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K컬쳐]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말은 철학의 제1원리로 불리며 오랫동안 사상의 세계를 대표해왔다. 이 말은 사상이란 철학자와 선구자 들이 생각 끝에 내놓은 관념적인 무언가임을 은연중에 드러내는 듯하다.
우리는 이처럼 사상을 머릿속의 작용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보이거나 들리는 것 혹은 만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때문에 우리는 사상을 현실과 동떨어진 학문으로 취급한다. 책의 저자는 사상은 관념적인 것이 아니며 물질적이고 감각적인 것이라고 말한다. 뉴턴은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 만유인력을 깨달았다고 전해진다. 이처럼 진리는 머리로 생각하기 이전에 눈에 보이는 것이다.
사상도 그렇다. 그리고 사상의 물질성은 예술을 통해 비로소 드러난다. 이 책은 25명의 사상가와 예술가를 언급하며 숨어 있는 그들의 공통점을 찾는다. 그리고 그 공통점을 바탕으로 예술작품을 통해서 난해한 사상이나 형이상학적 개념에 접근한다. 구체적이고 일상적인 경험과 맞닿아 있는 예술은 머릿속에서 어렴풋하게 떠돌던 현대사상을 현실에 현상해낸다.
우리가 사상을 어렵게 생각하는 이유는 사상이 머릿속에서만 이루어지는 실체 없는 것이라고 믿고 무작정 외우려고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상과 이어지는 예술작품과의 공통점을 보고 듣고 만진다면 사상을 보다 직관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이 책은 현대사상뿐만 아니라 예술작품에도 관심을 갖게 하는 흥미로운 여행서가 될 것이다.
저자 박영욱은 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문화와 예술에 천착했다. 그는 예술작품의 미덕이 추상적 개념을 일상적 경험의 차원에서 구현하는 데도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책에서 우리의 오감(五感) 중 예술작품이 일상에서 구현해낸 시각, 청각, 촉각에 집중하여 사상을 풀어낸다.
박영욱 | 바다출판사 | 1만9,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