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신간] 탄소 민주주의-화석연료 시대의 정치권력

[신간] 탄소 민주주의-화석연료 시대의 정치권력

  • 기자명 정아람 기자
  • 입력 2017.09.18 10:06
  • 0
  • 본문 글씨 키우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티머시 미첼 지음 |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역 | 생각비행 | 30,000원

[EK컬쳐] 왜 20세기 들어서 중동이 세계의 화약고가 됐을까? 왜 신자유주의는 1970년대에 스태그플레이션과 함께 시작됐을까? 미국과 영국이‘민주주의’를 내세우며 21세기의 첫 국제 전쟁을 시작한 곳이 왜 하필 이라크일까? 국제 유가가 요동치고 나서 2008년 월스트리트 투자은행들이 무너진 이유는 무엇일까? 왜 미국은 금융 위기의 돌파구를 셰일가스 개발에서 찾았을까? 이슬람 근본주의가 서구 민주주의의 가장 큰 위협으로 떠오르는 까닭은 무엇일까?

이 복잡한 질문에 대한 답을 <탄소 민주주의>는 단숨에 제공한다. 석탄과 석유라는 탄소 연료가‘민주주의 정치’와 어떤 연관을 맺고 있는지를 상세히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 티머시 미첼은 탄소 연료와 특정한 종류의 민주적 또는 비민주적 정치 사이에 만들어진 일련의 연결점을 추적해 석유와 민주 정치 사이의 관계를 탐구한다. 이를 위해 자연과 사회, 인간 행위자와 비인간 행위자를 구분하지 않는 브뤼노 라투르의 관점을 빌려와서 우리가 속한 사회-기술적 세계가 석유의 등장으로 어떻게 재조직되고, 이 과정에서 어떻게 특정 종류의 민주주의 혹은 비민주주의가 발현되는지를 보여준다.

‘석유의 저주’라 불리는 이 문제에 대해 글을 쓰는 대다수가 석유의 본질에 대해서, 그리고 석유가 어떻게 생산되고 분배되고 사용되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그들은 석유가 아니라‘오일 머니’만 논한다. 석유가 반민주적 재화라고 주장하는 논거들은 오일 머니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책에서는 이 지점을 깊고 넓게 파고든다. 제목 그대로 화석 자본주의의 현실과 민주주의의 관련성을 주목하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민주주의는 인간 세상의 이야기이고, 에너지 자원이나 기후 변화는 이를 에워싼 자연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티머시 미첼은 이러한 익숙한 상식을 뒤집는다. 탄소는 민주주의의 안에서 그것을 지탱하고 또한 제약하는 요소라는 것이다. 석탄에서 석유로 동력원이 바뀌었기에 케인스주의 경제 정책이 가능했다. 아니, <탄소 민주주의>의 주장에 따르면, 이때 비로소 ‘경제’가 실체로 대두했다.

1970년대 이전만 해도 석유는 저렴하고 무한한 자원처럼 보였고 이를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국민 경제’라는 관념이 등장할 수 있었다.

석탄으로서의 민주주의, 석유로서의 민주주의를 거쳐 ‘재생 에너지로서의 민주주의’라는 문제 제기는 우리에게 자연과 사회, 정치와 경제, 지상과 지하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프레임을 제공한다. 책을 통해 에너지와 노동이라는 측면에서 오늘날의 민주주의를 들여다볼 수 있다.

 

티머시 미첼 지음 |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역 | 생각비행 | 30,000원

저작권자 © 에너지코리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