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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이슈에 대한 상반된 시선

원전 이슈에 대한 상반된 시선

  • 기자명 이권진 기자
  • 입력 2010.08.09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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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원자력 산업계는‘원자력 르네상스’라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 1990년 중반 ‘원자력 암흑기’로부터 원자력 산업이 벗어나고 있다는 표현이다. 이와는 반대로 원자력 르네상스는 망상에 지나지 않다는 입장이 있다. 지난 1979년 미국의 드리마일과 1986년 구소련의 체르노빌을 비롯한 대형 핵발전소 사고 등을 통해 뼈아픈 경험을 겪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해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을 바탕으로 정부는 현재 전력 중 40% 수준을 차지하고 있는 원자력발전소 비중을 2030년까지 60% 선으로 늘린다는 방침을 실행하고 있다. 여전히 첨예하게 대립하는 원전에 대한 상반된 입장은 강경하다. 그래서 준비했다. 몇 가지 원전 이슈에 대한 전문가의 고견을 담았다. 에너지경제연구원 김진우 박사와 청년환경센터 이헌석 대표가 각각 찬반의 의견을 내놓았다. 원전에 대한 당신의 시선이 수정되거나 더 단단해질 내용이다.

Q정부 에너지계획에 따라 전력의 60%를 원자력 발전으로 공급하려면 2017년 이후 11기를 더 지어야 하는데 원전비중에 대한 견해는?

김진우(에너지경제연구원 에너지정보통계센터 소장) 강력한 수요관리를 전제로 하더라도 경제성장 및 생활수준 향상에 따라 전력소비 증가는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력소비는 지난 2006년에 34만8719GWh였는데 오는 2030년이면 51만3014GWh으로 약 47%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고유가와 기후변화에 대응하면서 증가하는 전력소비를 공급하기 위해서는 신재생에너지와 함께 원자력의 확대가 불가피하다.
원자력은 우라늄의 가격과 수급 불안요인이 적고 CO2 배출이 거의 없다. 경제성 측면에서도 가장 저렴하기 때문에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원전은 기저부하를 담당하고 있어 이번에 제시된 비중은 연중 최저부하 수준인 40%를 원전의 장기적 설비목표로 설정한 것이다. 안정공급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목표라고 할 수 있다.

이헌석(청년환경센터 대표) 지난 2007년 국가에너지위원회를 중심으로 전원 중‘원전의 적정비중’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가 진행된 바 있다. 정부, 산업계는 물론 시민단체 관계자까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진행한 논의가 6개월 가량 진행됐다. 하지만 한정된 시간과 자원으로 인해 원전 비중을 증가시키고자 하는 측과 반대 측의 입장차만 확인하고 논의가 종결됐다. 이후 2008년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을 통해 수립된 2030년 원전 비중을 약 60%까지로 증가하려는 계획은 2007년 당시 논의되던 비중보다 더욱 큰 것이고, 그동안 원전건설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부지선정, 지역수용성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탁상공론’이라고 생각한다. 일례로 1980년대 정부는 2000년대에 들어 최대 50기의 핵발전소를 가동하는 계획을 수립, 이 부지를 지정고시한 적이 있다. (현재 가동 중인 핵발전소는 20기) 그러나 지역주민들의 반발 등으로 인해 당시 지정된 부지는 모두 백지화됐다. 치밀한 계획과 문제점 파악 없이 수립된 계획은 과거의 문제점을 그대로 나타낼 수밖에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Q신규부지, 고준위방폐장 부지, 사용후핵연료 문제 등에 대한 입장은?

김진우 원전부지, 방사성폐기물 처분 등에 관해서는 정부와 관련 업계, 학계 등에서 많은 고민을 해오고 있다. 국민 수용성에 바탕을 두고 민주적 절차에 따라 추진해 나가야 하는 사안이다. 신규 원전부지는 정부의 일방적 정책이 아니라, 주민의 자율의사에 의한 선택을 원칙으로 확보해야 한다. 중저준위방폐물은 올해 말 완공 예정인 경주 방폐장에 최종처분해 관리키로 결정하고 방폐장 공사가 진행 중으로 관리상 문제는 없을 것이다. 사용후핵연료의 경우 발전소 내 임시저장시설이 2016년 경 포화될 전망에 따라 이후 관리방안 결정을 위한 공론화를 조속히 추진해야 할 것이다. 미국, 핀란드, 일본 등은 이미 폐기물 처리를 위한 부지를 확보해 처분장 건설을 진행하고 있다.

이헌석 신규 발전소 부지, 사용후핵연료 공론화 등 현재 핵산업계에 남아 있는 주요 현안은 모두 그동안 많은 사회적 갈등이 있었던 사안이다. 준비되지 않은 사회적 갈등은 많은 사회적 비용과 희생을 필연적으로 낳게 된다. 안면도, 굴업도, 그리고 최근 부안에서의 핵폐기장 갈등이 좋은 예가 될 것이다. 일방적 발표-충돌-방어-백지화로 이어지는 일방적인 정책추진(DAD, Decide-Announce-Defense)의 폐해는 이미 겪을 만큼 충분히 겪었다. 이러한 측면에서 환경단체들은 그동안‘충돌’이 아니라‘사회적 합의’를 통한 합리적인 해법을 주장해 왔다. 아직 구체적인 방안이 발표되지 않아 그 실체를 파악하기 어려우나 사용후핵연료 문제에 대한 공론화 준비는 2007년부터 조금씩 진행돼 오고 있다. 이것이 제대로 된 방향으로 충분한 시간을 갖고 다양한 이해당사자들과 함께 진행돼 합리적이며 실질적인 해법을 찾을 수 있는 선례를 남겼으면 한다.

Q원전의 원료인 우라늄 수급에 대한 여러 의견이 있다. 매장량과 가격문제에 대한 생각은?

김진우 세계 우라늄 확인매장량은 약 547만톤이다. 앞으로 약 82년간 사용 가능하다. 추정매장량이 약 1054만톤(160년 사용)이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모두 합하면 240년 이상 사용이 가능하다. 지난 2003년 이후 상승하던 우라늄 시장가격은 2007년 6월 파운드당 136달러까지 급등한 후 하락추세로 최근 60~70달러 사이의 안정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세계 각국의 우라늄광산 개발 등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어 공급과 가격이 더욱 안정화될 것이다. 특히 원자력 발전은 연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낮아 우라늄 원광값이 상승하더라도 발전원가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지난 2007년 기준으로 발전원가 중 연료비 비중은 원자력 17%, 유연탄 61%, 중유 81%, LNG 85%로 나타났다.

이헌석 분명한 것은 우라늄도 한정된 천연자원이며 결코 무궁무진하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지금까지 핵산업계를 뒷받침해 온 것이 싸고 안정적인 우라늄이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그러나 상황은 2000년대 들어 많이 바뀌고 있다. IAEA자료에 따르면 1990년초부터 우라늄 공급이 수요를 넘어서기 시작해서 현재는 매년 약 70kt 정도의 우라늄이 소비되고 있으나, 실제 생산은 약 40kt 수준으로 거의 2배 수준으로 육박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석유의 고갈 시점을 중심으로 피크 오일(Peak Oil)논쟁이 있는 것처럼 우라늄의 생산 피크치 논쟁도 함께 되고 있다. 그 예상치는 2030년에서 2050년 정도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석유처럼 더 많은 양의 비용을 들여 과거에는 생산하지 않던 질이 낮은 광산을 개발한다거나 심지어 바닷물에 극소량 함유된 양을 개발할 수 도 있다는 주장, 그리고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해서 쓸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 함께 거론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내용도‘값싸고 안정적인 우라늄 공급’이라는 핵산업계의 장밋빛 환상과는 거리가 먼 것이다.

Q원전의 내진설계 등 지진안전성과 체르노빌과 같은 원전사고에 대한 입장은?

김진우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많으나 원전 안전성은 일반적 인식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원전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충분한 안전여유를 갖도록 설계되고 있다. 만약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피해가 확산되지 않도록 두꺼운 콘크리트, 철근 등으로 원자로를 5중으로 방호벽을 치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가 원전을 운영한 지 30년이 됐지만 아직 이렇다 할 사고는 없었다. 운영 면에서도 세계적으로 우수한 수준이다. 특히 국내 원전은 원자로 바로 아래에서 진도 6.5에서 7.0의 지진이 발생하더라도 정상적인 기능수행에 문제가 없도록 설계됐다. 게다가 내진설계 기준을 넘는 지진은 확률적으로 1만년에 1번 발생할 정도로 낮으며 국내에서 이러한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현재 원전은 과거 TMI나 체르노빌 원전 보다 훨씬 안전성이 향상된 것이다.

이헌석 가까운 일본의 경우, 일본 최대의 핵발전 단지인 니가타현 가시와자키 가리와(柏崎刈羽) 발전소가 2007년 주에쓰 오키 지진으로 2년째 가동 중단되고 있다. 총 7기의 핵발전소 중 1, 5, 6호기 등은 설계시 감안한 내진설계 기준치보다 더 큰 지진 충격을 받았다. 건설 당시 활성 단층 우려 등을 무시하고 활성 단층이 없다고 했던 것들이 거짓으로 드러난 것이다. 일본의 예는 그동안 핵산업계가 강조해 온 안전성에 대한 신화가 매우 쉽게 깨질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1986년 구소련의 체르노빌, 1979년 미국의 드리마일 사고를 통해 안전에 대한 투자와 기술적 보충이 충분히 이뤄졌지만 아직도 그 예측을 넘어서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일본은 가시와자키 가리와 핵발전소 7호기를 재가동하려고 하고 있어 지역주민, 환경단체들과의 충돌이 계속 되고 있다.

Q국가에너지기본계획이 전력중심 계획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이 부분은 어떻게 보는가?

김진우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은 수요전망, 에너지효율 향상, 신재생에너지, 해외자원개발 등 장기 에너지정책 이슈를 모두 포함하고 있다. 특히 전력부문은 전망과 계획상의 오차 발생시, 안정공급 저해, 전원구성 및 에너지수급 전방의 왜곡 등 직접적, 실질적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논의와 문제제기를 전력분야에 치중해 국가에너지기본계획 전체의 정책목표와 추진전략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주요 내용이 강력한 수요관리와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럼에도 증가하는 에너지와 전력수요를 안정적, 경제적으로 공급하자는 목표다. 원전 몇 기를 건설하느냐에 초점을 맞춘다면 전체적인 에너지정책의 목표와 방향을 이해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이헌석 지난 2008년 국가에너지기본계획 수립 논의 당시 전력중심의 계획이라는 비판은 환경단체가 먼저 제기한 것이다. 기본계획에 석탄화력, LNG 화력을 감축하고 핵발전을 늘린다는 계획은 매우 상세하게 언급됐다. 하지만 산업, 난방, 교통에 쓰이는 석유 비중을 줄인다는 목표치만 있을 뿐 그 방법과 계획에 대해서는 언급돼 있지 않다. 에너지 문제는 전력뿐만 아니라, 석유, 석탄 등 다른 에너지원, 교통, 건축 등 에너지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분야뿐만 아니라, 농업, 어업 등 산업 전반의 문제와 맞물려 있다. 일례로 2008년 석유값 폭등으로 인해 가장 먼저 문제를 겪었던 사람들이 농업, 어업에 쓰이는 면세유를 쓰고 있던 농어민이었다. 그러나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은 그 내용 전체에서 철저히‘전력’문제로 국한되고 있다. 이는 2006년 국가에너지위원회가 설립됐지만, 각 부처간의 통합 역할을 하지 못하고 사실상 지식경제부의 일부 부서의 역할이 확대된 형태로 운영되어 왔기 때문이다. 농어민 대책, 교통분야 재편, 환경적 고려, 관련 R&D 등 다양한 내용이 담기기 위해서는 부처간 협력이 필수적이고 이를 위해 국가에너지위원회라는 대통령 산하 기구를 만든 것이었으나, 이 운영에 심각한 오류가 있었던 것이다.

Q전 세계적으로 운영중인 원전은 439기, 폐쇄된 운전은 119기다. 2020년 안에 대부분 원전을 폐쇄할 예정이라는 전망도 있는데. 이러한 내용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김진우 이러한 주장은 운영기간이 20년이 넘은 원전은 모두 영구정지된다는 가정에 따른 것이다. 원전 영구정지(폐쇄) 여부는 발전소의 안전성과 경제성이 가장 중요한 요소다. 사업자는 이를 판단해 발전소 운전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따라서 폐쇄될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최근 각국은 계속운전을 통해 발전소의 운영기간을 연장하는 추세로 현재도 총 86기가 계속운전 중이다. 영구정지는 경제성이 현저히 떨어진 원전 또는 정책적으로 원전을 폐지하는 국가에서 일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헌석 서구 유럽의 경우 이미 1980년대부터 핵발전소 폐쇄 정책을 수립해 왔다. 이는 드리마일, 체르노빌과 같은 심각한 핵발전소 사고의 영향도 있었지만 이미 그 때부터 태양광, 풍력을 이용한 재생가능에너지 산업의 미래를 예측했기 때문이다. 이 투자효과는 20여년이 지난 지금 나타나고 있다. 독일, 덴마크 등이 주도하고 있는 태양광, 풍력 산업은 이미 자국 산업을 넘어 세계적인 수준에 이르고 있다. 덴마크의 대표적 풍력기업 베스타스(Vestas)의 경우 작은 중소기업 정도였던 회사 규모가 2008년 총매출이 57억유로인 세계 1위 풍력발전 기업으로 바뀌었다. 이러한 배경에는 이미 체르노빌 사고 이전에 더 이상 핵발전소를 짓지 않기로 선언한 정책적 판단이 큰 힘으로 작용했다. 일부 국가들 - 프랑스, 일본, 중국이 대표적이다. - 를 제외하고 많은 국가들이 핵발전소 폐쇄를 선언했고, 매우 힘들고 어려운 과정을 거치고 있지만, 그 선언을 이행하고 있다.

Q고유가 대책으로 원전 확대가 논리적으로 타당하느냐는 문제 제기도 있다. 이에 대한 견해는?

김진우 지난 2007년 석유발전의 비중은 5.3%였다. 그러나 석탄, 천연가스를 포함한 화석연료의 발전비중은 63.2%다. 최종에너지 중 전력비중은 17% 수준이나, 1차 에너지의 약 39%가 전력생산에 투입되고 있다. 유가상승 및 수급경색은 석탄, 천연가스 등 타 연료시장에도 직접 영향을 미친다.
고유가는 석유뿐 아니라 고에너지가격의 총칭이다. 고유가와 함께 석탄, 천연가스 가격도 동반 상승하고 있다. 장기 전원구성에 있어서 화석에너지 시장의 불확실성 증대, 온실가스 배출규제 강화 등 미래 에너지 상황을 고려해 전력의 안정적, 경제적 공급기반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헌석 전력은 다른 에너지원과 다른 특징을 갖고 있다. 석유 소비의 20~30%를 담당하고 있는 석유화학제품 생산에는 전혀 사용할 수 없고, 자동차, 항공 등에는 사용할 방법을 찾고 있으나 아직 기술적인 난제가 많다.
특히 실제 전력을 생산하는데 사용되는 석유의 양은 3.5% 수준이다. 물론 석유값이 상승하면 석탄, 가스 요금도 함께 뛰기 때문에 연관이 아예 없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이는 2차적인 것이지 1차적인 연관관계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런 측면에서 고유가 대책으로 핵발전소를 증설하는 것은 극히 일부 대책이 될 수밖에 없다. 일시적인 국제유가 하락이 발생하고 있는 지금이라도 제대로 된 고유가대책을 세우지 않는다면 이후 피크 오일로 인한 장기적인 고유가사태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더욱 없을 것이다.이권진 기자

* 상기 기사는 에너지코리아뉴스의 자매지 월간 <CEO ENERGY> 2009년 4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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