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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글의 품격-삶이 곧 하나의 문장이다

[신간] 글의 품격-삶이 곧 하나의 문장이다

  • 기자명 정아람 기자
  • 입력 2019.06.04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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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주 지음 | 황소북스 | 1만4,500원

[EK컬쳐] 이 책은《언어의 온도》로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고 있는 이기주 작가의 신작 인문 에세이다. 마음, 처음, 도장, 관찰, 절문, 오문, 여백 등 21개의 키워드를 통해 글과 인생과 품격에 대한 생각들을 풀어낸다.

고전과 현대를 오가는 인문학적 소양을 바탕으로 이기주 작가 특유의 감성이 더해 볼거리와 생각할 거리를 동시에 전한다. 요즘 인터넷은 세상의 온갖 더러움에 오염된 문장, 오문 (汚文)으로 악취가 진동한다.

미국의 경제학자이자 문명비평가 제러미 리프킨은《공감의 시대》에서 현존 인류를 공감하는 인간(Homo Empathicus)이라고 규정했다. 그가 만약 우리나라 주요 포털 사이트에 실시간으로 달리는 댓글을 한두 시간만 정독해봤다면 아마 이렇게 말하지 않았을까 싶다.“현존 인류는 공감하는 인간인 동시에 키보드라는 무기로 공격도 하는 인간이다!”《주역周易》 에 이르기를 서부진언(書不盡言)이라 했다.“글로는 말하고 싶은 것을 다 적을 수 없다”는 것이다.

글은 종종 무력하다. 문장이 닿을 수 없는 세계가 엄연히 존재한다. 그러므로 글쓰기가 지닌 한계와 무게를 알고 글을 적어야 한다. 오늘날 분노를 머금고 우리 손끝에서 태어나 인터넷 공간을 정처 없이 표류하는 문장들이 악취를 풍기는 이유는, 우리가 아무 망설임 없이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글을 토해내기 때문인지 모른다. 세상사에 너무 즉각적으로 반응하면서 글을 휘갈기다 보니 문장에 묻어 있는 더러움과 사나움을 미처 털어내지 못하는 것이다.

작가는 이 책에서 말에 언품(言品)이 있듯 글에는 문격(文格)이 있다고 주장한다.“세상 모든 것에는 나름의 격이 있다. 격은 혼자서 인위적 으로 쌓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삶의 흐름과 관계 속에서 자연스레 다듬어지는 것이다.

문장도 매한 가지다. 품격 있는 문장은 제 깊이와 크기를 함부로 뽐내지 않는다. 그저 흐르는 세월에 실려 글을 읽는 사람의 삶 속으로 퍼져 나가거나 돌고 돌아 글을 쓴 사람의 삶으로 다시 배어들면서 스스로 깊어지고 또 넓어진다.”

깊이 있는 문장은 그윽한 문향(文香)을 풍긴다. 그 향기는 쉬이 흩어지지 않는 다. 책을 덮는 순간 눈앞의 활자는 사라지지만, 은은한 문장의 향기는 독자의 머리와 가슴으로 스며 들어 그곳에서 나름의 생을 이어간다. 지친 어깨를 토닥이고 상처를 어루만지는 꽃으로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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