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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Energy] 76년 수제화 전통을 만나다

[CEO’Energy] 76년 수제화 전통을 만나다

  • 기자명 정욱형 기자
  • 입력 2012.07.05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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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림수제화 임명형 대표
3대를 잇는 장인정신이 만드는 자존심

신사의 품격은 화려한 구두 굽에서 시작된다? 아니다. 진정한 신사의 품격은 편안한 신발이 제공해주는 여유에서 발산된다. 누군가 말했다. “좋은 신발을 신어라! 당신을 좋은 곳으로 데려다줄 것이다”고. 좋은 곳을 안내 할 좋은 신발은 어떤 것일까? 화려하고 값비싼 유명 브랜드 신발은 아닐 것이다. 자신의 발에 꼭 맞는 편안하고, 기왕이면 깨끗하게 관리된 신발이 아닐까 한다.
요즘같이 다양한 기능을 가진 기성화가 대세를 이루고 있는 때, 아직도 발의 편안함을 제1목표로 추구하며, 수제화를 고집하는 이가 있다. 1936년에 창립돼 무려 76년째, 3대를 이어오고 있는 ‘송림수제화’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 6월 25일 3대 CEO를 맡고 있는 임명형 대표를 만났다. 을지로 3가에 위치한 송림제화 본사에서…


▲임명철 송림수제화 대표가 신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수제화에도 등급이 있다


일반적으로 수제화라고 하면 단순히 기계가 아닌 사람이, 기계가 할 모든 공정을 대신 맡는 것이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수제화는 제작자의 발에 대한 철학, 이해, 배려, 사랑이 가미돼야만 진가를 발휘할 수 있다. 오랜 경험과 숙련된 노하우가 녹아있어야만 제대로 된 수제화라 할 수 있다.

“전 세계 60억 인구가 모두 다른 발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니 각자에게 맞는 신발도 따로 존재하죠. 3D 입체로 찍어서 신발을 제작해도 편안함을 줄 수는 없습니다. 발이 느끼는 편안함이 모두 다르기 때문입니다.”

송림제화의 임명형 대표는 발에 맞는 목형을 만들어놓고도 그대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발이 편안해 하는 느낌을 찾은 것이 진정한 명품 수제화를 만드는 요령이라고 귀띔한다. 단순히 발 모양에 맞다고 해서 편안한 신발이 되는 것은 아닌가보다.

76년 3대를 잇는 장인정신

송림수제화의 역사는 일제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임명형 대표의 아버지인 임효성 회장(2대)의 외삼촌인 고 이귀석씨(1996년 작고)가 1936년 시작했다. 허름한 일본 집에서 시작한 구두제작이 오늘에 이어져오는 것이다. 이태리나 영국의 수제화와 역사를 비교하면 짧다고 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꽤 긴 역사를 자랑한다. 76년 3대를 잇는 수제화의 역사 속에 수많은 유혹에도 송림은 이름 그대로 ‘늘 푸른 소나무숲’처럼 외길을 걸어왔다. 시대가 지날수록 복잡하고 까다로운 공정들이 간편해지고 단순화되지만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때로는 오랜 시간이 묶어야만 진정한 장인이 탄생하는 법이다. 등산화는 20년을 배워야 제대로 만들 수 있다는 수제화다.

발이 편해야 건강이 보인다

송림수제화의 단골고객 중에 등반가 허영호씨가 있다. 그가 북극횡단때 선택한 등산화가 바로 송림수제화다. 그는 18살때부터 송림의 단골이었다고 한다. 김영삼 전 대통령도 송림의 고객이었다. 사실 알고 보면 수많은 송림의 단골손님이 존재한다. 발의 편안함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쉽게 벗어나기 어려울테니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인터넷에서 송림이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자 20, 30대의 젊은 고객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는 점이다. 독득함과 편안함을 찾는 젊은 세대들의 감성과 맞아 떨어진 것 같다.

특히 다리나 발에 장애가 있는 사람들에게 수제화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현대를 살다보면 크고 작은 사고와 만나게 되어 있고, 조금씩 장애를 안고 살 수밖에 없다.

요즘 등산은 물론 만보 걷기, 느리게 걷기 등 걷기 열풍이 풀고 있다. 제대로 걸어야 척추나 고관절, 무릎관절을 보호할 수 있다.

“정형외과 의사들을 만나면 이야기가 잘 통합니다. 발이나 다리, 척추가 좋아하는 신발은 따로 있어요. 신발만 잘 신어도 자세를 바르게 세울 수 있어요.” 신발의 중요성을 임대표를 통해 다시끔 느끼게 된다.

발가락이 노는 신발이 좋은 신발

발가락이 긴 사람, 볼이 넓은 사람, 발등이 높은 사람 등등등. 발의 모양은 참 다양하다. 그렇다면 어떤 신발이 건강에 좋은 신발일까? 임 대표에게 ‘왜 예쁜 신발은 전시되어 있지 않느냐’고 묻자, “저희 송림은 발이 편하지 않는 신발을 제작해드리지 않아요. 보통 구두 앞은 뾰족하고 볼이 좁으며, 굽이 높은 것을 예쁜 신발이라고 하는데 대체로 불편한 신발이라고 생각해요. 간혹 발의 구조가 뾰족하고 높은 구두에 적합한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발 중간을 꽉 조여 발 앞으로 밀리지 않게 하고 발가락은 자유롭게 놀도록 하는 신발이 건강한 신발입니다”고 답한다.

그는 “보통 볼이 좁아서 발이 아프다고 말하지만, 발이 아픈 것은 발이 구두쪽으로 밀려내려서 첫째고, 둘째는 앞코가 너무 쪼여서, 셋째는 굽높이가 높아서”라며, “이를 종합해서보면 대체로 앞코가 넓고 발등부분에 밴드를 한 단화가 가장 건강에 좋은, 편안한 신발”이라고 정리해준다.

간혹 고객들이 디자인을 지정해 오시는 경우가 있는데 그 고객의 발에 맞는 편안한 디자인이 아니면 절대 제작해주지 않는다고 한다. “보통은 발에 맞는 디자인을 권해 드리죠. 전통의 수제화를 신을 때는 기성화와는 완전히 다른 편안함을 느껴야 하니까요.”

27년을 아버지의 뜻을 이어 구두 만들기 달인이 된 임명형 대표는 앞으로도 장인의 자존심을 지키는 구두명인으로 우리 곁에 남을 것 같다.

■ 문의 : 02-2279-1910

*상기 기사는 에너지코리아뉴스의 자매지 월간 CEO ENERGY 2012년 7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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