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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리포트]누구를 위한 그린히트 프로젝트인가

[스페셜리포트]누구를 위한 그린히트 프로젝트인가

  • 기자명 정희용
  • 입력 2015.10.07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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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질된 사업취지…당당하지 못한 프로젝트!

   
 

에너지업계는 물론 다수의 전문가와 학계에서 수많은 문제점을 지적한 수도권 그린히트 프로젝트! 버려지는 에너지의 개념에서부터 생산량, 수요량, 투자비, 비용, 편익 등 모든 데이터가 변동되어 만신창이가 된 이 프로젝트의 진실은 무엇인가? 과연 이와 같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이 프로젝트가 추진되어야 할 당위성이 있는가? 만약 이 프로젝트가 진행되지 않는다면 국민경제적으로 혹은 열수급에 대란이라도 발생한단 말인가? 추진한다면 과연 누구를 위한 프로젝트인가? 이하에서는 이와 같은 물음 아래 그린히트 프로젝트의 실상과 문제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글  I 정희용 한국도시가스협회 기획실장(산업공학박사)

 

당초 수도권에 1,104만Gcal/y의 버려지는 열이 있다는 주장에서 출발한 이 프로젝트는 사업을 축소하여 최종 열생산량을 287만Gcal/y로 조정했다.
문제는 최초 홍보할 당시에 버려지는 열을 강조하기 위한 다양한 열원들이 모두 허구였다는 점이다. 제철소, 산업체 및 폐기물의 열생산량은 최종에는 단 1Gcal도 반영하지 못했다. 이미 사업의 부실은 예고된 수순이었다.

KDI와 한난은 4월부터 추가 연구를 했지만 최종보고서 발표 시기를 10월로 미루고 있다. 왜 발표시기를 조율하는가? '국감은 끝나고 보자'는 계산이지만 참으로 당당하지 못한 처신이다. 5개월 동안 진행된 추가 연구결과의 잠정치를 보면 아연실색할 지경이다.수 많은 문제점을 재검증한 결과가 소수점 두 번째 자리의 조정으로 끝났다고 한다. 과연 우리나라 최고 연구기관의 연구결과라고 누가 믿겠는가 ?

<표1>과대 포장된 열생산량의 변천

편향된 연구결과, 일거리 몰아주기식 연구는 의혹만 증폭시킬 뿐!
이해관계가 첨예한 엔지니어링사를 외부연구기관으로 참여시킬 만큼 KDI는 역량이 없는가? 외부연구기관으로 참여시킨 P사는 화성동탄(2) 열배관공사 실시설계, 판교-강남 연계시설 건설공사 실시설계, 강남소각증기활용 증기터빈 증설공사 등을 수주한 업체이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김제남 의원 국감자료에 나타난다. P사의 사장이 지역난방공사 출신이며 참여한 연구진은 지역난방공사의 기술분야 총 담당 본부장 출신이라고 하니 삼척동자가 보더라도 연구결과의 신뢰성은 추락할 수 밖에 없다. 우리는 광역망의 열손실율 입증을 위해 핀란드, 스웨덴 등 세계 최고 수준의 지역난방 발전국가의 전문가 발표자료와 대학 교재 등을 제시했다.

하지만 한 줄도 인용 내지는 검토도 없었다. 광역망의 운영실적이 없다고 해서 열손실을 2%만 반영하는 것은 유럽의 열손실율(10%)에 비해 터무니 없다는 우리의 주장은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했다. 다 이유가 있었던 사안을 순진하게도 증빙자료만 열심히 제공했다. 국가경제운영을 지원하는 사회적 공기(公器)의 역할을 다한다는 KDI를 믿었던 것이 실수였다. 또한 자기 회사 출신에게 일감을 몰아주는, 그것도 국가적 대역사를 자신의 기호에 맞게 연구결과를 유도하려는 한난의 행태는 책임 있는 공기업의 자세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소비자잉여를 71%나 반영한 KDI 보고서가 있는지?
이 프로젝트에서 반영한 소비자잉여(Consumer Surplus)는 이미 많은 경제학자들이 중대한 오류로 지적했지만 여전히 건재(?)하다. 광역망 열도매가격 6만1,000원/Gcal에 1.71을 곱하여 도매열의 경제적 가치가 10만4,310원이며, 총 2조407억 원의 열공급편익이 나온다는 주장이다. 현금화되지 않은 단순 이익을 부풀려도 너무도 부풀렸다.

KDI에게 묻고 싶다. 소비자잉여를 71%나 반영한 KDI 보고서가 있는지? 경제주체에게 직접 지불의사(Willingness to Pay)를 물어보는 조건부 가치측정법(CVM: Contingent Valuation Method)이 일반적이나, 설문조사도 없이 소비자잉여를 왜곡, 과다 산정한 것은 반드시 검증되어야 한다.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고 가정하고 시뮬레이션한 결과, 소비자잉여가 41% 이하가 되면 BCR이 1 미만으로 추락한다.

또 묻고 싶다. 소비자잉여를 41% 반영한 KDI 보고서도 있는가? 지역난방연구의 대가인 에너지경제연구원이 2014년 12월에 발표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지역난방 가구의 추가지불의사는 7.9%라고 한다. 차이가 나도 너무 나지 않는가?

<표2>KDI 중간보고서 열생산 source

2018년 서울복합화력 가동, 광역망 필요한가
2018년 9월 완공 목표로 800MW(열생산용량 530Gcal/h)의 서울복합화력발전소가 공사중에 있다. 기존 서울화력의 발전용량 387.5MW(369Gcal/h)을 감안한다면 완공시에는 137.8만Gcal/y의 여유열이 생산된다. 광역망 수요의 87%에 달하는 물량으로 그린히트프로젝트의 서울지역 열수요량을 100% 공급하고도 남는다. 한난은 이미 중부발전과 서울복합화력의 여유열 공급에 관한 협약을 체결했다. 추가로 광역망을 건설할 이유가 있는가?


몸짓 키우기로 사업하던 시대는 지났음을 왜 모르는가
한난도 내부적으로 엄청난 반대에 봉착해 있다. 지구온난화로 열수요가 갈수록 줄고 있고, 중후장대한 설비가 애물단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전망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A-J효과(Averch-Johnsn effect)를 통해 몸집을 부풀리고 시장을 장악하려는 의도가 숨어있다. 버려지는 열의 활용, 중소 집단에너지사업자의 경영개선, 고용창출 등 미사여구, 조삼모사에 불과한 수식어의 남용은 책임 있는 공기업의 자세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작년 국감에서 한난의 신규사업 참여제한 지침에 대하여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그러나 정부는 집단에너지 시장구조 분석에 대한 연구용역 결과, 현 시점에서 지침 재검토는 필요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제 마음을 비울 때가 되었다. 국제경기 불안정으로 모든 기업은 리스크관리경영에 몰두하고 있다. 유연성 부족과 고정자본에 집착하면 할수록 위기관리에 취약할 수 밖에 없다. 정부가 말하는 분산형의 의미가 바로 이런 점을 뜻할 것이다. 한난 중심, 한난을 위한 프로젝트는 어떤 명분에도 불구하고 설 땅이 없다. 누구를 위한 프로젝트인가? 더 이상 불필요한 소모적 논쟁을 지양하고, 건설적 제안과 소통, 상생의 장으로 함께 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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