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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배는 안전체험으로 사고피해 ZERO에 도전

몸에 배는 안전체험으로 사고피해 ZERO에 도전

  • 기자명 정욱형 기자
  • 입력 2015.06.02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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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취재] 한수원 고리본부 안전체험장을 가다

[에너지코리아 6월호] 굳이 후쿠시마 원전사고나 대구지하철폭발사고 등 굵직굵직한 사고가 아니더라고 화재, 질식, 추락 등 수많은 사고에 노출돼 있다. 사고는 사람들이 예견하지 못한 상태에서 불시에 일어난다. 그러다보니 누구나 당황해 이성적인 판단을 못하고 피해규모를 키우기 십상이다. 에너지 산업현장에서도 사고위험성은 늘 상존한다. 사고로 인한 피해영향이나 범위도 크다. 사고를 가정한 체험안전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지난 5월 19일 한수원 고리본부의 안전체험교육장을 전력에너지전문기자단과 함께 찾았다. 사고 기사를 자주 다루는 기자로 20여년을 보냈지만 안전체험은 낯설었고 소중한 경험이 됐다.

 

반사적 사고대응능력을 키워라

이번 안전체험을 하면서 떠올린 인물이 있었다. 후쿠시마를 비롯한 동 일본 지진 당시 도쿄전력에 출장을 갔던 한국수력원자력의 모 직원인데 그는 끔찍했던 사고 상황보다 도쿄전력 직원들의 의연한 대처에 더 놀랐다고 했다.

“당시 지진여파로 건물이 흔들리기 시작했고 물건들이 마구 떨어지는 상황이었습니다. 저는 처음 겪는 일이라 많이 놀라고 당황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더 놀란 것은 도쿄전력 직원들의 의연한 대처였습니다.” “발전소가 암흑인 상황. 상상이 가십니까? 발전소가 암흑이라는 것은 주변 도시전체가 암흑천지로 변했다는 것이죠. 도시기능 마비를 의미합니다. 여진이 진행되는 상황 속에서도 도쿄전력 직원들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전력시설의 빠른 복구를 위해 일사분란하게 움직였습니다. 모두들 직업적인 사명감으로 무장돼 있었고 무엇보다 평소 사고대처요령이 반사적으로 몸에 밴 듯 했습니다.”

평소 안전체험교육의 중요성을 잘 보여주는 이야기로 체험교육을 받는 내내 그 말이 머리 속을 맴돌았다.

 

사고현장속 작고 연약한 자아와 마주하기

인재개발원에서 원자력과 방사능에 대한 교육을 받은 후 한수원 고리본부에 있는 안전체험장에 도착했다. 처음 교육을 시작한 곳은 3D영상체험실이었다. 건설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유형들을 애니메이션 3D 영상으로 가상이지만 마치 현장처럼 체험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자칫 졸릴 수 있는 상황을 막기 위해 마치 게임처럼 조이스틱을 이용해 안전사고 발생요인들을 찾는 부분은 긴장감도 주고 교육의 이해도를 높이는데 도움이 됐다.

다음은 안전벨트 착용상태에서의 추락체험을 했다. 개폐식 작업발판 위에 올라 예상치 못한 상황을 가정해 대화를 하다가 갑자기 떨어지도록 하는 개구부추락체험 프로그램으로, 안전한 추락 자세를 교육받고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중심을 잃고 옆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건설현장 작업자들이 다소 불편해도 안전모와 안전벨트를 반드시 착용해야 하는 이유를 교육생에게 인지시켜 주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체험은 곳곳에 장애물이 있고 어두컴컴한 화재발생 시뮬레이션 공간체험이었다. 지하철이나 극장 등 대형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많은 인명 피해를 입는다. 암흑과 연기 자욱한 상황에서 비상구를 찾아 안전한 곳으로 대피해야 하는 일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다.

수건으로 코와 입을 막고 앉은 자세를 유지하면서, 손끝으로 벽을 따라 어렴풋이 보이는 초록빛의 비상구를 찾아 이동했다. 분명 체험장 밖에서 이동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고, 4명이 함께 움직이는데도 두려움이 엄습했다. 짧은 시간임에도 쪼그리고 이동해야 했던 다리는 아팠고 매캐한 연기로 호흡이 불편했다. 곳곳에 널 부러져 있는 장애물을 넘어야 했다. 가상으로 연출한 소리지만 물건들이 넘어지고 사람들의 비평소리가 여기저기 들린다. 함께 이동하는 앞사람을 놓칠까, 잘못된 판단으로 뒷사람들까지 엉뚱한 길로 이끌까, 공포심까지 느껴졌다. 안전교육을 마치고 늘어난 생명줄?!

실제상황은 이보다 훨씬 긴 시간동안 많은 변수와 함께 일어날 것이다. 이번 안전체험은 실생활에서 일어날 확률이 높은 사고를 가상한 체험이다보니 취재의 목적이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비상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안전지대로의 탈출이 가능할 것 같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생명줄이 길어진 느낌이랄까.

이번 교육을 통해 일부러 위험한 사고현장을 경험할 필요는 없겠지만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안전체험교육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확신을 가지게 됐다.

특히 원자력발전소의 경우 건설현장에서의 안전사고를 비롯해 후쿠시마 사고와 같이 발전소 운영단계에서 예상치 못한 안전사고의 위험이 있다. 많은 사고가 작업자의 방심이나 안전수칙 미준수에서 발생한다. 이러한 유사사고여건을 경험함으로써 사고예방은 물론 만약의 사고에도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장점이 있다. 현재는 이와 같은 수준의 안전체험장이 한수원 고리본부에만 있다는 점은 좀 아쉽다. 예산이 소요된다고 해도 확대가 필요한 부분이다.

 

지상 3층, 연면적 1431㎡ 규모 국내 최대 체험형 교육장

한국수력원자력 고리본부(본부장 우중본)는 2010년 3월 안전체험교육장을 설립했다. 지상 3층, 연면적 1431㎡ 규모로 산업현장과 일상생활 속에서 겪을 수 있는 각종 사고 상황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3D영상 가상현실 체험, 안전모충격체험, 안전벨트 착용상태에서의 추락체험, 작업대·줄걸이·사다리 등에서의 추락체험, 파이프트랙구조 전도체험, 불량가설통로체험, 안전망 체험, 안전난간 체험, 밀폐공간에서의 가스누출체험, 소화기 체험, 전기․가스취급 안전수칙 체험, 심폐소생체험 등 산업현장에서 작업시 예상되는 사고위험 상황을 미리 인지하고 예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들을 갖추고 있다.

매년 한수원 고리본부를 비롯한 협력업체 직원들은 예외없이 안전체험교육을 받고 있다. 3명의 교육 전담강사가 한 번에 20명에서 25명으로 팀을 구성해 4시간 정도 소요되는 체험교육을 시킨다.

3D영상 가상현실 체험실에는 일반 건설현장 및 작업장 안전사고를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체험할 수 있는 입체영상 14편, 가상체험 17편의 3D 영상물을 비치하고 필요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현재 발전소 및 건설현장과 관련된 입체영상 두 편을 추가로 제작중이다.

국내 유일의 체험형 교육장인 안전체험교육장에서는 현재까지 총 4만명이 교육을 인수했다. 한수원은 앞으로 고리본부 이외에 한울본부에도 교육장을 세워 좀 더 체계적인 교육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본 기사는 에너지코리아뉴스의 자매지 월간<ENERGY KOREA> 2015년 6월호를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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