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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자랐지만 비슷해져 버린 기업의 어느 날

잘 자랐지만 비슷해져 버린 기업의 어느 날

  • 기자명 백기락 크레벤 아카데미 대표강사
  • 입력 2011.05.02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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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기락 대표
어떤 회사가 있습니다. 창의적이고 열정적인 CEO가 있습니다. 혁신적이면서도 미래지향적인 아이디어가 있었습니다. 멋진 회사가 탄생했고, 승승장구했습니다. 그 회사의 상품은 전세계로 퍼져 나갔습니다. 그 회사를 연구한 책들이 등장하고, 매년 그 어떤 기업들보다도 많은 성장률, 많은 이익을 만들어 나갔습니다. 그리고 그 추세는 영원할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주위를 둘러보니 그 회사를 쫓아가겠다며 달려온 회사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알고 보니 더 멋진 인테리어, 더 맛있는 상품, 더 세련된 문구들이 눈에 띕니다. 그래도 원조는 우리야, 라고 애를 써보지만 고객들은 이미 그쪽으로 더 자주 발걸음을 돌리고 있습니다. 불안감을 느낀 나머지, 이런 저런 변화의 시도를 해봅니다. 그러자 이번엔 그나마 찾아오던 고객들조차 불평을 하기 시작합니다. CEO는 진퇴양난에 빠집니다. 그러면서 결단을 내립니다. ‘그래, 처음으로 돌아가자’ 라구요.

꼭 어느 회사다, 라고 말하진 않겠습니다. 비슷한 사례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말이지 많은 회사들이 놀라운 성과를 내며 성장을 합니다. 안타까운 건, 어느 날부터 그 성장이 둔화되다가 심지어 후퇴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놀라운 건, 그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해보지만, 대부분의 노력은 실패로 돌아간다는 것입니다. 이 자리에서 그 이유를 모두 밝힐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제목에서처럼 ‘비슷해져버린’ 기업들이 조금은 ‘특별해질 수 있는’ 부분에만 초점을 맞춰 보려 합니다.

사명은 비전이 아닙니다!

많은 기업들의 홈페이지에는 사명선언서와 비전 플랜이 공개되어 있습니다. 현란한 문구로, 놀라운 목표를 제시하면서 자신들이 해낼 것이라고 자신만만해 합니다. 높은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것,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 리더십 등이 어울리면 목표를 달성할지도 모릅니다. 다만, 그런 목표를 달성하기 시작하면서 기업이 겪게 되는 하나의 특징이 있습니다. 바로 여타의 기업과 ‘유사해’진다는 것입니다. 분명 시작은 다르게 했는데, 어느 날 자신의 기업과 다른 회사를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을 잊어버린다는 것입니다.

대체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기업의 존재 의미를 이익을 ‘낸다’에 초점을 두지 않고, 이익을 ‘늘린다’에 초점을 두는 점이 하나요, 수많은 비전을 달성하려면 결국 하지 않았던 영역에 들어가고, 만들지 않았던 제품을 만들면서 기존 기업들의 시장을 잠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결국 차별화되었던 사업은 경쟁이 치열한 사업이 될 수밖에 없고, 특별한 그 기업은 그 시장 속에서 치열한 경쟁을 지향하는 회사가 되어 버린다는 것입니다.

높은 수준의 비전 플랜은 분명 조직을 열정적으로 만들고, 도전적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높은 수준의 비전 플랜이 실행되면 거의 대부분의 기업은 다른 기업들과 유사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사명’은 늘 비전 이전에, 비전의 토대로 움직여야 합니다. 아쉽다면, 많은 기업들이 ‘사명’과 ‘비전’을 혼돈한다는 것입니다. 사명은 말 그대로 명령이며, 어겨서는 안되는 것입니다. 비전은 바뀔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명은 그 어떤 순간에도 바뀔 수 없습니다.

사명은 나의, 우리의 존재 이유입니다!

누군가가 저에게 ‘백기락씨, 당신은 어떤 사람입니까?’라고 묻는다면, 저는 제일 먼저 ‘사명선언서’를 보여줄 것입니다. 제가 살아가는 이유, 삶의 방향, 근본적인 인생철학이 사명선언서에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저만의 고유한 것이고, 저를 저답게 만들어주는 근간입니다. 쉽게 만들 수도 없고, 쉽게 바꿀 수도 없습니다. 마치 개인의 헌법과도 같은 것입니다.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업의 사명선언서는 그 기업의 정체성입니다. 수많은 시간이 흘러 환경이 바뀔 수도 있고, 목표가 바뀔 수도 있고, 직원이 바뀔 수도 있지만 그 기업의 정체성은 바뀔 수 없어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네 기업은 사명선언서를 3년마다, 5년마다 바꾸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흔히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사람의 근본은 바뀌지 않는다구요. 그런데 기업이 그렇게 쉽게 바뀔 수 있을까요? 그 거대하고, 복잡한 조직이 말입니다…. 한 번 만들 때 잘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잘 만들었다면 오래도록 그 사명을 가지고 가야만 합니다. 그래야 그 기업이 ‘비슷해지지’ 않고 특별해질 수가 있습니다.

CEO는 사명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사명의 수호자여야 합니다!

리더가 되고, 최고 리더 격인 CEO가 되면 무언가 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쉽게 빠집니다. 직원들도, 주주들도, 시장의 고객들도 새로운 CEO가 부임하면 뭔가 멋진 것을 보여줄 거라는 기대를 합니다. 다 좋습니다. 다만, 사명은 건드려서는 곤란합니다. CEO가 부임했으니 기업의 정체성을 바꿔야 한다고 믿으시는 분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목표를 조정하거나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거나 하는 건 좋습니다. 그러나 지신이 속한 기업의 정체성은 바꾸기보다는 수호하려 노력을 해야 합니다. 가족만 하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부모님이 바라는 자녀상은 대체로 실패합니다. 성공한 듯 보여도 성인이 되면 어릴적 그 ‘기대’에 대해 부정적인 기억을 들추어냅니다. 때로는 부모 자녀간의 관계가 파괴되기도 합니다. 이렇듯 정체성은 발견하고 지켜줘야지 내가 필요한 대로 바꿀 수가 없는 것입니다.

저는 오늘도 저의 사명을 생각해 봅니다. 제가 운영하는 회사의 사명을 생각해 보고, 제가 속해있는 공동체의 사명을 생각해 봅니다. 때로는 더 다듬어야 할 때도 있습니다만, 지금의 제가 있기까지 힘이 되어준 많은 분들에게, 저는 그때 그 모습처럼 변함없이 있어야 합니다.

더 잘 하고, 더 세련된 건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제가 달라진다면 그건 좋지 않은 일입니다. 왜냐하면 그 분들이 저를 지금처럼 기억하고 있는 건 저의 지금까지의 모습에서 본 기억이기 때문입니다. 쉬운 듯 어려운 일이 사명을 지키고 다듬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건 확실합니다. 제가 잘해 나간다면, 그분들은 저를 아마 죽을 때까지 계속 기억해 줄 것입니다. 저를 대체할 사람은 이 세상에 없기 때문입니다.

저 같은 사람은 저 한 사람으로 족합니다…

* 상기 기사는 에너지코리아뉴스의 자매지 월간 <CEO ENERGY> 2011년 5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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