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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리뷰]역사의 바람 속 거니는 가족사 <태양의 그늘>

[신간 리뷰]역사의 바람 속 거니는 가족사 <태양의 그늘>

  • 기자명 정아람 기자
  • 입력 2015.09.14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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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휘 | 은행나무 | 1만 4,000원

[EK컬쳐] 일제강점기 말을 시작으로 광복과 한국전쟁을 거치며 우리 민족이 필연적으로 겪을 수밖에 없었던 정치적·사회적 아픔과,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생존과 사랑을 위해 고통을 감내해야 했던 가족의 일대기를 그린 소설. 신인작가 박종휘는 우리 역사의 가장 아픈 시간동안 '되찾은 땅에서 빼앗긴 삶을 살아야 했던' 평범한 개인의 비극을 <태양의 그늘>에서 입체적이고 생생하게 풀어냈다.

소설은 일제강점기 말, 넉넉한 집안에서 평탄한 삶을 살던 남평우와 윤채봉이 부부의 연을 맺기까지 벌어지는 우여곡절과 재미있는 일화로 시작된다. 운명처럼 만난 그들은 결혼 후 행복한 신혼을 보내지만, 곧 광복이 찾아오고 서로 다른 이데올로기가 충돌하면서 뜻하지 않게 직격탄을 맞는다. 격변의 소용돌이 속에서 지식인으로서 나라의 앞날을 생각하는 양심과 가장으로서 가족의 안위를 챙겨야 하는 책임감 사이에 갈등하던 평우가 억울한 누명을 쓰고 사형 선고를 받게 된 것. 채봉 역시 하루아침에 남편을 잃고 아이 넷을 혼자 거두며 힘겨운 삶을 지속한다. 친정과 시댁의 연이은 불행에도 불구하고 남편 평우가 어딘가에 살아 있다는 희망을 버팀목 삼아 채봉은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한다. 역사의 바람은 피할 수 없고, 그들은 이렇게 살아 있다는, 살아야 한다는 이유만으로 그 바람 속을 흔들리며 건너는 중이다.

태양이 몸을 숨긴 이 땅에서 가슴속에 태양을 품고 살아온 지난날 그들의 이야기가 박종휘 작가의 이야기에서 빛을 발한다. 작가는 시대의 아픔에 맞물려 개인의 의지나 신념과는 상관없이 운명에 휩쓸릴 수밖에 없는 인간들의 나약함을 현실적으로 보여주면서도 고통과 슬픔을 견뎌내는 유일한 방법으로 삶을 향한 끝없는 열망과 위대한 사랑을 강조한다.

실제로 소설 속 인물들은 견디기 어려운 아픔과 끊임없이 맞닥뜨리지만, 누구보다 강한 신뢰와 애정으로 결속하며 어지러운 시대를 헤쳐 나간다. 빛바랜 흑백사진에 담겨 있던 길고 긴 이야기를 다시 태양 아래 살아나게 한 이 작가의 첫 책이 더없이 값진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박종휘  |  은행나무  |  1만 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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