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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 하나에도 명품안전을 담다’

‘제품 하나에도 명품안전을 담다’

  • 기자명 황무선 기자
  • 입력 2011.04.05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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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코리아 윤성용 대표

‘철커덩, 철커덩’ 점심시간이 다되어갈 때쯤 도착한 동방코리아. 1층 프레스 라인에서는 쉴 새 없는 기계음이 이어지고 있었다. 서울 강남에서 1시간30여분을 북쪽으로 달리면 미군기지로 유명한 경기도 동두천시가 나온다. 이곳에 입주한 산업단지는 대부분 피혁관련 공장들. 불편한 교통여건으로 인해 유통망이 중요한 가스기기 제조업체의 입지로서는 불리한 곳임도 이곳에는 국내 최대 휴대용 가스레인지 수출업체가 자리하고 있다.
올해로 창업 12년째를 맞고 있는 동방코리아(구 일한). 이곳은 연간 40만대에 달하는 휴대용가스레인지를 일본으로 수출하고 있는 회사다. 특히 핵심부품인 이 회사의 가버너는 외국회사로는 유일하게 일본 JIA 인증을 받았고 그 품질을 인정받아 최근엔 혼다의 가정용 경운기, 도요타 자동차의 캠핑카용 가스레인지에도 사용되고 있다. 이 회사의 수출용 부탄가스레인지는 국산에 비해 가격이 3배. 많이 팔리는 값 싼 제품을 공급할 수도 있지만 차라리 국내 시장을 포기하더라도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신념을 고집하고 있다. 기술이 경쟁력인 시대, 수출만으로 지금까지 회사를 탄탄히 성장시켜낸 동방코리아 윤성용 사장을 오랜만에 만났다.

부탄연소기의 명가 동방코리아

▲ 수출을 앞둔 부탄가스레인지들 앞에 선 윤성용 동방코리아 대표
세계적인 부탄캔 제조사가 ‘썬 연료’라면, 휴대용 부탄가스레인지의 세계적인 회사로는 ‘동방코리아’가 있다. 동방코리아라는 휴대용 가스레인지 제조사의 이름은 국내에서는 다소 생소한 것이 사실이다. ‘라니’, ‘썬연료’, ‘코베아’ 등이 우리에게 익숙한 제품이지만 이 회사의 제품을 국내에서 만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이 회사의 제품은 가스용품이 진출하기 어렵기로 유명한 일본, 그것도 부탄캔 종주국으로 불리는 곳에 국내에서 생산한 제품의 99%를 수출하고 있다. 이 사실만으로도 동방코리아라는 회사의 위상을 설명하는 것은 충분해 보인다.

동방코리아가 설립된 것은 1995년도로 연역은 12년에 불과하다. 대표를 맡고 있는 윤성용 사장도 사업이 한창 재미있는 40대 중반(45세). 하지만 이제 동방코리아는 연간 40만대의 휴대용부탄가스를 일본으로 수출하고, 연간 매출 80억을 벌어들이는 견실한 중소기업으로 성장했다. 특히 대부분의 제품이 일본으로 공급되고 있어 국내 대일무역수지 적자를 개선하는데 일조하고 있다.

실력만 갖추면 기회는 온다

가버너는 휴대용 가스레인지의 핵심 부품이다. 미세한 압력차가 성능을 좌우하기 때문에 가공의 정밀성이 아주 중요하다. 현재 국내에서 일본으로 휴대용 가스레인지를 수출하는 곳은 코베아와 동방코리아 단 2개 회사 뿐. 이중 코베아는 일본 현지에서 가버너를 수입해 수출용 제품을 제조하고 있지만 동방코리아는 가버너를 자체 제조한다. 특히 정밀도가 생명인 가버너는 CNC(컴퓨터수치제어)가공을 통해 제조된다.

현재 동방코리아는 가스레인지의 제조과정 중 도장과 제품 포장을 제외한 모든 과정을 자체적으로 제조하고 있다. 특히 이중 가버너의 생산라인은 동방코리아의 가장 핵심 공정이다.

“가버너는 바로 기술력의 잣대입니다. 일본 JIA로부터 가버너에 대한 인증을 받은 회사는 동방코리아가 유일한 곳입니다.”

이러한 기술력 덕분에 동방코리아의 제품은 혼다, 도요타, 일본 린나이 등 굵직한 회사들에게까지도 러브콜을 받고 있다. 혼다가 최근 상용화해 판매하고 있는 부탄캔을 연료로 사용하는 가정용 경운기와 발전기, 도요타 캠핑카에 장착되는 가스레인지용 가버너, 일본 린나이의 부탄캔 패키지 등은 모두 동방코리아가 제조한 제품이다.

무모한 도전에 신뢰와 끈기를 보태다

▲ 혼다가 생산하고 있는 부탄가스를 쓰는 소형경운기와 발전기. 동방코리아는 이 제품의 가스공급 장치중 핵심부품인 가버너를 공급하고 있다.
동경전기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장인 삼성전자 동경지사에 근무하던 윤 사장은 3년 만에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남들보다 일찍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냥 그때는 내 사업이 하고 싶었죠” 남들처럼 사업으로 성공해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욕심도 있었지만 그는 평범한 직장인으로의 생활보다는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었기에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였지만 무작정 사업에 뛰어들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사업 아이템을 찾고 있던 중 눈에 띈 것이 바로 휴대용 가스레인지 였습니다.” 그는 한국에서 저렴한 가스레인지가 일본에서는 비싸게 팔리고 있다는 점을 착안해 ‘가스’의 ‘가’ 자도 모른 채 ‘이 제품이면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전후 사정도 모른 채 당시 일본의 여러 업체의 주문을 받아왔지만 막상 제품을 만들어 수출하는 일은 그리 쉽지 않았다.

국내 업체의 부도와 원하는 수준의 제품을 완성하지 못하며 실패를 거듭한 것이 수차례. 결국 그는 남이 아닌 자신이 직접 제품을 만들어 팔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으며 이것이 제조업에 손을 댄 계기가 됐다.

 

“거의 3년 동안 실패만을 거듭한 것 같습니다. 처음엔 제조업체의 부도로 어려움을 겪다 제품 제조를 손대고도 사람들 때문에 여러 차례 쓴맛을 봐야했습니다” 그리고도 그는 우여곡절 끝에 제품을 만들었지만 일본의 품질장벽에 다시 쓴맛을 봤다.

“이미 고인이 되신 동방금속공업주식회사의 고또우 회장님의 도움이 없었으면 사업에 성공하기 힘들었을 것입니다.”

처음 그가 사업계획을 들고 무작정 찾아간 이후 동방금속의 도움은 윤 사장이 성공을 이루는데 밑거름이 됐다. 제조회사 설립을 위한 투자비에서 제품을 제조하는 기술까지도 그는 동방금속에게 전수받았다.

당시 동방금속의 관계자들도 이 같은 아낌없는 지원에 의아해 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고또우 회장의 무한한 신뢰가 그를 성공으로 이끌었고 현재도 동방코리아는 동방금속의 훌륭한 사업 파트너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동방코리아가 생산하는 거의 모든 제품은 일본 동방금속을 통해 납품되고 있는 것도 그 같은 신뢰의 관계가 바탕이 됐기 때문이다.

한국시장 아직은 변하길 기다릴 때

▲ 실험용 알콜램프를 대체하기 위해 개발된 TU-2와 CNC 가공을 통해 만들어지는 동방코리아의 가버너
그가 국내시장에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은 아니다. 2005년 동방코리아(구 일한)는 국내 최대 부탄캔 공급업체인 태양산업과 손을 잡고, 국내에 제품을 출시했다. 물론 현재도 많은 양은 아니지만 태양산업의 ‘썬연료’란 이름으로 이마트에서 이 회사의 제품을 만날 수 있다.

출시된 모델은 TCY-1. 이 제품은 효율성이 높은 싸이클론 버너를 채용해 불꽃의 퍼짐 현상이 없을 뿐만 아니라 비등점 도착시간이 짧고 열효율도 타사의 제품에 비해 20%이상 높다.

하지만 이 제품은 곧 공급이 중단된다. 저가 제품 일색인 국내시장에서 더 이상의 사업확대는 무의미하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그는 최근 코스트코를 제외한 국내시장의 제품 출시는 잠정 중단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공장 출고가가 8000원에 불과한 국내 시장여건과 중국 OEM제품이 휩쓸고 있는 현실을 더 이상 무작정 쫓아갈 수는 없다는 판단에서다.

“레인지 핵심부품인 가버너 가격만도 3배 가까이 차이가 납니다. 싼 가버너를 사용해, 제품가격을 낮춰 공급할 수도 있지만 그것은 제조자로서의 양심이 허락지 않네요.”

현재 동방코리아에는 별도의 영업사원이나 조직이 없다. 대부분의 마케팅이 일본 현지 동방금속을 통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기술력을 바탕으로 필요에 따른 수요자에 대한 직접 마케팅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부탄연소기의 판매는 중단할 생각이지만 알콜램프를 대체해 개발된 TU-2에 대해서는 교육과학부와 일선 학교 등을 통해 마케팅을 시작할 예정입니다.”

동방코리아가 개발해 일본 현지에 많은 양을 납품하고 있는 TU-2버너는 알콜램프를 대체할 목적으로 개발된 제품이다. 실험용으로 사용되는 알콜램프는 자칫 사용도중 넘어질 경우 화재나 화상 등의 위험성이 높다. 때문에 이미 일본에서는 알콜램프를 대체한 상품으로 TU-2의 사용이 일반화된 된 상태며 초, 중, 고교 및 대학을 중심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제품의 판매를 통한 매출신장을 바라는 바도 있지만 보다 안전한 제품을 보급함으로써 사용자의 안전을 담보하는 것은 제조사의 보람이기도 합니다. 물론 많은 제품이 팔리길 바라지만 저가 제품을 생산해 대량으로 팔아보겠다는 얄팍한 생각은 해 본적 없습니다.”

제품을 출시했다면 그 제품에 대해 끝까지 책임지는 것이 제조업체의 올바른 모습이 아니겠냐며 윤 사장은 앞으로 더 많은 시간이 걸릴 수 있겠지만 차별화된 품질로 결국 소비자의 선택을 받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2007년 동방금속공업의 인도네시아 가스레인지 제조업체인 PT.TOHO를 인수하고 현재의 사명으로 회사명을 변경한 동방코리아는 다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매년 설비확보와 R&D분야에 5억원이상을 투자하고 있지만 일본 AEON사와 일본 다이에사에 OEM으로 제품을 공급하면서 늘어난 주문 물량에 대응하기 위해 올해는 별도의 가버너 제조공장을 증설할 계획이다.

“한국에서 성공하려면 영업력을 키워야 하는 것 아니냐”는 물음에 “차라리 그 돈으로 설비투자를 더 하겠다”고 답하는 윤 사장. 선행된 투자가 언젠가 회사의 진정한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믿는 그의 신념이 언제나 통하는 사회이길 기대해 본다.

* 상기 기사는 에너지코리아뉴스의 자매지 월간 <CEO ENERGY> 2011년 4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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