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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의 진실

석유의 진실

  • 기자명 계충무 국제아동돕기연합 고문
  • 입력 2010.08.09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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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와르 유전은 아직도 논쟁의 여지없이 석유 시장의 헤비급 챔피언이다. 가와르 유전의 고갈이 염려되는 시점에서 다른 유전들이 얼마나 버텨줄 지 의문이다. 가와르의 피크는 사우디의 피크이고, 사우디의 피크는 세계 석유시장의 피크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이제 석유 없이는 단 하루도 살기 어려운 석유에 중독된 세상에서 살고 있다. 이 세상을 움직이고 있는 석유에 관하여 사실을 짚어보고, 문제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1859년 미국 펜실베니아에서 에드윈 드레이크가 세계 최초로 석유 시추를 한 이래 우리 인류는 150년 동안 1조 5000억 배럴의 석유를 채굴했다. 그런데 향후 25년간 인류가 필요로 하는 석유 수요를 충족시키려면 이와 동등한 양의 석유를 생산해야한다.

현대 사회에서 석유는 단순히 자동차와 비행기의 연료일 뿐 아니라 더 중대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가정용 난방, 석유화학 제품의 원료, 농업(비료, 살충제와 제초제)과 식품 공정 등 석유 없이는 어느 것 하나 할 수 없다.

아침에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잠자리에 들 때까지 일상생활을 곰곰이 생각해보면 석유는 마치 공기와 물과 같은 존재가 아닌가 싶다. 씻을 때 필요한 칫솔, 치약, 샴푸도 석유 없이는 만들 수 없고 밥을 먹을 때 사용하는 그릇의 생산부터 식품 공정 역시 석유 없이는 불가능하다.

출근하려고 입는 옷은 또 어떤가. 양말, 구두부터 첨단 내의까지 석유 화학제품이 아닌가. 길을 나서면 자동차와 아스팔트를 피할 길 없다. 사무실에 들어서 석유를 외면하는 것은 곧 컴퓨터를 외면한 채 아무 일도 하지 못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 뿐이랴. 두통이 생겼을 때 먹는 아스피린도 석유로 만들어졌으며, 입술에 바르는 립밤도 그러하다.

이처럼 우리 생활 전반에 깊숙이 침투해 있는 석유는 아래의 세 가지 위협을 계속적으로 또는 불시에 주고 있다.

첫째 경제에 주는 충격이다. 석유 가격의 상승에 따른 불황으로 실업이 늘고 경제가 침체 돼 경제력을 잠식한다. 작년만 하더라도 2월부터 8월까지 148달러의 유가를 체험해 보았지 않은가.

둘째는 지정학적 문제이다. 미국은 에너지 안보를 위해 부시 가(家)로 하여금 두 번이나 이라크를 침공케 했으며, 자원 외교의 장에서 중국이 유전 지대인 카스피 해에 진출하는 것을 견제하기 위해 빈 라덴을 핑계로 아프가니스탄에 군사 개입을 서슴지 않았다.

셋째는 지구환경의 비극이다. 석유라는 화석 에너지에 생활을 기댄 나머지 온실가스에 의한 지구온난화 문제는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우리에게 불편한 진실을 계속 조장하고 있다.

이 세 가지 위협보다 더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최근에 한층 심각성이 대두되고 있는‘Peak Oil(석유생산 정점)’이다. 인류는 지난 2년간 600억 배럴의 석유를 썼으며, 2025년에는 오늘날에 비해 그 수요가 6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인구 증가와 중국, 인도와 같은 인구 대국의 산업화에 따라 석유 수요가 기하급수적로 증가하여 긴박한 상황에 봉착될 것이다.

수요는 증가하는 반면 1960년대 이래 대형 유전의 발견은 현저하게 감소했다. 세계 원유 생산을 증대시키려면 대형 유전의 발견이 절실히 요구되는데 최근 발견된 유전들은 소규모다.

소규모 유전에서 얻을 수 있는 석유의 양을 모두 합해봐야 기존 유전의 감소량을 겨우 채워줄 정도에 불과하다. 불행하게도 1990년 이래 초대형 유전은 거의 발견되지 않았으며, 발견한 35개 유전 중에 하루 생산 100만 배럴 규모의 유전은 하나도 없다.

석유 생산의 정점이 언제 도래할 것인가에 대해 세 가지 주장이 있다.

첫 번째 그룹은 석유생산이 이미 정점을 지났거나 향후 5년 내에 정점에 도달할 것으로 주장하는 연구자들로, 비관론 부류다.

두 번째 그룹은 2010년대 중반에서 2020년 경 생산 정점이 나타날 것으로 주장하는 연구자들이다. 낙관론자로 불리는 세 번째 그룹은 적어도 2020년대 중반 이후에나 석유생산이 정점에 도달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 의견은 석유업계의 일반적인 견해를 대변하고 있다.

OPEC 국가 중 아랍에미리트, 이란, 이라크, 베네수엘라의 4개국이 석유매장량을 1987년 1520억 배럴에서 1988년에 3410억 배럴로 무려 220%나 신규 유전의 발견 없이 늘려 잡았다. ‘1980년대의 석유 시장 최대의 야바위’라 할 수 있다.

석유생산 정점을 결정짓는 요인은 유전의 궁극 가채량, 신규 유전의 발견 및 기존 유전의 매장량 증가, 기존 유전의 회수율 및 노후 유전의 감소율, 향후 석유 수요의 전망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기존 유전에 관하여 매장량 증가와 그 노쇠현상을 보면 석유의 또 다른 진실을 알 수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매장량 공식 발표는 1989년에 1700억 배럴이었으나 1990년에는 2570억 배럴이 됐다. 추가적인 신규유전의 발견 없이 870억 배럴(51.2%)이라는 매장량을 하루 밤새 증가 시켰다. 한편 OPEC 국가 중 아랍에미리트, 이란, 이라크, 베네수엘라의 4개국이 석유매장량을 1987년 1520억 배럴에서 1988년에 3410억 배럴로 무려 220%나 신규 유전의 발견 없이 늘려 잡았다.‘1980년대의 석유 시장 최대의 야바위’라 할 수 있다.

중동의 공식적인 석유 매장량 발표는 지질학적인 근거보다 지정학적인 관점에서 자국의 자산 가치를 올리려는 창조적인 장부 조작법이라고도 하겠다. 1998년 IEA(국제에너지기구)도 OPEC이 교묘히 장부를 조작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한 마디로 아무도 OPEC의 궁극 가채량을 모른다는 사실이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OPEC은 지금도 2000만 배럴도 생산할 수 있다고 하니 기가 찰뿐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석유 생산의 90%를 차지하는 5개의 이 유전들은 1940~1965년에 발견됐다. 이 가운데 가와르(Gharwar)유전은 지상 최대의 단일 유전으로 700억 배럴의 매장량이 추정되며 하루 500만 배럴을 상회한다. 가와르 유전이 이제까지 생산한 총 석유량은 550억 배럴인데 과연 잔여 매장량의 실제는 얼마나 될 것인가?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정확한 매장량 정보 제공 이외의 목적으로 발표된 공식 매장량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가와르 유전의 실제 매장량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유전의 압력과 생산량을 증대시키기 위해 해수(海水)를 주입하고 있다. 현재 기술로는 통상 지하 매장량의 30%정도 밖에는 생산할 수 없어 그나마 주입 해수량을 증가 시켜야만 생산을 장기간 유지시킬 수 있다. 이런 방식이라면 종국에는 주입한 해수만 나오게 되면 유전은 폐쇄된다.

가와르 유전의 운영권자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람코 국영석유회사는 압력을 유지시키기 위해 하루 700만 배럴의 해수를 주입하고 있다. 몇 개월 전 해양기술회의의 공언에 따르면 가와르 유전에서 뽑아내는 액체 중 물이 55%로 오히려 석유보다 물이 많다고 한다. 물론 가와르 유전은 아직도 상당량의 석유를 생산 할 수 있겠으나 문제는 주입 해수량이 증대됨에 따라 비용 증가를 초래하여 머지않아 경제성이 악화된다는 데 있다.

백보를 양보하여 가와르 유전의 매장량을 공식 발표인 700억 배럴(세계 확인 매장량의 12%)이라고 치자. IEA(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현재 전세계에서 하루에 소비하는 석유의 양은 8,529만 배럴이다. 석유에 대한 수요 증가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으며, 유전이 최적 조건일 때를 가정했을 때에도 세계에서 가장 큰 가와르 유전으로는 27개월밖에는 버틸 수 없다는 계산이 나온다.

가와르 유전은 아직도 논쟁의 여지없이 석유 시장의 헤비급 챔피언이다. 가와르의 생산율이 감소되고 있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2006년 4월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 국영석유회사의 대변인은 성숙한 가와르 유전은 매년 8%씩 생산이 감소한다고 했다. 생산의 정점이 온 것이다. 물론 다른 유전에서도 석유가 생산되고는 있으나 뇌사 상태가 되면 몸은 따라 죽게 되어 있듯이 가와르 유전의 고갈이 염려되는 시점에서 다른 유전들이 얼마나 버텨줄 지 의문이다. 가와르의 피크는 사우디의 피크이고, 사우디의 피크는 세계 석유시장의 피크라고 할 수 있다.

고유가는 증가하는 석유 수요와 감소하는 석유 공급 간의 불분명한 격차를 메워주지도 못할 것이다. 비일반석유(화학 공정 등을 거쳐 만들어내는 석유)에 대한 투자가 늘고는 있으나 이를 미래의 에너지원으로 둔갑 시킬 마법의 가격선도 없다.

세계 4대 유전(멕시코의 칸타렐 200만B/D, 쿠웨이트의 버간 170만B/D, 중국의 대경 유전 100만B/D, 사우디의 가와르 530만B/D) 중 3개 종류에서 생산 감소가 확인됐다. 매년 석유 생산량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하루 수십만 배럴의 유전을 찾아야 하는데 독자나 필자나 그것이 가능할까 의문스럽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현재 인류가 이미 발견된 유전에서 석유를 9배럴 사용하고 있는데 반해 새로운 유전은 1배럴치 밖에는 찾아내지 못한다고 통계 자료가 보여주고 있다. 석유에 관하여 가장 풍부한 지식과 경험을 자랑하는 매튜 사이먼(Matthew R Simmons)은 3년 내지 5년 사이에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생산은 30~40%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석유매장량 부풀리기에는 산유국 뿐 아니라 대형국제석유회사들도 동참(?)하고 있다. 세계 최대의 국제석유회사인 엑손모빌은 석유는 풍부하다고 공언하면서 생산 판매한량의 112%를 대체했다고 증권위원회에 보고했고 이 보고는 현행법으로 입건됐다. 실상 대체 비율은 83%에 불과하여 17%의 생산 감소가 생겼다. 1973년 1차 오일쇼크에서 경험한 바 있는‘5%의 석유공급 부족이 400%의 가격 인상을 초래’한다는 점을 상기하여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지 짐작해 봐야 한다. 유가 200달러 시대도 결코 과장된 상상이 아닌 현실이 될 수 있다.

치솟는 가격은 차치하더라도‘손쉬운 석유(easy oil;유전에서 뽑아내기만 하면 되는 석유)’가 소진되고 있다는 사실이 무엇을 암시 하는지 또 그 대처 방안이 무엇이지 고찰해 보아야 한다. 세계는 석유의 부족분을 어떻게 보충할 것인가?

고유가는 증가하는 석유 수요와 감소하는 석유 공급 간의 불분명한 격차를 메워주지도 못할 것이다. 비일반석유(화학 공정 등을 거쳐 만들어내는 석유)에 대한 투자가 늘고는 있으나 이를 미래의 에너지원으로 둔갑 시킬 마법의 가격선도 없다. 비일반석유 사업은 에너지 집약사업이기 때문이며, 석유 탐사 기술의 발전도 과거의 경험으로 보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낙관론자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생산 정점의 시기를 늦출 수 있다고는 하나 이를 뒷받침 해줄 구체적인 계획이나 근거는 없는 실정이다.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량은 공급되는 에너지량을 초과할 수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기존의 석유 사용 방식의 효율성을 제고하는데 초점을 맞추어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아주 작은 것이라도 새로운 에너지 개발에 힘써서 시간을 벌며 석유 의존도로부터 얼마라도 벗어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바이오 연료, 오일 샌드, 오일 셀 등에서 기름을 생산하는데 석유 자원이 더 들어 가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석유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진정한 해결책은 소비 절약에 있다. 석유생산 정점의 시기를 늦추려면 세계 에너지 질서를 좀 더 효율적인 방법으로 재정립해야한다.

세계에너지의 60~70%가 수송 연료로 사용되며 이중 95%가 석유로 충당된다. 에너지 효율에 입각하여 수송을 하고 노동자의 이동 거리를 줄이고, 소비지 생산에 주력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모두가 석유 소비절약에 어떠한 방법으로든지 동참하는 것이다. 급속히 고갈되어가는 석유를 아껴 써야 미래가 있을 것이다.

글: 계충무 국제아동돕기연합 고문
계충무 고문은 서울대 경제학을 전공했고 한국전력, 대한석유공사(현 SK), 동아건설 등을 거쳐 한국석유공사 부사장을 역임했다. 한얼상사와 코람자원의 대표이사 활동으로 국제 자원개발 사업에 남다른 성과를 내기도 했으며 현재 HI&T 사장으로 취임해 이라크 할파야 유전개발 사업을 협상중이다.

* 상기 기사는 에너지코리아뉴스의 자매지 월간 <CEO ENERGY> 2009년 5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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