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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유린타운’ 오줌마을에서 찾은 갑을 로멘스

[뮤지컬] ‘유린타운’ 오줌마을에서 찾은 갑을 로멘스

  • 기자명 정아람 기자
  • 입력 2015.07.03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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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코리아 7월호] 유럽으로 여행을 다녀온 우리나라 사람들은 입을 모아 “화장실을 돈을 내고 가야해?”라며 볼멘소리를 하곤 한다. 공공화장실, 무료개방화장실이 너무나 많은 우리와 달리 유럽은 유명 관광지의 화장실에서도 유료화장실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말로 직역하면 ‘오줌마을’인 유린타운의 역사도 여기서 시작됐다. 글 정아람

 

사진=신시컴퍼니

일상의 불만이 곧 사회 구조적 문제

원작자인 그레그 커티스는 1995년 봄, 유럽여행 막바지에 수중의 돈을 모두 써버리고 간신히 비행기 삯만을 남겨둔 상황에 놓였다. 그는 파리의 한 공원에서 참을 수 없는 배뇨의 고통을 견디며 고민에 빠졌다고 고백했다. “당장 공원의 유료화장실을 쓸 것인지, 식사와 용변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식당을 찾기 위해 기다려야 할지 굉장히 심각한 상황이었다.”

몸소 소중한 경험을 하고 그레그 커티스는 도시 내 화장실의 독과점 현실에 불만을 갖게 됐다. 복지국가를 떠들어대는 시대에 기본적인 배변의 욕구를 억압받아야 하는 괴로움이 뮤지컬 유린타운을 만들어 낸 것이다.

극중 물 부족에 시달리는 가상의 마을 유린타운에서 ‘유료 화장실 사용권’을 둘러싸고 이익을 취하려는 독점 기업 ‘쾌변주식회사’와 주인공 바비를 주축으로 한 궁핍한 시민들의 대립은 곧 민중봉기로 이어진다. 오줌을 자유롭게 뉘게 해달라는 어처구니없는 설정이지만 관객들은 웃음 포인트 속에서 씁쓸함을 찾아낼 수 있다.

쾌변주식회사의 권력 남용과 돈을 내고 오줌을 싸기 위해 하루하루 한 푼 두 푼 모을 수밖에 없는 계층 간의 갑을관계, 물질만능주의 등 가상 세계의 문제점을 현재 우리 사회에 투영할 수 있어 쓴맛이 배가 된다.

실제로 유린타운을 보고난 뒤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진 자와 갖지 못한 자의 대립구도를 풀어낸 공연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유린타운은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외칠 뿐 아니라 각자의 삶에 있어 중요한 가치를 추구하는 진성성에 대한 이야기를 블랙코미디 방식으로 전달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 유쾌한 쾌변주식회사와 주민들 간의 대립을 보며 사회의 프레임으로 엮여버린 착취와 억압의 키워드를 자연스레 떠올릴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만족시킨 뮤지컬

2002년 토니상 연출상, 극본상, 작곡상 주요 3개 부문 수상의 영광을 얻은 유린타운은 이어 2003년 한국 초연 당시 한국뮤지컬 대상 베스트외국뮤지컬상을 수상했다.

한국에서 유독 사랑을 받은 이유에서인지 10년 만에 돌아왔지만 유린타운의 주제의식은 관객들의 뇌리에 딱 꽂히고 있는 모습이다. 이 말은 곧 그때나 지금이나 현실은 변함없다는 얘기고, 고전급 라이선스 뮤지컬의 긴 공백은 관객의 거리 조절에 더 이상 영향을 주지 못했다.

브레히트의 서사극 방식을 차용하고, 음악, 드라마, 춤 등 필수요소들의 표현에 패러디를 적절히 섞은 모습도 인상적이다. 1막 엔딩에서 레미제라블의 삼각대열 명장면을, 크로드웰 쾌변주식회사 사장의 딸 호프(아이비)와 노동자 바비(김승대, 정욱진)의 비극적 사랑 등 연출가라면 꺼릴법한 차용과 클리셰를 절절히 배치해 작품의 주제와 어려운 내용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장치로 제법 영리하게 사용했다. 그레그 커티스와 작곡가 마크 홀멘은 브레히트의 ‘서 푼짜리 오페라’를 비롯해 ‘햄릿’ ‘레미제라블’ ‘로미오와 줄리엣’ 등 고전에서 많은 것을 차용했다고 이미 밝힌바 있다.

토니상 작곡상에 빛나는 매력적인 넘버 ‘투 머치 익스포지션’ ‘팔로 유어 허트’ ‘런 프리덤 런’ 등 랩, 가스펠, 재즈 컨추리가 섞인 다채로운 음악이 어쿠스틱 악기들이 만들어낸 소리와 어우러질 때는 블랙코미디를 뛰어넘은 고급스러움 마저 느껴진다.

사진=신시컴퍼니

새로운 얼굴-초연배우 간 세련된 조합

백치미를 지녔으나 사랑 앞에서 강인해지는 호프 클로드웰 역에는 가수와 뮤지컬 배우로서 모두 인정받은 아이비가 원 캐스팅 됐다. 시카고에서 보여준 록시 하트의 관능적인 섹시미와는 또 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죽기 직전까지 해맑은 바비 스트롱 역에는 다수 작품에서 연기력이 검증된 배우 김승대와 신예 정욱진이 분한다. ‘B급 반전’의 키를 쥔 페니 와이즈 역의 최정원과 초연 맴버이자 콜드웰 B 클로드웰 역을 맡은 성기윤은 굵직한 연기와 가창력으로 극의 무게 중심을 바로 세웠다.

불쑥불쑥 연사로 나서 공연에 리듬감을 부여한 김대종(록스탁), 최서연(리틀 샐리)을 비롯해 뛰어난 앙상블들의 호연이 뒷받침 되지 않았다면 감히 무대에 올라오지 못했을 공연이다. 글 정아람

 

Information

기간 5월 17일~8월 2일

장소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출연 김승대 정욱진 아이비 최정원 성기윤 이경미 김대종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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