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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청의 딜레마

경청의 딜레마

  • 기자명 백기락 크레벤 아카데미 대표강사
  • 입력 2010.09.02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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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십을 비롯해서 현대 커뮤니케이션의 핵심 원칙이자 기술을 꼽으라면 ‘경청’을 꼽을 수 있습니다. 경청은 그 자체로 본다면 그리 어렵지 않은 개념입니다만, 현대 교육의 수준이 높아져서인지 지금의 경청은 하나의 학문처럼 느껴질 정도로 세세하게 연구돼 왔습니다. 경청을 더 잘 하자는 것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이의 제기를 하지 못할 것입니다. 다만, 경청을 하려고 해도 잘 되지 않는 원인을 오로지 경청의 기술에서만 찾는 건 문제를 한참 잘못 짚은 거라는 걸 말해주고 싶습니다. 경청의 상황에서 경청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지만, 정작 경청을 하지 못하는 이유가 엉뚱한 곳에 있는데 이를 제대로 일러주지 못하는 것은 더 큰 문제가 아닐까요?

원인 하나. 만날 시간이 없습니다!
경청은 커뮤니케이션의 한 부분입니다. 두 사람 혹은 여러 사람이 모인 가운데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듣는 것이 바로 경청입니다. 그런데 그런 상황, 즉 두 사람이 모이려면 각각 시간을 내야 한다는 것, 그 시간이 같은 시간대여야 한다는 조건이 붙게 됩니다. 게다가 주의 깊게 들을 정도로 대화가 무르익으려면 어느 정도의 긴 시간을 대화해야만 합니다. 만나자마자 용건부터 이야기한다고 해서 대화의 몰입도가 높은 건 아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현대 직장인들이 그 정도의 시간을 내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게다가 두 사람도 아니고 여러 사람의 일정을 동시에 맞추는 건 더 힘들지 않겠습니까? 회의 시간을 잡거나 회식 날짜 하나를 잡아봐도 모든 사람의 일정을 맞추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알 수 있습니다. 수많은 직장인들이 자기계발의 첫 번째 목표로 삼는 게 시간관리라는 걸 상기시켜 드리지 않아도 만만한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아실 거라 생각합니다.

원인 둘. 편안한 대화 상황이 아닙니다!

앞서 제기한 문제를 해결하는 좋은 방법이 있긴 합니다. 바로 상급자가 지시를 하는 것입니다. 서로 동등한 위치가 아니라 한 사람이라도 권한을 가지고 만남을 ‘지시’할 수 있다면 수월해질 수는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볼 때 의도적으로 만남을 주선해서 대화하는 상황에서 정서적인 안정을 바탕으로 한 깊은 대화는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상급자가 시간을 내라 하니 내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만, 불러 놓고 질문만 해대는 상황을 편하게 느낄 직장인이 얼마나 될까요? 물론 지시하신 분 입장에서는 편하게 있으라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혼자 있을 때처럼 편안함을 느끼는 경우는 없지 않겠습니까? 결국 대화의 깊이는 한계가 생길 수밖에 없고, 화자와 청자 모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대화를 하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대화가 안정되려면 서로 간에 상당 시간의 사전 관계 형성 시간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지금 당장 ‘경청’을 하려 해도 막상 대화가 그 정도 수준에 이르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경청할 내용은 생기지 않고, 묻고 답하는 어색한 대화가 이뤄질 수밖에 없습니다.

원인 셋. 말해줄 게 너무 많습니다!
교육자의 입장에서, 한 사람의 잠재력이 엄청나다는 사실에는 추호도 의심은 없습니다. 언젠가는 그 능력을 개발해야겠지만, 그게 지금 이 순간이 아니라면 이는 업무 성과와 경영 실적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므로, 당장 현실적으로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아주 가끔, 말도 안 되는 인사를 통해 역량이 없는 상급자가 존재할 수도 있습니다만, 직위가 역량을 어느 정도 대변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즉, 신입사원보다는 대리가, 대리보다는 과장이, 과장보다는 부장이 일을 잘 하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윗분 입장에서는 답답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게다가 너무나 뻔한 상황에서도 헤매고 있는 걸 보면서도 그냥 지켜보라는 경청에서의 지침은 비현실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론적으로 볼 때야 인간은 주도적이며, 스스로 하는 걸 즐긴다고는 하지만,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오히려 문제가 생기거나 어려운 상황에 빠질 때 즉각적인 해답이나 조언을 필요로 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시행착오를 용인할 만한 상황이 아닌데도 고민을 듣기만 하고 조언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상대방에 대한 불신만 조성될 뿐입니다. 그래서 적절한 조언을 해주는 멘토가 들어주기만 하는 코치보다 더 존경스러울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대방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것은 참 멋진 태도입니다. 다만, 들어줄 수 있는 상황일 때가 아니라면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오히려 적절한 조언을 주는 게 더 현명한 태도임은 분명합니다. 충분한 대화가 격식 없이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 기업에서 무리하게 경청을 일반화하는 것은 여러 가지 면에서 비효율적이며, 비현실적입니다. 따라서 경청의 문화를 만들기 위해 지금부터라도 많은 고민과 노력을 해야 합니다. 경청의 문화를 만들 수 있는 좋은 기법을 소개하는 것으로 오늘의 글을 마무리해보려 합니다. 멋진 기술인 ‘경청’이 제대로 자리잡을 수 있기를 바라고 또 바랍니다.

경청을 잘 하는 방법

1. 충분한 사전관계 형성은 필수! 평소에 일반적인 주제로 여러 차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관계일수록 깊은 대화가 쉬워집니다. 필요할 때만 대화하려 하지 마시고, 커피 한 잔 나누면서, 지나가면서 안부라도 묻는 것부터 시작해 보시기 바랍니다.

2. 시간은 충분히! 대화할 시간이 짧아지면 깊이도 얕아지기 마련입니다. 깊은 대화는 충분한 시간이 주어질 때 가능해집니다. 따라서 대화할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60~120분 이상의 시간을 권합니다.

3. 주제를 명확하게! 충분한 시간을 갖는 것도, 충분한 사전 관계를 형성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대화를 깊게 가져가려면 대화의 주제를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주제가 명확하면 30분의 대화도 깊어질 수 있습니다. 다만, 이 주제는 상대가 가장 시급히 필요로 하는 주제일수록 좋습니다. 작은 조언도 자신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쉽게 몰입할 수 있게 됩니다.

* 상기 기사는 에너지코리아뉴스의 자매지 월간 <CEO ENERGY> 2010년 9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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