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전문가가 바라 본 CNG사고, 무엇이 문제인가

전문가가 바라 본 CNG사고, 무엇이 문제인가

  • 기자명 황무선 기자
  • 입력 2010.10.27 17:32
  • 0
  • 본문 글씨 키우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윤기봉 중앙대학교 교수
“CNG차 안전문제 첫 단추부터 다시”

지난 8월 서울 중심가에서 CNG버스 용기 파열사고가 발생하자 윤재건 교수와 윤기봉 교수가 함께 집필한 연구 논문이 네이버 검색순위 1위까지 올랐다. ‘CNG버스 사고원인 분석에 근거한 안전성 향상 방안에 대한 연구’란 이 논문은 2008년도 가스학회지에 발표됐던 글이다. 중앙대 기계공학부 윤기봉 교수는 현재 국내에서 이 분야의 최고 권위자로 꼽힌다. 사고 직후 매스컴의 수없는 요청에도 입을 굳게 닫았던 그가 오랫동안 친분을 유지해 온 기자에게 최근 CNG사고와 관련해 인터뷰를 하고 싶다는 뜻을 전해왔다.

사고조사위원회에서는 무슨 일이?

▲ 윤기봉 중앙대학교 교수

CNG버스사고와 관련 용기의 안전문제는 현재까지도 우리 사회의 핫 이슈다. 이를 반증하듯 얼마 전 끝난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는 여야의원 모두에게 시종일관 질타의 대상이었다.

“그동안 방송사의 인터뷰 요청은 왜 번번이 거절하셨어요?”

“말 한마디만 잘못해도 큰 문제가 될 수 있는 이슈잖아.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달리 문제가 오도될 수도 있고...” 조심스럽게 입을 뗀 그는 기자의 이런저런 질문에 따라 이번 사건에 대해 담담하게 자신의 의견을 전했다.

그는 2005년 첫 사고가 발생하면서부터 가스안전공사의 사고조사위원으로 활동해왔고, 사실 이번 사고발생 후에도 대책과 향후 수습방안의 협의를 위해 지식경제부가 위촉한 사고조사위원회에서도 위원장을 맡았다.

사고와 관련 윤 교수는 정부 대책에 대해 어쩔 수 없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만 늘 아쉬움이 남는다고 안타까워했다. 이번 인터뷰도 이런 아쉬움들 때문인 듯했다.

“참, 지난 8월 사고와 관련한 사고조사위원회에서 위원장을 맡으셨죠? 이전 9차례 사고 때 소집된 사고조사위원회와 좀 다른 것이 있었나요?” 

“다르던데. 2005년 첫 사고 이후 운영돼온 사고조사위원회가 가스안전공사의 자문위원회였다면 이번 조사위원회는 법에 근거해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정식으로 꾸려진 사고조사위원회라고 보면 돼” 그는 지경부가 주관한 이번 2차례 조사위원회의 성격에 대해 이렇게 선을 분명히 그었다.

“지식경제부 담당국장이 사고 직후 버스운행중단 조치에 대한 대책을 발표했지만 실제 법상에는 후속조치를 강제할 근거도 없고 이 문제에 대해 나중에 구상권을 청구하면 정부가 법적으로 곤란해 질 수 있는 상황이라 긴급조치를 실행하기 위한 법적인 근거가 필요했던 게지”

그는 고법에서 대형 사고에 대해 자문위원회를 꾸려 그 권고를 따른다는 조항에 따라 이번 사고조사위원회가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사실 기자가 97년부터 기자생활을 시작한 후 주무부서가 정식 사고조사위원회를 구성한 것은 이번이 처음있는 일이다.

전문가가 바라본 진짜 사고원인은?

“하나의 잘못된 요인이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지. 이번 사고의 가장 큰 원인은 두 가지로 볼 수 있는데 전자식 밸브가 작동하지 않고 잠겨있는 상태에서 브라켓 볼트에 의한 파이버 손상이 지속적으로 진행됐다는 점이야”

타입2 용기는 파이버 손상이 진행됐다고 해도 용기설계상 207bar의 압력을 견딜 수는 있다. 전자식 밸브만 제대로 작동됐다면 차량이 운행되는 중에는 압력이 지속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사고까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당시 위원회에서는 중지를 모았다고 설명했다. 결국 당장 시급한 안전조치로 이상이 있는 전자식 밸브에 대한 조치만 이뤄진다면 동일한 사고는 막을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것이다.

“NK용기 사고가 발생했던 2005년에 용기를 회수하는 과정에서 대우버스의 설계상 문제로 파이버 손상이 있었는데 그 사실을 알고 있었던 위원들은 없었나요?”

“국과수의 조사과정에서 다른 사람에게 나온 이야기를 들었어. 당시 문제가 있었으면 볼트 머리를 낮추는 대책을 세우거나 이미 문제가 됐던 브라켓을 다 교체했어야지. 그땐 그 문제가 이만큼 중요한지를 몰랐나?”

사실 2005년 NK용기 수거과정에서 국토해양부에서는 이 문제가 제기되자 교통안전공단에 사실여부를 확인할 것으로 지시하고 '추후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결론 하에 새로 제작되는 차량에 대해서는 브라켓 설계를 변경할 것을 지시했다. 물론 이전 문제차량에 대한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일본과 비교하면 국내 CNG용기의 안전문제는 기본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일본은 아예 용기에 볼트가 구조적으로 접촉할 수 없도록 브라켓이 설계돼 있더라구. 용기를 고무로 감싸고 볼트는 밖에서 케이스를 고정하는 방식이라 원천적으로 접촉할 여지를 없앤 상태 였어”

안전에 관대한 정부, 차량 제조사 무책임이 원죄
비용들어도 타입2 용기의 단계적 교체가 바람직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은?

“벌써 10번째 사고입니다. 추가 사고를 막기 위한 바람직한 개선방안은 무엇일까요?”

“누출까지 포함해서 10번째지. 경고가 이리 많았는데...”

“보급 10년에 차량만 2만4000여대가 돌아다니는데 10차례면 그렇게 많은 게 아닌 것 같은데요?”

“일본과 비교하면 엄청나게 많은 사고야. 물론 일반적인 산업설비의 사고 확률이 100만분에 1정도이니 비슷하긴 하지만 이것은 일반 대중이 늘 이용하는 교통수단이라는 점에서 더욱 안전도을 높여야지. 한 번에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우선적으로는 현재 사용중인 타입2 용기를 근본적으로 없앤다는 생각을 가지고 문제를 접근해야 해. 나중에 제기될 부식문제와도 연결되겠지만 일본이 처음부터 타입2 용기를 도입하지 않은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구”

현재 윤기봉 교수는 지난해부터 운행중인 CNG버스의 새로운 문제점으로 떠오른 용기부식문제와 관련 문제해결방안에 대한 연구를 맡고 있다. NK의 타입2 용기 중 일부가 용기와 복합재의 와인딩 시작점에서 부식현상이 발생하는 문제가 제기되면서 해당용기의 처리방안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일본에서 타입2 용기를 채택하지 않은 특별한 이유가 있다는 말씀인가요?”

“물론이지. 우선 최근 서울에서 발생한 사고처럼 금속라이너의 바디 일부에 복합재를 감은 타입2 용기가 파열될 경우 파편이 비산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또 용기가 부식될 때 육안검사만으로는 결함을 발견하기가 어려워. 하지만 적어도 타입3, 4 등 용기 전체를 복합재로 감은 용기는 파열사고가 발생해도 파편이 비산되는 문제가 없고, 부식이 발생할 우려도 없다는 면에서 우수하지”

윤 교수는 우리는 경제적인 요인으로 타입2 용기를 채용했지만, 일본에서는 이 두 가지 우려가 타입2 용기를 건너 띄고 타입3, 4를 보급한 이유가 됐다고 밝혔다. 그는 당장 2만4000대 모든 용기를 교체할 수는 없겠지만 단계적으로 용기를 교체하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운행차량의 관리상 문제점은 없나?

“용기 교체가 첫 번째 문제지만 CNG 차량을 도입하면서 운행차량에 대한 재검사를 처음부터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도 문제야. 일본은 정기적으로 그 운행 수준에 맞는 검사를 시행할 뿐만 아니라 그 기록들을 모두 남겨 두도록 하고 있어”

윤 교수는 일본은 CNG버스를 운영하는 회사의 경우 차량의 ID에 맞춰 그 회사가 버스의 이력관리를 철저히 수행토록하고 있다며 상식적으로 봐도 이런 제도 자체가 초기부터 없었다는 것은 정부와 관리당국 모두에게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 이번에 일본을 방문해 관련 현황을 돌아보고 좀 당혹스러운 생각이 들었어. 그동안 나도 CNG용기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해서 용기문제만을 봐 왔다는 거지”

그는 최근 개인적인 용무로 일본을 방문했다가 비공식적으로 고압가스보안협회, 요코하마시 교통국 등을 통해 CNG차량에 대한 관리 현황 및 검사현장을 보고 왔다. 용기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차량, 운행조건, 관리방식 등 업무의 소관부처를 떠나 모든 문제를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게 일본 방문 후 그가 얻어온 결론이다.  

우리의 근본문제는 업무를 도식적으로 나눠 지경부는 지경부 소관업무만, 국토부는 국토부 소관업무만, 환경부는 환경부 소관업무만을 책임지는 식으로 업무를 처리하다보니 정작 각 부처 간 중간에 있는 일은 아무도 책임지는 않는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보지도 않으려 하는데 백 날 사고조사만 해서 뭐하겠어. 고질병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미국처럼 각 부처 간의 업무를 총괄적으로 관장할 수 있는 국가안전관리위원회 등이 상설화돼야 한다는 생각이야. 이천냉동창고 화재사고도 그랬잖아. 많은 사람이 죽었는데 불과 몇일후 똑같은 사고가 발생한 것만 봐도 국내 안전관리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지”

“사고 발생 후 안전한 클린디젤 교체론이 급부상했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무려 10년 동안이나 국가정책으로 투자해온 산업을 그냥 두고 갈꺼야? 그건 아니지. 사고도 경험이고 중요한 자산이야. 우리가 겪었던 시행착오와 소중한 경험을 오히려 성장동력 산업으로 육성해야 맞지, 굳이 포기할 필요가 있어?”

그는 한 군데에만 너무 올인하는 우리의 문화도 문제가 있다며 지금 발생하는 용기 문제를 잘 해결하고 재검사 등 부족한 제도를 잘 세팅하면 더 이상의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CNG차량 보급후 단 한 건의 사고도 없었어. 일반 화재로 인한 경미한 사고만 3건정도가 있었을 뿐. 그러다 보니 대다수의 국민들이 CNG차량을 안전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그는 일본의 제도도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각 부처가 각자의 일을 맡아 책임지고 진행하는 것이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이야기다. 차량운행과 관련된 일은 운송성이 맡고 용기안전 등에 대한 것은 경제산업성 산하 고압가스보안협회가 제정된 코드에 따라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다른 점은 우리의 경우 안전에 관해서 너무 관대하게 완화해주는 점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와 관련 기술기준을 운영하고 있는 코드위원회도 이제는 초기단계를 지나 안정화 됐으므로 실질적인 독립성이 보장되도록 운영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운행차량 정기검사는 누가?

“앞으로 새로 도입되는 정기검사를 국토부 산하 교통안전공단에서 진행하게 되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육안검사를 전제로 정기검사가 진행된다면 교통안전공단이 맡아도 무방하지. 하지만 정밀 검사를 해야 한다면 경험이 중요한 만큼 전문기관이 맡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은데. 지금 일본에서는 용기를 탈거한 상태에서 진행되는 정밀검사는 자동차 제작사가 하고 있는데 기술적인 경험과 노하우가 필요한 부분은 가스안전공사가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해”

그는 용기의 최초검사는 전문기관인 가스안전공사가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검사를 위한 코드만 정확히 제시된다면 경미한 재검사는 누가해도 큰 무리는 없을 것이라는 견해를 피력했다. 하지만 용기를 떼어내 정밀검사를 실시하는 방법으로 검사를 진행하는 것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탈거검사를 하자. 몇 년마다 하자. 이런 문제를 결정하는 데는 우리나라만큼 무모하도록 신속히 의사결정을 내리는 나라는 없을 거야. 사실 내압시험 없는 탈거검사는 의미가 없고 탈거검사를 한다는 말은 내압시험을 해야 한다는 말인데 탈거 및 내압시험으로 인해 추가되는 위험성도 있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해”

윤 교수는 개인적인 의견을 전제로 탈거검사가 바람직한 것인가에 대해서는 판단을 하지 못하고 있지만 타입3, 4로 교체된 용기의 탈거검사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금 장착된 타입2 용기가 문제가 있을 경우, 검사후 타입3, 4로 바꾸기 위한 차원에서 탈거검사를 하는 것에는 동의해. 이게 현재 용기의 문제점을 신속하게 확인하는 동시에 안전한 제품으로 교체할 수 있는 방법이니까”

“도대체 스틸라이너를 사용하는 타입2를 선택한 것이 누굴까? 물론 경제적인 측면이 고려된 결정이었겠지만 사실 현재 발생하고 있는 문제들의 원죄는 자동차사에게 있다고 생각해. 사고가 발생하지 않고 안전한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은 원래 완성제품을 만드는 제작사의 몫이지 정부나 공사가 해야할 일은 아니니까”

“CNG보다 압력이 높은 초고압을 다루는 수소시대를 대비해 바람직한 기술발전 방향은 무엇이라 생각하세요?”

“아직 근본적인 결정이 되지 않은 것 아닌가? 수소로 갈지, 전기로 갈지 말야. 하지만 분명한 것은 고위험분야에 대한 연구는 국가적으로 봐도 포기할 수는 없지”

그는 민간이나 학계에서 고압, 고온에 대한 연구는 시행할 수 있지만 사실 막대한 연구 인프라를 필요로 하는 초고압, 초고온에 대한 부분은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미국은 이런 연구들이 내셔널 랩마다 이뤄지고 있어. 그만큼 중요한 인프라 분야란 이야기지” 윤 교수는 산업발전의 기본이 되는 연구 인프라를 구축하는 일은 정부 아니면 수행할 수 없는 분야라며 정부는 적절한 투자를 통해 그 결과를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또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고 옷을 버려야 하는 것은 아니라며 CNG문제도 지금부터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올바른 방향으로 문제점을 개선하는데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에너지코리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