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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 밖 풍경 속에 들어 있는 기회

책상 밖 풍경 속에 들어 있는 기회

  • 기자명 백기락 크레벤 아카데미 대표강사
  • 입력 2010.10.06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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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기락 대표
만한 규모가 갖춰진 회사들을 보면 ‘생산성’이라는 키워드를 어느 정도 전제하고 운영이 되는 게 대부분입니다. 일하고 있는 직원을 어떻게 관리하고, 근무 시간에 얼마나 집중력을 높이고, 업무 성과를 얼마나 잘 낼 것인가, 를 고민하고 이를 경영에, 근무환경에 반영 합니다. 어떤 회사엔 화장실에 머무르는 시간이 얼마이며, 자판기 커피 한 잔 뽑아서 먹는 시간이 얼마라는 식으로 붙여 놓기도 합니다. 자투리 시간을 최대한 확보하는 것. 대부분의 생산성은 이렇게 이해되고,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제대로 집중하는 시간은 생각보다 짧습니다!
학습에 대해 연구를 하는 전문가 입장에서 볼 때, 가장 확실한 집중력 유지 시간은 약 15분 정도입니다. 이를 늘인다면 3~60분 정도까지도 늘어날 수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최소 집중력을 유지하는 시간은 단지 15분입니다. 이 얘기는 15분의 전후 시간이 존재하고, 15분간 집중력을 유지하기 위해 두세 배의 시간을 전후에 사용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집중력 유지시간을 늘인다 할지라도 앞뒤로 30분 내외의 시간이 확보되지 않으면 수준 높은 집중력을 발휘할 수가 없습니다. 이런 것들을 우리는 리듬, 사이클, 패턴 등으로 부르는데, 아무튼 준비 단계가 있어야 집중력이 발휘되고, 어느 정도 집중력을 발휘한 다음에는 반드시 쉬어 주어야 합니다!

문제는, 거의 대부분의 회사에서는 이런 리듬을 관리하려 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냥 하루 8시간의 근무 시간을 어떻게 하면 흐트러지지 않게 일할 수 있게 할까, 를 고민하지 한 사람 한 사람이 실제로 제대로 된 집중력을 발휘하는 시간은 하루 근무 시간 중 최대 25%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놓친다는 것입니다. 화장실 가는 시간을 아끼고, 차 한 잔 하는 시간을 아끼는 건 좋지만, 그 시간 없이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거나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을까요? 점점 많은 직장인들이 회사 생활을 부정적 스트레스를 받는 곳으로 받아들이고 있고, 이 스트레스가 건강까지도 망치고 있는 것을 볼 때, 스트레스를 풀 시간, 긴장을 풀 시간을 과연 주고 있는가, 라고 자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책을 읽기에 가장 좋아하는 곳은…
맑고 푸른 하늘 위로 나뭇가지와 잎들이 시원한 바람에 흔들리고, 나무 벤치에 앉아 읽고 싶은 책 한 권을 읽으며 따뜻하고도 향기로운 커피를 마신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곳에서 학습하기를 꿈꿉니다. 필자가 ‘책읽는 나무’라는 북카페를 열면서까지 실험한 것이 바로 ‘환경’이 사람에게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치는지 알고 싶었고, 역시 환경은 그 어떤 요소보다도 강력한 영향력 요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네 사무실과 휴게실의 풍경을 한 번 떠올려 보십시오. 인간은 오감을 가진 존재이지만, 우리네 사무실의 색깔, 향기, 감촉이 과연 더 잘 일할 수 있는 곳인지, 아니면 일의 능률을 떨어뜨리는 곳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소통이 되지 않는 이유가 소통하는 법을 몰라서라기 보다는 소통할 곳이 없어서는 아닐까요? 안타깝게도 많은 회사에서 자판기 앞에서 머무르는 시간을 통제하고, 휴게실에서 만나는 것을 통제하면서도 소통을 강조하고, 결속력을 강조하는 모순을 범하고 있습니다. 원래 인간은 창의적인 존재이고, 사람은 소통할 수밖에 없는 존재인데 우리가 하루의 대부분을 생활하고 있는 그 곳은 우리가 편안해 하는 것과는 정반대로 변하고 있습니다. 각자의 일을 하는 책상은 그렇다 치더라도 책상 너머 ‘가고 싶은’ 공간의 존재를 이제는 깊이 고민해 보아야 합니다. 환경은 이미 우리의 성공 요인 중 절반에 육박할 정도로 강력한 요소가 되었다는 점에서 ‘일하는 곳’에 대한 정의가 이제는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요?

얼마든지 생산적인 잡담이 가능한 우리!
사람들이 모이면 잡담을 할 것 같지만, 그 잡담에서 놀라운 아이디어가 창출될 수 있다는 사실을 신뢰해야 합니다. 잡담이 아니라 진지한 업무적 고민을 나누고 미래를 함께 하는 파트너십이 형성될 수 있다는 신뢰도 필요합니다. 사람들은 기계가 아니기에, 한 가지 주제로만 대화를 이어가는 게 굉장히 서툽니다. 그래서 처음엔 날씨 이야기, 영화 이야기, 가족 이야기로 시작하다가도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그 공간에서 가장 많이 고민하는 문제에 대해 얼마든지 이야기를 할 수가 있습니다.

실리콘밸리가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가진 것은, 거기에 있는 기업이나 학교 때문이 아니라 그곳에 있는 수많은 카페와 호프집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서로 다른 회사를 다닐지라도 저녁에 만나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들이 가진 노하우가 공유되고, 그 노하우는 다시 회사에 가서 업무적 혁신에 사용되기도 합니다. 기업 정보의 보호 측면에서 본다면 머리가 아플 수도 있지만, 어차피 막지 못할 바에는 오히려 활용하는 게 더 멋진 결과를 창출하지 않을까요? 그런 점에서 책상 밖 풍경 속에는 책상에 앉아서는 얻을 수 없는 엄청난 기회의 보고라고 감히 주장할 수가 있습니다.

무언가를 의도적으로 훈련시킨다고 해서 그 역량이 사람들에게 스며드는 건 아닙니다. 그렇게 해서는 필요로 하는 수많은 역량을 다 확보할 수도 없고, 확보한다 하더라도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차라리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대로 익혀지고 나누어지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게 더 멋진 결과를 창출하면서도 더 생산적이 될 수가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수많은 기업들이 그 동안 치열하게 노력해 온 덕분에 세계 최고 기업들의 반열에 올랐다면, 이제 그 기업들 속에서 앞서나가기 위해 새로운 시도,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책상 속에만 집중할 게 아니라 책상 밖 풍경을 보고, 그 속의 기회를 얻기 위해 지금 이 순간에도 일하는 많은 직장인들이 움직이는 날을 머잖아 보게 되면 좋겠습니다.

푸른 하늘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따스한 햇살 아래에서 향기로운 커피 한 잔을 음미하면서 일하는 날을 꿈꿉니다.

* 상기 기사는 에너지코리아뉴스의 자매지 월간 <CEO ENERGY> 2010년 10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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