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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워링, 이젠 영화속 이야기 아니다

타워링, 이젠 영화속 이야기 아니다

  • 기자명 황무선 기자
  • 입력 2010.12.01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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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2년간 국내 초고층 특수건물 화재 ‘급증세’
상하이, 부산 화재로 한국판 타워링 우려 확산

아시안 게임이 한창이던 지난 11월 15일 중국 상하이(上海)에서는 대형고층건물의 화재가 발생했다. 무려 184명의 사상자를 내는 참사였다. 징안취 쟈오저우루의 28층 아파트의 화재로 58명이 숨졌으며, 16명이 실종되고 126명이 부상을 입었다. 오래전 국내 개봉한 타워링이란 영화를 떠올릴 만한 장면이었다.
사실 불과 한 달여 전 우리나라 부산 해운대에서도 비슷한 사고가 있었다. 물론 상하이에서처럼 엄청난 인명피해가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지난 10월 1일 해운대 우동 마린시티내 38층 주상복합아파트 우신골든스위트의 화재도 막대한 재산손실을 남겼다. 이 건물은 최근 안전진단을 마치고 본격적인 복구공사에 들어가지만 복구비용만도 1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초고층빌딩 화려함 뒤 재난의 그림자

사회가 발전하면서 도심은 초고층 건물의 화려한 모습들로 넘쳐나고 있다. 불과 10여년 전만해도 대부분의 아파트들은 15층 이상을 넘지 않았지만 지금은 주거와 상가를 결합한 주상복합형 특수건물들이 속속 들어서면서 도시의 중심가를 초고층 건물들이 하나씩 매워가고 있다. 남보다 높게, 초고층 건물이 국력의 상징이자 부의 상징으로 대변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 세워진 16층 이상 고층 빌딩은 3만9211개에 달한다. 이중에서도 31층 이상의 고층 빌딩이 716개에 이르고, 서울 지역에만도 76개의 고층빌딩이 들어서 있다. 오는 2015년에는 잠실에 123층 제2롯데월드가, 상암동에는 아시아 최고층인 133층 상암DMC 랜드마크 빌딩이 완공된다.

최근 국내외에서 잇따라 발생한 초고층건물의 화재사고는 이로 인해 우리에게 큰 경각심을 주는 이슈가 됐다. 외형적으로 보기 좋은 모습 이면에 내게 언제 닥칠지 모를 아찔한 사고의 모습을 직접 목도하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사실상 초고층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외부의 진압장비만을 의지해 화재를 진압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해운대 화재당시 소방당국은 화재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소방차와 고가사다리 등 화재진압차량 60여대와 헬기를 동원했으나 화재를 진압하는데 큰 어려움을 겼었다고 토로했다. 건물이 초고층인데다 바람이 불어 화재 진압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유로 초고층 건물을 비롯한 대형아파트, 특수목적형 대형건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체적인 안전장치와 방재시스템, 그리고 평소 철저한 안전관리가 중요하다. 결국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아니 사고발생 후 라도 초기화재를 진화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는다면 중국 상하이 징안취 쟈오저우루의 사고는 언제나 우리에게 재현될 수 있는 사고란 이야기다.

최근 잇따른 고층빌딩에서의 대형화재사고가 사회적인 이슈가 되면서 소방당국은 전국 11층 이상 고층건물 4955곳을 대상으로 안전실태를 점검한 결과를 내놓았다. 지난달 1일 부산 해운대 우신골든스위트 화재이후 지난 5일까지 소방공무원과 건축, 전기, 가스 전문가 등 2135명으로 구성된 합동점검반이 고층빌딩의 소방안전 여부를 대대적으로 진단했다. 그 결과 전체 조사대상중 8.3%에 해당하는 413곳에서 스프링클러와 화재감지기 등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등 소방안전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은 723개 건물 중 142곳(19.6%), 인천은 138곳 중 28곳(20.2%), 울산은 103곳 중 24곳(23.3%), 경남은 230곳 중 53곳(23.0%) 등 고층건물 10곳 중 2곳 꼴로 스프링클러 등 소방시설이 고장 났거나 관리가 부실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소방방재청은 소화기를 설치하지 않았거나 스프링클러, 화재감지기 등이 작동하지 않아 적발(557건)된 건물에는 즉각 시정명령을 내렸지만 이후로도 지속적인 관리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결국 지금의 조치도 사후 약방문이 될 뿐이다.

최근 급증한 특수건물 화재

▲ 최근 5년간 화재 동향
사실 초고층 건물 등 특수건물의 안전문제는 어제 오늘만의 일은 아니었다. 매년 초고층 아파트를 비롯해 특수건물에 대해 안전진단을 실시하고 있는 한국화재보험협회가 분석한 자료만 보더라도 현실의 문제점을 쉽게 알 수 있다.

현재 협회가 해마다 안전점검을 진행하고 있는 특수건물이란 다수인이 출입하고·근무 또는 거주하는 국가 주요시설과 11층 이상의 건물, 일정 규모이상의 학원·공장·병원·판매시설·학교, 16층 이상의 아파트 등 화재발생시 다수의 인명피해와 재산손실을 가져올 수 있는 대형건물을 말한다. 현재 국내법에서는 ‘화재로 인한 재해보상과 보험가입에 관한 법률’(1973. 5. 11 대통령령 제6670호)에 따라 연면적 1000㎡ 이상의 국유건물, 바닥면적 2000㎡ 이상의 학원·일반음식점·단란주점 및 유흥주점, 바닥면적 3000㎡ 이상의 숙박시설·대규모점포, 연면적 3000㎡ 이상의 공장·병원·호텔·콘도·공연장·방송시설·농수산물도매시장·학교와 11층 이상의 건물 및 16층 이상의 아파트 등을 바로 특수건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협회가 11월 발표한 2009년 특수건물의 화재동향을 살펴보면 특수건물의 대상 증가와 함께 최근 화재건수와 인명피해, 재산손실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그 증가세는 2007년 이후 급증하고 있는 양상을 띠고 있으며 몇 년 전만해도 500여건을 넘지 않았던 사고건수가 이젠 연간 1000건을 넘어선 상태다.

최근 5년간의 통계를 보면 국내 특수건물은 2005년 1만9220건에서 2006년 2만823건, 2007년 2만2624건, 2008년 2만4307건, 2009년 2만5646건 등 한해 평균 1606.5건씩 증가하고 있다. 이와 비례해 특수건물에서 발생한 화재도 2005년 514건에 불과하던 것이 2006년 661건, 2007년 518건에서 2008년부터는 1000여건을 넘어 1179건과 2009년 1292건이 발생했다. 한 해 평균 194.5건의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특히 2008년에는 전년대비 2배 이상 크게 증가하는 현상을 보였다. 이중 화재의 발생빈도가 비교적 높은 특수건물 업종은 학교, 아파트, 판매, 음식, 11층, 공장 등의 순으로 이중에서도 학교와 아파트의 사고발생 빈도가 타 업종보다도 높은 실정이다.

협회의 분석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특수건물의 평균 화재발생 건수는 1000건당 36.05건으로 집계됐다. 이중 학교에서의 화재발생빈도는 평균 77.54건으로 가장 높았다. 이어 아파트가 68.38건, 판매 36.14건으로 이들 대상은 전체 평균 화재의 발생건수보다 발생빈도가 높은 시설로 나타났다.

▲ 주요 원인별 화재발생빈도
학교에서의 화재발생빈도는 2005년 54.95건에서 2006년 89.47건, 2007년 25.25건, 2008년 105.26건, 2009년 112.75건으로 최근 2년간 큰 폭으로 증가양상을 나타냈다. 아파트 화재 역시 2005년 54.51건에서 2006년 61건, 2007년 43.49건, 2008년 91.57건, 2009년 91.33건으로 최근 2년간 두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와 함께 11층 이상건물의 경우도 2005년 24.71건에 불과하던 것이 2008년 43.04건, 2009년 41.45건 등 최근 2배 이상 늘었고 판매, 공장, 음식, 병원에서의 사고도 최근 2년간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2009년도 특수건물의 화재원인으로 가장 많은 사고는 발생빈도가 18.40건인 부주의와 12.40건인 전기적인 요인에 의한 사고였다. 이 두 원인은 현재 특수건물의 전체 화재사고의 61.1%를 점유하고 있다. 이외 기계적 요인이 6.94건, 미상이 5.89건, 방화의심 1.95건, 방화 1.91건, 기타 1.33건, 화학적 요인 1.13건, 가스누출(폭발) 0.31건, 자연적 요인 0.12건 등의 순이었다.

인명, 재산피해도 배 이상 늘어

하지만 최근 특수건물의 화재통계에서 무엇보다 주목해야 할 것은 사고건수의 분명한 증가와 함께 인명과 재산피해의 규모역시 함께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5년간 특수건물에서 발생하는 인명피해는 2007년까지는 전체 사고발생 건수와 비교해 미미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2008년 이후 급격히 증가하는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2005년 특수건물의 화재로 인한 인명피해는 58명(사망 18, 부상 40)이었으나 사상자수는 매해 증가해 2006년 58명(사망 13명, 부상 45명), 2007년 61명(사망 6명, 부상 55명)으로 증가했다. 특히 2008년에는 사고의 증가와 함께 사상자가 크게 늘어 169명(사망 22명, 부상 147명)의 인명피해가 있었고 2009년에도 131명(사망 17명, 부상 114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 최근 5년간 특수건물 재산피해(화재통계연감)
최근 5년간 특수건물 화재로 인한 재산피해액은 연평균 192억600만원이었다. 화재 1건당 평균 피해액은 2702만원에 달했다. 국내 전체 화재발생 물건의 연평균 재산피해액이 2411억115만원, 화재 1건당 연평균 피해액이 566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특수건물의 재산피해액은 국내 전체 화재의 평균보다 5배가 정도 높은 셈이다. 이는 특수건물의 규모 및 시설이 대형일 뿐만 아니라 재산가치가 더 높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2009년도 소방방재청의 화재통계연감에 따른 특수건물의 전체 화재피해액은 222억원으로 전년 184억원 대비 26.2%인 48억원이 증가했다. 화재 1건당 재산피해액도 1805만원으로 전년 1567만원 보다 15.2%가 증가한 283만원이 증가했다.

특수건물의 화재 건당 재산피해액의 변화추세가 일정치 않은 것은 특수건물의 경우 그 규모가 상당한 것들이 많아 부산 해운대, 중국 상하이 화재와 같은 특정한 소수의 대형사고가 특수건물 전체 재산 및 인명피해 규모를 좌우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5년간 화재보험 평균 손해율은 특수건물이 51.7%로 비특수건물의 37.7%보다 무려 14%포인트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특수건물이 비특수건물에 비해 연면적 등 규모가 월등히 크기 때문이며 계약건수 대비 손해발생 건수도 많을 뿐만 아니라 재산가치가 높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보험금 지급규모도 크기 때문이다. 5년간 평균 손해발생률도 특수건물이 10.04%로 비특수건물의 손해해발생률 0.15%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다.

화재가 발생한 건물 1건당 5년 평균 손해액 규모는 특수건물이 2250만원이었고 비특수건물이 2200만원으로 큰 차이는 없었다. 그러나 특수건물은 5년 평균 손해배수(화재1건당손해액/평균보험료)는 5.4배였지만 비특수건물의 경우 266.4배로 큰 차이를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판 타워링 대비한 제도정비 시급

중국 상하이 화재사고를 목도한 많은 사람들은 1977년 국내 개봉했던 타워링이란 영화를 떠올렸다. 규격미달의 전기배선을 사용해 발생한 화재가 결국 건물을 붕괴시키는 대형 참사로 이어진다는 내용의 영화다.

초고층 빌딩은 사실상 지상에서의 효과적인 진화가 불가능하다. 더욱이 2007년 건설교통부 산하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국회에 제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초고층 건물에서 대형 화재가 났을 때는 건물이 1~2시간 내에 붕괴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이는 40층 이상 초고층 건축물에 사용되는 40㎫ 이상의 고강도 콘크리트는 화재발생시 내화 성능이 급격히 저하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바로 타워링이란 영화 내용 그대로인 셈이다.

중국 상하이 고층빌딩화재, 부산 해운대 고층빌딩화재와 이천 냉동창고 화재 등 특수건물의 화재사고는 일단 한 번 발생하면 신속한 진화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막대한 재산 및 인명피해를 수반하게 된다. 특히 산업의 발전으로 급격한 도심화가 진행되면서 해마다 특수건물의 급격한 증가와 함께 관련사고도 함께 크게 증가하고 있다. 대부분의 발생장소도 공장과 아파트, 16층 이상의 고층빌딩에서의 사고가 집중되고 있는 것은 이 같은 경향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소방당국과 손해보험업계 등 관련 당국은 관련 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제도를 도입하고 있으나 실제 제도의 유효성을 거두기 위해서는 관련분야의 사고경향을 제대로 파악해 취약시설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와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최근 들어 15층 이상 아파트에 대한 소화안전차단장치의 설치의무화 등 고층건물에 대한 안전장치보급이 확대되고 고층아파트나 주상복합 건물에 대한 소방진입도로와 확충과 화재 진화설비의 보급이 이뤄지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건물의 설계 및 신축 단계에서부터 제대로 된 설비의 설치와 방화시스템의 보급이 이뤄져야 한다.

특히 형식적이고 획일적인 안전기기 의무화는 오히려 해당건물의 안전을 저해하고 저가 소방기기의 보급으로 인한 업계의 피해와 소비자의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 따라서 고층건물과 특수건물의 안전확보를 위해서는 보다 종합적인 분석과 각 특수건물에 적합한 소방대책 및 안전시스템을 고려해 보급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의 도입이 시급한 상황이다.

* 상기 기사는 에너지코리아뉴스의 자매지 월간 <CEO ENERGY> 2010년 12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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