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정유공장 이야기

정유공장 이야기

  • 기자명 계충무 국제아동돕기연합 고문
  • 입력 2010.08.31 16:21
  • 0
  • 본문 글씨 키우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하에 매장된 석유를 지상으로 끌어 올리기 위한 탐사, 시추 등의 석유생산 사업을 업계에서는 상류부문(Upstream)이라고 하고, 이 석유를 정제하여 우리가 사용할 제품을 만들어 내는 사업을 하류부문(Downstream)이라고 한다. 이번에는 하류부문인 석유정제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석유정제는 장치공업의 하나로 제품원가의 구성비 중 원료인 원유 구성비가 95% 이상 차지 하고 있어 부가 가치 창출이 큰 사업은 아니다. 그러나 매출액 규모가 상당히 크기 때문에 과거 재벌 들이 눈독을 드렸던 적이 있었다. 대한석유공사 (울산 정유공장) 불하시 삼성과 SK간 막후 싸움은 치열했다. 삼성으로 다 결정됐던 낙점이 하루 밤새 SK로 변경됐으니 말이다.  석유제품의 원료인 원유의 성상과 종류를 대강이나마 알고 나면 석유정제 과정이 보다 손쉽게 파악될 것이다.

원유의 성질
물리적 성질
- 산출 유전에 따라 또 매장된 지층에 따라 상이 함.
- 일반적으로 석유의 비중은 0.65~0.95도 정도
- 갈색·황색·적갈색·흑색 등, 중질유일수록 흑색을 띠며 형광반응을 함.
화학적 성질
- 탄소(84~87%)가 주성분, 이 외에 황·질소·산소를 소량함유
- 화학적으로 탄화수소의 복잡한 화합물
- 탄소수 5미만은 가스, 탄소수 5이상은 액체

원유의 종류
- API도에 의한 분류

원유는 생산지와 산출되는 유층에 따라 그 성상이 다른데, 미국석유협회(API)가 제정한 화학적 석유비중표시 방법에 따르면 오른쪽과 같이 분류할 수 있다.
- 황함량에 의한 분류
원유의 황함량에 따른 분류법이다. 유럽이나 서부 아프리카산은 저유황이 많은 반면 중동원유는 고유황분이 많다. 중동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정유공장은 이러한 고유황원유를 처리할 수 있는 시설의 설치가 필수적이다. 향후 중동의존도는 지속적으로 증가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고유황원유 수입도 증가될 것이다.

석유정제에는 원유의 주성분인 탄화수소의 혼합물들을 비등점 차이에 따라 분류하는 증류과정과 이 과정을 통해 뽑아낸 여러 가지 유분 중에 포함돼 있는 불순물을 제거하고, 또 촉매를 첨가해 탄화수소에 반응을 일으켜 성질이 다른 탄화수소를 만들어 내는 전화(분해, 개질)과정이 있다. 이와 같은 증류, 탈황, 분해, 개질 등의 공정을 총칭해 석유정제라고 한다.

증류공정은 상압증류와 감압증류로 나뉜다. 상압증류는 대기압과 같은 상온에서 비등점의 차이를 이용해 분류되는데 이 공정을 통해 휘발유, 등유, 경유, 중유 등이 제품으로 분류된다. 감압증류는 대기압보다 낮은 압력 하에서 시행되는 증류로 중질유는 고온에서 증류하면 열분해해 품질이 열화되고 수율이 낮아짐에 따라 낮은 온도에서 비등할 수 있도록 압력을 낮춰 증류한다. 전화과정(轉化過程)은 분해(Cracking), 개질(Reforming), 수소화분해(Hydrocracking), 이성화법(Isomerization), 알킬화법(Alkylation) 등으로 나뉜다.(‘원유 정제과정도’ 참조)

▲ 원유 정제과정도

정유공장에 가보면 상당히 복잡한데 여기저기서 수증기가 나오고 냉각시설이 정신없이 돌아가며 때로는 높은 굴뚝에서 불이 뿜어 나오기도 한다. 그리고 각종 파이프가 이리저리 연결돼 있다. 그러나 간단히 정리해보면 일차적으로 가열 증류장치, 분해장치, 수소처리장치, 개질장치 등이 공정에 따라 연결돼 불순물을 제거하거나 분해 및 개질해 필요한 제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미없는 공정에 관한 이야기는 그만하고 우리나라 정유 공장과 엉킨 이야기를 두서없이 해보려고 한다. 현재 SK가 운영하는 울산정유공장은 1963년에 도입됐다. 그 추진 과정은 화신백화점(우리나라 최초의 백화점)을 세운 박흥식氏가 미국의 걸프사와 접촉해 정유공장 투자를 유치키로 합의했으나 제1차 5개년 경제개발계획을 수립한 한국정부가 주요 기간산업인 정유사업을 직접 추진하게 됐다. 그대신 박氏에게는 흥안화학(비스코스 인견사 공장)을 주어 설립 운영하도록 했다. 걸프사 역시 민간 보다는 정부와 직접 거래를 하면서 여러 가지 이점을 노리고 한국정부와 손을 잡았을 것이다. 걸프사가 한국정부로부터 보장받은 것은 수익률이다.

당시 미국의 해외 투자 기준은 3~5년안에 투자원금이 회수되고 수익률은 10% 수준이었다. 추후 걸프사는 12%의 투자수익률(Rate of Return on Investment, ROI)을 보장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쿠웨이트 원유를 한국에 팔아 막대한 이익을 남기는 것 말고도 원유 취급 수수료 명목으로 배럴당 $0.07를 추가로 받았으니 한국이 걸프사의 황금거위 노릇을 한 셈이다.

1963년 당시 걸프사의 지분은 25%이며 운영권은 한국이 가지고 있었으나 원유공급계약 및 수송계약권은 걸프사가 가지고 있었다. 또 걸프사는 1970년에 석유화학공장 건설에 참여하면서 지분을 50%로 늘리고 운영권도 한국정부로부터 인수받았다. 걸프사가 한국에 석유화학사업 투자를 위한 경제성 검토를 했는데 필자도 이에 참여한 바 있었다. 당시에는 석유화학제품의 수요가 많지 않아 경제성이 아주 낮게 검토됐다. 그러나 여기에 원유판매 수익과 그 부대수입을 고려하면 경제성이 충분했기 때문에 투자를 감행한 것이다.

론 걸프사는 대외적으로 경제성이 낮은 데도 투자를 하니 여러 가지 조건을 내세웠으며 그 중 하나로 윤활유 기유(基油)공장 건설 허가를 약속 받았다. 그 후 기유공장은 경제성이 없다고 철회했는데 이는 걸프사의 크나큰 실수였다. 한국의 경제성장과 공업화를 과소 평가했고 울산정유공장 운영으로 생기는 수익성에 취해 투자의 기준을 잃어 버렸기 때문에 결국 1980년에 지분을 한국정부에 넘기고 철수하게 된 것이다. 그 후 세븐 시스터 중 하나였던 걸프사는 쉐브론에 흡수돼 종지부를 찍었다.

참고로 舊 Seven Sisters는 Exxon, Mobile, Texaco, Chevron, Royal Dutch Shell, BP, Gulf 등이다. 新 Seven Sisters는 Saudi Aramco, JSC Gazprom(러시아), CNPC(중국), NIOC(이란), PDVSA(베네수엘라), Petro bra(브라질), PETRONAS(말레이시아) 등이다.

정유 공장의 제품은 한가지 원료인 원유가 들어 가서 16가지 이상의 제품이 생산되기 때문에 제품별 원가계산이 용이하지 않다. 그렇다면 휘발유 원가 계산 시 원유비용은 얼마로 책정하는 것이 타당할까?

초기 한국에서는 제품가격이 시장에서 결정되지 않고 정부가 인위적으로 책정해 고시가격으로 판매했다. LPG는 부자들이 쓴다고 비싸게 정하고 등유는 서민이 쓴다고 싸게 정했으며 벙커씨유는 산업용이라고 싸게 정하는 식이였다. 그렇기 때문에 유가가 시장 원리인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된 것이 아니였고 제품가격의 기준이 될 수 없었다. 제품가격이 시장에서 자유롭게 결정되면 이 시장가격을 기준으로 원유비용을 각각의 제품에 배분하면 된다. 외국에서는 이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Seals realization method이라고 한다.) 지금은 당시 보다 많이 개선됐으나 국제 유가 체계와는 차이가 아직도 다소 존재한다.

지막 한가지는 손실률 문제다. 대한석유공사 시절에는 손실률을 중동의 항구로부터 수송해 제품으로 팔 때까지 손실률은 4%가 허용됐다. 그러나 아는 바와 같이 석유제품은 무게로 거래돼야 하는데 편의상 부피로 거래하고 온도에 따라 조종을 한다. 그러다 보니 실제 거래상에서는 손실이 아니라 이 4%의 전부 아니면 일부가 오히려 이익으로 발생할 수 있다. 4%라는 엄청난 금액을 손실로 보고 비용 처리할 텐데 과연 실제로도 4%를 전부 혹은 일부를 손실로 발생했다고 볼 수가 있겠는가.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고 온도 환산을 해본 적이 없으니 알 수가 없는 노릇이다. 과거에는 탱크로리에 벙커씨유를 싣고 가열을 해 팔다가 폭발한 경우도 있었다. 탱크로리 용량 45드럼 짜리를 최대한 가열하면 2드럼은 득이 된다고 한다. 또 이상한 점은 같은 유류탱크라도 정유공장용이면 세법상 특별상각을 할 수 있어 8년 만에 감가상각이 끝나는 반면 일반 저유소의 유류탱크의 감가상각 기간은 30년이라는 것이다.

 

글: 계충무 국제아동돕기연합 고문
계충무 고문은 서울대 경제학을 전공했고 한국전력, 대한석유공사(현 SK), 동아건설 등을 거쳐 한국석유공사 부사장을 역임했다. 한얼상사와 코람자원의 대표이사 활동으로 국제 자원개발 사업에 남다른 성과를 내기도 했으며 현재 HI&T 사장으로 취임해 이라크 할파야 유전개발 사업을 협상중이다.

* 상기 기사는 에너지코리아뉴스의 자매지 월간 <CEO ENERGY> 2010년 9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에너지코리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