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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가스중압관 정밀안전진단 어떻게 진행되나

도시가스중압관 정밀안전진단 어떻게 진행되나

  • 기자명 황무선 기자
  • 입력 2014.03.04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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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CVG, CIPS, 셀마 등 보다 정확한 진단기법 적용
산업부, 국민의 높아진 안전욕구 편승한 제도도입

매서운 추위가 한창이던 지난 2월 20일 자정. 서울 성동구 마장로 360번지 지하철 2호선 신답역 맞은편 명문예식장 주차장에 도시가스사 직원 2명을 비롯해 한국가스안전공사 직원 8명이 한 자리에 모였다. 올해 새로 도입되는 장기사용배관 정밀안전진단 시범적용을 위해서다.
지하철이 없는 지방이야 주간에도 배관에 대한 진단이 가능하지만 서울이나 대도심 지하철 인근에 설치된 지하배관의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지하철 누설전류의 간섭이 없는 야간에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 더구나 한낮 교통량이 많아지는 복잡한 서울도심에서는 주간에 차선을 막고, 배관의 정밀진단 작업을 진행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주간에 할 수 있는 일이라도 대도심에서는 교통의 통제가 용이한 야간작업을 택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 자정이 조금 지난시간 본격적인 배관진단을 위해 장비를 챙기고 있는 가스안전공사 직원들의 모습.

새로운 검사제도의 도입배경은?

정부의 도시가스사업법 개정으로 올해부터 20년 이상 경과된 도시가스 중압배관(0.1~1Mpa, 1~10kg/㎥)에 대해 정밀안전진단이라는 새로운 제도가 도입됐다. 지난해 7월 25일 관련법이 개정돼 올 4월부터는 본격적인 검사가 시작된다.

물론 그동안에도 도시가스 중압배관 대한 안전검사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15년 이상 장기사용 배관에 대해서는 기밀시험이나, 배관의 피복손상 탐지와 가스누출검사가 진행돼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안전에 대한 국민의 기대수준은 더욱 높아졌다. 또 이명박 정부시절 핵 안보 정상회의를 앞두고 행사장 인근 인터콘티넨탈 호텔 앞 도로 중압관에서 전기부식으로 인한 가스누출사고가 발생하면서 정부는 보다 강도 높은 안전검사의 도입을 요구하게 된 것이 중압배관 정밀안전진단 제도의 직접적인 도입배경이 됐다.

새 정부 역시 출범부터 대림산업 폭발사고를 비롯해 삼성전자 불산 누출사고, 현대제철 가스폭발사고 등 각종 산업시설에서의 중대형 사고를 겪으며 국민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정책을 강조해 왔다. 이런 종합적인 흐름에 편승해 위험물을 취급하는 도시가스 분야 역시 보다 강화된 새로운 제도가 도입되는 배경이 됐다.


수도권 등 도심 대부분은 야간 및 심야시간 검사 불가피
도로중앙에서 4인1조 검사, 작업과정 안전사고 우려 높아

▲ 한밤중 도로 한가운데에서 진단작업을 하는 가스안전공사 직원들 옆으로 차량들이 빠르게 지나가고 있다.
지하철 운행구간은 심야검사 불가피

앞으로 한국가스안전공사가 도시가스중압배관의 정밀안전진단에 사용할 진단장비는 총 12종 13개 장비다. 공사는 보다 정확한 배관진단과 검사 신뢰성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보다 진보한 첨단장비의 도입도 진행 중이다.

시범진단 진행됐던 20일에도 새로 도입할 장비를 제외한 피복손상탐지장치(DCVG) 등 12종의 모든 장비가 사용됐다. 12시에 모여 장비를 챙기고 본격적으로 작업에 들어간 시간은 새벽 1시 30분경. 정확한 배관진단을 위해서는 지하철의 운행이 완전히 멈춰야 하고 또 지하철 노선에 흘렀던 전류가 없어지기까지 한 시간여를 더 대기해야 한다. 현장에서 전반적인 검사진행 과정을 지켜본 결과 본격적으로 DCVG와 방식전위를 측정하기 위한 근접간격전위조사(CIPS)가 진행된 것은 새벽 2시경이 되어서 였다.

당일 진단이 진행된 배관은 신답역 인근에 설치된 예스코의 관경 500mm 압력 0.4Mpa(4kg/㎥)의 중압관 400m 구간. 시범진단을 위해 도시가스사와 가스안전공사 배관진단처 직원들은 비교적 진단이 용이한 위치의 배관을 선정했다. 하지만 앞으로 진단업무가 시행되게 되면 이곳 보다 더 열악한 환경을 마주할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란 게 안내를 나온 도시가스사 직원의 설명이었다.

어려운 현장 여건으로 인해 당일 검사업무를 지원하기 위해 나온 예스코 직원들은 공사 검사원들의 검사를 돕기 위해 여러 장비를 차량에 싣고 왔다. 긴 차량통제 지시봉을 비롯해 작업차량 후면에 눈에 잘 띄도록 만든 깜빡이 형태의 화살표 지시등에 이르기까지 예스코는 원활하고 안전한 작업을 위한 많은 안전보조 장비와 장구들을 구매하거나 자체적으로 만들어 보유하고 있었다.

“안전장구를 없이는 도로 한복판에서의 야간작업이 불가능합니다.” “차량들이 무서운 속도로 내달리는 데다, 간혹 전조등을 켜지 않고 달리는 차량에다, 경광등 탓에 음주단속이라고 생각해 반대차선으로 도망가는 차량까지 있다”며 도시가스사 직원들은 야간작업의 경우 무엇보다 안전조치가 우선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더구나 새벽 4~5시경이면 지하철 운행이 재개된다. 때문에 도로상에서 전위측정이나 피복손상탐지 진행을 위한 검사가 가능한 시간은 고작 새벽 3~4시간에 불과했다. 물론 전체 검사구간 중에서도 방식전위측정이나 피복손상부 검사는 일부 취약 구간을 샘플링 해 조사하는 것이지만 한정된 시간에 검사가 가능한 시간이 부족한 것도 쉽게 예측 가능했다.

“차 조심해~!”, “그렇게 차선을 넘어가면 위험해!”, “뒤에서 교통통제 좀 잘해줘” 시범진단팀을 이끌고 나온 배관진단처 형원중 부장의 목소리가 갈수록 커졌다.

시범진단 차원에서 평소보다 많은 인원이 동원됐지만 역시 야간에 도심 한복판에서 진행되는 검사이기에 상황은 그리 녹녹해 보이지 않았다. 앞으로는 도시가스사 직원 1명을 포함해 배관진단업무는 4인 1조로 진행되게 된다.

새벽시간 도로 한복판에서의 진행될 검사작업을 생각해 보면 가장 걱정스러운 부분은 역시 안전사고의 문제였다. 특히 도로 한 복판을 따라 매설된 도시가스배관의 노선도 그나마 차선과 일치하지도 않는 곳들이 많았다.


첨단장비 보다 검사원 능력이 관건

▲ 장비의 사용장법을 설명하고 있는 가스안전공사 설비진단처 김원재 차장과 설명을 듣고 있는 배관진단처 직원들의 모습.
매설된 배관의 정밀진단 과정은 ▲현장조사 및 매설배관 위치탐사 ▲가스누출여부 확인 ▲전기방식시설물 확인 ▲토양부식성확인 및 간섭현상 확인 ▲방식전위측정(CIPS) ▲피복손상탐지(DCVG) ▲굴착우선순위판정 등이다. 새롭게 적용되는 정밀진단은 검사대상의 10%에 대해 피복손상 상태를 검사하고, 20% 구간에 대해 전위측정(CIPS)을 진행하게 된다. 또 가스메탄검지기(OMD)를 이용한 가스누출여부 탐지는 전 구간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특히 가스안전공사는 보다 정확한 가스누출 탐지를 위해 새로 개발된 최신형 가스누출탐지기의 구매를 진행 중이다.

검사 중에서도 매설배관의 위치탐사는 매설배관의 정확한 경로를 파악하기 위한 단계로 매우 중요하다. 대부분의 도시가스배관들은 비교적 정확한 매설위치 정보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 정확한 검사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배관위치탐상기로 정확한 위치를 찾아 마킹하고, 그 지점을 바탕으로 피복손상탐측을 수행해야만 한다. 그래야 손상부위에 대한 탐측신호를 정확히 구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다 정확한 피복손상부위를 찾기 위해서는 도로 틈새부위에 물을 충분히 뿌려줘야 합니다. 방식전위측정기는 최근 디지털장비가 많이 보급됐지만 아날로그 방식이 운영노하우만 있다면 더 정확한 결과를 볼 수 있습니다.”

DCVG를 사용한 피복손상탐측 방법에 대해 설명하며 가스안전공사 김원재 차장은 시범진단에 참여한 직원들에게 검사에 필요한 절차와 지식을 전달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임시 외전을 통해 방식전류를 일정시간 켰다가 끄면 손상된 배관피복 주변에 전위차가 발생하게 된다. 이런 전위차를 통해 배관의 피복 손상부위를 찾아내는 것이 바로 피복손상탐측법의 원리라는 것이다.

오랫동안 가스안전공사 산업시설진단처에서 가스공사를 비롯한 산업단지내 매설배관 진단업무를 도맡아 온 김 차장은 장비에 대한 사용방법과 구체적인 원리를 상세히 설명하며 앞으로 검사업무에 투입될 검사원들의 이해를 돕고 있었다. 정확한 이해가 바탕이돼야 보다 신뢰성 있는 검사수행과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효율적 자산관리 도구역할 기대

▲ 정밀진단 작업에서 매설배관의 위치를 확인할 때 사용되는 로케이터.
처음 20년 이상 경과한 장기사용 도시가스중압배관 정밀안전진단제도가 새롭게 도입된다는 점에 대해 업계의 우려가 적지 않았다. 검사수행에 따른 추가적인 비용발생 문제도 이유지만 동일한 검사를 방식만 바꿔 수행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컸다. 더구나 기존 정기검사와 마찬가지로 현장에서 실질적인 검사를 수행하는 역할도 역시 도시가스사의 몫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시범사업 현장에서 검사과정을 지켜본 결과 이 같은 업계의 우려는 기우였다. 물론 현재 대부분의 도시가스사들은 자사의 중요한 자산인 배관을 엄격히 관리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보다 정확한 검사기법을 통해 배관의 상태를 다시 객관적으로 점검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올해 가스안전공사의 정밀진단 대상은 1192km다. 이중 절반이상인 610km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또 향후 10년간 공사가 매년 검사를 진행할 평균 배관길이는 1313km지만 20년 이후에는 1700km로 늘어나게 된다.

물론 도시가스배관의 사용수명이 몇 년이라고 정해진 바는 없다. 이는 도시가스사의 주된 자산인 배관의 경우 배관의 부식관리만 잘 수행한다면 관리방식에 따라 얼마든 양호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는 말이다. 물론 새롭게 도입된 제도로 인해 제도의 시행초기 갈등의 요소가 없을 수는 없겠지만 제도를 통해 도시가스사의 배관관리 능력이 향상되는 새로운 계기가 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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