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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급등, 위기에 몰린 오바마

유가 급등, 위기에 몰린 오바마

  • 기자명 이상현 미국특파원
  • 입력 2012.04.10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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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 오바마 친환경 에너지정책 파상공세


미 유가급등 사태, 정치쟁점으로


치솟는 휘발유 가격이 미 대선에 새로운 변수로 등장하고 있다.

휘발유 가격의 급등 문제가 올연말 대선을 앞두고 주요 이슈로 떠오르면서 공화당 의원들이 오바마 대통령을 연일 압박하고 있다. 미국 휘발유 값은 3월 들어 갤런 당 3.80달러 수준으로 상승했고, 이 추세라면 몇 달 안에 2008년 7월 기록했던 최고치인 4.11달러를 갱신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공화당 대선 후보들은 이와 관련해 일제히 오바마 대통령의 에너지 정책을 비난하고 있다. 하지만 백악관은 휘발유 가격은 국제 석유시장 가격이 좌우하며, 미국의 석유 생산 및 에너지 자립도는 오히려 늘어났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화당 의원들의 공세가 연일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며 오바마 대통령의 휘발유 정책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자 정부에서도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세계 시장여건에 따라 변화하는 석유가격에 대해 미국 대통령이 나서 단기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부분은 제한적이라는 의견도 많다.

연일 치솟는 휘발유 가격

미국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지난달 18일(현지시간) 미국 내 전국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3.838달러로, 최근 한달만에 5% 이상 인상됐다. 최근 12개월 동안 13%(42센트)가 인상된 셈이다.

이는 2008년 7월 사상 최고치로 기록된 4.11 달러에 근접한 것이며, 겨울철을 기준으로하면 이미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것이란 분석이다. 미국에서는 통상 여름철이 다가오면 운전자들의 휘발유 수요가 늘어나면서 20센트 가량 휘발류 가격이 오른다. 뉴욕, 워싱턴DC, 캘리포니아, 코네티컷 등 주요 주에서는 이미 평균 휘발유 가격이 4달러를 웃돌고 있다.

미국 비축유 방출까지 검토(?)

지난달 15일 로이터 통신은 영국의 소식통을 인용해 “오바마 대통령은 영국 캐머런 총리와 전략 비축유 방출에 대해 검토했으며 곧 비축유를 방출할 예정이다”라고 보도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백악관은 같은 날 “보도 내용이 부정확한 것이며, 어떠한 합의도 보지 않았다.” 라면서도 “우리는(영국과 미국) 에너지 안보 및 석유 가격에 대한 대비를 위해 앞으로도 함께 노력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이날 전략 비축유 방출 관련 해프닝은 휘발유 가격이 미국 내에서 정치적으로 얼마나 중요한가를 가늠하는 시사점이 됐다. 고유가 현상은 일시적으로도 물가를 상승시키고 소비자의 구매력 저하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미국 경제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친다. 자가용이 주요 교통수단인 미국에서는 휘발유 가격이 소비심리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미국 오너드라이버들은 월 평균 60갤런의 휘발유(레귤러)를 소비한다. 갤런 당 50센트가 오르면 한 달에 약 30달러의 비용이 늘어나는 셈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전문가들은 고유가가 미국 경제 회복과 주가 상승 추세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한다.

닐 소스 크레디트 스위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갤런 당 1페니 상승이 1년간 지속되면 구매력은 10억 달러 이상 줄어들고, 1달러로 치면 1천억 달러인데 이는 사회보장세 감면액과 맞먹는다”고 지적했다.

이는 대선을 앞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달 12일 워싱턴 포스트-ABC의 여론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60%가 오바마의 휘발유 정책에 대해 ‘불만족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로이터 통신의 ‘미 전략 비축유 방출 가능성’ 보도와 관련해서도 미 경제 전문 방송 CNBC는 지난 몇 주간 스티븐 추 에너지부 장관, 티모시 가이트너 재무부 장관 등 백악관 관계자들은 유가 상승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략 비축유 방출을 비롯한 ‘모든 가능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해왔다며, 이날 영국 총리와의 대화는 이를 위한 외교적 노력이라 분석했다.

실제로 민주당 내부에서는 유가가 계속 상승할 경우, 11월 대선과 총선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로 오바마 대통령에게 대책을 촉구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 2월 22일 민주당의원들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비축유를 활용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전략 비축유 방출은 단기적 효과만을 기대할 수 있으며 대부분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그 예로 지난해 리비아 사태 이후 7월 미국이 3000만 배럴의 전략 비축유를 방출하기로 결정한 후 유가는 일시적으로 5% 가까이 떨어졌다. 하지만 다시 8일 만에 유가는 반등했고 이후 더욱 상승했다.

마리아 반 데르 후벤 IEA 총장 또한, 석유 소비국들이 전략 비축유를 방출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미국 전략 비축유는 최대 7억 2700만 배럴까지 비축할 수 있으며, 이는 유사시 미국 내에서 한 달간 사용할 수 있는 규모다.

오바마 책임? 공화당 후보들 맹비난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휘발유 가격과 관련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이유는 따로 있다. 공화당 대선 주자들이 휘발유 가격 상승 이유에 대해 일제히 오바마 대통령의 에너지 정책을 비난하며, 책임을 묻고 있기 때문이다. 공화당 후보들은 최근 치솟는 휘발유 가격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의 친환경적 정책이 석유 가스 생산에 차질을 가져왔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공화당 유력후보 롬니는 걸프만 및 북극권국립야생보호구역 시추 금지 등과 같은 오바마의 친환경 정책이 미국의 유가 대응 능력을 약화시켰다고 비난하고 있다. 그리고 자신이 집권하면 자국 내 적극적인 시추와 개발, 생산 및 수송 시설의 추가 건설 등을 통해 석유 및 가스 생산을 늘려 유가와 공급 안정화에 기여할 것이라 주장했다.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도 자신이 집권하면 휘발유 값을 2.5달러로 낮추겠다는 대선 공약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와 관련, 다수의 미 언론들은 휘발유 가격 급등은 오바마 대통령의 정책과는 상관이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지난달 17일 보도를 통해 실업률 문제로 오바마를 집중 공격하던 공화당 후보들이 최근 경기가 호전되는 기세를 보이자 이제는 치솟는 휘발유 가격 문제를 쟁점으로 오바마 대통을 비난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프린스턴대 교수 폴 쿠르그먼도 15일 New York Times 칼럼을 통해, 공화당 후보들이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석유 회사들이 원하는 대로 석유 개발을 하기만 하면 휘발유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이야기하는 이유에 다음과 같이 말했다. 공화당 후보들의 이같은 비난은 “석유 가스 업계의 로비와 캠페인에 대한 공헌에 보답하기 위함이다. 뒤집어 생각하면 공화당 의원들은 석유개발 촉진 이외에는 휘발유 가격 안정을 위한 뾰족한 해답이 없기 때문에 이를 강조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에너지 자립도 늘어도, 유가는 ‘별개’

오바마 대통령은 공화당 의원들의 공세에 대해, 국제 휘발유 가격은 국제 마켓에 따라 움직이며 이란사태 등과 같은 불안정한 중동 정세로 공급 차질에 대한 우려가 있다. 또, 중국 및 인도와 같은 신흥국들의 에너지 소비 증가 때문에 국제 유가 상승을 억제하기는 역부족이라고 밝혔다. 이미 미국 75% 이상의 연안 석유개발이 진행 중이지만, 이는 세계 매장량의 2%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미국 내 석유 생산만이 휘발유 가격에 대한 묘약이 될 수 없고 궁극적으로 석유 수요를 줄이고 새로운 유전을 확보하며 풍력, 태양광, 원자력 등 대체 에너지 개발 및 에너지 효율을 증대하려는 노력이 복합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라 강조했다.

이와 관련, New York Times는 3월 17일자 보도를 통해 미국의 휘발유 가격은 국제 휘발유 가격과 같은 패턴으로 등락을 계속해 왔으며, 미국 휘발유 가격은 낮은 세금 덕택에 역사적으로 여타 국가들 보다 낮은 수준이었다고 보도했다. 미국 내 휘발유 가격이 갤런 당 3.7달러로 치솟았을 때 독일에서는 8달러 수준으로 미국보다 배 이상 비쌌다는 것이다.

또한, 석유는 국제 상품이기 때문에 자국 내 석유 생산 증대가 휘발유 소매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자국 내 석유 생산 증대는 석유 수입을 줄임으로써 무역수지 개선에는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New York times는 이어, 오바마 집권기간 동안 석유 생산량은 늘고, 석유 수입 및 해외에너지 의존도는 오히려 줄어들었다고 강조했다.

노스다코다주 및 텍사스 주의 셰일층 석유 발견을 계기로 미국 내 여러 곳에 석유 시추 붐이 일어났고 이로인해 석유생산이 증대된 반면, 2008년 이후 경제 위기로 인해 석유 소비가 줄어든 덕택에 해외 석유 수입은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2005년 미국의 석유 수입량은 미국 내 하루 소비량의 60%에 달했던 것에 반해, 2011년에는 45%로 급감했다.(그래프 참조)

또 증대된 연료 효율성 또한 미국 석유 수요 소비 감소에 기여했다. 10여년 전에는 자동차가 갤런당 24.7마일을 운행했던 것에 반해, 최근 소비자들이 연료 효율이 높은 자동차로 대체한 결과 2011년에는 갤런당 29.6마일까지 주행거리가 향상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에도 불구하고 공화당 의원들의 공세는 연일 계속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휘발유 정책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자 오바마 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에 석유 생산량 증대를 요청하고, 남부 키스톤 파이프라인 건설에 대한 허가를 최우선 하는 등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상기 기사는 에너지코리아뉴스의 자매지 월간 CEO ENERGY 2012년 4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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