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흥미진진 ‘석유시추 이야기’

흥미진진 ‘석유시추 이야기’

  • 기자명 계충무 고문
  • 입력 2010.06.03 10:19
  • 0
  • 본문 글씨 키우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탄성파탐사에서 획득한 자료를 수집 분석, 종합 정리해 구조를 확인한다. 구조의 위치, 두께, 크기 등을 근거로 시추위치를 정하게 된다. 탄성파탐사자료가 아무리 완벽해도 시추를 하지 않고는 석유부존의 유무, 매장량, 생산 가능성 등을 알 길이 없다.

따라서 석유회사는 석유탐사개발 사업비용의 상당한 부분을 이 시추비용에 쏟아 부을 수밖에 없다. 이점을 이용해 시추를 하지 않고 석유를 찾는 장치를 벨기에 사람이 만들어 프랑스에 판매했으나 사기로 판명돼 재판에 회부된 바도 있었다.

그리고 한국에서도 세계적인 초능력자인 유리 게라(한국 TV에서 대대적으로 방송했음)의 수제자라며 석유공사에 찾아와서 대한해협에 석유가 부존된 것을 초능력의 눈으로 보았으니 돈을 주면 정확한 위치를 정해 주겠다고 하지를 안나, 한 노인이 전 박대통령이 현몽하여 말하기를 포항은 실패했으나 틀림없이 이곳에 석유가 있으니 찾아가 보라고 했다며 기술자와 동행을 강력히 요청하는 등 실로 웃지못할 일들이 실제로 있었다.

일단 구조가 확인되면 시추를 하고 검층(檢層)을 하여 그 결과에 따라 시험을 해서 석유의 상업적 발견여부가 결정되는 것이다.

오늘날 대부분의 시추방법은 회전식 굴착으로 시추파이프 끝에 비트(Bit)를 달아 회전시킴으로써 파내려 간다. 이 시추 파이프를 계속 연결하면서 시추의 깊이를 더해 간다.

시추기의 종류는 육상시추기와 해상시추기로 나뉘며, 육상시추기는 규모에 따라 크기만 다를 뿐이다. 그러나 해상시추기는 바다의 깊이에 따라 3가지로 나뉜다.

수심이 얕은 곳에서 주로 사용되는 잭업(Jackup, 갑판승강형 해양시추장치)으로 대게 세 다리를 해저에 고정시켜 작업할 갑판을 설치해 필요에 따라 갑판의 높이를 조정한다. 수심이 어느 정도 깊은 곳에서는 반잠수식 시추선을 사용한다. 수상비행기의 바퀴 역할을 하는 폰툰과 동일하게 아주 큰 폰툰을 두 개 만들어 그 위에 기둥을 세워 작업갑판을 만들어 예인 또는 자력으로 이동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다음은 시추용 선박으로 대형 운반선이나 군용선을 개조하여 해양 시추를 하는 시추선을 말한다.

한국도 포항에서 일본인의 그럴듯한 이론에 빠져들어 그 이론을 무리하게 적용하면서 석유 부존을 굳게 믿고 시추를 건의했고 산유국이 되려는 크나 큰 꿈과 당시 위축된 경기도 회복할 겸 육상시추기를 미국에서 직접 구입해 일사천리로 시추했으나 석유가 있을 리 없다.

그러나 여기에 심취했던 자(거명을 하지 않겠음)는 급기야 석유를 시추공에 부었다가 다시 회수하면서 석유가 나온 것처럼 꾸며 만인을 속인 단막극도 있었다. 그 시추기는 어딘가에 버려져 녹슬어 가면서 기능을 상실했을 것이며 종종 견학용으로 사용됐다.

그리고 북한도 뒤질세라 진남포 앞바다를 시추하려고 싱가폴에서 잭업인 ‘에드나스타’호를 현금을 주고 구입하고 호주 기술자를 고용해 수차례 시추했으나 상업적 발견은 실패했다.

 

▲ 반잠수식시추선

 

그 후 우리나라는 두 번에 걸친 국제석유위기의 여파로 1979년에 한국석유공사(당시 명칭은 한국석유개발공사)를 발족시켜 석유에너지의 원천적 확보의 첫발을 내 딛게 됐다.

석유개발 기술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막연한 상태에서 외국석유회사에 근무하는 시추기술자의 의견이 시추선을 건조하여 이 기술부터 습득하는 길이 첩경이라 해서 우리 연안과 세계적인 추세를 감안하여 지금의 반잡수식 시추선인 두성호(斗星號)을 건조하게 됐다.

당초에는 현대조선은 건조 후 수익성을 보장해달라고 하여 제외시키고 석유공사, 대우조선, 조선공사 등 3사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착수했는데 일이 잘 추진돼 발주 단계에 들어서자 시추선 건조에 욕심이 생겨 현대조선에서는 외국에서 청와대에 텔랙스로 진정서(당시 FAX는 없었음)를 제출해 뒤늦게 발주에 참여하게 됐으나 시추선 설계도(SEDCO 설계)를 확보하지 못해 대우조선에서 건조(Fried and Goldman 설계)하게 됐다.

건조 실무진들은 건조에 착수해 설비, 장비, 기계 등을 확보하는 과정에도 이권으로 인해 고통을 겪었고, 건조 후에도 용선율이 계획보다 낮다고 자체 감사로부터 시말서를 써야 했고, 엑손과 알라스카에 시추계약을 맺는 과정에서도 잘못된 정보를 듣고 당장 취소하라는 등 경험이 없어 수난을 겪지 않을 수 없었다.

또 한 신문은 시추선명을 두성호로 한 것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이름에서 따온 斗자와 星자로 두환장군이란 뜻이라고 억측도 했다. 실은 북두칠성에서 따온 것으로 북두칠성을 이으면 국자와 같은 모양이 생겨 기름을 퍼내기 쉽다는 데서 두 글자를 뽑은 것이다.

시추기의 주요 부분은 3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첫째는 시추파이프, 비트 등을 올리고 내리는 시추장치로 큰 윈치가 그 역할을 담당한다. 둘째는 회전 테이블 (Rotary Table)과 관련 장비다. 비트가 연결된 시추파이프를 회전시켜 굴착을 한다. 다음은 이수장치다.

이 장치는 이수를 시추파이프를 통해 순한 시킴으로써 부스러진 암석을 끌어 올리고, 냉각시키며 비트에 윤활작용을 하는 동시에 시추 깊이가 깊어짐에 따라 상승하는 압력을 잡아 준다. 시추기에 쓰이는 재미있는 구어체(口語體)가 있는데 ‘Monkey Board(원숭이 발판): 시추탑 8부 높이에 테라스처럼 나와 있는 발판, Dog house(개집): 방이 하나인 작은 처소로서 시추기술자, 지질학자 등이 잠시 쉬는 곳’이다.

Mouse Hole(생쥐구멍)은 본래의 시추공 옆에 시추파이프를 연결하는데 쓰이는 작은 구멍을 말한다.

석유시추는 탐사시추, 평가시추 및 생산시추로 나뉜다. 탐사시추는 석유부존 유무를 확인하기 위해 처음으로 시추를 하는 것이며 특히 석유를 발견하지 못한 지역에 처음 하는 시추를 업계에서는 와일드 캣(Wild cat)이라고 한다. 이 경우 상업적 발견의 성공률은 2 ~ 4% 정도로 낮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천연가스를 포항 앞바다에서 생산 중이긴 하지만 적지않은 우여 곡절이 있었다. 처음 이곳에 쉘사가 시추를 해 가스 증후를 발견했으며, 시추자료 중 가스가 발견된 층의 자료는 찾을 수가 없어 석유공사가 이 구조에 탐사시추를 하게 됐다.

물리탐사를 다시 하고 기존 자료와 연계, 분석 정리해 시추했다. 가스를 발견했고, 평가시추를 해 매장량 확인이 필요하다는 전제하에 경상도 일원에 공급할 수 있는 경제성 있는 가스전이 발견됐다고 성급하게 TV 방송으로 발표하고 말았다. 그리고 경제성에 맞추려고 탐사정으로부터 무리하게 거리를 두고 시추했으나 실패했다. 여기까지는 어느 정도까지 이해가 되겠으나 제2의 평가정은 실패가 두려워 탐사정에 근접한 곳을 뚫고 불필요한 생산 산출시험까지 했으니 참으로 어이없는 짓 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넌센스는 매장량 계산에 착오를 일으켜 200억 입방피트를 그 열 배인 2000억 입방 피트로 보고를 해놓고 그 잘못을 하급 기술자에게 돌리는 것을 바로 잡느라 필자는 곤욕을 치렀다. 결국 이 구조에서는 완전히 실패했고 현재 생산 중인 가스전은 그 후 다른 구조에서 찾은 것이다.

탐사시추를 통해 석유의 유무가 입증되면 그 저유암 내의 공극률과 침투율(석유가 흐를 수 있는 정도, Permeability)을 계산하고 그 구조의 크기를 확인 하려고 평가정을 시추한다. 평가정을 1~ 2공을 시추해 압력, 공극률, 투수율, 구조의 크기 등을 근거로 채굴 가능한 매장량을 계산할 수 있다.

매장량에는 시추전 예상매장량과 저유암이 머금고 있는 원시 매장량과 압력 및 투수율에 따른 가채매장량이 있으나 통상 매장량이라 하면 가채매장량을 말하는 경우가 많다.

석유의 부존이 확인돼도 생산능력 산출시험(Drill stem Test, DST)을 하기 전에는 가채량을 정확히 알 수 없다. 한번은 예멘의 마리부 유전개발 당시 많은 사람들이 SK의 주식 때문에 (SK가 동 지분의 60%를 보유) 상업적 발견 여부를 물어 왔는데 DTS 전이라 필자는 기다려 보아야 한다고 했으나 당시 모 인사는 성공률은 2~4% 밖에 안 되는데 아직 연락이 없는 것으로 보아 실패한 것 같다 하여 이 말을 듣고 주식을 매각한 사람은 막대한 불이익을 당하고 원망이 자자하였다는 후문을 들었다.

따라서 DST 결과를 정확하게 적기에 입수해야 하는데 간혹 컨소시엄의 대표회사는 DST 자료를 입수하고도 내막적으로 실속을 차리고 뒤 늦게 알리는 경우도 있다. 미국도 컨소시엄을 구성해 석유를 공동개발할 때는 상업적 발견을 어느 한 회사만이 단독으로 먼저 발표할 수 없도록 증권위원회(SEC)가 규제하고 있다.

 

 

글: 계충무 국제아동돕기연합 고문
계충무 고문은 서울대 경제학을 전공했고 한국전력, 대한석유공사(현 SK), 동아건설 등을 거쳐 한국석유공사 부사장을 역임했다. 한얼상사와 코람자원의 대표이사 활동으로 국제 자원개발 사업에 남다른 성과를 내기도 했으며 현재 HI&T 사장으로 취임해 이라크 할파야 유전개발 사업을 협상중이다.

 



저작권자 © 에너지코리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