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원유 아닌 석유가 뜨고 있다

원유 아닌 석유가 뜨고 있다

  • 기자명 곽대경 기자
  • 입력 2010.06.30 10:18
  • 0
  • 본문 글씨 키우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채산성 증가로 관심 고조된 비전통 석유 길라잡이

원유가 아닌 에너지 자원이 석유의 형태로 사용되는 것. 바로 비전통 석유의 정의다. 원유 생산이 한계에 다다르면서 비전통 석유의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 얼마만큼의 잠재력을 가지며, 석유 시장에서 어느 정도의 역할을 해줄 것인가가 관건이다.

계 석유 수요는 개도국의 빠른 경제 성장으로 지속적인 증가가 예상되는 반면 공급은 비OPEC의 생산 감소,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 지속으로 증가세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원유 공급 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석유를 대체할 에너지원의 개발에는 아직 넘어야 할 난관들이 많아 석유의 형태로 사용할 수 있는 비전통 석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비전통 석유(Non-Conventional Oil)는 원유 채굴과 같은 전통적인 방식으로는 추출이 불가능했던 자원을 기술 발전과 채산성 개선에 힘입어 생산 가능하게 된 탄화수소를 함유한 에너지원이다.

비전통 석유는 원유 매장량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막대한 매장량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개발이 부진했다. 그러나 채굴 기술의 발전과 유가 상승으로 인한 채산성 개선으로 현재 캐나다 오일샌드를 중심으로 개발이 확대되고 있다.

이처럼 비전통 석유에 대한 관심이 더욱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LG경제연구원 이광우 선임연구원이 최근 흥미로운 보고서를 내놨다. ‘석유시장의 잠재적인 안전판, 비전통 석유’라는 이 보고서를 토대로 가치를 더하고 있는 비전통 석유의 모든 것을 집중 파헤쳐본다.

세계 석유 수요의 증가와 원유의 한계

세계 석유 수요는 개도국 중심의 세계 경제 성장, 포스트 교토 체제의 불확실성, 신재생에너지의 파급 한계 등으로 인해 지속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앞으로 세계 경제는 중국, 인도 등 거대 개도국의 약진을 발판 삼아 중기적으로 3%대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원유 생산 확대는 미진할 전망이다. 비OPEC이 피크오일에 도달하고 중동의 원유 생산 확대도 부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장기적으로는 원유 공급 부족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세계 원유 생산의 60.7%를 차지하는 비OPEC의 원유(전통 석유) 생산은 기존 대형 유전의 원유 생산 감소세 가속화, 신규 대형 유전 발견의 부진 등으로 인해 피크오일에 조만간 도달할 전망이다. 게다가 지난해 저유가와 신용경색으로 유전 개발 투자가 위축되면서 회수율 증진(EOR; Enhanced Oil Recorvery) 사업과 유전 탐사 사업이 축소됐다.

이에 따라 기존 노후화된 대형 유전의 생산 감소율이 7%(2008년에 4~5%로 추정)로 높아졌고 신규 대형 유전의 발견 가능성도 낮아지면서 중장기적으로는 비OPEC의 원유 생산 감소가 불가피해 보인다.

비전통 석유 종류
석유를 대체할 에너지원의 발전이 쉽지 않고 원유 공급 확대가 부진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매장량이 풍부한 비전통 석유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비전통 석유로는 오일샌드(Oil Sands), 초중질유(Extra Heavy Oil), 가스액화연료(GTL; Gas to Liquids), 석탄액화연료(CTL; Coal to Liquids), 오일셰일(Oil Shales) 등이 있다.

오일샌드는 1973년 제1차 오일쇼크 이후부터 석유를 대체할 화석연료로서 주목을 받았는데 초중질유에 해당하는 비투멘(Bitumen), 모래, 점토, 그리고 미량의 미네랄로 이뤄져 있다. 1차 오일쇼크 이후 관심을 받아 온 초중질유는 타르와 같이 점성이 강한 원유로서 물보다 무거운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주로 발전용 연료로 사용되고 있다.

GTL은 천연가스를 화학적, 물리적으로 가공해서 상온에서도 사용이 가능하게 만든 액체상태의 석유를 뜻하며 1920년대부터 기술발전으로 사용돼 왔다. 2차 대전 당시 석유 부족을 겪던 독일이 처음 개발해 사용한 CTL은 석탄에 촉매를 사용해 직접 원유 성분을 추출하거나 석탄의 가스화와 화학반응을 통해 만든 액체상태의 석탄을 지칭한다. 다른 비전통 석유에 비해 개발 기술이 아직 초기단계에 있는 오일셰일은 원유 성분 물질인 케로겐(Kerogen)을 함유한 퇴적암을 뜻하며 2020년 이후에나 상용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러한 비전통 석유가 관심을 받는 가장 큰 이유는 석유로 사용이 가능하면서도 매장량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IEA에 따르면 생산된 것을 제외한 원유의 궁극 가채매장량은 약 2조4000억배럴이다. 반면 오일샌드, 초중질유, 오일셰일 등의 매장량은 약 8조5000억∼9조배럴로 예상하고 있다. 또한 석유보다 가채연수가 긴 석탄이나 가스를 석유화 하는 GTL, CTL을 석유 매장량으로 환산하면 이들의 매장량은 2조5000억배럴로 추정된다. 비전통 석유의 매장량 전체가 원유 매장량의 약 4.8배 많다.

유가 상승으로 비전통 석유의 채산성 상승

풍부한 부존량을 가진 비전통 석유는 최근 들어 유가 상승으로 인해 채산성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초중질유와 오일샌드를 1배럴 생산하기 위해서는 40~80달러(IEA 추정치) 정도의 비용이 든다. 또한 GTL과 CTL도 석탄과 가스의 가격에 영향을 받지만 1배럴 당 40~120달러 정도의 생산비용이 든다. 오일셰일은 배럴당 60~120달러 정도의 생산 비용이 든다.

현재의 유가 수준을 고려해 보면 비전통 석유가 채산성을 부분적으로는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도 석유 수요 증가에 따라 유가가 지속 상승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비전통 석유의 채산성은 확보될 전망이다. 캐나다의 오일샌드 경우 채산성이 개선됨에 따라 세계 생산량이 2000년의 1일 60만배럴에서 2008년 130만배럴로 두 배 가량 증가했다.

발목잡는 환경문제 해결이 관건
채산성을 확보한 비전통 석유가 원유에 비해 가격 경쟁력도 갖출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극복해야 할 과제가 남아있다. 무엇보다 환경문제가 큰 걸림돌이다.

비전통 석유는 추출, 운송, 변환 등에서 에너지 소모가 많아 원유보다 탄소 배출량이 더 많다. 비전통 석유 중에서는 오일셰일, CTL, 오일샌드, 초중질유, GTL 등의 순서로 탄소 배출량이 많다. 오일샌드의 경우 원유 추출을 위해서 고온·고압의 증기가 주입되는데 이때 천연가스를 통한 에너지 투입과 탄소 배출이 크게 나타난다. 초중질유 역시 오일샌드보다 점성이 낮아 증기를 사용하지 않는 등 생산 조건이 좋지만 운송과정에서 점성을 낮추기 위해 가열을 해야하기 때문에 원유보다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한다.

탄소 배출 문제 외에도 오일샌드, 초중질유, 오일셰일은 토양오염, 대기오염 등의 문제도 가지고 있다. 오일샌드에서 원유 1 배럴을 추출하기 위해서는 물 1.8~4.5배럴이 필요하다. 오일샌드 덩어리를 조각 내고 원유 성분인 비투멘의 점도를 낮추기 위해서 증기가 주입돼야 한다. 막대한 물이 투입되는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오일샌드의 원유 성분이 증기로 사용된 물에 섞이면서 토양을 오염시킨다는 데 있다.

오일셰일 역시 암석을 녹이는 발열기를 식히기 위해 많은 물이 사용되고 폐기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지하수가 오염되는 등 환경문제를 낳고 있다. 또한 원유보다 황이 많이 포함돼 있고 석탄이나 원유에 비해 바나듐 함유량이 10배 이상 높은 초중질유는 석유 생산 과정에서 탈황설비와 중금속 처리설비 등을 필요로 하고 있다.

비전통 석유 부국과 개발 상황
환경오염 유발이라는 단점을 가지고는 있지만, 보유량이 많은 국가들은 경제적 이익을 위해 개발을 확대해 나갈 전망이다. 다만 초중질유는 베네수엘라가 자원민족주의를 추진하고 있어 다른 비전통 석유에 비해 개발이 더딜 것으로 예상된다.

비전통 석유 중에서 오일샌드, 초중질유, 오일셰일은 캐나다, 베네수엘라, 미국에 집중적으로 매장돼 있는데 세계 매장량 대비 점유율이 각각 71.6%, 97.9%, 73.8%이다.

비전통 석유 중 개발이 가장 활발히 나타나고 있는 나라는 오일샌드 부국(확인매장량 기준으로 15억배럴)인 캐나다이다. 오일샌드의 매장량까지 합칠 경우 캐나다는 사우디아라비아 다음의 석유부국이다. 현재 캐나다는 오일샌드 개발을 개방하고 있어 국내외 기업의 참여가 활발하다. 오일샌드는 캐나다의 전체 원유 생산 중 36%를 차지하고 있으며 알버타 주정부의 최대 수입원이다. 때문에 지역주민들이 오일샌드의 환경오염 문제를 제기하고는 있지만 캐나다 정부나 지방 정부가 환경보호를 위해 경제적 이익을 포기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는 반대로 초중질유의 개발 환경은 열악해 오일샌드와는 대조적이다. 베네수엘라 정부가 자원민족주의를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1970년대처럼 유전 자산 몰수나 강제 국유화 등이 나타나지는 않지만 자원민족주의는 석유산업에 대한 각종 세율 인상, 재계약 거절 및 계약 조건 강화 등을 수반한다. 이에 따라 베네수엘라의 초중질유 개발은 기술력이 상대적으로 뛰어난 석유메이저 보다는 Gazprom, Petrobras, CNPC 등 외국계 국영 석유기업들이 직접 협상을 통해 많이 참여하고 있다.

오일셰일의 경우 최대 매장국인 미국이 수자원 등 환경문제를 놓고 개발 활성화에 대해 논의 중이다. 다만 미국, 러시아에 이어 오일셰일 3대 매장국인 요르단은 발전용 연료로 사용하기 위해 Shell 등 메이저 기업, 오일셰일 개발 경험이 풍부한 에스토니아 기업(Eesti Energia) 등과 협력해 오일셰일을 개발하고 있다.

한편, GTL, CTL은 천연가스와 석탄이 풍부한 국가들을 중심으로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GTL의 경우 남아프리카 공화국, 말레이시아, 카타르 등 3개국에서 생산되고 있으며, CTL은 남아프리카 공화국, 미국, 중국 등에서 상용화가 진행되고 있다. LNG 최대 생산국인 카타르는 천연가스 가격이 저렴하고 정세가 안정돼 있어 Shell 등 메이저 석유기업이 GTL 개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비전통 석유, 유가 변동성 줄여주나?
비전통 석유는 생산 과정에서 많은 에너지가 투입되기 때문에 석유 수급 개선 효과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캐나다 오일샌드의 경우 투입 에너지에 대한 산출 에너지의 비중이 1.5로 60 정도인 중동 석유에 비해 너무나 빈약하기 때문이다. 또한 기술발전으로 생산비용이 줄어들기 위해서는 이를 적용할 수 있는 인력, 장비의 공급도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는 것도 염두에 둬야 한다. 개발 프로젝트의 생산비용이 계속 상승하고 있고 과거 모든 자원 광구의 개발비용이 기술발전에도 불구하고 탐사 등 개발 서비스의 공급이 부족해 비용이 상승세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비전통 석유의 가치 상승은 생산 확대로 이어지면서 세계 석유 공급 확대에 대한 기여도를 높일 전망이다. EIA는 2035년까지 비전통 석유의 생산이 현재 사우디아라비아(2010년 4월에 797만 bbl/d)의 약 90%만큼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한 과거 15년간 비전통 석유의 세계 석유 생산 증가 기여율이 7.7%였지만 향후 15년 동안에는 약 21%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따라 국제 석유시장에 미치는 비전통 석유의 파급력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베네수엘라의 초중질유가 OPEC의 생산쿼터 제한을 받지 않는 등 비전통 석유의 공급은 유가 안정에 기여할 수도 있을 것이다. OPEC의 공급 비중 확대로 앞으로 유가의 변동성이 심화될 가능성이 있으나 비전통 석유는 이를 억제하는 효과를 가지는 것이다. 더욱이 비전통 석유에서 비약적인 기술 발전이 빨라질 경우에는 유가의 하향 안정화가 기대된다.

결국, 비전통 석유는 양적 측면에서 기존 석유를 대체할 수 있는 잠재력이 충분하지만 질적 측면에서 한계가 있고 생산비용, 환경문제 등의 극복이 과제가 될 것이다. 따라서 석유의 공급 부족 문제를 단독으로 해결할 것이라고는 단정하기 어렵다. 다만, 비전통 석유가 석유시장에서의 영향력을 점차 높일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에너지 절약, 신재생에너지 개발 등과 함께 에너지 문제의 해결에 적지 않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에너지코리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