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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끝나지 않는 싸움 송전탑 분쟁을 진단하다

[심층분석]끝나지 않는 싸움 송전탑 분쟁을 진단하다

  • 기자명 이권진 기자
  • 입력 2009.09.07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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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까지 6034㎞ 증설…잠재된 갈등이 더 많다

여전히 한국전력공사의 송전탑과 변전소 건설 추진과 관련한 지역 주민들과 마찰이 불거지고 있다. 분쟁이 발생한 지역만 70여 곳이 넘고 송전탑을 둘러싼 민원은 100건을 육박한다. 분쟁의 핵심은 송전탑 건설과정에서 생활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충분히 검토된 것인가 하는 환경 문제와 주민들의 의사를 충분히 수렴했는지에 대한 절차 문제로 나눌 수가 있다. 분쟁의 주체인 한전과 민원인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세계 최고 수준의 전기를 공급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송전탑 분쟁. 그 전말을 알아봤다.

지난 7월 15일 아침 11시 국회의사당 정문에 구급차 한 대가 도착했다. 뒷문에서 내린 사람은 다름 아닌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출신인 백운형 목사(68)였다. 그가 구급차를 타면서까지 국회에 온 이유는 뭘까?

▲ 지난 7월 15일 백운형 목사(중앙 앉은 사람)가 총신송전탑 최적선로 재선정을 요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지난달 6일부터 백운형 목사는 한전의 철탑공사현장과 국회 앞으로 오가며 단식 투쟁을 해왔다. 투쟁의 불씨는 한전이 당초 계획과는 다르게 송전선로를 변경한 것에서 출발한다. 총신대학교 양지캠퍼스와 용인시 양지면 인구 밀집지역으로 지나가는 송전선로가 최적선로라는 한전측의 입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이날 백운형 목사는 금식 40일째 맞이해(기독교 관례상 40일 이상 금식을 할 수 없는 규정이 있다)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렇다면 총신송전탑이라고 일컫는 ‘신안성-신가평 송전선로’의 문제점은 무엇일까?

“한전은 총신송전탑을 건설하면서 인근 재벌이 경영하는 골프장을 크게 우회하도록 설계했습니다. 유력한 지주의 민원을 받아 송전탑과 송전선로를 총신대와 양지면 쪽으로 바짝 밀어붙였습니다.”

백운형 목사의 말이다. ‘인근 재벌’ ‘유력한 지주’로 표현된 사람은 바로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을 가리킨다. 백운형 목사는 덧붙여 말한다.

“송전선로의 최적 노선은 직선 선로인 아시아나 골프장 쪽인데도 불구하고 한전이 90도 가까이 꺾어서 우회하는 선로를 택해 전력과 세금을 낭비하고 있습니다.”

민주당 우제창 의원도 지난 6월 기자회견을 열고 의도적으로 고압 송전선로를 변경한 것에 대해 지적했다. 우제창 의원은 “이번 변경은 인접한 총신대학교 등과 일체 상의나 설득 없이 일방적이고 불법적으로 자행됐다”고 강조했다.

송전탑 분쟁의 핵심인 환경 문제와 절차 문제를 간과한 사례다. 현재 국회 지식경제위원회는 ‘송전탑 문제 진상조사단’을 조직했다. 총신송전탑 설치 과정의 부당성 여부는 국회 차원의 현장조사가 진행된 후에나 진실규명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총신송전탑 문제는 국내 송전탑 분쟁의 일부에 불과하다. 정부의 공급위주 에너지정책으로 송전선로 문제는 앞으로 끊임없이 불거진다는 것이 시장의 생리다. 물 쓰듯 써대는 전기수요를 무한대로 공급하겠다는 의지가 아직도 역력하다. 결국 문명의 이기를 위해 탄생한 송전탑과 송전선로는 지역공동체의 갈등을 피할 수 없는 원흉을 안고 있다.

한전의 한 관계자는 조심스럽게 말한다. “송전선로 1㎞ 건설한다는 게 얼마나 많은 이해관계에 부딪히는지를 모릅니다. 한 마디로 피곤합니다. 예를 들어 경남 밀양과 창녕에 들어서는 송전탑은 각각 69개, 9개인데 이들 지역을 지나는 송전선로의 총 길이만 43.8㎞에 달합니다. 잡음이 일어나지 않을 수 없는 것이죠.”

정부의 제4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08.12.29)에 따라 오는 2022년까지 발전소, 송전탑, 변전소는 계속 늘린다는 방침이다. 송전선로는 총 회선길이가 2007년 대비 2022년 약 1.34배 증가한다. 2007년에서 2012년 사이 짧은 기간에 전국적으로 6034㎞의 송전선로가 확장될 예정이다.

그 가운데 765kV의 초고압 송전선로로 249㎞ 연장된다. 이에 따라 이 기간 동안 송전탑 건설을 둘러싼 갈등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신고리 1, 2호기의 경우 발전소를 건설하더라도 수도권까지 전력을 수송하기 위해서 무려 310㎞에 달하는 송전선로가 필요하다.

고압 송전탑 전자파 피해의 진실공방
고압 송전탑에 대한 전자파 피해는 과학적으로 확실하게 입증되지 않은 상황이다.

국제적으로 고압 송전망으로 인한 전·자기파 인체규제치가 통일돼 있지 않고, 국가와 지역별로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인체유해성에 대한 분명한 기준이 없어 제도적 안전장치가 전무하다. 다만 사전예방원칙(사전주의원칙)에 근거해 과학적으로 전자파 피해가 없다고 밝혀질 때까지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사전조치가 있을 수는 있다.

▲ 송전탑건설과 관련해 해당 지역주민과 관련 단체 등의 마찰이 심화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국전기연구원 명성호 전기환경송전연구센터장은 말한다.

“장기노출 영향은 작은 양의 자기장에 오랫동안 노출 됐을때(송전선로 주변 지역 등) 건강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의 문제인데 장기노출 영향에 대해서는 과학적 근거가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현재 세계보건기구인 WHO에서도 장기노출영향을 고려한 기준제정에는 반대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밖에도 극저주파를 발암물질로 오인하는 사건(2001년 국제암연구센타에서 극저주파를 발암물질 2B 등급으로 분류함)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송전선로에서 나오는 극저주파 자기장도 매우 위험하다고 오해 할 수 있으나 국제암연구센타 분류는 암에 관련된 사항만 다루기 때문에 납 자체는 매우 위험한 인체 유해 물질이지만 암 발병 항목에 있어서는 2B 등급이라는 의미다”라며 “사실상 2B등급은 발암관련 등급 중 가장 낮은 단계이며 우리가 즐겨 마시는 커피, 고사리, 소금에 절인 채소 등도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한 반대 의견으로 녹색연합 이유진 기후에너지국장은 말한다.

“스웨덴과 미국, 영국 등에서는 지난 1970년대부터 전·자기파로 인한 인체피해에 대한 연구가 진행됐습니다. 고압 송변전 시설은 백혈병과 소아암의 유력한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결과가 보고되고 있습니다. 세계 여론은 고압 송전망이 인체에 유해하다는 데에 대체적으로 공감하고 있죠. 인체피해에 대한 분명한 기준이 없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시설들을 최대한 주거지역에서 멀게 또는 설치자체를 포기하는 이른바 ‘현명한 회피’ 원칙에 입각해 정책을 입안하고 있습니다.”

송전탑 분쟁 어떻게 풀어가야 할 것인가

수도권의 전력 과소비 문제를 송전탑 건설과 연관 지어 해결해야 한다.

2012년까지 전국적으로 6034㎞의 송전선로가 확장될 예정인데 특히 310㎞에 달하는 신고리~북경남~서경북~신안성 765kV 초고압 송전선로를 건설 따른 잠재 피해지역을 사전에 고민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국회에서는 현재 전원개발촉진법이 갖은 독소조항을 개정하기 위한 법률개정안 검토 작업에 들어가야 한다. 환경소송센터 우경선 변호사는 말한다.

“노선결정이 된 후에 주민들이 의견을 제시하더라도 추가 민원발생 우려, 공사비 증액 등을 빌미로 반영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주민의견이 타당한지, 타당하다고 인정된 주민의견이 반영되었는지 여부를 담보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합니다.”

또한 송전탑 허가를 자치단체의 권한으로 확대할 필요성이 대두된다.

자치단체와 주민들은 고압송전선로 설치사업의 실시계획 승인과정 및 보상, 환경영향평가 등에 지역의 합리적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고 선로 주변지역의 지원 등에 대한 법적·제도적인 지원책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송전탑 건설과정에서 환경훼손이 발생될 우려가 있을 경우 자치단체장의 시정요구, 지도·감독권이라는 법 조항으로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찌보면 송전탑 건설은 국책사업이라고만 볼 수가 없다. 송전탑과 관계된 이해관계자 모두가 노력해서 답을 찾아야 할 문제다.

따라서 송전탑 분쟁을 종합적으로 조정하는 공식기구를 정부 차원에서 신설하는 혜안도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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