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영역으로 볼 때 에너지전문신문의 블루오션은 단연 ‘신재생에너지’다. 시장 가치가 날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체로 각 신문사는 젊고 유능한 기자들을 취재현장에 내세운다. 소름끼칠 정도는 아니지만 그들의 기사는 지면에서 늘 빛을 발하고 있다. 젊음과 패기로 외피를 돌돌 감싼 신재생에너지 담당기자 네 명을 만났다. 어렵게 한 겹 한 겹 벗겨봤다. 당신이 만났거나 만나야 할 기자들의 말랑말랑한 이야기다.
Q당신의 신문사에서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대한 영향은 근래 들어 어떻다고 생각하는가?
강다혜(투데이에너지 기자) 에너지 전체를 다루고 있는 본지는 지난해부터 신재생에너지에 굉장한 관심을 두고 있으며 장차 에너지업계는 모두 신재생에너지 산업 쪽으로 향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고 있다. 현재 충분한 시장이 확보돼 있어 신재생에너지업계에서 본지에 대한 영향력을 더 키워야 한다고 본다.
권지혜(가스신문 기자) 예전부터 가스 분야가 중점이다. 하지만 신재생에너지 산업육성에 기대감이 높다. 내가 야근을 하면서 취재 준비를 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유창선(전기신문 기자) 중요하다는 것은 인식하고 있지만 실제적인 핵심은 되지 못한다. 아무래도 제호와 기존 핵심 기반산업 분야 때문인 듯하다.
이상복(이투뉴스 기자) 당연히 독자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일손이 모자랄 정도.
Q신재생에너지 분야를 취재를 하면서 가장 지독했던 현장은 어디였는가?
강다혜 지난 신재생에너지 대상 시상식에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몰려서 사진 찍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결국 사진이 죄다 흔들려서 나왔다.
권지혜 아직까지 지독한 현장을 만나보지 않았다. 하지만 만나봐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내공이 쌓이니까.
유창선 지독하다는 의미를 잘 모르겠다. 어떤 현장이나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전문지 기자로 한계는 취재원을 통해 알게 된다.
이상복 지독했던 이라니까. 무공해 영구 전자식 발전기를 개발했다고 연락해 온 A사, 강남 최고급 호텔에서 말도 안 되는 얘기를 계속 늘어놓으시던 사장님. 그냥 웃고 나왔다.
Q가장 흥미롭게 쓴 기사가 있다면?
강다혜 최근 태양광 관련 협회·단체가 4개월 사이에 5개가 생긴 것에 대해 비판적인 기사를 썼다.‘우후죽순 남발’이라고 표현했다. 일부 사람에게 항의를 들었다. 시장을 활성화 시키지는 못할망정 산업을 죽이려하느냐는 비난을 받았는데 신재생에너지 전문기자로 어떻게 시장을 유도하는 게 바람직한가에 대한 깊은 생각을 하게 했다.
권지혜 입사 후에 처음 쓴 것.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정책인 수소연료전지 모니터링 기획기사다. 이것을 기점으로 다양한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정책 흐름을 하나하나 읽어 나가고 있다.
유창선 흥미로운 분야는 탄소시장이다. 어려운 만큼 고민하면서 쓰는 보람이 있다. 취재하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독도 탐방취재나 지자체별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기획취재할 때다.
이상복 일명 지하철 풍력사건으로 회자되던 모 업체 발굴 기사. 각종 일간지가 선입견으로 접근한 뒤 매도했지만, 또 오해가 있지만 분명 저력이 있는 신기술 개발업체로, 언젠가는 빛을 보리라 믿는다. 태양광 시장에 경종을 울린‘중국 태양광 절반 이상 파산’기사와‘선진 풍력기술 도입 망신살’기사 등도 회자되고 있다.
Q당신은 수많은 기사를 쓰고 있다. 결국 기사를 통해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 것인가?
강다혜 궁극적인 목적은 하나다.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활성화시키고 우리나라가 신재생에너지 강국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시장을 올바른 방향으로 유도하고 정부정책에 있어 신재생에너지를 비롯한 녹색산업에 많은 투자를 하도록 하는 것이다.
권지혜 취재를 하다 보니, 연료전지 산업화에 중요성을 느꼈다. 신재생에너지 분야 가운데 이것에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 시장이 열린다면 쓸 말도 넘겨야 할 기사도 많아질 것이다.
유창선 모든 기사가 하나의 의미를 갖고 있지도 않을뿐더러 기사마다 의미와 목적이 다 다르다. 잘 쓴 기사는 그 기사를 목적에 가장 맞게 작성한 것이다.
이상복 신재생에너지의 연착륙…. 독자에게 판단의 근거, 또는 관점을 제공해 드리고 싶다.
Q1억원의 여윳돈이 있다고 치자, 신재생에너지 분야 가운데 어디에 투자를 하겠는가?
강다혜 떠오르고 있는 태양광, 풍력, 바이오 관련 기업들이 있다. 지금은 본격적인 시장활동 초기라서 주가가 낮다. 그 회사들 주식을 살 것이다. 2배는 늘릴 수 있다!
권지혜 글쎄. 신재생에너지 분야보다 먼저 가스신문 광고에 금일봉을 내야 하지 않을까? 요즘 경기가 말이 아니다. 아참 가스신문이 20주년이 되는데 행사비 일조로 보탬이 되고도 싶다.
유창선 1억원으로 투자할 수 있는 신재생에너지가 있는가, 부터 묻고 싶다. 컨소시엄을 구성한다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차라리 해당 업체 주식을 사겠다. 하지만 이마저도 오를 대로 올랐다. 만약 고점 대비 절반 이하로 떨어진 신재생에너지 업체(태양광이나 풍력 부품) 주식이 있다면 살 것이다.
이상복 투자금이 너무 적다. 사업에 투자를 하기보다 고향집에 소형 풍력발전기, 태양광발전기를 놔드려야겠다.
Q저탄소 녹색성장에 주목받고 있는 분야가 신재생에너지이기도 하다. 녹색성장을 바라보는 시각은?
강다혜 정부와 언론에서 신재생에너지를 주목하고 신성장동력으로 목소리는 고조시키고 있는 것에 비해 실제 국내 신재생에너지산업을 활성화시키고 성장시키는 데는 투자가 적다. 다른 나라보다 늦게 시작했지만 기술력이나 연구개발 면에서 충분한 투자가 이뤄진다면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룰 것이다.
권지혜 너무 틀에 박힌 이야기가 반복된다. 제도나 정책은 이상적인데 현장에 적용될 수 있을지 아직 미지수다. 실행 가능한 전략이 필요하다. 특히 일반인에 대한 홍보가 절실하다. 사람들은 정작 녹색성장의 중요성을 알까? 자칫 그들만의 리그가 될 수도 있다.
유창선 녹색성장은 말 그대로 경제 발전과 환경을 동시에 고려한 말이다. 애초 저개발국가의 경제발전을 얘기할 때 선진국처럼 환경을 희생시키지 말라는 의미에서 처음 사용됐다. 다시 말해 녹색성장은 이미 개발이 상당히 이뤄진 우리나라에는 어울리지 않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녹색성장이라는 슬로건 아래 말도 안 되는 녹색뉴딜을 추진한다면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상복 압축한다면‘포퓰리즘 식의 구호?’
Q20여개의 에너지전문지, 100명이 훨씬 넘는 에너지전문기자들이 있다. 당신은 어떤 기자로 남고 싶은가?
강다혜 물론 시장을 비판하는 것도 좋다. 그러나 사업자들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고 가려운 곳을 벅벅 긁어주는 기사를 쓰고 싶다. 정부 정책을 좀 더 시장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바꾸게 하고 싶다. 향후에 신재생에너지 사업자들에게‘강 기자 덕분에 신재생에너지산업이 이만큼 큰 거야’라는 소리를 듣고 싶다.
권지혜 이름 정도는 남겨야 하지 않을까? 연료전지 분야를 시작으로 앞으로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전문기자로 불려야겠다.
유창선 아직 기자로서 완전해지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남는 걸 걱정한단 말인가. 그저 누가 봐도 기자 같다는 말만 들으면 되지 않을까 한다.
이상복 100명이 넘는 기자가 있지만, 요즘 에너지분야 독자분들의 수준이 보통 이상이다. 고급 독자의 경우 기자보다 전문성이 높다고 본다. 치열하지 않으면 독자만족이 어려울 듯하다.
Q지난해에는 신재생에너지 광풍이 불었다. 시장을 선도한 기관이나 기업은 어디라고 보는가?
강다혜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으로 본격적인 시작이 된 것으로 본다. 청와대가 불을 지폈다.
권지혜 신재생에너지센터가 주축이다. 최근 센터 내에 기획실, 산업육성실, 보급확산실을 취재해보면 안다. 힘이 느껴지고 그래서 사업결과도 기대된다.
유창선 신재생에너지는 업체가 시장을 선도한다는 말 자체가 우스운 형국이다. 태양광은 수많은 사업자들이 이합집산을 이루면서 기술개발 보다는 보급에 치중돼 움직여 왔다. 풍력은 유니슨, 두산, 효성 등이 달라붙었지만 아직 어느 쪽의 손도 들어줄 수 없다. 하지만 기관은 분명히 있다. 에너지관리공단이 있지 않은가.
이상복 모든 공기업, 기관들이 기치를 높였다. 하지만 문제는 자발적인가, 마지못해 말총 끝에 매달려 갔을까를 생각하면 적잖이 대답하기 힘들어진다.
Q가장 최근 신재생에너지 업계가 주목해야 할 인물은 누구라고 생각하는가?
강다혜 이완근 신성홀딩스 회장은 최근 창립된 한국태양전지연구조합의 이사장, 한국태양광산업협회의 임원을 맡으며 태양광산업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 시장에서 영향력이 있는 만큼 그 영향력을 이용해 산업을 발전시키는데 큰 역할을 할 것이다.
권지혜 원희룡 국회의원. 녹색성장포럼 대표이기도 하는데 신재생에너지 분과위원회도 운영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적극적이다. 그러한 목적에는 다른 것도 있을 수 있지만 일단 에너지와 관련해 이렇게까지 열의를 쏟는 의원은 드물지 않나?
유창선 바로 MB다. MB가 만들어놓은 각종 위원회가 정부부처의 일을 통합해 관리하니 그 정점에 있는 MB의 뜻이 곧 시장의 성패를 좌우하게 될 것이다. 지경부 장관이나 환경부 장관, 이태용 에관공 이사장, 김형국 녹색성장위원회 위원장도 결국 MB 눈치 보기에 바쁘니 녹색성장 아래에서의 신재생에너지는 MB가 곧 법이다.
이상복 실력과 경쟁력을 갖췄지만 조용히 소리 없이 움직이는 중소기업들.
Q신재생에너지 정책 컨트롤타워라고 할 수 있는 지경부 신재생에너지과, 신재생에너지센터, 에너지기술기획평가원을 어떻게 보는가?
강다혜 지경부는 일부 업무를 탁상공론으로 자기네들끼리만 머리를 맞댈 것이 아니라 실제로 그 분야를 깊숙하게 알고 있는 전문가들한테 맡겨야 한다. 예를 들어 해상풍력 실증단지 사업과 관련해 말도 안 되는 비용으로 국산제품만 고수할 것이 아니라 기술력, 비용 등을 정확히 판단하고 잘 아는 전문가들한테 맡겨야한다.
권지혜 에기평은 새로이 원장이 공모되고 조직이 개편되면서 행보가 더 빨라질 것이다. 신재생에너지센터가 보급기능을 갖고 있지만 단순하게 나눠 먹기 식의 배타적인 관계가 아니라면 효과를 볼 것이다. 지경부는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몇 년 안에 얼마를 보급하겠다는 탑다운 방식의 정책 보다 시장 수요를 점검했으면.
유창선 신재생에너지센터가 중심이다. 에기평은 센터 업무가 좀 넘어간 상황이고, 신재생에너지과는 주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센터를 통해 모든 자료를 넘겨받게 된다. 하지만 정부나 센터나 진정한 전문가는 얼마 되지 않는다. 순환근무의 맹점이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잘 알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무턱대고 윗사람 눈치보고 일을 만드니 신재생에너지 산업이 아직 이 정도다.
이상복 갈수록 대답하기 곤란해진다. 그동안 이 기관들 고생이 많으셨다. 앞으론 보고서류보다 현장을 살피시길.
Q신재생에너지 업계에는 검증되지 않는 뜬소문이 돌기도 한다. 결국엔 대부분 허위로 밝혀지는데 당신이 접해 봤던 소 문은?
강다혜 딱히 생각나지 않는다.
권지혜 수소와 관련된 한 업체였는데 알고 보니 다른 회사의 기술을 차용한 사람들이었다. 값싼 중국 제품을 수입해 개발했다고 포장했다. 자꾸 취재요청이 와서 그것 때문에 좀 시달렸다.
유창선 태양광발전 토지용도 변경과 관련된 것이다. 확실히 기사화할 만큼 취재는 안했지만 발전사업 후 용도변경은 법적으로 막아놨다고 알고 있다.
이상복 구체적으로 어떤 검증을 이야기 하는지 모르겠다.
Q전문기자가 되고나서 기자라는 직업을 잠시나마 후회하게 한 사건이 있는가?
강다혜 사업자들 앞에서는 기자로서 당당하고 기사다운 기사를 쓰고 싶으나 광고와 관련된 말을 할 때마다 사업자들의 표정이 달라지는 것을 본다. 광고 때문에 할 말을 아끼기도 한다. 광고를 하지 않으면 조금 더 큰 영향력을 끼치는 기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한다.
권지혜 딱히 없지만 전문기자라는 직업이 기술적인 지식도 가져야 해서 나머지 공부를 하는 게 조금 버겁다.
유창선 후회는 없다. 한계를 느껴서 답답할 뿐이다. 전문지의 특성상 제호 문제로 접근이 어려운 경우도 있고, 취재 요구에 불응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후회하는 마음이 든다면 기자라는 직업을 가져서는 안 된다. 그러나 한계가 느껴진다면 자신을 업그레이드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상복 원하든 그렇지 않든 기사로 인해 고통당하는 이들이 많아질 때.
Q여전히 하기 어려운 것과 예전보다 나아진 것이 있다면?
강다혜 태양광발전 시장만 해도 엄청나다. 국내로 들어온 외국기업부터 시작해서 새로운 기업들까지 시장이 너무 광범위해서 출입처 등을 정하기가 혼란스럽다. 나아진 것은 태양광, 풍력 전문가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것 같아서 많은 사람들에게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권지혜 나아진 것은 취재원들과의 소통이다. 아직도 어려운 것 역시 취재원들과의 만남이다.
유창선 여전히 하기 어려운 것도 기사 쓰는 것이고, 나아진 것도 기사 쓰는 것.
Q당신은 현재 신재생에너지를 담당하고 있다. 앞으로 옮기고 싶거나 주력하고자 하는 취재 영역이 있다면?
강다혜 현재는 태양광, 풍력 쪽에 집중하고 있으나 바이오에너지와 소수력 등의 영역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앞으로는 바이오와 소수력, 연료전지 부분에도 관심을 두고 취재할 것이다.
권지혜 현재는 신재생에너지에 대해 무한대로 집중할 거다. 연료전지, 바이오가스, 태양광 등 차근히 영역을 넓히려고 한다.
유창선 전문기자는 말 그대로 한 분야에 대해 전문가가 돼야 한다. 회사에서 맡은 업무가 마음에 안 든다면 회사를 바꾸는 수밖에 없다. 아니면 데스크가 정해주는 대로 맡아야 한다. 하지만 신재생에너지는 전문 분야로 갖고 있을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는 출입처다. 그냥 상상만으로 바꾼다면 사회부나 연예부 정도?
이상복 결국 신재생에너지를 이해하려면 기존 에너지 분야를 이해해야 한다고 본다. 거의 모든 출입처를 옮겼던 나의 경우엔 전문성은 떨어지더라도 좀 더 큰 그림에서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기회가 있다면 출입처는 절대 가리지 마시길.
<CEO ENERGY 제4호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