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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노원구의 때 이른 겨울걱정

한여름 노원구의 때 이른 겨울걱정

  • 기자명 황무선 기자
  • 입력 2011.07.29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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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금인하조치로 급한불 껐지만 지역난방 품질은 여전
한정된 폐열로 무리한 수요확대가 지역난방사태 자초

여름철 전력피크로 인해 온 나라가 전력예비율을 걱정하고 있는 지금. 오히려 아직 먼 겨울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다. 지역난방의 문제로 지난 겨울 유래 없는 강추위 속에 유난한 겨울을 보냈던 노원구. 따뜻하지 않은 난방열과 터무니없는 요금폭탄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불만은 결국 구청 내 ‘지역난방개선추진단’이란 별동대를 탄생시켰고, 지난 2월에는 서울시의 지역난방개선대책발표까지 이끌어냈지만 지금도 주민들의 걱정은 변함없다. 시의 대책이 현실화되면 요금이야 그나마 상대적으로 저렴했던 지역난방공사와 비슷한 수준으로 낮출 수 있지만 실제 생활에 문제가 되는 난방 품질에 대한 뾰족한 대책은 사실상 전무한 것이 지금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노원구 지역난방 사태 불은 껐지만...


올초 서울시는 SH공사의 지역난방요금을 단계적으로 11% 인하해 한국지역난방공사와 동일한 수준으로 맞추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과중한 요금’과 ‘추위’를 견디다 못해 터져 나온 노원지역 주민들의 불만이 극에 달하면서 궁지에 몰린 서울시가 내놓은 사실상 궁여지책이었다. 더구나 이 과정에서 지역주민이 자살하는 사건까지 벌어지자 서울시와 SH공사는 여론에 떠밀려 불가피한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른 장마와 함께 폭염이 이어지고 있는 지금, 여전히 다가올 동장군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지난 2월17일 서울시가 발표한 지역난방 대책만으로 지역난방에 대한 지역주민의 불만을 잠재울 수 있을지에 대한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또 서울시 입장에서도 만년 경영난에 허덕이는 SH공사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방안들을 모색하고 있지만 막상 막대한 비용의 문제가 연관돼 있다 보니 비상구가 없어 대책에 부심한 모습이다.

올 초 서울시가 발표한 지역난방에 대한 대책의 주요 골자는 사실상 지역난방 요금인하에 맞춰져 있다. 서울시는 2014년까지 단계적으로 SH공사의 지역난방 요금을 지역난방공사 요금과 동일한 수준으로 현재 요금을 11% 인하하겠다는 대책을 발표했다.

빈곤층이 거주하는 임대아파트의 지역난방요금은 당장 올해부터, 분양아파트는 단계적으로 2014년까지 내려 한국지역난방공사의 요금과 동일한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것이 서울시가 내놓은 대책의 요지다.

구체적 방안으로 서울시는 자원회수시설의 폐열사용, 마곡 열병합 발전소 가동, SH공사 경상비 절감, 소각폐열 무상공급 등을 통해 SH공사가 공급하고 있는 노원, 도봉, 중랑, 양천, 강서, 구로 등 6개 구의 지역난방 요금을 인하하겠다는 것이다.

이 계획에 따라 우선 가장 영세한 임대차파트 3만3756호 지역난방요금은 올해부터 11%가 인하됐다. 또 분양아파트 20만2498호의 경우 올해 지역난방요금은 동결 조치하는 한편 2012년 3%, 마곡 열병합발전소가 가동되는 2014년까지는 11%까지 인하해 요금 수준을 맞출 예정이다.

하지만 지역주민들의 불만은 비단 비싼 요금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따뜻하지 않으면서도 비싸기만 했던 지역난방사용자들의 불만을 싼 요금만으로 해결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 지역난방 열손실의 주요원인인 난방배관.(사진은 실제 17년된 난방배관을 절단해 놓은 것.)

서울시의 애물단지 지역난방사업


“우선 2~3단지 임대아파트들에 대해 서울시와 SH공사가 새시 교체를 추진키로 했습니다. 새시를 교체하면 열 손실이 그만큼 줄어들 테고, 이 지역이 가장 불만이 많았던 곳이니 급한 불은 끈 셈입니다.”

서울시의 대책발표와 주민대책위원회 출범 후 그간 변화에 대해 노원구 지역난방개선대책추진단 최세택 주무관의 이렇게 설명이었다. 하지만 난방품질을 해결할 근본적 대책인 노후 난방배관에 대한 교체문제는 사실상 비용이 너무 많이 드는 상황이라 고려할 대상도 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 주무관은 노후난방배관의 처리문제에 대해 “아직 말씀드리긴 힘든 상황이지만 현재 구에서 개별난방으로의 전환과 지역난방배관 교체 비용에 대한 용역을 진행 중입니다. 그러나 개별난방으로의 전환도 어려움이 없지는 않습니다. 노원구의 경우 사용자의 자율권을 제약하는 지역난방 고시지역이 적은 것은 사실이나 대부분 현재 거주자들이 세입자들이라 실상 주민동의 등의 절차상에 어려움이 적지 않은 실정입니다”라고 말했다.

▲주민대책위원회 김생환 위원장이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대책을 내놓은 서울시와 SH공사의 상황도 그리 녹녹치는 않다. 현재도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어 오히려 애물단지로 전락한 사업이 지역난방인데 요금인상을 통한 정상화는커녕 오히려 요금을 인하해야하는 상황에 내몰린 셈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정연찬 서울시 맑은환경본부장은 대책발표 당시 “SH공사 지역난방 공급대상 주민들에 대한 난방비 인하를 위해 저렴한 열원을 확보하고 제도개선 뿐만 아니라 SH공사의 허리띠 졸라매는 경비절감 등을 통해 시민들에게 보다 저렴한 지역난방을 공급할 예정이다”며 “지역난방 이용주민들이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생활비 부담을 덜고, 건강한 생활을 유지할 수 있길 기대 한다”고 말한바 있다.

서울시, 정부에 LNG 직공급 요청

지난 4월 서울시와 노원구청은 SH공사에 공급되는 LNG가격을 낮추기 위해 한국가스공사로부터 가스를 직공급 받을 수 있도록 허용해줄 것과 대형수요자로서 집단에너지사업을 추가해 줄 것을 지경부에 요청한 바 있으나 모두 어렵다는 회신을 받았다.

서울시는 현재 부족한 재원을 채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원료로 사용되는 도시가스요금의 인하가 절대적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도시가스를 연간 2억㎥정도 사용하는 대량수요자임에도 불구, 법령상 대량수요자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아 도시가스를 소매공급가로 구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재로서 지역난방공사보다 생산원가가 높아 집단에너지 공급사업의 지속적인 운영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도시가스사업법시행규칙 제2조를 개정해 줄 것을 요청했다.

월 평균 1000만㎥ 이상 천연가스를 사용하는 공공기관의 집단에너지사업자가 가스도매사업자인 가스공사로부터 도시가스를 구입이 가능토록 대량수요자의 범위에 포함해 달라는 것이 요구의 주요골자였다.

▲아파트 주민을 대표해 대책위원회에 참석한 지역주민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노원구측의 요구도 동일한 것이었다. 노원구 등 23만6254호에 지역난방을 공급하는 서울시(SH공사 집단에너지사업단)에서는 열 생산의 82.7%를 차지하는 주 연료인 LNG를 소매가로 구입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해당지역난방 사용자의 경제적 부담이 가중되고 있음으로 대량수요자의 범위를 집단에너지사업까지 확대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지경부는 대량수요자의 개념이 도입된 것은 가스공사가 직공급할 수 있는 발전용을 의미하며 이는 중복투자방지와 수급계획에 따른 가스공급의 효율성을 도모하기 위한 것임을 밝히고 추후 한국전력의 순수발전소외 민간사업자가 건설 운영하는 100㎿이상의 LNG열병합발전소에 대한 허용도 투자촉진과 사업활성화를 유도하기 위한 것으로 지역난방사업을 동일하게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뜻을 밝혔다.

특히 SH공사 등 집단에너지사업자에게 직공급을 허용할 경우 대량수요자인 산업체와의 형평성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도시가스 수요자의 이탈로 전반적인 도시가스요금의 인상도 불가피해 유통체계의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도입취지 벗어난 사업 확장이 근본원인

현재 심각한 민원이 발생하고 있는 노원구에 지역난방열을 공급하고 있는 것은 서울시 산하 SH공사(SH에너지사업단)는 현재 노원구 내에만 81개단지 9만6226세대에 난방열과 온수를 공급하고 있다. 사업초기에 비해 공급세대를 지속적으로 확장하다 보니 현재 소상각 폐열의 활용도는 20%이하로 떨어진 상태.

현재 서울시 산하 SH공사는 열 생산 비중의 82.7%가 고가의 LNG를 연료로 사용 중이다. 소각장 폐열은 17.3%에 그치고 있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소각폐열 및 발전소 폐열을 55.4%를 사용하고 있는 지역난방공사와 비교해 당연히 경제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서울지역은 환경규제가 강해 지역난방공사와 같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에너지인 중유나 저유황유도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목동 및 노원 열병합발전소는 당초 건립시 자원회수시설에서 발생하는 소각열을 활용하기 위한 취지에서 지역난방시스템을 도입했다. 하지만 현재는 초기 도입취지와 달리 고가의 LNG를 이용한 지역난방 시스템이 되어버린 셈이다.

실제 강남구 등에 지역난방을 공급하고 있는 지역난방공사의 경우 20평형 아파트를 기준으로 지난 겨울 난방요금은 평균 7만6000원 정도. 하지만 노원구는 8만9000원 수준이었다. 결국 지역난방의 도입 취지를 망각한 체 무리하게 공급권역과 수요가를 확장한 것이 현재 SH공사의 집단에너지 비경제적인 사업의 근본 원인이 된 것이다.

현재 서울시는 가스공사를 통한 LNG 직공급 요구가 불발되자, 도시가스 공급비용의 조정 등을 통해 SH공사의 문제점을 해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파 대비한 난방품질 대책마련돼야

문제를 종합적으로 살펴볼 때 현 지역난방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시급한 사안은 지역난방의 열 손실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최우선적인 해결과제다. 이는 사용자의 불만과 요구가 비단 ‘요금이 비싸다’에 그치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 노원지역의 대부분 아파트들은 지어진지 15~20년이 경과한 것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당수의 아파트가 난방배관의 노후와 건물노후로 인한 심각한 열손실 문제를 겪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난방배관의 교체나 새시 공사 등 열손실을 줄이기 위한 실질적인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점에 있다.

지역난방의 경우 공공난방요금이란 명목으로 15%의 열손실비용을 이미 계산하고 있는 상태. 여기다 각 사용가에서 추가적으로 발생하는 열손실량을 계산한다면 지역난방의 무리한 확장은 폐열의 활용을 통해 에너지효율을 높이고 저렴하고 편리한 에너지를 공급하겠다는 정부의 근본적인 지역난방 정책과도 거리가 먼 사업이 되어버린 셈이다.

서울시의 지역난방 요금인하 대책이 당장 급한 불은 끈 것일 수 있겠지만 추운 겨울이 다시 찾아오면 다소 요금이 싸졌다는 것 외에 달라진 것이 없는 상황에서 사용자들의 추위에 대한 고민은 또다시 문제가 될 것이 불 보 듯 뻔하다.

오히려 올해 하반기를 넘어서면서 줄줄이 인상되고 있는 에너지요금들로 인해 서울시의 대단한 요금인하 노력도 자칫 한파에 한낮 물거품이 되지 않을까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 상기 기사는 에너지코리아뉴스 자매지인 월간 <CEO ENERGY> 2011년 8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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