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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공기업 해외자산 매각 ‘진퇴양난’

에너지공기업 해외자산 매각 ‘진퇴양난’

  • 기자명 김남규 기자
  • 입력 2014.05.07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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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자산 발굴·개발 생태계 붕괴 우려 커
情, 정책금융공사 1조 펀드 조성 매입 추진

 

공기업의 경영정상화를 촉구하는 정부의 압박이 연일 지속되는 가운데, 일부 에너지공기업들이 고육지책으로 해외 우량자산 매각을 추진하고 있어 국부유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우량자산 매각은 빚더미 위에 앉은 공기업들이 취할 수 있는 극단의 조치로, 일단 정부 측은 정책금융공사의 지원을 통해 우량자산이 헐값에 해외기업으로 넘어가는 최악의 상황만큼은 막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도 문제지만, 지금과 같은 무리한 자산 매각이 자칫 공기업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CEO에너지=김남규 기자] 해외자원개발 공기업들이 부채 감축을 위해 대대적인 해외사업 축소를 추진하고 있어 관련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일부 에너지공기업의 경우 해외의 우량자산을 매각 대상에 포함시킨 상태여서 부채비율을 낮추려다 오히려 에너지공기업의 더 큰 부실을 초래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문제는 우량자산 매각이 에너지공기업의 수익감소로 이어질 경우, 이는 곧 공공요금 인상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낳을 수 있다. 우량자산 매각에 대한 신중론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우량자산 매각에 따른 결과를 예단하기에 앞서, 현재 막대한 부채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한전 등 18개 공기업은 오는 2017년까지 기존 계획 대비 40조원의 부채를 추가로 줄이겠다는 계획안을 기획재정부에 제출한 상태다.

각 기업, 자산 매각 규모 얼마?

한국전력공사와 한국가스공사, 한국석유공사 등 해외자원개발 공기업들이 부채비율 축소를 위해 약 9조원 규모의 자산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산 매각 규모가 가장 큰 곳은 한전이다. 한전은 사옥 이전에 시기에 맞춰 약 2조~3조원으로 추산되는 삼성동 본사와 양재동 강남지사 사옥 등을 매각한다. 또 캐나다 데니스사 지분과 바이롱광산 등 총 10개 해외 자원 개발사업 지분을 팔아 마련한 약 1조5000억원으로도 부채를 갚을 계획이다.

가스공사는 호주 GLNG 프로젝트 등 해외자원 개발의 지분을 축소해 3090억원의 자금 확보에 나선다. 가스공사가 매각을 결정한 해외자원개발 지분에는 시장가치가 2조5000억원에 달하는 아프리카 모잠비크 가스탐사사업 지분 절반도 포함돼 있다.

석유공사도 중국에서 개발에 성공한 마황산서 유전과 현재 운영중인 비축기지 부지 등을 매각해 약 1조1000억원의 현금을 확보기로 했다. 한수원도 5414억원 규모의 지분 매각을 결정했고, 광물자원공사 역시 해외지분과 본사 이전 부지 매각을 통해 3000억원의 현금 확보에 나설 계획이다.

발전 5사 상황도 비슷하다. 동서발전은 2774억원, 남동발전 1384억원, 서부발전 1028억원, 중부발전 770억원, 남부발전 426억원 등 총 6382억원을 마련해 많게는 수조원에 달하는 부채 축소에 나설 계획이다.

헐값 매각 시 ‘국부유출’ 우려 커

해외 우량자산 매각에 대한 또 다른 우려는 헐값 매각에 따른 국부유출에 있다. 각 공기업들이 시간에 쫓겨 급하게 자산을 매각하면서 제 값을 받지 못할 확률이 높고, 자칫 에너지 자원 확보라는 글로벌 패권 경쟁의 기반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각 공기업들의 방만한 경영을 질책하면서 “위기가 오면 값일 따지지 말고 알짜기업부터 팔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2017년이라는 데드라인을 지키기 위해서는 현시점부터 해외자산을 매각할 수 있는 대상을 물색해도 시간이 빠듯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무리한 해외자산 매각이 힘들게 구축해온 해외 자산 발굴·개발의 생태계를 한순간에 무너뜨릴 수 있다는 점이다. 일례로, 1998년 IMF(국제통화기금) 위기가 몰려오자 정부는 당장 필요한 달러를 확보하기 위해 공기업과 민간 기업이 보유한 해외자산 매각을 독려했다.

이로써 당장의 급한 불은 껐지만 결국 설자리를 잃어버린 해외자산 개발 전문가들은 국내에서 자취를 감추게 됐다. 그리고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한 정부는 딱 10년만인 2009년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전문 인력 양성에 나섰지만, 이미 경쟁국과는 10년에 해당하는 격차가 벌어진 상태였다.

발전사 한 관계자는 “경영정상화를 요구하는 정부의 압박이 심해 어쩔 수 없이 알짜사업까지 내다 팔아야 할 상황”이라며 “해외 자원개발로 수익을 내려면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한데 지금 상황에서는 이를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정부, 1조 펀드 조성…효과 글쎄?

이 같은 시장의 우려가 쏟아지자 정부는 정책금융공사를 통해 1조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 해외로 헐값에 팔릴 우려가 있는 알짜 자산 인수에 나선다는 계획을 밝혔다.

우선 정책금융공사가 5000억원을 출자해 공기업의 해외 자산을 인수하는 모태 펀드를 만든 후, 연기금과 대기업 등에서 추가로 5000억원을 출자 받아 총 1조원의 현금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해당 펀드는 KDB자산운용이 운용할 예정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펀드 운용 역시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우선 펀드 조성은 민간 기업의 원활한 참여가 전재돼야 하고, 설사 1조원이 신속하게 조성됐다 해도 해외로 팔려나가는 알짜 자산을 사들이기에는 턱없이 액수가 작다는 이유에서다.

에너지 업계 한 관계자는 “펀드를 통해 해외 자산 몇 개를 사들이는 데는 문제가 없겠지만, 해외자원 개발 생태계를 지키기에는 무리가 있다”면서 “알짜 자산 매각에 앞서 보다 강도 높고 근본적인 구조조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상기 기사는 에너지코리아뉴스의 자매지 월간<CEO ENERGY>2014년 5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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