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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킬 것인가, 바꿀 것인가

지킬 것인가, 바꿀 것인가

  • 기자명 백기락 크레벤 아카데미 대표강사.
  • 입력 2011.11.01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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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기락 크레벤 아카데미 대표강사.
스티브 잡스로부터 시작된 엄청난 폭풍이 전세계를 강타했습니다. 사용자인 저는 행복했지만, 그간 세계 IT 업계를 주름잡던 수많은 기업들은 치명타를 입었습니다. 거대한 기업들이 제대로 힘도 쓰지 못하고 주저앉기도 하고, 살기 위해 경쟁자들과 손을 잡기도 하고, 오히려 새로운 기회를 타고 등장한 기업도 있습니다. 변화의 물결의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확실치는 않지만, 이 물결의 결과는 분명했습니다. ‘변화하는 자만이 살아남는다’라는 진리는 진리 중의 진리라는 것입니다.

그 와중에 저는 재미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애플의 수많은 제품을 보면서 ‘역시 애플이야!’라는 감탄사를 사람들이 내뱉고 있다는 것입니다. 마치 애플이 이런 제품을 낼 것을 알았다는 것처럼 말이지요. 그러고 보니 예전에 소니라는 회사에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소니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역시 삼성’, ‘역시 벤츠’, ‘역시 MS’라고 말하고 있었더군요. 그래서 고민했습니다. 모든 걸 바꿔야 하지만, 그 와중에도 바꾸지 말아야 할 것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변화는 낯선 것이고, 모든 게 변해버린다면 소비자들은 자신들이 좋아했던 그 상품을 알아보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정한 화두가 ‘무엇을 바꾸고, 무엇을 지킬 것인가’였습니다. 오늘의 주제이기도 합니다.

놀랍게도 고객은 변하지 않기를 바라는 게 더 많습니다!

변화와 혁신을 강의하다 보면 저도 모르게 ‘모두 다 바꿔라’와 같은 메시지를 전달할 때가 있습니다. 강의에 집중하다 보니 그런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데, 엄밀히 따진다면 제가 잘못 전달한 것입니다. 변화와 혁신을 연구해 보면, 뼈 속까지 바꾼다거나 송두리째 바꿔서 성공한 사례는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작고도 단순한 변화가 엄청난 효과를 거둔 사례가 더 많습니다. 그 이유는, 변화를 갈망하는 고객들이 정작 변화 자체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고객은 자신이 좋아하는 브랜드를 바꾸지 않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기호를 바꾸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사용법을 바꾸지 않습니다. (물론 지금 이 표현도 극단적이기도 합니다) 변화는 대체로 기존의 것들에서 벗어나야 하고, 그 말은 익숙함에서 탈출해야 하는 것이므로 고객에게도 성가신 과정일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변화와 혁신을 추구할 때, 모든 걸 바꾸려는 시도보다는 바꿔야 할 것과 지켜야 할 것들을 잘 구분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고리타분한 건 바꾸세요, 하지만 전통은 지키세요!

사무실이 청계천에 있다 보니 특별한 모습들을 많이 보게 됩니다. 어제 제가 본 장면 중 하나는 조선 시대 병사들의 복장으로 일련의 대형을 갖춰 이동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참 멋지더군요. 분명 요즘의 전투에 임했다가는 참패할 수밖에 없는 조건이지만, 전투를 위해서가 아니라 예전의 모습을 지켜내는 것이라면 잘 보전해야 할 요소가 되는 셈입니다. 예전 방식이라고 해서 모두 다 바꿔야 하는 건 아닙니다. 최고의 명품 차량은 대체로 수작업으로 많은 부분을 만듭니다. 최고의 명품 가방은 거의 완전하게 수작업 제품이지요. 자동화하면 더 빨리, 더 많은 것을 생산할 수 있지만, 정작 자동화의 산물이 더 가치있는 게 아닐 때가 많습니다. 그런 점에서 ‘전통’이라고 분류될 수 있는 것은 지켜야만 합니다.

핵심은 고객이 가치를 느끼는 부분을 가려내는 안목입니다!

변화를 추구하지 않는 CEO가 있을까요? 저는 이 대목에서 극단적인 표현을 써도 될 만큼의 확신을 갖고 있습니다. 어떤 CEO도 변화를 추구하지 않는 경우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변화의 결과는 천차만별입니다. 그리고 변화 추구의 대부분은 실패로 돌아가고, 심지어 기업을 무너뜨리는 결과로도 나타납니다. 즉 변화라는 것 자체는 인정되지만, 변화의 대상과 방법은 정말이지 조심스럽게 다가가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소비자는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가치있게 느끼는지’ 잘 알지 못합니다. 표현할 수는 없지만, 구매라는 형태로, 소비라는 형태로 간접적으로 나타날 뿐입니다. 마케팅은 결국 이런 소비자들의 내면을 읽어내고, 객관화하는 작업에서 출발한다 할 수 있습니다. 고객이 가치를 느끼는 부분을 찾아내는 것. 전 이 부분에서 애플이라는 회사가, 스티브 잡스라는 사람이 가장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사람들은 애플의 제품을 통해 더 나은 체험이 어떤 것인지 느끼게 되었고, 더 편리한 것, 더 아름다운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기업이 이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면 제품으로 표현하는 건 더 어렵지 않을까요? 물론 애프터서비스라는 부분에 대한 가치에 대해 애플도 알게 될 날이 오기를 기대합니다. 순서상으로 본다면 나중의 일이지만, 어떤 제품을 오래도록 쓰다 보면 구매 이후의 애프터서비스 역시도 중요한 가치이기 때문입니다.

생각해 보면, 기업만이 이런 능력을 가져야 하는 건 아닙니다. 어느 분야를 가릴 것도 없고, 어느 대상을 가릴 것도 없습니다. 우리 자신을 통해 살펴보더라도 많은 것들을 배울 수가 있습니다. 우리 역시도 변화시켜야 할 것과 지켜야 할 것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합니다. 이름은 지켜야 하지만, 능력은 변화시켜야 합니다. 좋은 태도는 지켜야 하지만, 낡은 습관은 바꿔야 합니다. 어쩌면 매일 매일 살아가는 것 자체가 지키거나 변화시키는 과정이 아닐까요? 사람마다 요소가 다르겠지만, 자신에게 맞는 감각을 지니고, 그것을 꾸준하게 적용해 간다면 많은 고객들이 좋아하는 자신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어느 시대보다도 변화의 폭이 큽니다. 그래도 사람들은 여전히 밥을 먹고, 잠을 자고, 사람들을 만납니다. 여전히 사랑을 하고, 일을 하고, 여행을 갑니다. 얼마나 많은 변화가 앞으로도 이어질지 모르지만, 이것만은 분명합니다. 사람들은 여전히 어제의 대부분을 반복한다는 것입니다.

저도 오늘부터 좀 더 자세히 지켜볼까 합니다. 사람들이 무엇을 변화시키기를 바라는지, 무엇을 지켜가길 바라는지 알 수 있다면 좀 더 현명하게, 좀 더 분명하게 삶을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요? 기왕이면 오래도록 변치 않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아, 물론 실력은 키워 나갈 겁니다. 오늘도, 내일도, 영원히~

*상기 기사는 에너지코리아뉴스 자매지인 월간 <CEO ENERGY> 2011년 11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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