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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축구·배구 "그린스포츠가 떳다"

야구·축구·배구 "그린스포츠가 떳다"

  • 기자명 위클리 공감
  • 입력 2010.06.29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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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스의 간판타자 박한이. 그가 타석에 들어설 때면 심판과 상대팀 투수, 포수는 한없는 ‘기다림의 미학’에 빠져든다. 그의 타격 준비 동작이 무척이나 길기 때문이다. 골프로 따지면 ‘프리 샷 루틴(Pre-shot Routine·스윙을 하기 전 준비동작)’에 세월 가는 줄 모른다는 얘기다.

야구계에선 박한이의 타격 준비 동작을 이른바 ‘박한이표 5종 딜레이(Delay) 세트’라 일컫는다.

상대 투수와 포수는 이미 ‘인 플레이(In Play)’ 준비를 끝냈지만, 박한이는 ①타석 밖에서 장갑을 조이는 밴드를 뗐다 붙였다 하면서 ②낮은 점프를 두서너 번 하고 여유 있게 타석에 들어선다. ③이어 허리를 굽히고 헬멧을 벗어 얼굴을 가린 뒤 헬멧 안쪽 면으로 앞머리를 뒤로 넘기는 동작을 반복한다. ④그리고는 왼발, 오른발을 번갈아가며 땅을 고른다. ⑤마지막으로 배트 헤드로 홈플레이트 끝을 톡톡 때린 뒤 그 주변으로 사각형 선을 그린 다음에야 타격 자세로 돌입한다. 이 사이 수십 초의 시간이 흐른다. 이쯤 되면 상대 투수, 포수나 심판은 김이 빠진다.

그러나 올 시즌부터 프로야구장에서 박한이의 이런 ‘의식(儀式)’은 자취를 감췄다. 지난 시즌까지는 이런 습관을 제약할 방법이 없었으나 올 시즌부터 경기시간 단축을 위한 새로운 규정이 만들어졌기 때문. 특히 투수의 12초 내 투구 규정이 엄격하게 적용돼 박한이는 기존 타격 준비 동작을 간결하게 바꿨다.

경기의 박진감을 높인다는 차원을 떠나 시즌 대부분을 야간경기로 치르는 프로야구가 경기시간을 줄인다는 것은 야구 외적으로 볼 때 에너지 절약을 위한 몸부림이라 봐도 좋다. 한국 최고의 인기 스포츠가 녹색문화 확산을 위한 대국민 전도사로 나선 것이다.

 

 KBO, 에너지관리공단과 '그린스포츠'업무협약

지난 2월 녹색실천을 위한 ‘그린스포츠’ 업무협약을 맺은 에너지관리공단과 KBO(한국야구위원회)는 3월 27일 SK와 한화의 프로야구 개막전에 앞서 그린스포츠 선포식을 열었다.

올 시즌 프로야구장에서 전개될 그린스포츠 주요 실천 내용은 △경기시간 단축 등을 통한 녹색경기 유도 △태양광 발전설비 및 LED 조명 설치 등 녹색구장 조성 △녹색생활 실천 홍보 등이다.

먼저 경기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12초 내 투구’ 외에도 5회 말 종료 후에 있던 5분간의 클리닝타임이 폐지됐다. 운동장 정리는 3, 5, 7회 종료 후 간단하게 진행한다. 또한 입장료 수입 일부를 그린펀드로 조성해 ‘야구인의 숲’ 조성 등에 활용하기로 했다.

5월 중엔 ‘그린위크(Week)’를 지정해 이 기간 중 홈런, 승, 세이브 등을 기록한 선수가 기념식수를 하고 일정 금액을 적립하는 이벤트도 추진한다. SK 홈인 문학야구장 외야석에는 ‘그린존(Zone)’을 지정해 구역 내에서 홈런공을 잡는 관객에게 자전거 등 친환경 제품을 증정한다.

그린야구장을 위한 인프라도 조성된다. 특히 정부와 구단들의 예산 지원을 통해 서울 잠실, 대전, 부산 사직, 인천 문학구장에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한 발전시설이 들어서고, 조명도 LED로 교체된다.

인천 문학구장에는 4백56킬로와트, 잠실구장엔 1백 킬로와트, 대전과 부산엔 70.2킬로와트의 태양광 발전시설이 새로 설치된다. 부산구장에는 그린에너지 체험 홍보관도 건립된다. SK구단도 올해 문학구장 안에 신재생에너지 체험관을 설치해 관람객 교육과 홍보의 장(場)으로 활용할 계획이며, 전기를 사용하는 불펜카와 셔틀 차량을 운행해 경기장 탄소배출량을 감축하는 데 앞장선다.

축구·야구 등 녹색구장 조성 캠페인도

올해 프로야구 구장에선 연중 ‘그린캠페인’도 전개된다. SK와 한화의 개막전에서 열린 그린스포츠 선언 행사를 시작으로 전국 구장에선 인기가수가 부르는 그린스포츠 CM송을 전광판 및 구단 응원가와 반복해 틀어준다.

이에 더해 KBO는 구단별 대표 선수들이 출연하는 TV광고를 제작해 그린캠페인에 대한 국민 호응도를 높이며, 각 구장별로 재활용 및 분리수거함을 비치해 관객들이 녹색문화활동을 야구장에서 실천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또한 민간단체 등과 연계해 관람객 입·퇴장 시 대중교통 이용 및 전기 절약에 관한 안내문을 제공하며, 경기 중에도 구장 내 에너지 절약 유도 메시지를 관람객들에게 수시로 전달할 예정이다.

SK구단은 구단 서포터스와 지역 시민을 대상으로 그린봉사대를 발족해 운영하면서 에너지 절약 교육, 홍보 활동을 전개한다.

그린스포츠가 전국적으로 잘 실천될 경우 일반 가정 40만 가구가 1년 동안 사용 가능한 에너지 사용량(50만 티오이·1toe=석유 1톤을 연소할 때 발생하는 에너지)을 절감할 수 있고, 1천5백37톤의 이산화탄소를 저감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산화탄소 저감 추정량은 2년생 소나무 묘목 1만3천8백 그루가 내는 식목 효과와 맞먹는다.

한편 프로야구뿐만 아니라 다른 종목에서도 그린스포츠를 실천할 예정이다.

환경부, 지식경제부 등 관련 정부 부처는 ‘녹색생활 실천 Me First’ 운동의 일환으로 한국야구위원회를 포함한 프로스포츠 5개 단체(한국프로축구연맹, 한국농구연맹, 한국배구연맹, 한국여자농구연맹)와 3월 26일 그린스포츠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녹색구장 조성을 위한 프로그램과 캠페인이 전개된다. 자전거 등을 이용한 고객에겐 경기 관람료를 할인해주고, 경기시간 단축에 기여한 선수를 ‘그린플레이어’로 선정하는 등 그린스포츠 활성화를 유도하기 위한 갖가지 방안들이 선을 보인다.

기후변화 주간(4월 19~25일)의 일요일(25일)은 ‘그린스포츠-Day’로 선포해 환경 보전의 중요성을 알리는 행사를 벌인다.

환경부는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 관객과 선수 및 심판, 구단 운영진의 에너지절약 및 온실가스 감축 실천을 위한 ‘Me First’ 수칙과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환경부는 이 가이드라인을 통해 관객들의 대중교통 이용 및 일회용품 자제, 선수 및 심판들의 경기시간 단축 노력, 운영진의 에너지 절약과 쓰레기 배출 최소화 등을 당부했다.

야구장 이외의 경기장 온실가스 배출량도 상당히 많은 편이다. 관객 수가 많은 야구장은 쓰레기 배출량이 많지만, 경기장 면적이 큰 축구경기장은 전력 소비량이 높다. 환경부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5개 프로스포츠 경기장에서 7만5천5백98톤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됐다.

환경부는 Me first 수칙과 가이드라인을 이행할 경우 연간 1만5천1백84톤의 이산화탄소를 저감(고효율 조명, 경기장 시설 개선 5천4백94톤, 관객 대중교통 이용 활성화 및 쓰레기 배출 저감 협조 9천6백90톤)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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