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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누비는 시한폭탄 CNG버스 대책은 아직?

도심 누비는 시한폭탄 CNG버스 대책은 아직?

  • 기자명 황무선 기자
  • 입력 2010.08.27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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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외피 손상과 전자밸브 고장이 사고원인
업무이관 논쟁 보다 전문성 갖춘 정기검사 시행 시급

서민의 발로 도심을 누비던 버스가 어느 날 갑자기 폭탄이 돼버렸다. 장착된 고압의 CNG용기가 서울 한복판에서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부터다. 지난 8월 27일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사고원인에 대한 공식적인 발표가 있었지만 원인은 사고발생 이전부터 예상해온 문제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벌써 사고가 발생한지도 20여일이 지났다. 서민들의 불안한 심정과 달리 현재까지도 정부의 유효성 있는 대책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오히려 현재의 안전관리 시스템에 대한 대안으로 차량용기에 대한 관리를 국토해양부로 일원화할 것을 검토하며 시간만 보내고 있다. 그리고 오늘도 동일한 사고위험성을 내재한 CNG버스는 제대로 된 정밀검사를 받지 못한 채 사람들을 싣고 도심을 누비고 있다. CNG차량 보급 10년, 그간 발생한 9건의 사고가 주는 교훈은 무엇이며 전문가들이 한결같이 지적하고 있는 당장 실행해야할 유효성 있는 사고대책이란 무엇을 말하는지 알아봤다.

사고원인은 외피손상과 전자밸브 고장
지난 8월 9일 오후 4시 57분경 서울 성동구 행당동 346번지 대로상(지하철 행당역 부근)에서 운행 중이던 CNG버스 용기가 폭발하는 사고로 승객 17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특히 이날 사고가 더욱 충격적으로 다가왔던 것은 ‘승객 중 한 명의 발이 잘렸다’는 뉴스와 CCTV를 통해 생생하게 잡힌 사고영상 때문이었다.

지난 27일에야 국과수의 공식적인 발표가 이뤄졌으나 정부는 신임 총리의 인준 등 새 내각의 출범에 앞서 관련 대책을 수립하겠다는 입장이라 이미 청와대와 정부에 대략적인 사고결과 보고는 20일경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원인은 당초 예상처럼 용기결함으로 결론이 났다. 그러나 용기의 제조상 결함 보다는 외피손상과 용기에 장착된 전자밸브의 이상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경찰의 공식적인 사고원인 발표가 이뤄짐에따라 관련 사항에 대한 예방대책도 본격화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사고가 발생한 용기는 2001년 제조된 것으로 사고차량에는 2000년 및 2001년에 제조된 이태리 파버사의 CNG 타입2 용기가 장착돼 있었다. 또 사고 차량은 당일 오전 11시경 가스를 충전한 후 상당 거리를 운행한 상태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해 그간 발생한 8건의 사고와 사뭇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는 점이 주목돼왔다.

이번 사고는 앞선 용기 파열사고처럼 차량 충전 직후 발생한 사고가 아니라는 점과 차량의 운행도중 화재없이 용기 파열이 이뤄진 점, 지속적인 문제가 제기됐던 국산용기가 아닌 수입용기에서 발생한 사고란 점 때문이었다. 때문에 사고처리방안 등이 논란이 되며 각종 사고원인에 대한 다양한 추정이 이뤄져왔다.

하지만 국과수 조사결과 이번 사고는 지난 2005년 전주에서 발생한 2차 사고의 원인과 유사했다. 파열사고가 발생한 용기를 비롯해 다른 용기에도 파이버 글라스 부위에 손상이 발견됐고 그 손상은 오랜 운행으로 느슨해진 브라켓이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 차량의 전자밸브 고장도 결정적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차량 시동시 개방되고 시동을 끄면 닫히는 전자밸브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해 충전된 가스가 고압으로 유지됐을 것이란 추정이다.

그러나 직접적 발생원인은 용기손상과 전자밸브 이상이지만 결국 사고의 내용을 보면 근본원인은 10년간 버스가 운행되면서 단 한 차례도 제대로 용기의 상태를 확인하지 않은데서 비롯됐다는 것이 사고를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었다.

미봉책으로 일관중인 사고대책

▲ 박영준 지식경제부 차관이 지난 20일 박환규 가스안전공사 사장과 함께 서울시 중랑구 신내동에 위치한 중랑공영 차고지 CNG충전소를 방문해 CNG버스 안전관리 및 충전소 충전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내에 운행중인 CNG버스는 총 2만2870대에 달한다. 이중 약 40%의 용기가 이태리 파버사 제품이다. 현재까지 파버사 용기에서 사고가 발생한 것은 올해 1월 인천 계양구에서 발생한 사고가 유일했다. 당시 사고는 용기 자체 결함으로 판명이 났고 구조적인 문제가 아니라는 점과 허용치 안에서의 결함이란 이유로 동일 로트의 제품 회수 등 후속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알려진 바로는 현재 사고가 발생한 동일로트 제품은 약 200여개 정도가 남아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미 사고 원인이 규명되지 않았더라도 기본적으로 동일로트 제품에 대한 운행중단 조치가 먼저 선행됐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지만 후속조치는 여전히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과거 사고가 국내 용기에서 주로 발생해 수입용기에 대한 연고지 파악을 한 차례도 진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각 지자체별로 진행되고 있는 안전점검을 통해 2001년 이전 제작된 차량에 대한 각 지자체별 운행중단 조치가 취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사고발생 이후 지식경제부는 11일 김정관 에너지자원실장 주재로 관계부처 및 전문가 긴급회의를 개최했다. CNG버스에 장착된 용기의 안전성 확보를 위한 대책으로 한국가스안전공사·교통안전공단(총 840명)이 지자체와 협조해 9월 17일까지 전국에서 운행되고 있는 CNG버스에 대한 일제 안전점검을 실시하기로 했다. 현재 각 지자체 별로 안전점검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점검을 통해 2000년과 2001년 등 사고버스와 동일시기에 제작된 노후버스에 대한 운행제한 등의 조치가 진행되고 있다.

같은 날 오세훈 서울 시장도 중랑구 신내동 중랑 공영차고지를 방문, CNG버스에 대한 안전강화대책을 발표했다. 오 시장은 서울 시내를 운행 중인 7234대의 CNG버스에 대한 일제 정밀점검을 실시할 것을 약속하는 한편 동일시기에 제작된 용기를 장착한 120대 시내버스에 대해 운행중단과 함께 우선적인 점검을 실시하겠다는 발표를 했다. 하지만 오 시장이 말한 정밀점검은 사실상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수년간 반복해 예고된 안타까운 인재(人災)
국내에는 지난 9일 사고를 포함해 총 9건의 CNG용기 관련 사고가 발생했다. 2005년 1월 27일 전북 완주 현대자동차 충전소에서 발생한 용기파열 사고를 시작으로 용기가 파열되는 사고만도 6건이나 된다.

발생한 사고를 토대로 그동안 정부는 추가 사고 가능성을 우려해 문제가 있는 제품에 대한 제품 회수조치를 내린 것만도 1차, 4차, 5차사고 등 3차례나 된다. 이 과정에서 회수 폐기된 용기만도 무려 1만5650개, 용기 당 100만원씩 계산해도 150억이 넘는 금액이다. 여기다 차량 운행정지로 인한 손실비용과 용기교체를 위한 작업비용 등 직간접 비용을 생각한다면 그간 사고로 인한 손실액은 5~600억을 넘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하지만 이런 조치들에도 불구하고 서울 중심가에서 또다시 사고가 발생했다. 때문에 이번 사고를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시각은 곱지 않다. 8차례나 반복적인 사고가 발생하면서 공동적으로 지적해온 문제점에 대해 정부가 적극적인 개선을 하지 못해 발생한 사고란 생각에서다. 어떤 전문가는 매번 사고발생 때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고 있는 격이다’며 촌평했고 이번 사고를 ‘한마디로 인재’라 말하는 사람도 있다.

2007년 12월 구리사고와 2008년 7월 청주사고 이후 관련분야의 전문가들은 수차례에 걸쳐 현 용기관리시스템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한편 후속사고를 대비하기 위한 정기검사제도의 도입 필요성을 지적해왔다. 특히 반복적인 사고 때마다 수차례 진행됐던 CNG버스의 점검결과 연료계통의 가스누출이나 운행 중 용기손상 등이 문제점으로 드러나면서 운행차량의 안전 확보 방안을 마련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을 해왔다.

이 때문에 2008년 지식경제부를 중심으로 CNG버스에 대한 종합적인 문제점을 점검하고 올바른 정책방향을 도출하기 위해 ‘CNG자동차 안전성향상 연구’를 진행했지만 그 결과 제시됐던 대책들 중 제대로 시행된 것은 하나도 없었다. 더욱이 당시 보고서는 현실을 도외시한 타당성 없는 대책을 제시했다는 빈축을 샀다.

이전투구로 대책은 여전히 늑장
구조적으로 보면 이번 사고의 근본적인 문제는 운행차량의 제대로 된 중간 점검과정이 국내에서 누락돼 왔다는 것에서 찾을 수 있다. 움직이고 있는 차량에 장착된 용기가 현재 안전한 상태인지, 사고의 개연성을 가진 결함을 내재하고 있지는 않는지를 제대로 확인하기 위해서는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차량에 장착된 용기의 손상 정도와 변화 상태를 주기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그나마 정부가 최근 운행 차량의 정기검사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CNG버스용기에 대한 정기적 재검사 제도를 도입키로 했다. 사고발생 한 달 전인 7월 교통안전공단에 재검사를 위탁하는 것을 골자로 한 개정 법안을 입법예고한 상태다.

그리고 이 재검사 업무에 관한 부분은 사고발생 직후 구체적인 방안들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더욱이 최근 부처간 합동대책회의에서 국토해양부는 차량용기에 관한 모든 사항을 차량부속품으로 규정하고 총괄 관리 및 책임지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이대로라면 현재 가스안전공사가 책임지고 있는 차량 용기의 신규검사 마저도 국해부로 이관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업무와 관련한 검사설비 구비에 필요한 비용과 예산은 2011년 예산에 반영한 상태로 내년까지 정기검사 시행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내년 예산이 배정되고 업무가 시작된다고 해도 당장 해당기관에는 전문적 지식을 갖춘 인력이나 장비, 검사를 위한 관련 기준 등을 보유하지 않은 상황이라서 곧바로 검사업무를 진행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물론 발생한 사고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알고도 미온적인 대응을 하고 있는 가스안전공사의 태도도 문제지만 무려 36년이란 오랜 기간 용기검사를 진행해온 전문가집단의 업무를 도심에서 일어난 사고 한 건 때문에 비전문기관으로 옮기는 것이 정말 타당한 것인지도 의문이다.

CNG사고가 처음 발생한 2005년 1월부터 행당동 사고가 발생한 최근까지 CNG차량의 안전관리를 총괄해온 지경부 에너지안전과의 주무과장은 무려 5번이나 바뀌었다. 주무과장이 바뀐다고 정책기조가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이는 문제를 책임지고 제대로 해결해야할 주체가 그동안 없었다는 말도 된다.

관리만 잘해도 사고재발 막을 수 있다
이번 사고는 사고의 원인이 무엇인가를 떠나서 이제까지 발생한 사고와 관련된 현재의 제도적인 시스템을 개선하는 작업만 선행됐더라도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지적이다. 즉 장착 후 차량의 폐차까지 사용되는 차량용기를 주기적으로 정확히 진단해 볼 수 있는 정기검사제도가 부처간 갈등과 이해관계를 가진 업계의 이전투구로 이제껏 미뤄졌다는데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서울시나 정부가 내놓은 CNG버스의 안전대책이 유효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향후 관련 업무를 누가 진행할지 정하는 것을 떠나 당장 문제가 있는 차량에 대한 정밀검사를 진행해야 한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안전점검 만으로는 차량에 장착된 용기의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지금 이 순간에도 행당동 사고차량과 동일한 문제점을 안고 있는 차량이 도심을 운행하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차량에서 용기를 분리해 정확한 외관검사를 비롯해 내압시험, 내시경 검사 등을 진행해야 현 차량들의 용기 상태를 제대로 알 수 있다. 정부가 후속대책으로 발표하고 있는 가스누출검지기 및 긴급차단장치 설치 의무화, 바닥 보호커버 설치, 기존 타입2 용기 세대교체 등은 그 실태를 정확히 확인한 후에 진행해도 늦지 않다. CNG차량 9대가 문제가 있었다고 10년간 구축한 산업인프라와 기술력을 휴지처럼 버리는 것도 문제다.

더 이상의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현재 진행하고 있는 관련법이나 소속기관 및 업무범위를 정하는 탁상논쟁을 떠나 지금부터라도 있는 여건을 총동원해 노후된 차량부터 정기검사를 단계적으로 시행해야 한다는 것이 관련분야 전문가들의 공통적 지적하는 해결방안이다. 

* 상기 기사는 에너지코리아뉴스의 자매지 월간 <CEO ENERGY> 2010년 9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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