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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위기, 그 현실과 대응

에너지 위기, 그 현실과 대응

  • 기자명 계충무
  • 입력 2009.11.16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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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석유공사 부사장이 이야기하는 석유 그 불편한 진실

너지 위기를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여기서는 에너지 자원의 공급이 상당히 부족해져 경제가 타격을 입는 상황으로 정의하려고 한다. 현재 전 세계 에너지 사용의 구성비를 살펴보면 석유가 40%를 점하고 있어 석유 위기는 곧 에너지 위기라고 말할 수 있다.

1973년 10월 아랍-이스라엘 전쟁이 일어났다. 시나이 반도와 고란고원을 이스라엘이 점령하며 갈등 악화됐기 때문이다. 미국이 이스라엘에 군사 원조를 감행하자, OAPEC(OPEC 아랍 회원국에 이집트와 시리아가 가담한 아랍석유수출기구)은 미국에 대한 전면 석유 금수 조치를 단행했다.

이에 따라 유가가 4배나 뛰었으니 이를 1차 석유 파동 또는 1차 오일 쇼크라고 한다. 그 결과 미국은 1930년대 대공황 이래 최대의 경기 침체를 맞이했다.

한편 이란의 국내 정세 불안으로 친미 세력인 팔레비 왕이 망명하는 듯 중동 질서가 혼란스러웠던 1979년에는 2차 오일 쇼크가 발생했다. 이란은 석유 생산이 중지되는 지경에 이르렀고 이 틈에 리비아의 카다피는 유가 상승을 부추겼다. 사우디는 이 움직임에 응하지 않았고 쿠웨이트는 호응하여 이중유가(Tow tire price system)가 형성되었다. 그 뒤로도 1990년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2000년대의 크고 작은 유가 파동, 그리고 이렇다 할 사태가 없었던 2008년에도 유가가 배럴 당 147 달러까지 치솟는 등 석유 위기는 계속되고 있다.

한국의 경우 1970년대 후반 10%를 상회하던 경제 성장률이 2차 오일 쇼크의 영향으로 1979년에는 6.4%, 1980년에는 -5.7%로 뒷걸음질쳤다. 국가 차원의 유류 비상 배급조차 없었던 무방비 상태에서 석유 파동은 사회 전반에 말 그대로 쇼크를 일으켰다. 서민들은 겨울에 난방유가 없어 추위에 떨었고 병원, 통신 시설, 군사 시설도 타격을 입었다. 수출용 버섯을 재배하는 비닐 하우스가 작동을 멈춰 버섯이 얼어버린 탓에 하룻밤 사이 2천만 원의 손해가 발생했는데 전 재산을 날리게 생긴 비닐 하우스 주인이 도끼를 들고 석유 회사 유류 배정 직원을 공격하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졌다.

그 후로 30여 년 동안에도 크고 작은 석유 문제는 끊이지 않았고, 특히 작년에 겪은 고유가 사태는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 값싼 석유의 시대는 끝이 났다. 인구와 소비와 개발의 급증으로 석유 수요는 전례 없이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년 뒤 석유 수요가 현재보다 40% 이상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동시에 최고 생산 정점(peak oil)이 수년 내 닥치거나 이미 지났다는 견해도 나온다. 기존의 유전과 가스전은 대부분 노쇠기에 이르렀고 새로 발견되는 유전들은 물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정치적으로나 추출하기 어려운 조건의 것들이다. 수요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줄달음치는데 공급은 빡빡한 것이다. 하지만 에너지에 대한 위기 의식은 피상적이고 희박하다.

하면 통한다고 거대한 위기가 우리를 압박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무슨 대책을 세울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전에 기본적인 질문에 대한 답은 찾아보아야 한다.

-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 필요로 하는 에너지를 어떻게 충족시킬 것인가?
- 재생 가능한 에너지원과 대체에너지는 에너지 위기에서 얼마만큼의 역할을 할 수 있는가?
- 환경 보호를 위한 최선책은 무엇인가?
- 에너지 절약을 위한 방법은 무엇인가?

어떤 질문에 집중하여 답을 찾든 적어도 50년 정도를 염두에 둔 긴 안목이 필요하다. 미국은 현재 석유 수요의 6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수입 의존도는 점차 증가할 것인데, 석유의 보고는 아직도 중동과 카스피해 연안이다. 이에 미국은 사우디 아라비아와 공조하여 이라크를 침공하고 석유의 주도권을 중국, 프랑스, 러시아 등으로부터 빼앗기지 않기 위해 막대한 군비와 수천 명의 생명을 담보로 삼고 있다.

중국은 경제성장과 맞물린 석유 수요 증가를 충족시키기 위해 국제 시세보다 15% 높은 유가를 지불하는 한편 산유국들과 긴밀히 손잡고 있다. 러시아는 가스와 석유로 유럽을 위협하는가 하면 인접국을 괴롭히고 OPEC의 생산 감소 시기를 틈타 생산을 증대시킴으로써 석유수출의 1인자가 되는 등 자원을 무기화하여 외교의 압박 수단으로 쓰고 있다.

한국은 어떠한가? 나이지리아와는 4억 달러를 투자하는 대가로 유전 광구를 획득하려 했으나 계약 불이행으로 중단 위기에 있으며, 이라크와는 현지 정부 정책에 반하여 쿠르드와 계약을 체결한 탓에 10여 년간 추진해 오던 광구 입찰권마저 박탈당했다. 러시아의 캄차카 유전 개발 역시 지지부진하니 답답한 상황에 처해 있다.

석유 위기가 언제 현실로 다가올 지 모르는 가운데 대체에너지나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는 어떠한가? 일본은 경제산업성에서 올해에만 1,300억 엔(약 1조 6,510억 원)의 예산을 발표했고, 미국은 향후 10년 간 매년 150억 달러(약 18조 6,000억 원)씩 투자하여 500만 개의 녹색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선언했다.

면 우리 정부는 2030년까지 녹색 에너지의 비중을 11%까지 높이기 위해 연 평균 1조 6,000억 원씩 총 35조 원의 예산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올해 배정된 예산은 6,800억 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한 마디로 계획은 거창한데 예산은 쥐꼬리인 것이다. 겉으로는 녹색 에너지 열풍인데 관련 업계에서도 정작 찬바람이 불고 있다. 그나마 연말에 에너지 절약대회를 열어 우수 업체에 표창을 주는 것이 고작이다.

맥킨지 보고에 따르면 향후 15년 간 현재의 기술 수준만으로도 에너지 효율을 높여 그 소비를 절반 이상 줄일 수 있다고 한다.

가정에서의 1인당 에너지 소비가 미국, 독일, 일본 등은 감소하고 있는데 한국은 오히려 4배나 증가하였다. 형식적인 승용차 요일제, 전기요금 차등제만으로는 실질적인 절약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산업 부문에서도 에너지 효율성은 일본에 크게 뒤지고 있다.

자본이 없어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지 못하는 것이라는 핑계를 대기도 하는데, 영국에 스웨터가 왜 발달되었는지 생각해 보라. 옷을 두껍게 입고 실내 온도를 낮게 유지하여 에너지를 절약한 것이다.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겨울철 실내 온도를 18도로 규정해도 실천은 저조하다.

어느 누가 미국 세계무역센터가 공격을 받을 것을 알았겠는가? 사우디 아라비아 2개의 원유 수출항 가운데 한 곳만 테러 공격을 받더라도 복구에 6개월 이상이 소요된다고 한다. 호르므츠 해협이 봉쇄될 수도 있다. 원유값이 200달러까지 고공 행진할 수도 있다. 이런 만약의 가능성에 대한 대책은 무엇인가?

답은 모두가 이미 알고 있다.

기술 혁신과 에너지 절약. 우리가 믿을 길은 이 두 가지이다.

기업과 정부, 그리고 모든 지구 시민이 자신들로 인하여 초래되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협동해야 한다. 우리나라 역시 이러한 관점에서 다음의 과제를 일관성 있게 수행해야 한다.

① 신규 유전 개발을 국책 사업으로 추진하여 개발 석유 수입을 2015년 까지 20%이상 확보
② 석유 공급의 비상사태를 대비하여 유류 비상배급 체제를 확립하고 도상 훈련 실시
③ 민방공훈련, 을지훈련 등과 같은 에너지 절약훈련을 실시하여 국민의 에너지 위기 의식 고취
④ 산업에너지 효율화를 정책적으로 추진하고 가정용 에너지의 강도 높은 절약 유도
⑤ 바이오 매스, 태양 발전, 풍력 발전, 소수력 발전 소수력 발전. 산간벽지의 작은 하천이나 폭포수를 이용하여 낙차의 원리로 전기를 일으키는 일. 조력발전 등을 실효성 있게 추진

너지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전제 조건은 우리 스스로,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과 자원이 이미 고갈되어 가고 있다는 것을 절실히 깨닫는 것이다. 자원이 고갈되고 있다고 해서 서로 앞 다투어 확보하려고 경쟁하기보다는 낭비하지 않으려고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발전된 산업과 풍요로운 생활방식을 포기하는 한이 있더라도 자연을 아끼고 지구에 끼치는 영향을 최소화 하려는 의식 개선이 절실하다.

 

글: 계충무 국제아동돕기연합 고문
계충무 고문은 서울대 경제학을 전공했고 한국전력, 대한석유공사(현 SK), 동아건설 등을 거쳐 한국석유공사 부사장을 역임했다. 한얼상사와 코람자원의 대표이사 활동으로 국제 자원개발 사업에 남다른 성과를 내기도 했으며 현재 HI&T 사장으로 취임해 이라크 할파야 유전개발 사업을 협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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