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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전문지를 죽이는가

누가 전문지를 죽이는가

  • 기자명 이권진 기자
  • 입력 2010.08.05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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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이건 뭐, 대단한 이야기가 아니다. 그냥 그런 앓는 소리다. 에너지전문기자에 대한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이기도 하다. 2005년에 불현듯 에너지전문기자가 돼 있었다. 뭐 어떻게 되었냐가 중요하지는 않고. 어쩌다 국문과를 갔고 어쩌다 졸업이란 걸 했더니 또 어쩌다 이 글을 쓰고 앉았다. 그러니 ‘어쩌다’가 답이겠지.

아무튼 ‘에너지’ ‘전문’ ‘기자’라는 아이템을 동시에 얻었다. 세 단어는 놀랍게도 아무렇지 않게 붙어 다녔다. 어떤 것이 더 중요한지는 그때그때 달랐다. 에너지업계를 때론 전문가로, 때론 기자로 기웃기웃 거렸다. 전문성이 다소 떨어지면 기자를 앞세우고 기자가 안 먹히면 전문성을 내세웠다. 틀니 몇 개를 뺐다 꼈다 하는 심정으로다가.

그러다 월간 전문지를 새로이 만들게 됐다. 누가 차린 밥상에 수저 하나 들고 간 건 아니고, 그렇다고 이전 회사에서 잘 차려진 밥상을 걷어차고 나왔던 것도 아니다. 아무렴. 잡지를 창간하는 것은 밥상 위에 밥그릇 위치부터 다시 잡는 일이다. 그건 정말 묘한 매력을 갖고 있다. 언제나 매력을 느끼게 하는 것은 열심히 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예전 평기자 시절에는 크게 관심을 쏟지 않았다. 대부분 에너지전문지들이 의외로 척박하고 드세다는 것을. 그리고 이제는 명명백백하게 에너지전문지의 태생적인 생리를 확인했다고나 할까. 그러니까 그 생리란 구독자와 광고주, 에고 고쳐 말하자면 읽어주시는 분들과 도움 주시는 분들이 일치하는 환경을 말한다. 에너지전문지와 광고주 사이의 뗄래야 뗄 수 없는 생태계가 유지돼 왔다.

이것은 고스란히 에너지전문지 기자들의 자질을 논하는 잣대가 되기도 했다. 괜찮은 전문기자란 양팔저울을 잘 다룰 줄 알아야 한다. 광고유치와 좋은 기사의 무게중심을 눈치껏 조절하는 일이다. 양팔저울이 뭔 소리야, 하는 눈치가 없는 전문기자는 없겠지. 그래서 경쟁은 취재와 광고영역에서 불꽃 튀게 일어난다. 광고가 전문지 업계를 굴러가게 하는 핏줄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 광고란 뭐랄까, 그러니까 무조건 잘 가지고 오면 된다. 다른 이유가 없다.

그런데 이런 지적도 나온다. 전문지의 전문성이 점점 떨어진다고. 일간지의 전문기자 양병설은 오래전부터 들려왔던 이야기다. 일간지 소속의 전문기자만을 위한 콘텐츠도 개발됐다. 일간지 기자가 전문지들을 훑어보며 부랴부랴 기사를 작성했다는 말은, 전문지에 대한 심심한 위로의 말이다. 일간지의 속보성에다가 전문성이 더해지고 있는데 전문지들은 어쩌고 있었는가. 특히 전문기자 육성에 소홀했다. 전문지에 전문기자가 없다는 말은 뼈가 있게 다가온다. 그 뼈로 사골국물을 우려낸다고 해도 할 말이 없다. 그래서 전문지는 스스로 굳게 지켜온 성을 시나브로 빼앗기고야 만 것이다.

이 글을 쓰는 기자도 별반 다르겠는가. 실시간으로 날아오는 보도자료에 익숙하고 먼 곳은 핑계를 대며 가지 못했다. 돌을 던지듯 기사는 심심하게 양산되고 또 빠르게 잊혀져갔다. 그것은 참으로 반성할 일이다. 곪고 있는 환부는 손을 쓰지 않으면 스멀스멀 온몸을 병약케 할 것이다. 육덕진 근육질은 아니더라도 지금이라도 나름의 체질개선을 준비해야 할 시기다. 아무튼. 아직 세상 물정 모르는 필부가 몇 마디 적었을 뿐이다.

월간 전문지를 만들면서 이러한 고민은 더 했다. 그렇다고 당장 오롯하게 허리를 펴고 일필휘지로 고발기사나 쓰자는 건 아니다. 세상에나, 지금은 누구나 다 죽겠다는 경제위기 상황이다. 여의도 증권가 옥상은 투신자살을 막기 위해 문이 굳게 닫힌 지 오래(44쪽)라는 풍문도 있다. 살짝 짜증나게 공포스럽다. 광포한 칼바람이 휘몰아치는데 알량한 자존심은 신발장에 잠시 넣어 두겠다. 에너지업계를 살리는 일이 또한 전문지의 소임이니까. 그러므로 올해는 에너지전문지와 업계가 공생의 의미를 되새겨봐야 할 것이다.

앞으로도 주간 전문지가 놓치고 있는 전문성을 알찬 콘텐츠로 구현하려고 한다. 이번 1월호에도 다른 전문지에서 결코 찾아볼 수 없는 소식들이 담겼다. 러시아 PNG 도입여부에 대한 면밀한 분석(20쪽)과 에너지기업들의 주가동향(44쪽) 그리고 변덕스런 국제유가․원자재․환율에 대한 전망치도 소개했다. CEO 에너지의 취재기자들이 생생하게 그려낸 'Culture & Life'의 꼭지들도 오래오래 씹어볼 수 있겠다. 새해, 등불을 밝히는 심정으로다가 심지를 갈고 새 기름을 부었다. 어둡고 차가운 터널을 통과하는 CEO 에너지의 애독자들에게 길눈이 되기를 희망한다.

<CEO ENERGY 제2호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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