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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바쳐 써내려간 윤동주의 시(詩)‥ '윤동주, 달을 쏘다'로 부활

청춘 바쳐 써내려간 윤동주의 시(詩)‥ '윤동주, 달을 쏘다'로 부활

  • 기자명 정아람 기자
  • 입력 2017.03.29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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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주완 박영수 처절하고 순수한 영혼 윤동주 무대로 불러내

배우 온주완 사진=서울예술단 제공/ 가무극 '윤동주, 달을 쏘다

 

[EK컬쳐]4월 2일 막을 내리는 뮤지컬 ‘윤동주, 달을 쏘다’에 대한 관객들의 호평이 이어지면서 짧은 공연 기간에 대한 아쉬운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윤동주 시인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고자 서울예술단이 윤동주의 삶을 각색해 무대에 올린 이 작품은 그의 시에 대한 순수한 열정과 일제시대 독립에 대한 청년들의 갈망을 녹여냄으로써 객석을 눈물로 적신다.

1938년 태어나 북간도에서 자란 윤동주는 그의 오랜 벗이자 동지인 사촌 송몽규와 함께 연희전문학교를 거쳐 일본 유학길에 오른다. 일제시대에 학업을 잇기 위해 그는 ‘부끄러운’ 창씨개명을 해야만 했다. 도쿄 릿쿄대 영문과에 입학한 후 다시 쿄토 도시샤대학으로 학적을 옮긴 윤동주는 항일운동을 했다는 혐의를 받고 후쿠오카 형무소에 수감된다. 이곳에서 의문의 주사를 맞으며 괴로워했다는 후문은 유명하다. 윤동주는 결국 1945년 2월 광복을 얼마 앞두지 않고 28세 짧은 생을 마감한다. ‘윤동주, 달을 쏘다’는 이 같은 담백한 플롯을 같이 한다.

 

사진=서울예술단 제공/ 가무극 '윤동주, 달을 쏘다'

 

사진=서울예술단 제공/ 가무극 '윤동주, 달을 쏘다'

 

일제시대를 살았던 의사나 열사들이 일본에 저항했듯, 윤동주 역시 펜을 총대 삼아 저항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성에서 느낀 신문물의 바람을 유쾌하게 담은 넘버 ‘경성, 경성’ ‘아름다운 아가씨’에서 들썩이던 관객들의 어깨는 극 중후반으로 가면서 ‘누가 기억할까’ ‘간판 없는 거리’에서 어느새 타국에서 번민하는 청년 윤동주와 함께 축 쳐진다. “시를 쓴다는 건 청춘을 바치는 것. 시는 우리에게 무엇인가. 묻는 사람 하나 없어도 되풀이 되는 말” 넘버 ‘시를 쓴다는 것’의 노랫말을 통해 윤동주와 그의 친척 송몽규, 친구 강처중 등 그 시절 청춘들의 깊은 고뇌를 엿볼 수 있다.

다만, 윤동주의 시 구절은 멜로디에 얹지 않고 그대로 읊는다.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를 낭독하는 부분에서 결연한 윤동주의 의지를 느낄 수 있다. 서울예술단은 윤동주의 시 자체에 운율이 살아있어 원형을 헤치지 않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극 중간마다 툭 튀어나오는 대사인 듯 낭독인 듯 읊는 시에 뮤지컬을 처음 접하는 관객이라면 어색함을 느낄 수 도 있을 것이다.

 

배우 박영수 사진=서울예술단 제공/ 가무극 '윤동주, 달을 쏘다'

 

그러나 배우들의 연기력은 이를 ‘극적인 연출’로 보이게 만들었다. 윤동주, 달을 쏘다의 초연부터 윤동주의 얼굴로서 올해로 네 번째 극을 이끌어온 박영수와 ‘뉴시즈’에 이어 다시 뮤지컬 무대를 찾은 배우 온주완은 서로 다른 빛깔의 윤동주로 각각 시대의 처절함과 무력한 자괴감에 몸부림치는 시인으로 완벽히 변신했다. 특히 온주완은 순수한 눈망울을 가진 시인 윤동주가 부활한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인물에 녹아든 모습이다. 전문적인 발성으로 우아하게 넘버를 소화하는 박영수와 달리 온주완은 고음에서 음정이 흔들리는 점은 다소 아쉽다.

다만 그 모습이 윤동주의 삶처럼 불안정하고, 항상 시에 대한 결핍으로 목말랐던 그의 간절함을 표현한 것 같아 너그럽게 수긍하게 된다. 커튼콜까지 슬픈 감정을 추스르지 못해 울먹이는 배우들의 모습에 관객들은 저절로 기립박수를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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