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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초콜릿 모카의 교훈

화이트 초콜릿 모카의 교훈

  • 기자명 백기락 크레벤 아카데미 대표강사
  • 입력 2011.06.01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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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기락 대표
대한민국에 카페 열풍이 불어 닥쳤습니다. 잘된다 싶으면 너도 나도 가게를 여는 게 우리 나라 문화라지만, 카페 열풍은 지금까지 그 어떤 종류의 가게보다도 더 많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그와 더불어 커피에 대한 소비도 늘고 있고 ‘아무리 물가가 올라도 커피는 포기할 수 없다’는 분들도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커피·카페 열풍이 쉬이 그칠 기미도 보이지 않습니다. 아마 이제 시작이지 않을까, 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입니다.

이 문화의 핵심에는 커피라는 핵심적인 상품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스타벅스 커피라고 설명해야 더 잘 이해가 될지도 모르지만, 아랍에서 시작되었다고 알려진 커피가 유럽을 거쳐 미국으로 전파되었고, 스타벅스를 통해 전세계로 확산되었을 뿐 상품이 특별히 바뀐 건 별로 없다고 봐야 합니다. 수백 년이 될지 수천 년이 될지 모르지만, 커피는 지금까지도 크게 변하지 않고 살아남은 상품이 되는 셈입니다.

이 커피라는 게 쓴 맛이 무척 강합니다. 물론 고급 커피를 음미하시는 분들은 신맛, 단맛, 초콜릿 맛이 난다고도 하시지만, 커피의 기본적인 맛은 고유한 쓴맛을 빼고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 보니 이 쓴맛을 없애기 위해 물을 타기도 하고 시럽이나 크림을 넣어서 단맛으로 보완하기도 합니다. 한때 가장 많이 팔린 음료가 크림과 시럽이 가득 들어간 커피였다는 말도 있으니 쓴맛에 대한 저항감이 생각보다 컸음을 알 수 있습니다.

회사의 고유한 문화가 언제나 달콤하진 않습니다!

높은 압력에서 커피를 추출한 ‘에스프레소’를 그냥 마셔 보면, 커피가 갖고 있는 여러 가지 맛을 가장 직접적으로 맛볼 수가 있습니다. 웬만큼 커피에 익숙하지 않고서는 에스프레소를 즐기기가 굉장히 힘들 정도로 강한 맛이 나는데, 대부분의 메뉴는 여기에 물이나 우유, 시럽, 크림 등을 넣어서 만들다 보니 고유한 맛이 상당 부분 희석될 수밖에 없습니다.

수많은 회사를 다녀 보면 회사마다 독특한 문화가 있기 마련인데, 그 문화의 고유함은 참 멋지지만, 그 고유함이 언제나, 모든 사람에게 좋게 보이긴 힘들기 마련입니다. 그 조직을 오랫동안 경험한 이들에게는 그 고유함이 차별화의 핵심일 수 있지만, 처음 접하거나 짧게 접한 사람들에겐 굉장히 곤혹스러울 수가 있는 셈이지요.

삼합이라고 불리는 전라도 지역 음식 중에 ‘홍어’는 타 지역 사람들이 받아들이기엔 굉장히 곤혹스러운 맛과 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발효와 부패의 가장 절묘한 지점에 있다, 라고도 표현하는 이 맛을 제대로 즐기지 못하면 전라도 사람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분들도 많이 만나는데, 처가가 전부 전라도 분들이다 보니 저도 꽤 자주 접한 음식이면서도 경상도 출신인 저로선 십여 년 가까이 멀리해 온 음식이기도 했습니다. 함께 사는 사람에 대한 탐구 정신이 더해져서인지 이런 식으로 저런 식으로 그 음식을 접하려고 노력했는데, 그 과정에서 경상도와는 너무도 다른 전라도 지역만의 음식들을 알게 되었고, 조금씩 ‘다르고 낯설지만’ ‘특별한’ 전라도만의 음식을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쉽게 접근하는 게 어느 순간에 이르면...

다행이도 홍어회가 모두 강한 맛을 지닌 건 아니었습니다. 처음엔 가벼운 수준에서 시작해서 점점 강한 맛을 찾게 되었는데, 김치나 돼지고기 등과 어울리니 나름 먹을 만한 음식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리 커피가 쓰다 하더라도 처음부터 쓴맛을 제대로 맛볼 필요는 없습니다. ‘봉지 커피’를 즐기듯 설탕과 크림이 가득한 커피에서 시작해서 조금씩 커피 본연의 맛을 찾아 가는 게 바람직한 순서일 수 있습니다.

주변 사람들이나 고객들에게 회사의 독특한 문화를 처음부터 알리기보다는 차근차근 순서를 정해서 알리는 것들은 매우 적절한 접근입니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본연의 고유함을 전혀 느끼지 못할 수준으로까지 가게 되는 것입니다. 화이트 초콜릿 모카라는 메뉴쯤에 이르면 사실 커피 본연의 맛은 거의 사라지게 됩니다. 그 커피가 어떤 품종인지, 얼마나 잘 로스팅되었고, 얼마나 잘 추출했는지는 사라지고, 그냥 커피 맛이 나는 음료구나, 정도가 되어 버립니다. 그 커피를 즐기면서 커피의 여러 문화를 제대로 이해했다고 말한다면 커피를 즐기는 저로선 많이 아쉬울 것 같습니다.

조직 문화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요? 남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이런 저런 양보와 타협을 하다 보면 어느 회사 어느 조직과 비교해도 ‘다르지 않는’ 문화로 전락해 버리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그걸 처음부터 의도한 거라면 모르지만, 독특한 문화를 잃어 버렸을 때 나타나는 조직의 여러 병폐들을 생각한다면 양보와 타협도 어느 정도에서 멈춰 주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을 해봅니다.

문화는 궁극적으로 조직 전체의 책임이자 CEO가 최종 책임을 져야 합니다!

스마트폰을 살 때 세상 모든 사람들이 ‘아이폰’을 선택하지는 않습니다. 애플이 제품을 잘 만든다고 해서 삼성이 아이폰을 모방해서 거의 똑같은 제품을 내놓는다면 사람들은 과연 삼성의 제품을 사려 할까요? 오히려 기존의 삼성 제품을 좋아하던 사람들만 잃게 만들 가능성이 높습니다. 세상이 스마트폰으로 도배되는 것 같지만, 여전히 세계 최대 판매 제품은 기존의 휴대폰이고, 스마트폰은 이제 그 시장을 조금씩 가져가는 것뿐입니다. 상대방의 제품과 문화를 배우는 건 좋은 일이지만, 그 도를 지나쳐 자신의 고유성을 잃게 된다면 고객들에게는 짝퉁 제품으로만 기억될 뿐입니다.

좋은 기업을 만들어 가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보다 더 나은 회사를 끊임없이 배워가는 태도는 참 좋지만, 그 태도가 끊임없는 모방으로 이어진다면 결국 남아 있는 차별성과 경쟁력마저 잃게 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이 세상의 많은 성공이 모방의 결과처럼 보일지는 모르지만, 모방은 과정이지 결과가 될 수 없습니다. 자신의 생각과 문화에 맞춰서 배워가지 않는다면, 지금의 많은 학습은 수많은 성공사례가 아닌 실패 사례를 양성해 낼 뿐입니다.

이트 초콜릿 모카도 하나의 좋은 상품이지만, 어떤 카페에도 이 상품이 대표 상품이거나 메인 상품이 되어 있진 않습니다. 이 상품보다 가격은 절반 쯤 밖에 되지 않는 에스프레소가 단가 면에서는 낮고, 생각보다 많이 팔리진 않지만, 결국 그 카페의 커피 맛을 좌우하는 건 싸고, 잘 안 팔리는 그 ‘에스프레소’에 달려 있습니다.

치열한 경쟁 속에 살아남아야 하는 우리가 취할 수 있는 방법이 많진 않습니다만, 그럴수록 창의적인 모방이 더욱 절실해지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오늘도 몇 군데 카페에서 몇 잔의 커피를 마시겠지만, 좋아하는 그 커피 맛이 세상 모든 카페에서 똑같이 구현되는 건 절대 바라지 않는 것처럼, 회사들마다 제품들마다 저마다의 고유성은 잃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맺어 봅니다.

* 상기 기사는 에너지코리아뉴스의 자매지 월간 <CEO ENERGY> 2011년 6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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