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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추위에 울고 싶은 지역난방사용자

맹추위에 울고 싶은 지역난방사용자

  • 기자명 황무선 기자
  • 입력 2011.01.28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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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지역 요금폭탄으로 몸살, 싸고 편리한 에너지는 옛말(?)
엄청난 노후시설 교체비용, 사용자 집단이탈로 이어질 수도

싸고 편리한 에너지로 각광을 받아왔던 지역난방. 하지만 일부지역을 중심으로 지역난방을 개별난방으로 전환해달라는 사용자들의 이례적인 요구가 시작됐다. 지역난방이 그들에게 더 이상 편리하고 값싼 에너지가 아니란 이유에서다. 유난히 동장군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올 겨울, 서울 노원지역에서는 기존 지역난방을 사용해오던 사용자들이 ‘과중한 요금’과 ‘추위’를 하소연하며 개선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일부 아파트는 사용 중인 지역난방을 도시가스 개별난방으로 전환키로 하고 최종 주민투표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이런 현상은 올해만의 일도, 이 지역만의 일도 아니다. 과연 이번 겨울 왜 수도권 여러 지역에서 지역난방 사용자들이 에너지 선택의 자유를 요구하고 나선 것인지 그 속내를 들여다봤다.

▲ 노원구에 위치한 SH공사 노원열병합발전소와 쓰레기 소각장 전경

유난스런 겨울, 노원구는 지금 지역난방 민원에 ‘시끌’

겨울의 초엽이던 지난해 11월 노원구에서는 민주당 구의원들의 발의로 ‘지역난방공급시설에 대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공청회’가 구민회관에서 열렸다. 그리고 얼마 후 노원구에는 ‘지역난방 개선대책 추진단’이란 조직이 발족해 현재 활동 중이다. 바로 지역난방의 과중한 요금문제로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지역주민의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한 달 난방요금이 100만원이 고지된 곳도 있다고 합니다.” 이철재 지역난방개선대책추진단 지역난방대책팀장은 현재 상황의 심각성에 대해 단적인 사례를 들었다. 바로 사용자에게 부과된 요금폭탄이 문제란 것이다. “현재 접수되고 있는 대부분의 민원이 요금문제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난방 문제입니다. 더구나 올해 계속되고 있는 유난스런 한파 때문에 상황은 더욱 심각한 것 같습니다.”

현재 노원구 지역난방개선대책추진단에는 50여건 이상의 민원이 올라와 있다. “살려주세요. 추워서 살수가 없어요”, “7단지 1층입니다. 타층에 비해 추우면서 난방비는 3배정도 나오네요”, “속았다는 생각뿐이예요”, “차라리 도시가스로 교체를...”, “이사가 염원이 되어버렸네요” 등 모두 지역난방 요금문제 또는 지역난방을 사용하는데 추워서 살 수가 없다는 민원들이었다.

이중 한 민원인은 “실평수 7평인 임대아파트에 거주하는데 따뜻하지도 않고 난방비는 30만원이나 부과됐다”라며 “40도 라고하는 온수는 냉수를 섞어 쓸 수도 없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23평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다는 또 다른 민원인은 “최대한 가동해 그 나마라도 사람답게 살아보려 했더니 한 달 난방비가 50만원이 넘게나와 하늘이 캄캄했다”고 토로했고, “17평 아파트에 거주하는데 한 달 난방비가 30만원씩 나와 노이로제에 걸릴 판”이라는 하소연도 있었다.

추진단 송창훈 주무관은 “접수되고 있는 민원은 요금이 비싸다는 것과 너무 춥다는 난방불만이 대부분인데, 사실 구 입장에서도 뾰족한 대책은 없는 상황”이라며 “아파트 열손실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이나 난방배관 교체비용을 지원할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현재는 실현가능성이 낮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사실 노원구 지역난방에 대한 문제는 어제 오늘만의 일은 아니다. 본격적으로 문제가 제기되기 시작한 것은 3년 전인 2007년부터. 특히 지역난방 공급시설로 지어진 아파트 보다 최근 중앙난방을 지역난방으로 교체한 주공아파트들의 불만은 더욱 심각한 지경이다.

지역난방 전용으로 지어진 아파트는 동관을 사용하고 있어 상황이 나은 편이지만 중앙난방을 사용해오다 최근 지역난방으로 전환한 아파트들은 대부분 난방배관이 주철관을 사용하고 있어 단지 내 열 손실로 인한 문제도 심각한 실정이다. 모두 아파트가 지어진지 15~20년이 지나다보니 배관의 교체수명이 도래한 상황으로 배관 내 슬러지 등이 가득한데다 아파트의 노후로 단지 내 열손실도 심각한 상황이다. 사실 지역난방업계는 공급배관과 단지 내 배관을 합해 공급과정에서의 열손실(공용난방비로 표시)을 15%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들은 이런 아파트의 경우는 30%가 넘는다고 주장한다. 특히 요즘처럼 한파가 계속되는 경우 상황은 더욱 심각해 진다.

일례로 3년 전 중앙난방에서 지역난방으로 전환한 00아파트는 난방을 전환한 후 한겨울에도 11만원 정도 나오던 평균 난방비가 26만원이 나왔다. 더구나 일부 사용자들은 온종일 난방을 해도 시원치 않은 난방 탓에 올 겨울 난방배관을 아예 잠그고 전기매트와 온열기 등 전기난방기를 사용하며 겨울을 나고 있었다. 이 경우 이 사용세대가 부담해야할 난방비용은 다른 사용가구들이 분담하는 꼴이 돼 악순환의 고리는 더욱 심각해진다.

노후아파트 부담되는 시설교체비는 앞으로 ‘복병’

▲ 지역난방의 문제점을 해결키 위해 노원구는 지역난방개선대책추진단을 발족했다.
현재 심각한 민원이 발생하고 있는 노원구에 지역난방열을 공급하고 있는 것은 서울시 산하 SH공사의 집단에너지사업단(SH에너지사업단)이다. SH공사는 현재 노원구 내 81개단지 9만6226세대에 난방열과 온수를 공급하고 있다.

당초 이곳은 노원 쓰레기소각장의 소각열을 활용하기 위해 만들었지만 현재 이곳의 폐열 활용률은 17%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LNG로 난방열을 공급하고 있다. 서울지역에서는 값싼 벙커C유 등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보니 비싼 LNG를 더구나 소매요금으로 공급받아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다 보니 폐열 활용률이 55%를 차지하고 있는 지역난방공사 공급지역과 자연 요금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실제 강남구 등에 지역난방을 공급하고 있는 지역난방공사의 경우 20평형 아파트의 난방요금은 평균 7만6000원 정도지만 노원구는 8만9000원 수준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단지 ‘요금이 비싸다’, ‘따뜻하지 않다’는 데 그치지는 않는다. 소비자로서는 당장 부과되고 있는 터무니없는 요금도 문제지만 노후로 인해 교체시기가 도래한 난방배관 교체공사비는 가구당 적게는 300만원에서 많게는 500만원까지 부담해야할 상황이다 보니 아예 더 이상 지역난방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 1988년 준공된 상계 미도아파트 600여세대 주민들은 최근 사용하던 지역난방을 중단하고 개별난방으로 전환하는 안을 입주자대표회의에서 검토 중이다. 비싼 난방요금도, 따뜻하지 않은 열 공급도 문제지만 실질적으로 당장 교체해야할 시설교체비로 한 가구당 300~500만원을 부담해야하기 때문에 차라리 도시가스 개별난방으로 전환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이곳은 지역난방 비고시지역으로 주민동의만 이뤄진다면 절차상 문제도 없다. 최종 주민투표만을 남겨둔 상황으로 전해져 대규모 지역난방 공급세대가 다시 개별난방으로 전환한 첫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인근 아파트들의 상황은 대부분 비슷해 지역난방 사용자들의 집단이탈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지역난방 ‘무조건 좋다’ 옛말, 지역과 여건 따라 상이

▲ 지난해 2월 노원구의 한 아파트 가정에 난방비만 약 26만원이 부과됐다.<노원구 제공>
지역난방의 요금문제가 가장 심각한 곳이 특수성을 가진 노원구의 문제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지역난방에 대한 민원이 노원구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역난방공사에서 공급하고 있는 일부 지역에서도 동일한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곳이 있었다.

실상을 듣고자 찾아간 곳은 고양시 일산 동구에 위치한 호수마을 5단지. 이미 이곳은 노원구보다 앞서 7년 전 당시 산업자원부(현 지식경제부) 자원기술과에 지역난방을 개별난방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허가해 달라는 요청을 냈지만 결국 거절당했다. 이 곳은 지역난방 고시지역이기 때문이다.

관리사무소측은 시설들의 노후가 심각해 열교환기, 난방, 온수시설 등에 대한 배관교체를 검토했지만 시설교체비가 엄청나 도시가스 개별난방이나, 소규모 열병합발전 방식으로 에너지 사용 변경을 허가해 줄 것을 정부에 요청했다. 하지만 해당 부처는 “지역난방사업이 정부가 추진하는 에너지절약사업이며 정책과제로 채택 운영하고 있는 시책이라 고시지역 내 공동주택의 난방방식 변경은 에너지정책에 부합되지 않는다”며 요청을 거절했다. 현재까지도 이곳 호수마을은 막대한 교체비용의 부담으로 시설개선을 미룬 채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으나 뾰족한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개별난방으로의 전환을 정부가 허가해 줄 것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지역난방이 싸다는 것은 15~20년 전의 이야기입니다. 예전에 비해 가격도 3~4배는 올랐고 노후시설 교체에 드는 비용까지 고려하면 개별난방에 비해 5배는 비싼 것이 현실입니다.” 관리소장만 10년째라는 호수마을 김성원 관리소장은 그 사이 입주민 대표가 8번이나 바뀌었지만 이미 주민들의 동의는 받아 놓은 상태라며 지금이라도 정부가 허가만 해준다면 개별난방으로 시설을 교체할 것이라고 말했다.

1994년 준공된 호수마을에는 현재 668세대가 거주하고 있다. 이미 아파트가 지어진지도 17년이나 지난상태라 시설교체가 시급한 상황이다. 설계사무소가 이 아파트의 지역난방배관 및 설비의 교체공사를 위해 제시한 금액은 30억원. 단순히 계산해도 한 세대당 450만원씩 부담해야 한다. 차라리 개별난방으로 전환할 수만 있다면 보일러와 배관공사 비용을 포함해 세대당 100만원이면 교체공사가 가능하다.

“화력발전 폐열의 공급규모는 예전과 그대로인데 일산지역의 아파트단지는 15년 전에 비해 무려 5배가 증가했습니다. 발전소를 더 지은 것도 아니고 단순히 계산해도 초창기에 비해 지역난방요금도 그만큼 올랐다는 이야기입니다.”

김 소장은 “지역난방이 싸다는 말은 중앙난방과 비교해 싸다는 말”이라며 오히려 시설교체에 소요되는 연간 순수감가상각 비용만을 단순히 계산해도 2억원은 된다고 설명했다. 이는 15~20년 주기로 교체해야하는 설비의 교체비용과 개별난방에 비해 4배 이상 소요되는 관리비용, 별도의 관리 인력을 고려할 때 결코 저렴한 에너지가 아니란 주장이었다. 개별난방을 사용하면 세대별로 사용량과 요금을 관리하니 관리사무소의 부담과 민원도 줄 뿐만 아니라 공동배관에서 발생하는 열손실로 인한 불필요한 낭비도 줄일 수 있으니 국가적으로 이익이라는 것이다.

“한 달 부과되는 공용난방비만 1000~2000만원입니다. 보시는 것처럼 관리사무소에 보조난방기를 켜 놓고 살아야 할 판인데 열손실비용을 공용난방비란 항목으로 표시해 고지하니 주민들은 이 요금이 마치 관리사무소가 사용하는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더구나 요즘 같은 강추위에는 열손실이 더 많아 민원이 끊이지 않는 상황입니다.”

김 소장은 “에너지의 선택권도 따지고 보면 헌법이 보장한 국민의 기본권인데 이를 강제로 정부가 제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현재와 같은 비효율적인 상황에서 고시지역이란 이유로 비싼 에너지의 사용을 강요하는 것은 소비자의 자유를 박탈하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차라리 헌법소원이라도 할 수밖에 없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시대 뒤쳐진 에너지 시책 이젠 다시 고려할 때

▲ 지역난방을 하고 있는 서울 노원구 중계동 목화아파트에서 한 주민이 침대에 전기장판을 깔아 냉기를 막고 있다. <노원구 제공>
노원이나 일산의 사례 외에 최근 지역난방공사의 공급권역인 강남지역에서도 동일한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청담동 청담진흥아파트를 비롯해 반포동 반포미주 반포미도, 송파동에 송파삼익 한양 1· 2차, 가락동 가락대림 등 비고시지역에서 지역난방을 사용 중인 무려 4800여세대의 아파트가 난방방식을 전환할 것을 검토하거나 고려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또 지역난방 고시지역인 분당, 일원 등에서도 전환 방법을 문의하는 등 사용자들의 에너지 전환을 위한 적극적인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역난방사업이 국내에서 시작 된지도 벌써 23년이 흘렀다. 사업이 최초로 시작된 1987년 이후 지역난방을 사용하고 있는 세대수는 싸고 편리한 에너지라는 인식이 확대되면서 폭발적으로 증가해 2009년 말 기준 한국지역난방공사가 114만8232세대, GS파워가 28만6205세대, SH공사가 22만5434세대 등 188만여 세대에 육박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공급세대의 급증과 사용 중인 지역난방배관의 노후로 인한 교체시기가 도래하면서, 사업초기에는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문제점들이 사용자들을 통해 민원으로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 지역난방과 도시가스 개별난방과의 효율성 문제를 두고 양 업계는 오래전부터 날선 주장을 펼쳐왔다. 물론 지역에 따라 발전소, 쓰레기 소각장 등 주변 에너지의 공급원에 따라 지역난방의 효율이 높은 곳도 있고, 오히려 개별난방이 유리한 곳도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다만 아직 그 경제성을 판단할 분기점을 정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또 그 사이 시대가 변하고 기술이 발달하면서 개별난방시설의 효율성도 좋아졌고, 기존시설의 노후도 사용자들에게 상황판단을 제고할 단초로 등장했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고 사업초기와 달라진 에너지 인프라 상황에도 크게 변하지 않고 있는 것은 오히려 에너지시책들이다. 일선에서는 이러한 시대에 뒤처진 시책이나 비현실적인 운용이 사용자들의 불만으로 터져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이런 민원 끝에 지역난방 고시지역 중 몇몇 사용자들이 개별난방 전환을 정부로부터 허가받아 눈길을 끌고 있다. 고양시 덕양구 소규모 저층 공동주택인 서정마을 중 18세대가 민원을 제기해 지식경제부로부터 허가를 받아 개별난방으로 시설을 전환한 것이다. 물론 이곳은 3~4층의 저층 공동주택으로 지역난방으로 인한 효율성이 낮다는 것이 인정되면서 이뤄진 결정이지만 향후 이 사례는 타 지역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사용자가 당장 직접 몸으로 겪고 있는 지금의 상황은 정책 당국자가 정부의 시책이란 이유만으로 탁상에서 무시하고 넘어갈 수 있는 시기를 이미 지나쳤다. 에너지의 선택권 규제가 사용자들의 삶의 질을 저해하는 상황이라면 현재의 불합리한 시책을 바꾸는 결단이 필요하다.

현재 발생하고 있는 일부지역에서의 지역난방에 대한 불만은 시작에 불과하다. 일부 지역에서는 고시지역 임에도 정부의 허가 없이 일부 개인사용자들이 난방방식을 독단적으로 바꾸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 상황대로라면 향후 이 같은 갈등은 더욱 큰 혼란과 불법을 방치하는 상황으로 치닫게 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문제점을 제대로 파악해 한겨울 지역난방 사용자들이 한파에 떨거나 부당한 요금으로 피해를 보는일이 없도록 시스템을 정비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 상기 기사는 에너지코리아뉴스의 자매지 월간 <CEO ENERGY> 2011년 2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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