달러 선에서 거래되던 브렌트유는 지난 11월 저점인 59.5달러까지 떨어졌고, 12월 22일에는 배럴당 61.15달러에 거래됐다. 같은 기간 서부 텍사스유(WTI)는 배럴당 101달러에서 53.94달러까지 추락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석유 수요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최근 여섯 달 동안 다섯 번째로 이뤄진 하향 조정이다.

LG경제연구원의 보고에 따르면 수요부족과 공급확대의 이중 충격으로 급락한 국제유가는 내년에도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적인 제조업 성장 둔화, 최대 수요국인 중국의 성장 저하로 원유수요 둔화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 타이트 오일 생산 확대로 석유공급 능력은 꾸준히 높아질 전망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2015년 세계 원유수요 증가량은 하루 88만 배럴인 것에 비해 공급능력은 125만 배럴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비OPEC 지역의 공급 확대가 84만 b/d에 달해 세계수요 증가분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했다.

원유가격은 국제석유 시장에서 오랫동안 OPEC의 공급조절을 통해 통제돼 왔다. 그러나 세계경제 침체와 연비 규제 강화 등으로 석유 수요 증가량은 둔화되는 반면, 채굴기술 발전으로 미국 원유생산량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세계적으로 석유공급 여력이 확대되고 있다. 미국의 타이트 오일 생산량은 2009년에 하루 2천 5백 배럴 정도였다. 해가 갈수록 타이트 오일 생산량이 당초 예상 수준을 상회하면서 2013년에는 하루 384만 배럴로 미국 내 원유생산의 거의 절반(47%)을 차지했다. 2014년 7월부터 나이지리아는 미국으로의 원유 수출을 중단하게 됐으며,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수출도 3년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OPEC이 장악하던 석유시장의 무게중심이 약화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지난 11월 리비아에서 무력 충돌이 벌어져 원유 수출항이 폐쇄되면서 수출에 차질이 빚어졌다. 그 소식에 12월 15일 오전장에서 유가가 상승했다. 앞서 올해 몇 개월 만에 리비아가 산유량을 4배나 늘린 것이 글로벌 과잉 공급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면서 유가에 영향을 미쳤다. 리비아와 더불어 미국도 30여 년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원유를 생산하고 있어 수요 증가세가 약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 국가의 원유까지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지난해 11월 산유량 동결 결정을 고수하고 있다는 관측이 있다. OPEC이 기존 원유 생산량을 유지하기로 한 결정이 나온 다음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유가가 10%나 폭락했다.

외신에 따르면 지난 달 15일 아랍에미리트 석유 장관은 ‘극적인’ 일이 발생하지 않는 한 OPEC가 비상 회의를 소집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4일에는 압달라 살렘 엘-바드리 OPEC 사무총장이 OPEC은 목표 유가를 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의 발언을 두고 애널리스트들은 OPEC가 훨씬 더 낮은 유가를 용인할 것임을 시사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1980년대 중반 비OPEC의 원유생산이 늘어나자, OPEC이 감산으로 유가 방어에 나섰다. 결과적으로 유가 하락을 저지하지 못하고 OPEC의 공급비중은 1980년 51%에서 1985년 35%로 줄어든 바 있다. 작년에도 OPEC 산유국은고유가 유지를 위해 감산에 나선 바 있지만 현재는 감산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수급격차 확대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OPEC 국가들만 감산할 경우, 유가상승에 기여하는 것 없이 비OPEC에 시장점유율만 내줄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유가하락에도 원유생산을 고수한 바 있는 OPEC은 내년에도 생산량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저유가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비교적 원유생산 단가가 낮은 OPEC은 생산단가가 높은 비전통 석유의 생산이 결국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하울러 광구 산출시험

국제유가하락, 우리 주유소가격은 왜 그대로인가?

전 세계 유가 하락으로 인한 경제 부양 효과가 세계 최대 원유수입 지역인 아시아에서는 왜 잘 나타나지 않을까? 아시아 각국 정부들이 원유가격 하락으로 인한 이득을 소비자들에게 환원하는 대신 국고를 늘리는 데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개의 아시아 국가들은 연료 보조금 제도를 통해 기업과 국민을 보호해 왔다.

많은 정부들이 현재의 유가 하락을 기회 삼아 보조금으로 인한 부담을 해소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인도는 최근 몇 주 사이 정부 지정 유가를 인상하기 위한 조치를 취했다. 중국 정부는 2009년 이후 한 번도 인상하지 않던 것을 지난달 연료 소비세를 두 번 인상했다.

아시아와 미국의 주유소를 비교해 보자. 뉴욕의 운전자들은 7월 말 기준 휘발유 가격이 26% 하락한 것을 경험했지만 같은 기간 베이징 정부 지정 휘발유 가격은 17% 정도 내리는 데 그쳤다. 오히려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에서는 일부 연료비가 오르기까지 했다.

강력한 규제를 받는 아시아 에너지 시장은 소비자들에게 전달되는 이익을 깎아먹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낮은 유가 영향으로 전반적으로 이득을 보고 있다. 기업은 저렴해진 연료비를 통해 지출을 절감해 물가상승이 억제되고 있다.

 

유가하락이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전반적인 불확실성 속에서도 유가하락의 영향과 그에 따른 각국 정책에 따라 개도국 사이에 명암이 엇갈릴 전망이다. 자원 수출국은 성장률 하락이 예상되는 반면 일부 신흥국들은 고성장의 기회를 잡을 것으로 보인다.

OPEC의 감산 합의 실패로 2014년 초 배럴당 100달러를 상회하던 유가가 50달러 후반으로 곤두박질치면서 러시아, 베네수엘라, 나이지리아, 사우디아라비아 등 산유국들의 경제 성장이 주춤하고 있다. 산유국들은 이전까지 원유 수출을 통해 경상수지와 재정수지 대부분을 충당해 왔으나 유가하락으로 부담이 가중됐다.

GDP 중 에너지 수출비중이 18%에 달하는 러시아는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우크라이나 사태 관련 경제 제재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외자유출에 따른 급격한 통화약세를 막기 위해 고금리 기조가 강화되면서 내수경기도 크게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급기야 외환위기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산유국이라고 다 어려운 것은 아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GDP대비 15%에 달해 아직까지 통화가치 하락이나 외환보유고 감소 등 위기의 징후는 보이지 않는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반면 원유 수입국인 아시아 국가의 경우 유가하락이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인도,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은 앞에도 언급했듯이 유가하락으로 가벼워진 연료비로 인해 연료 보조금 규모를 축소할 수 있게 됐다. 인도네시아는 지난 11월에 진통 없이 보조금을 줄일 수 있었고 인도는 올해 10월 디젤 보조금을 철폐했다. 말레이시아는 11월부터 연료 보조금 지급을 완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원유 수입국 중 인도의 성장세가 눈에 띌 것으로 전망된다. 인플레이션 속에서 유가하락이 숨통을 트이면서 모디노믹스(Modinomics)에 힘입어 6% 내외의 성장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문가가 예측한 2015년 유가전망은?

LG경제연구원은 최근 3개월 사이 40%가 떨어진 유가는 내년에도 약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공급량이 단시일 내에 줄어들기 어렵고 예상수요는 오히려 점점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계속되는 저유가는 유가에 영향을 받는 에너지, 운송, 인프라 투자도 위축될 가능성이 높으며 일부 산유국의 재정, 금융위기 가능성도 제기된다는 점은 세계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수요증대가 미진한 가운데 비전통석유의 공급능력 확대로 산유국간 공급경쟁이 치열해지면서 2015년 중 평균 60달러대 초반의 저유가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원유수입비중이 높은 선진국 및 아시아국가의 수요확대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다만 디플레 리스크와 산유국 외환위기 리스크를 고려할 때 긍정적 효과는 크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 12월말 월스트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카시 카말 석덴파이낸셜 애널리스트도 유가약세예측을 내놨다. 그에 따르면, “시장 참가자들이 유가의 바닥을 찾고 있는데, 배럴당 80달러였다가 70달러, 지금은 60달러까지 왔다”다며, 현재 수요 전망이 밝지 않아 이 같은 수준에서는 바닥을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경제는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유로존 경제는 여전히 취약하고 중국의 산업 및 제조업 성장률도 둔화되고 있는 상황으로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여 원유 수요가 감소할 것이며 공급도 단기에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OPEC 회원국들은 산유량을 유지하기로 한 자신들의 결정을 강력하게 옹호하고 있으며,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어 내년에도 유가가 낮아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결론적으로 그는 “공급은 늘어나지만 수요가 부진해 내년에도 유가가 반등하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고 예측하면서 “현 유가 수준이 ‘뉴노멀’로 자리 잡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이와 반대로 데이비드 허프턴 원유 중개업체 PVM 최고경영자(CEO)는 “유가가 곧 바닥을 찍고 반등할 것이란 조짐이 있다”고 봤다. 그는 “사람들은 더 낮은 가격에 원유를 판매하기를 꺼리기 시작해 터널 끝에 빛이 보이고 있으며, 유가 하락으로 타격을 입은 원유 생산업체, 특히 미국과 캐나다의 셰일가스 생산업체들이 패닉에 빠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에서 원유 수요가 곧 반등할 것이라는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그는 유가는 반등할 것이나 문제는 어느 정도까지 가격이 회복될까하는 것이 쟁점인데, 내년에 유가가 배럴당 80달러까지 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배럴당 80달러는 공급과잉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본 기사는 에너지코리아뉴스의 자매지 월간<ENERGY KOREA> 2015년 1월호를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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