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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전문기관의 민망한 장비현실 아시나요?

검사전문기관의 민망한 장비현실 아시나요?

  • 기자명 황무선 기자
  • 입력 2010.09.02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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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안전공사 검사장비 63.1%가 내용연한 경과

기술전문가 집단으로 불리는 검사검증기관의 전문 역량은 무엇으로 판단할 수 있을까? 이를 측정할 수 있는 기준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일반적인 평가기준은 크게 두 가지를 생각할 수 있다. 기술력의 근간이 되는 인력과 그 업무수행을 위한 장비가 그 것. 또 이 두 가지는 적절한 조화를 이뤄야만 제대로 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경험 많은 기술자가 있어도 필요한 장비를 제대로 갖추지 않으면 그 역량을 발휘할 수 없다. 반대로 훌륭한 장비가 뒷받침돼도 장비를 제대로 사용할 줄 아는 사람이 없다면 그 역시 무용지물이 된다. 현재 한국가스안전공사는 1112명의 인력이 관련법에 의거, 국가 가스안전관리 전반을 책임지고 있다. 기술 인력 규모나 그들의 자격보유현황만을 보면 과히 최고 수준이라고 말 할만하다. 그러나 공사가 보유하고 있는 검사 장비는 어떨까? 최고 전문기관이라는 가스안전공사의 보유 장비를 통해 한국 전문기관의 현주소를 들여다봤다.

대형사고로 탄생한 가스안전공사
1970년 대연각 호텔 사고이후 1974년 1월 11일 공업진흥청 산하 고압가스보안협회로 출범한 한국가스안전공사는 올해로 창립 36년을 맞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가스안전공사는 본사 12개 처·실, 13개 지역본부 및 14개 지사와 가스안전교육원, 가스안전연구원 등 2개 부설기관을 보유하고 있는 명실상부 국내 최고 전문기관의 위상을 갖췄다. 전체 인원은 1112명으로 업무특성상 이중 약 80%가 기술직이다.

공사 주요업무는 가스안전과 관련 △전문교육을 비롯한 홍보, 조사, 연구사업 △기술 및 기기의 개발 보급사업 △검사·시공감리·점검·평가 등 행정관청 위탁업무 △가스기술기준위원회 사무국 설치 및 운영 △정보의 수집·제공사업 △용역 및 인증사업 △국제기술협력사업 등을 수행한다. 특히 행정관청의 위탁업무는 공사의 근간을 이루는 중요사업으로 전체 사업의 60~70%를 차지한다.

현황을 통해 확인할 수 있듯 가스안전공사 대부분 사업은 기술 인력을 중심으로 한 가스안전관리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다. 연간 1029억원의 예산 중 68.2%인 703억원이 일반관리비인데 비해 가스안전관리 사업비는 327억원에 불과하다. 일반관리비 중 508억원이 인건비다. 지난해 자체수입 782억원 중 검사수입은 497억원, 진단인증 수입은 148억원, 연구개발 수입이 54억원, 교육수입이 71억원 등 기술 분야에서의 수입이 전체수입의 98.5%를 차지했다. 결국 공사는 인력에 의한 기술업무에 의존해 운영되고 있다는 뜻이다.

검사장비의 민망한 현실
각종 검사업무를 비롯해 연구, 진단 등의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가스안전공사는 현재 다양한 검사 및 실험 장비들을 보유하고 있다. 공사의 보유 장비는 종류만도 531종, 장비 수만도 6073종에 이른다.

▲ 장비보유 현황
시험·인증을 위해 본사 등에서 보유한 장비가 228종 924점, 일선 지역본부 지사 등에서 검사원들이 검사수행을 위해 사용하는 검사 점검 장비가 91종 4481점이다. 이외에도 석유화학시설 등 안전진단을 위해 사용되는 검사 진단 장비가 89종 139점, 사고조사, 연구개발 업무를 위해 보유한 기타장비도 63종 529점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들 장비 중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 것들이 얼마나 되느냐는 것. 검사나 점검 진단이나 성능시험을 맨손으로 할 수는 없는 일이기에 보유장비 상태는 가스안전공사의 내실 있는 업무수행의 잣대가 될 수밖에 없다. 물론 몇몇 특수 업무의 경우 검사 장비를 자체적으로 보유하지 않고 해당업체의 것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보편적으로는 객관적인 업무수행을 위해 검사원의 검사장비는 정확성과 함께 신뢰성을 구비해야 한다.

몇 해 전 가스안전공사 검사원들이 자체 검사 장비를 사용치 않고 업체의 것을 이용하는 일이 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 물론 그일 이후 가스안전공사는 검사장비 현대화 계획을 수립하는 한편 부족한 사업비를 쪼개 장비를 충원하고 검사원들의 장비사용을 철저히 관리하는 노력을 진행시켰다.

최근 일선에서는 다시 검사원들의 검사장비에 대한 문제점이 지적되기 시작했다. 이중 가장 심각한 문제는 가스안전공사가 보유한 검사장비 중 무려 63.1%가 내용연한(5년)을 경과한 것이란 점이었다. 특히 이중 10년 이상을 경과한 구형 노후 장비만도 41.2%를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니 거의 검사장비의 절반가량이 신뢰성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는 말이 된다.

현황을 보다 세밀히 살펴보면 정밀검사 등 각종 시험을 위해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시험·인증장비는 924점 중 79.5%인 735점이내용연한을 경과했고, 27.4%인 253점이 10년을 넘은 것들로 확인됐다. 안전진단을 위해 사용되는 안전진단장비도 139점 중 73.4%인 102점이 내용연한을 경과했으며 60.4%인 84점이 10년 이상 사용한 것이다.

상시 검사가 이뤄지는 일선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일선 검사원들이 사용하는 검사장비는 비교적 다른 장비에 비해서는 나은 상황이었지만 전체 4481점의 검사장비 중 61.6%인 2761점이 내용연한을 경과했고 43.5%인 1950점이 10년을 넘게 사용된 것이다. 상태가 비교적 나은 기타장비도 529점 중 44.6%인 236점이 내용연한을 경과한 것으로 나타났고 40.3%인 213점이 10년을 넘게 사용한 것이었다.

현장에서 본 현실은 더 심각하다
당연히 일선 지역본부나 지사 검사원들의 불만은 더욱 심각할 수밖에 없다. 서울지역본부를 비롯한 3개 지사에서 사용되는 주요 검사장비는△가스누출검지기 △전기식다이어프램 압력계 △자기압력기록계 △방식전위측정기 △CO검지기 △산소농도측정기 △암모니아검지기 △복합가스측정기 등 8종이며 장비수량은 559대다. 이중 사용연한 5년 이하의 검사장비는 전체 44.2%에 불과했다. 반면 5~10년에 해당하는 제품은 20.6%, 10년 이상 사용한 장비도 35.2%에 달했다. 현재 서울지역 검사원들이 사용하고 있는 장비의 평균 사용연수는 7.9년으로 나타났다.

▲ 서울지역 본부 및 3개 지사 장비 통계
서울지역을 예로 그나마 가장 많이 사용되는 가스누출검지기는 81.1%가 5년 이내에 지급됐고 최근 구매해 지급한 CO검지기는 37대중 89.2%가 5년 이하의 제품이었다. 하지만 산소농도측정기, 암모니아검지기 각 7종은 5년 미만의 제품이 아예 없는 것으로 나타났고 이중 산소농도측정기는 보유한 7대 모두가 10년이 넘은 제품으로 평균 사용연수가 13년이었다. 서울 이외 타 지역의 실정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계측기 전문으로 납품하고 있는 한 업체 사장은 이러한 상황에 대해 “가스안전공사가 보유한 장비의 사용연한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유지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 이유를 장비의 잘못된 유지관리 방식에 있다고 지적했다. “각종 계측기의 센서는 평균 3년마다 교체돼야 하지만 일부 제품은 공사 납품 후 한 번도 센서를 교체하지 않은 것도 있다”며 “그 장비들은 100% 사용할 수 없는 상태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사실 가스안전공사 일선 지사, 지역본부에 수령된 검사장비와 관련해 지급되고 있는 예산은 턱없이 부족한 고장수리비 외에 소모품교체비 등 별도의 유지관리비가 없다. 또 장비가 고장 나거나 분실될 경우 개인이 변상해야 해 검사원들은 고가 장비의 사용을 꺼리다 보니 지급받은 일부장비에는 먼지만 쌓이고 있는 실정이다.

충분한 예산확보 등 근본대책 시급
“새 제품도 좋고 첨단 고가장비도 좋지만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 더 필요 합니다.” 취재 현장에서 만난 한 검사원들은 공사가 보유한 검사장비와 관련 현 시스템에 대해 여러 가지 불만을 토로했다.

그들의 공통된 불만은 오래 되거나 사용할 수 없는 검사장비는 그렇다 쳐도 제품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수리비와 함께 소모품 교체비용 등이 배정돼야 하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지적이었다. 또 백화점식으로 사용하지 않는 여러 장비를 일선에 내려 보내기보다는 장비의 사용횟수, 필요성 등을 고려해 유효한 장비의 보급대수를 늘릴 필요가 있다며 고가의 검사장비나 일시적으로 필요한 장비는 본사에서 관리하고 필요시 이용함으로써 보유 장비의 이용효율을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사실 가스안전공사의 검사장비의 노후문제나 관리 소홀은 어제 오늘의 문제는 아니다. 여건을 고려한 충분한 예산배정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현실과 정부가 무분별하게 공사의 지원예산을 줄이면서 생겨난 구조적인 문제가 원인이기도 하다.

최근 서울 한복판에서 CNG용기 파열사고가 발생하자 검사의 중요성과 검사기관의 적절한 역할에 대한 필요성이 다시금 주목받기 시작했다. 10년간 운행되고 있는 버스의 CNG용기 검사가 단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은 것이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사고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만 있다면 검사기관의 필요성이나 법적 검사의 유효성도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법적 검사의 의미는 안전관리의 최소한을 규정한 것이기에 검사기관의 전문성과 수행되는 검사의 신뢰성은 재삼 강조할 필요가 없는 사항이다.

* 상기 기사는 에너지코리아뉴스의 자매지 월간 <CEO ENERGY> 2010년 9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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