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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원유 수송 이야기

국제 원유 수송 이야기

  • 기자명 계충무 국제아동돕기연합 고문
  • 입력 2010.08.11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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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의 생산과 수송에서 사용되는 단위는 배럴(barrel: 술통)인데 현재는 드럼을 사용하기 때문에 용기와는 별 뜻이 없이 쓰인다. 1860년대 세차게 뿜어 나오는 석유를 임시로 저장하려고 굴리기 손쉬운 위스키 술통에 석유를 담기 시작한데서 비롯됐다. 그 후 1886년에 1배럴이 42미국 갤런(15만8984리터)으로 표준화돼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다.

유의 생산과 수송에서 사용되는 단위는 배럴(barrel: 술통)인데 현재는 드럼을 사용하기 때문에 용기와는 별 뜻이 없이 쓰인다. 1860년대 세차게 뿜어 나오는 석유를 임시로 저장하려고 굴리기 손쉬운 위스키 술통에 석유를 담기 시작한데서 비롯됐다. 그 후 1886년에 1배럴이 42미국 갤런(15만8984리터)으로 표준화돼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다.

세계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으로 국제적인 석유 거래가 크게 증대했다. 석유의 주 소비자는 미국, 서유럽, 일본 등 선진 산업 국가들이다. 현재에도 OECD 국가들이 세계 석유 총 수입의 75%나 차지하고 있다. 석유는 생산과 소비가 동일한 장소에서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수급을 맞추려면 국제거래가 불가피하다. 다른 석유생산국과는 달리 OPEC 국가에서 생산되는 대부분의 석유는 국제석유 시장에서 거래된다. 거래된 석유는 유조선으로 대양을 건너 소비지로 이동된다.

최초의 유조선은 1878년 카스피해에서 시작됐으며 그 후 세계 유조선단은 계속 성장해 크게 발전했다. 현재 유조선에 의한 석유의 해상 수송량은 연간 약 24억(원유만은 18억6000만)톤으로 세계의 총 석유 생산량 가운데 62%를 차지하고 있으며 나머지 38%는 송유관이 주류인데 기차 또는 트럭으로도 수송된다. 원유의 경우 수송량의 반 이상이 중동에서 선적되는데 일본, 중국, 한국 등 아시아권으로의 이동은 말라카해협을 지나며, 유럽, 미국 등으로의 이동은 수에즈 운하나 희망봉을 돌아야 한다. 원유의 행선지에 따라서 유조선의 해양 루트가 정해진다.

여기서 우리나라 원유 해상 루트에 어떤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는지 잠깐 짚어 보려고 한다. 아시아로 향하는 유조선은 필연적으로 페르시아만의 호르무즈해협을 빠져나와 인도양 – 말라카해협 – 남중국해 – 동중국해 - 대한해협을 거치게 된다. 그런데 현재 이 해상 루트는 전적으로 미국의 7함대가 담당하고 있다. 중국은 최근 해군력을 증강하고 파키스탄과의 해군협력으로 인도양 진출이 크게 용이해 졌으며, 지난 10년간 아라비아해 입구에 위치한 카다르항 건설에도 참여함으로써 인도를 크게 긴장시킨 바 있다. 이밖에 미얀마 코코아일랜드에도 이미 자국의 군사시설을 설치, 해군 병력을 주둔 시키고 있다. 국가의 혈맥인 원유 해상루트를 전적으로 미국에게 의존할 수 없음을 인지하고 계속 강화해 나갈 것이다.

필자가 한국석유공사 비축본부장 시절 2400만배럴의 비축 원유를 구입하는 과정에서 있었던 일이다. 당시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하겠다고 나서 유가가 계속 상승하는 추세라 하는 수 없이 원유를 구입 했으나 실제로 봉쇄는 일어나지 않았고 유가는 하락 했다. 감사원이 우선 결과만 가지고 지적하는데 비중을 두고 있어 이를 해명하는데 상당히 힘들었다. 3곳의 세계적인 에너지연구소의 전망, 10여개 석유 잡지의 견해, 뉴욕타임스 등 수십 가지의 자료를 수집‧분석하고 제출해 겨우 지적을 모면할 수 있었다. 이란이나 알카에다는 자신들의 급박한 현안문제를 풀기 위해 언제라도 이 해협을 지나가는 초대형 유조선을 폭파시켜 봉쇄할 수 있다. 이란은 이미 이 지역의 위협요소를 이용해 세계를 위협했고, 언제라도 막다른 골목에 갇히면 최후 수단으로 미국에 대항하는 위협무기로 사용할 것을 염두에 두고 있을지도 모른다.

다음은 말라카해협이다. 이 해협은 좁을 뿐만 아니라 수심이 얕아서 이곳을 봉쇄하기는 어렵지 않다. 그래서 국제 안보 전문가들은 말라카해협이 주요한 테러공격 목표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공격 수단으로는 기뢰나 해적행위를 들 수 있다. 테러리스트와 해적 그룹이 협공할 경우 협소한 말라카해협이 쉽게 봉쇄될 수 있으며 유조선이나 LNG선을 나포해 이를 ‘선박폭탄’으로 사용하고 싱가포르 등과 같은 주요 항구에서 폭발하도록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봉쇄된다면 인도네시아의 롬복해협을 돌아서 항해는 할 수 있겠으나 시일이 걸릴 뿐만 아니라 가격 급등으로 경제에 크나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남중국해와 동중국해도 중국과 대만, 중국과 베트남 등 국가 간의 갈등으로 발전될 소지가 있으며, 이번 천안함 사태를 견주어 볼 때 북한이 이 지역에서 해적을 가장해 한국의 유조선을 공격할 가능성도 상당히 높다.

우리나라 남부 해안 지역의 정유 공장에서 중동의 페르시아만까지의 해상 거리는 약 2만5000㎞로 서울에서 부산을 약 30회 왕복하는 거리에 해당된다. 유조선이 울산을 출발해 사우디 원유 선적항 라스타누라에서 원유를 실어오는 경우, 대한해협과 남중국해, 말라카해협과 인도양을 지나서 페르시아만 입구의 호르무즈해협을 거쳐 페르시아만의 라스타누라항까지 도착하는데, 빈 배로 가는 경우 대략 16일 정도가 소요된다. 현지 선적항에서 약 180만배럴의 원유를 선적하는데만 2일을 포함해서 출항하기까지 약 3~4일이 걸리게 되며, 같은 코스를 되돌아 울산까지 오는데 약 21~22일이 소요된다. 갈 때보다 항해 일수가 많은 것은 배에 원유를 실었기 때문이다. 유조선에 실려 온 원유는 정유공장 앞바다의 해상 부이(Buoy: 유조선이 수심이 얕아 접안이 불가능할 때 바다 가운데 둥근 통을 띄어 놓고 원유를 하역하는 시설물)에 의해 해저 파이프라인을 통해 지상의 원유 탱크로 옮겨진다. 소요일수는 2~3일 정도다. 결국 유조선이 우리나라를 떠나 원유를 싣고 다시 돌아와 하역하기까지 대략 45일이 걸린다.

세계 유조선 규모는 군사목적의 정부보유분을 제외하고 2002년 기준 2억8000만재량중량톤(Deadweight ton, DWT: 배에 적재할 수 있는 화물의 최대 중량)이다. 약 3500여 척의 유조선이 국제 유조선 시장에서 운영되고 있다. 규모에 따른 유조선의 종류는 연안 유조선, Aframax(120,000dwt), Sue-zmax(150,000dwt- 만선 시 수에즈 운하 통과 가능), 20만~32만 DWT 급인 대형유조선(VLCC: very large crude carrier), 32만~55만 DWT 급인 초대형 유조선(ULCC: ultra crude carrier) 등으로 나뉜다. 연안유조선과 초대형 유조선을 비교해보면 선박의 길이는 약 2배(415m : 205m)인데 선적톤수는 8배(40만dwt : 5만dwt)나 된다.(그림참조) 여담으로 말씀드리면 선적한 초대형 유조선이 완전히 정지하려면 3㎞ 거리에 15분이 소요되고, 커브를 틀려면 2㎞의 반경을 필요로 한다.

유조선의 구조는 아래 그림과 같이 비교적 간단하다. 다만 최근에 유조선 조난 사고가 빈번해 해상오염이 잦아지자 신규 선박은 선체를 2중구조로 제조해야 운행이 가능해졌다. 대형 유조선에 원유를 선적할 때도 컴퓨터로 계산된 순서에 따라 순차적으로 채움으로써 선박의 균형을 잡아야 한다. 모든 시설이 현대화돼 초대형 유조선의 승선 인원은 20명 이내 이다.

유조선과 관련된 에피소드를 하나 말하고 싶다. 현대조선의 고 정주영 회장이 미포에 조선소 예정지 사진만을 가지고 그리스에서 대형 유조선 3척을 수주 받은 이야기는 누구나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건조 후 어떻게 되었던가? 그리스에서 유조선 경기가 좋지 않아 계약 불이행 벌금을 물면서까지 인수를 거부한 바 있었다. 그러나 정 회장은 누구인가? 그 중 2척을 걸프 오일에 요청해 용선 계약을 체결했으며 그 중 한척은 당시 대한석유공사(유공: 지금의 SK)의 원유 수송에 투입돼 쿠웨이트 원유를 수송했다. 필자는 당시 유공의 기획 부장으로 모 세미나에 참석했다가 다과회장에서 유공의 미국인 수석 부사장과 환담을 하고 있었는데(당시 필자는 정 회장을 잘 모를 때였음) 누군가가 내게 와서 정중히 인사를 하며 통역을 부탁하는데 그 내용인 즉 ‘유조선을 계약해주어 감사하며, 앞으로도 계속 사용해주기를 희망합니다’였다. 얼떨결에 부탁을 받고 수석부사장에게 통역을 하면서 정 회장인 것을 알아차리고 거침없는 그분의 성격이 현대를 발전시키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유공의 운영권은 걸프가 가지고 있었으며 상당한 이권인 원유수송계약은 울산정유공장 건설계약에 포함된 주요계약 중에 하나였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 원유수송의 안전성 확보를 위한 노력을 지금부터라도 시작해야 할 것이다. 물론 소말리아해적에 대처하려고 한국 전함을 파견했으며 나름대로 성과를 거뒀지만 얼마 전 소련은 유조선이 소말리아해적에 나포돼 소련 해군이 3일 만에 유조선을 되찾았으나 우리 상선 하나는 수개월이 지난 지금도 해적과 협상 중이라니 걱정이 앞선다. 또 천안함 사건은 유조선과 관련해 여러 가지 문제점을 떠오르게 한다. 그리고 중국의 해양 전략이 먹혀들어 간다면 또 무슨 사태를 겪게 될 것인가? 미국의 이 지역에 대한 파워 플레이도 언젠가는 한계에 부딪치게 될 것을 예상하며 준비를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북한을 응징하려는 서해 해상 훈련은 동해로 둔갑했고, 또한 북한과의 외교전에서는 실패한 안타까움을 되새기며…

글: 계충무 국제아동돕기연합 고문
계충무 고문은 서울대 경제학을 전공했고 한국전력, 대한석유공사(현 SK), 동아건설 등을 거쳐 한국석유공사 부사장을 역임했다. 한얼상사와 코람자원의 대표이사 활동으로 국제 자원개발 사업에 남다른 성과를 내기도 했으며 현재 HI&T 사장으로 취임해 이라크 할파야 유전개발 사업을 협상중이다.

* 상기 기사는 에너지코리아뉴스의 자매지 월간 <CEO ENERGY> 2010년 8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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