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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인 최초 러시아 수석 지휘자 그가 돌아오다

동양인 최초 러시아 수석 지휘자 그가 돌아오다

  • 기자명 CEO에너지
  • 입력 2014.09.04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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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철 러시아 국립 오케스트라 지휘자 고려인 이주 기념 예당 공연

“지휘자는 경영자요 철학가요 정치적인 능력을 겸비한 음악가여야 합니다. 책을 많이 읽고, 남을 이해하는 삶의 연륜이 필요한 자리라고 생각합니다.”
동양인 최초로 오스트리아의 자존심 비엔나 왈츠 오케스트라와 프라하 모차르트 오케스트라 지휘자, 러시아 최초의 동양인 오케스트라 지휘자, 러시아 음악의 역사를 새로 쓰는 마에스트로(maestro). 현재 러시아 국립 심포니 오케스트라 수석 지휘자인 노태철 지휘자에게 붙여진 수식어들이다.
100년 전통의 헝가리 심포니를 비롯해 토론토 필하모닉, 모스크바 심포니, 서울시향 등 세계 100개 오케스트라와 1000회 이상 음악회를 지휘했다. 이러한 그의 이력을 하나씩 설명하자면 하루를 꼬박 샐 정도다.
노태철 지휘자는 올 하반기 고려인 동포 이주 150주년을 기념해 예술의전당에서 음악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안정된 교수는 음악인생의 ‘적’

노태철 지휘자는 동아대 음대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1년 남짓 중학교 교사생활을 했다. 다른 교사들과는

달리 학생들에게 자기적성에 맞는 노래와 춤, 피아노 등을 할 수 있도록 했지만 주먹구구식의 이론에만 집착하는 교직의 타성을 바라보며 교사로서 꿈을 접어야만 했다.

그 후 오스트리아 뷔르츠부르크 국립 음대에 유학한 그는 1994년 독일 호프 심포니커 지휘를 시작으로 유럽과 러시아에서 지휘자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을 무렵, 2009년 국내 모대학교 총장의 권유로 평택대학교 교수로 임용되어 근무하다 2012년 안정된 대학 교수직을 그만뒀다.

노 지휘자는 대학교수직을 내려놓은 후 지휘할 때 “편안하다”며 “편안함 마음으로 지휘를 하다보니 열정이 생기네요”라고 회상했다.

“안정된 직장인 교수생활은 예술가로서 너무 나태하고 비즈니스맨이었습니다. 만약 장기간 교수생활을 할 경우 머리가 굳어져 내 음악인생은 끝났을 것입니다.”


고려인들을 위한 행복

러시아를 주 무대로 활동해온 그는 고려인 동포에 애착이 많다. 매년 고려인들을 위한 ‘찾아가는 음악회’와 공연시 일정부문을 고려인들을 초청하고 있다.

올해는 고려인 동포들이 두만강을 건너 이주해 거주 등록을 한지 150주년이 되는 해다. 이를 맞이해 올 9월에 매일경제와 함께 고려인 동포 이주 150주년 기념 오케스트라를 개최할 예정이다.

“러시아에서 지휘를 하면서 외화벌이에 투입된 북한 동포들을 종종 만납니다. 이들은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우리와 같은 사람들이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러시아는 이들을 한국인이라 부릅니다. 독일이나 이스라엘 등은 부모 중에 한쪽이라도 피가 섞여있으면 자국인이라 생각하고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해줍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들을 은근이 무시하면서 차별하고 있습니다. 뿌리를 보면 이들의 선조들 중 독립군으로 활동했던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들은 우리가 부정하려고 해도 우리의 형제요 얼굴입니다.”

유럽에서 생활하다 러시아로 옮긴 그는 한동안 혹독한 추위와 문화에 힘들어 해야만 했다. 그는 러시아의 음악을 이렇게 평했다.

“러시아는 온갖 전쟁을 많이 치뤘으며, 혹독한 추위와 가난을 통해, 가슴을 후벼 파는 듯한 애절한 음악이 탄생됐다고 생각해요. 초창기 러시아의 생활은 저에게 엄청난 고통이었죠. 14년이 지난 지금 전 회색적인 러시아문학을 통해 음악을 가슴으로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번 공연에서 세계적인 음악의 진수를 러시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통해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일문일답>
이번 내한공연의 목적은 무엇인지요?

올해가 고려인들이 러시아 거주등록을 한지 15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고려인들은 러시아에서 살면서 부모 없는 고아처럼 오랫동안 거주제한과 온갖 차별을 받아왔어요.
독일과 이스라엘은 물론 일본조차도 재외동포를 조건 없이 받아들이는데 한국은 아직도 외국인 취급을 하고 있습니다.

부자나라 동포들은 재일·재미·재독동포라 하면서 반기지만 정작 똑같은 동포인 한국인을 고려인과 조선족이라 부르면서 은근히 무시하고 있어요. 이들의 호칭을 바꿔서라도 이미지를 높이고 싶어요.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데, 몇 번 강산이 변한 세월동안 떨어져서 살았던 재외동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내와 이해가 필요합니다.

매년 내한공연을 하게 된 동기는?

솔직히 한국순회공연은 처리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아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삶이란 것이 그렇게 쉬운 것은 아니잖아요.

지휘자란 혼자가 아니라 오케스트라 전체를 돌봐야하는 책임자입니다. 제가 지휘하는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외에 발레단 40명의 소속가수 또 스텝들까지 총 직원이 440명이 있습니다.

러시아 지방정부는 가난해서 지원금이 적습니다. 그러다 보니 지원금으로 직원 월급을 주기에는 역부족이죠. 그래서 오페라와 발레 및 갈라 음악회를 연간 100회 이상의 정기공연과 추가로 매년 30회 가량의 연주회를 통해 재정을 해결하고 있습니다.

모스크바와 한국의 클래식은?

한국은 관객과 연주자들이 소통하기 매우 어렵죠. 한번 공연장을 찾기 위해서는 많은 돈과 시간이 필요합니다. 러시아 정치인들은 선거 철에 예술이야기를 자주 하죠. 뉴스를 보면 예술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사람들의 대화 속에서도 자동차나 부동산 보다는 문화이야기가 주를 이룹니다. 공연장도 시내 중심가에 위치해 편안하게 공연장을 찾게 되죠. 언제나 문화부장관과 통화가 가능하며, 관객과 지휘자가 편안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을 정도로 클레식이 대중적입니다.

노태철 지휘자 러시아 국립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내한공연
러시아 오케스트라 대중화는 무엇인지

서양학생들의 토론을 보면 자기의 주장을 강조하면서 전체를 자기생각대로 끌고 가려는 것보다는 상대 의견을 경청하면서 합리적으로 결과를 도출하려 합니다. 이것이 서양 오케스트라 대중화의 비결이라 생각합니다.

특히 러시아는 인내심을 가지고 천천히 시간을 두고 체계적으로 실시하는 교육시스템입니다. 한국은 독주자를 양성하는 교육방식이 주를 이루지만, 러시아는 타악기나, 합창 등을 통해 리듬감과 조화로운 음감을 훈련시킵니다.

또 꾸준한 시각과 청각 등을 통해 음악을 익힌 후 적성에 맞는 악기를 선택하도록 합니다. 혼자서하는 수업도 있지만 옆 사람과 앙상블을 통해 꾸준히 상대의 소리를 듣게 합니다.

예를 들어 바흐의 3성부 피아노곡(인벤션)을 연주할 경우 두 개의 성부는 손으로 연주하고 한 개의 성부는 입으로 노래하게 하면서 음감을 익히게 하죠.

서울시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개개인의 실력은 세계적입니다. 이런 훌륭한 단원들을 가지고도

 세계적인 오케스트라가 되지 못하는 이유는 솔리스트 위주의 한국교육시스템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클레식은 매는 급속도로 향상되고 있습니다. 가까운 시일 내에 세계적 수준으로 향상될 것입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무조건적인 연습에서 탈피해 교육시스템을 돌아보아야 합니다. 좋은 앙상블은 먼저 상대의 소리를 경청하는 문화를 통하여 완성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클래식을 통한 나눔은

저는 러시아문학을 좋아합니다. 어쩌면 문학보다 어려운 민중들과 함께 고뇌한 작가들의 삶을 더 존경한다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릅니다.

예술가와 정치인들은 세상을 올바른 길로 이끌어야 하는 사명은 동일합니다. 성직자들처럼 가난한 자들에게 돈을 줄 수는 없지만 그들의 마음을 치유하고 참다운 행복이 어디에 있는지 인도해야 합니다.

저는 클래식의 힘과 영향력을 경험했습니다. 한국에 올 때마다 시간이 허락되는 한 강원 영월과 정선 등 소외된 작은 학교들을 찾아 해설있는 음악회를 가져 매우 좋은 반응을 보였습니다.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공연하며 느낀 것은 행복은 돈과 멀어질 때 더욱 선명히 보인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상기 기사는 <에너지코리아뉴스>의 자매지 <CEO ENERGY> 9월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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