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연을 보는 도중 심장이 쿵 내려 앉았다. 기술의 혜택을 맘껏 누리고 있을지언정 사회구조는 100년 전과 다름 없는 시대에 살고있는 모습을 발견하고, 답답한 마음에 가슴이 묵직해졌다.
갑신정변의 실패로 인해 김옥균은 일본으로 망명을 간다. 그곳에서 희망을 잃고 나날이 패배자로 전락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관객들도 함께 맥이 빠진다. 한 번의 실패로 김옥균은 모든 희망을 놓아버렸고, 고종 역시 자신의 마지막 구원자라 여겼던 김옥균의 실패와 배신감에 휩싸여 홍종우를 통해 그를 죽이려 든다. 스토리는 너무나 익숙해 작품에 집중하기 쉽다.
그러나 쉬운 이야기라고 하기엔 곤 투모로우가 전하는 메시 지가 차갑도록 매섭다. 극 중 인물들은 모두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 내가 아니어도 누군가는 일어설 세상을 만들어 가고, 지키기 위해 자신의 신념을 굳힌다. 이완 총리마저도 한일합방만이 조선이 강해지는 길이라고 생각해 나라를 팔았다. 김옥균과 홍종우가 서로 다른 목적을 갖고 대립이 절정에 이르렀을 때 넘버‘갈 수 없는 나라’를 부르고 나서는 관객들의 박수가 터져 나왔다. 여러가치가 혼동하는 지금 시대에도, 100년 전에도 가치는 다를지언 정 결국 민중이 원하는 것은‘사람답게’였다.
곤 투모로우는 느와르에 충실한 뮤지컬적 미장센을 선보인다. ‘스위니 토드’‘, 도리안 그레이’등 최근 대극장 뮤지컬들의 무대 연출이 그러하듯 미니멀리즘한 무대 속에서 인물과 스토리에 초점이 맞춰져 관객의 몰입도를 끌어올렸다. 여기에 흑백으로 대비되는 강한 조명의 활용은 암울한 시대 속에서 살아가는 인물의 캐릭터성을 확연하게 구분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
인물들이 입고 등장하는 의상 역시 인물의 심적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흔히 생각하는 왕의 화려한 용포가 아닌 고종은 순백의 옷을 걸치고 나온다. 나라를 잃은 왕의 초상이자, 고종의 유약한 심리를 그대로 드러낸다. 특히 김옥균이 오가사와라에서의 유배를 끝내고 동경으로 돌아온 시점의 화려한 무대는 안무와 의상에 일본의 색깔을 그대로 드러내고자 한 노력이 엿보인다. 과거로의 장면 전환은 흡사 영화처럼 조명만으로 물흐르듯 이어져 신선했다.
다만 초연의 아쉬운 점도 눈에 띈다. 아무리 소설 <도라지>를 각색했다지만 넘버에까지 민요 도라지의 멜로디를 그대로 따올 필요가 있었을까. 민요의 적나라한 멜로디와 동시에 배경에 등장하는 도라지 꽃은 편곡의 아쉬움과 연출의 마이너함에 두 번 실소 짓게 했다.
이지나 연출은 이번 작품의 장르를‘역사 느와르’로 정의 하며“, 역사적 사건을 다루고 있지만 작품 안에서 시대적 고증을 최대한 덜어내어 민족주의적 뮤지컬에서 벗어나려 한다. 시대와 나라를 초월하는 컨템포러리 형식의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작품의 방향과 포부를 밝혔다.
뮤지컬 <곤 투모로우>
기간 10월 23일까지 장소 광림아트센터 BBCH홀 출연
강필석 임병근 이동하 김재범 김무열 이율 김민종 조순창 박영수 김수로 강성진 外 연출/각색 이지나 작곡 최종윤 티켓 VIP석 13만원 R석 11만원 S석 8만원 A석 6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