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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시장, 경쟁도입과 공급안전성 진단

가스시장, 경쟁도입과 공급안전성 진단

  • 기자명 서정규 객원기자
  • 입력 2010.08.09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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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시장에서 가스공급의 안정성에 영향을 미치는 제반 요인들과 주요 논점들을 다각적으로 검토했다. 독점공급체제와 비교하여 경쟁체제의 가스시장 하에서 공급의 안정성 측면이 어떻게 차이가 날 수 있는지를 분석했으며 이를 통해 국내 가스산업에 경쟁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요구되는 공급 안정성에 관한 정책적 시사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최근 다시 불거지고 있는 국내 가스산업의 구조개편에 대한 논의의 시작은 1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세계적인 개방화와 규제완화의 흐름 속에서 국내 가스산업의 효율성과 국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독점적 산업구조를 경쟁체제로 개편하는 구조개편의 기본계획이 마련됐다. 이후 여러 문제점 지적과 숙의를 거치면서 구조개편 방향에 대한 수정이 가해졌다. 하지만 여전히 계속되는 찬반 논란 속에 그 세부 내역과 일정에 대한 논의는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다시 찾아온 고유가 시기와 가스시장의 여건변화는 구조개편 논의를 한층 복잡하게 만들었다. 특히 2006년 이후 국제 LNG 시장의 공급부문이 경색되고 도입조건이 급격히 악화되는 상황이 국내에 필요한 가스도입물량의 확보 문제와 맞물려 부각되면서 ‘경쟁시장으로 전환되었을 때 공급 안정성이 확보될 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경쟁도입의 주요 쟁점으로 부상했다.

경쟁도입의 필요성과 경쟁체제에서의 공급 안정성에 대한 논란으로 야기된 정책방향의 불확실성은 가스산업의 투자위험을 증대시키고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저해한다. 따라서 암묵적인 사회적 비용을 유발할 우려가 있다. 우리생활에서 차지하는 가스의 중요성과 산업구조 개편의 비가역성(irreversibility)을 감안할 때, 가스공급의 안정성 측면은 가스산업의 정책결정에 있어서 최우선적인 고려 사안이다. 이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요구된다.

독점체제냐 경쟁도입이냐

일반적으로 독점체제에서의 가스공급의 안정성 확보는 극한 기온이나 예상치 못한 기술적인 혹은 정치적인 요인에 의해 공급이 중단될 가능성에 대비한 물리적인 측면의 조치로 여겨진다. 그러나 가스산업 내에 경쟁이 도입된다는 것은 기술적인 혹은 관리상의 문제로 다뤄지던 사안들이 이윤과 손실을 의미하는 경제적인 선택의 문제로 전환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개방된 시장에서는 시장참여자의 선호에 따라 가격에 의해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이뤄진다.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소비처에 가스공급이 이뤄지도록 운영되기 때문에 시장참여자의 선호와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공급차질의 위험과 영향을 경감하는 여러 수단의 확보가 가능하다.

이에 따라 공급 안정성 확보에 따른 비용을 투명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으며 또한 공급 안정성 확보에 대한 책임을 분산시킨다. 다시 말해 독점체제에서는 공급 안정성 확보의 책임이 정부 또는 독점기업에게 있지만, 경쟁시장에서는 공급안보의 책임이 기업과 소비자, 그리고 정부 모두의 책임으로 이전된다.

시장자유화에 따른 경쟁시장으로의 전환이 공급안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보는 견해와 부정적으로 보는 견해가 모두 존재한다. 시장자유화는 한편으로는 시장참여자의 수를 증가시키고 에너지시스템의 유연성을 확대해 전반적인 공급안보를 강화하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또 다른 한편으로는 여유 설비용량이 감소할 가능성과, 사회경제적 목표와의 일관성이 훼손되는 등의 새로운 위험도 수반한다.

자유화된 시장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측은 가스산업의 특성을 고려할 때 장기계약과 같은 경직적인 관행이 장기적인 공급 안정성에 있어서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고 주장한다.
한편 자유화된 시장을 옹호하는 측에서는 가스의 자유로운 이동과 선택권의 확대를 통해 공급의 다양성과 신축성이 제고될 수 있으며 이는 결국 공급의 안정성을 제고한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공급의 안정성을 저해하는 것은 신축적이지 못한 계약관행을 포함한 시장의 경직성과 적정한 비용으로 공급설비를 이용하는 것을 막는 데서 비롯된다고 강조한다.

산업구조적인 측면에서 볼 때, 독점사업자에 의한 산업관리는 공급 안정성에 관한 문제를 산업의 비효율성 문제로 대체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또한 협상의 경제학에 관한 이론들이 제시한 결론들을 고려할 때, 협상력을 단순히 회사 혹은 구매물량의 크기와 관련지우는 논리는 적절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와 관련된 대표기업의 논리도 주장의 전제나 현실의 상황을 적절히 반영하지 못하는 정치적인 논리로 간주될 수 있다.

산업내 경쟁의 도입이 기업의 투자를 저해할 수 있다는 주장은 과거부터 논쟁의 대상이 돼 온 기반시설 규제와 투자 간의 관계에 대한 이슈와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산업 내 경쟁이 도입될 경우에도 규제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은 설비부문의 경우 이러한 주장은 투자에 대한 인센티브와 관련된 문제로 집약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시장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확률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낮은 사고나 기상이변에 따른 수급의 불안정에 대응할 수 있는 예비투자의 확보에 대한 규제당국의 간여는 필요할 수 있을 것이다.
가스산업의 기술적인 특징의 하나인 투자의 리드타임(lead-time)에 따른 가스가격의 등락은 부족한 물량의 효율적인 배분을 위해 필요하다는 주장에도 불구하고, 소비자의 소득이전 문제, 시장참여자들의 재무적인 위험 증가와 그에 따른 시장의 유동성 훼손이나 신뢰성 저하 가능성 등으로 인해 규제당국이 주요하게 다루는 문제의 하나가 되고 있다.

관건은 가스공급의 ‘안보’

독점체제에서는 독점기업이 공급안보의 책임을 졌지만 경쟁시장에서는 공급안보의 책임이 시장참여자에게로 상당 부분 이전되게 된다. 시장자유화는 시장참여자의 수를 증가시키고 에너지시스템의 유연성 확대를 통해 공급안보에 긍정적인 기여를 하는 측면이 있다. 소규모 소비자 가격의 상승위험과 함께 가격 변동성의 증대 및 여유설비가 감소할 가능성 등의 새로운 위험을 수반하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적정 규제가 요구된다.

시장은 공급안보의 비용을 투명하게 하여 전반적인 수급조절의 효율성을 제고한다. 그렇지만 가격 또는 계약 기반의 수요반응이 충분하지 않을 가능성이 존재하며, 특히 해외 공급물량 확보에 있어서는 시장의 역할이 제한적이다. 따라서 수용할 만한 수준의 신뢰도 기준 결정, 특히 소규모 소비자 및 안전과 관련된 기준의 제공, 비상시 분명한 대응정책 마련 등 공급 안정성 확보와 관련된 정부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다.

경쟁시장과 공급 안정성에 관한 검토결과를 바탕으로 제시하는 국내 가스산업에 대한 정책적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현행 가스산업의 공급체제는 평균가격을 적용해 구조적으로 도입부문의 비효율을 수반하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가스공급 안보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평균가격의 적용으로 인해 한계도입비용이 한계지불용의를 웃도는 비효율적인 도입 및 수요증가 상황을 개선해야 할 필요성이 높다.

둘째, 원활한 경쟁시장 조성을 위해서는 경쟁도입을 할 때 도입총량 규제의 적용을 회피하는 것이 필요하다. 가스도입계약 관행이 경직적이고 의무인수조항 등이 적용되기 때문에 도입총량 규제의 필요성이 자주 대두된다. 그러나 도입총량 규제는 발전용 가스수요예측의 차질이나 수요급등 또는 해외 공급원의 공급차질 발생 등의 공급 위험요인에 대한 대응을 제한해 공급 안정성을 저해할 수 있다.
일정량의 여유 공급물량은 경쟁을 촉진하는 효과를 가지는 동시에, 수요예측의 오차나 갑작스런 공급차질의 위험에도 공급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기여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경쟁체제와 상충되는 많은 문제점을 수반할 수 있는 도입총량 규제의 적용은 회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셋째, 우리나라는 동고하저의 극심한 계절간 수요격차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저장설비의 확충은 수급관리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한편 설비부문비용과 도입비용은 서로 상충관계(trade-off)로 유기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따라서 설비투자의 문제를 단순히 설비확보의 의무기준 부과를 통해 해결하는 것보다 이를 포괄하는 공급 안정성 의무에 관한 복합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면 전반적인 공급 안정성을 유지하는 동시에 그에 따르는 비용지출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 즉, 사업자들이 저장설비와 보완적 특성을 가지는 중단가능 공급계약 등 여러 수단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설비와 수요의 최적 믹스를 통해 공급 안정성의 의무를 충족하도록 유도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글: 에너지경제연구원 도현재・서정규 박사

 

* 상기 기사는 에너지코리아 뉴스의 자매지 월간 <CEO ENERGY> 2009 2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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