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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블랙버드', 설득 당하는 불쾌하고 , 그럴싸한 진실

연극 '블랙버드', 설득 당하는 불쾌하고 , 그럴싸한 진실

  • 기자명 정아람 기자
  • 입력 2016.11.01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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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편같이 날아드는 대사, 증오 속 드러나는 그리움..
시시각각 변하는 주인공 심리상태에 관객들도 혼란

사진=수현재컴퍼니

[EK컬쳐]연극 블랙버드는 15년 만에 만난 두 남녀가 15년 전 사건을 두고 엇갈린 기억을 쏟아내는 형식의 2인극이다. 파편처럼 분절되는 대사, 끝까지 결말을 내릴 수 없는 이야기 전개, 단 두 명의 배우의 몰아치는 감정의 소용돌이와 숨소리조차 내기 힘든 긴장감으로 관객을 압도한다.

미성년자 성적 학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수감생활을 마친 후 이름을 바꾸고 새 삶을 살고 있는 50대의 남자 레이(조재현)와 사건 이후 주변의 따가운 시선 속에 고통스런 삶을 살아 온 20대의 우나(채수빈, 옥자현) 이렇게 두 명의 인물은 한 마디로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을 지닌 캐릭 터다. 신문기사에 난 레이의 사진을 보고 단숨에 그를 찾아온 우나는 15년전 그날 레이가 자신을 버리고 도망갔다는 배신감에 그에게 원망을 쏟아낸다.

 

사진=수현재컴퍼니

 

증오와 미움 으로 가득한 둘의 대화에서는 어딘가 모르게 그리움의 냄새가 난다. 레이는 우나와의 관계에 있어 본인이 피해자라고 주장한다. 오히려 미성년자인 우나가 성인인 자신을 유혹했다는 것. 우나는 어이없어 하면서도 끝내 레이를 진짜 사랑했음을 인정 한다. 미성년자와의 육체적 사랑이라는 파격적인 소재와 자극적 이고 정제되지 않은 대사들이 관객들을 불편하게 하지만 실제로 있을 법한 불쾌한 사실을 극이 절정에 다다를 수록 인정하게 된다.

그러나 연극이 논란이 될 소지는 여전히 남아있다. 국내에서는 여전히 아동에 대한 성적학대가 큰 사회적 문제인데다가, 미성년자가 성에 적극적일 수 있다는 식의 연극의 관점은 반감을 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랙버드는 배우들의 탁월한 연기력으로 불편한 사실을 조금 순화해 보여주고 있다. 시퍼런 형광등 불빛이 온 무대를 밝히는 연출은 이 같은 어두운 주제를 극명하게 대조시키는 반어적 장치일 것이다. 

작가 데이비드 해로우어가 직접 희곡을 시나리오로 각색한 영화 ‘우나’ 는 개성파 영화 배우 루니 마라와 벤 멘델손이 출연해 화제를 모았으며, 제 21회 부산 국제영화제에서 플래시 포워드 부문에 선정돼 국내에 소개된 바 있다.

 

연극 <블랙버드>
기간 11월 13일까지 장소 수현재씨어터 출연 조재현, 옥자현, 채수빈 작 데이비드 해로우어 번역·연출 문삼화 티켓 R석 6만원 S석 3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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