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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우 등장하자 공기가 변했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속 압도적 존재감 유령 등극

“조승우 등장하자 공기가 변했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속 압도적 존재감 유령 등극

  • 기자명 정아람 기자
  • 입력 2023.04.08 06:11
  • 수정 2023.04.08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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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만의 한국어 공연 유령 역 배우 조승우 “두려웠고 도망가고 싶을 때도 많았다.” 소감
아름다운 문장으로 완벽하게 번역된 넘버 ‘오페라의 유령(The Phantom of the opera)’ ‘생각해줘요(Think of me)’ 등 감동 두 배로

사진=에스앤코 /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中 지하미궁 (조승우)
사진=에스앤코 /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中 지하미궁 (조승우)

 

[EK컬쳐] “우리 배우님 언제 등장하나요?” 부산 드림씨어터를 찾은 관객들이 숨죽이고, 어느새 술렁댔다. 그도 그럴 것이 공연이 시작하고 20분 가까이 조승우가 무대에 등장하지 않아서다. 마침내 유령 역의 조승우가 등장하자, 관객석의 공기가 한순간 변한 것이 느껴졌다.

세계적인 추리 소설가 가스통 르루의 소설 <오페라의 유령>(1910)을 원작을 무대화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파리 오페라하우스 지하에 숨어 사는 ‘유령’과 프리마돈나 ‘크리스틴’, 그리고 크리스틴을 사랑하는 귀족 청년 ‘라울’의 사랑과 갈등을 그린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의 유령은 그간 관객들이 봐왔던 캐릭터 중 작품 속에서 가장 강력한 인상을 남긴다. 마치 영화 ‘관상’에서 수양대군(이정재)의 등장을 보는 듯 유령의 무대 첫 등장은 긴 기다림과 찰나의 임팩트로 관객들을 압도한다. 유령의 존재가 선명하게 드러나는 순간은 짧을지언정, 1막과 2막 거의 모든 장면에 ‘드러나든, 가려지든’ 유령은 ‘무성한 소문’과 함께 언제나 존재한다.

사진=에스앤코 /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사진=에스앤코 /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13년 만의 한국어 공연과 더불어 ‘유령’ 역의 조승우, 최재림, 김주택, 전동석이라는 뮤지컬 스타들의 캐스팅도 이번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의 관객의 긴 기다림을 가치 있게 만드는 포인트다.

유령 역은 외형에 대한 묘사가 거의 없다고 해도 될 정도로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외모의 배우를 캐스팅하고, 스타를 배출해왔다. 대부분 뮤지컬이 극 중 캐릭터에 맞는 ‘이미지 캐스팅’을 우선시하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나, <오페라의 유령>의 유령은 음악적 표현력과 확고한 존재감을 가진 배우만이 캐스팅의 영광을 누릴 수 있다.

특히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의 유령은 기본 하이 바리톤 음색에 극 저음부터 위압적인 파워풀한 넘버까지 소화해야 한다. 조승우를 제외한 최재림, 김주택, 전동석은 모두 성악을 공부한 덕에 음악성은 보장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승우가 이들과 함께 어떻게 ‘대작’의 완성도를 끌어올 릴 것인가는 초미의 관심사였다.

‘명불허전’ 조승우는 넘버에 어울리는 발성을 자유자재로 바꿔가며 소화해 내 카리스마 유령 그 자체였다. 유령은 신비스러움과 공포의 대상이다. 크리스틴에게 마스크 뒤 자신의 흉측한 얼굴을 들켰을 때도 유령은 자신의 위엄을 지켜냈다. 유령의 광기, 기형적인 사랑과 집착, 연민 등 캐릭터의 널뛰는 감정을 보여주는 조승우의 호소력 있는 연기력은 관객들의 기립 박수를 불러일으켰다.

조승우는 첫 공연을 마친 뒤 “두려웠고 도망가고 싶을 때도 많았다. 이 역할이 내 옷이 아닌지 고민하면서 도망가고 싶을 때도 있었다. 많이 떨었고 실수도 잦았지만, 무대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은 지킨 것 같다”는 소감을 전했다.

사진=에스앤코 /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사진=에스앤코 /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사랑스러운 외모가 돋보이는 ‘크리스틴’ 역에는 손지수와 송은혜가 발탁돼 새로운 스타탄생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또한 크리스틴의 연인이자 유령과 대립하는 ‘라울’ 역의 송원근과 황건하는 부드러우면서도 강인한 매력으로 무대를 가득 채운다.

귀에 쏙쏙 박히는 한국어 번역 넘버도 감동을 배가시킨다. ‘오페라의 유령(The Phantom of the opera)’ ‘밤의 노래(The music of the night)’ ‘생각해줘요(Think of me)’ ‘바람은 그것뿐(All I ask of you)’ 등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매혹적인 넘버는 본연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한 한국어 문장으로 완벽히 번역됐다. <오페라의 유령> 한국어 넘버는 극에 담긴 애절한 드라마를 온전히 관객들에게 전달해 내 교감을 이끌어 냈다.

무엇보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이 오랫동안 관객들의 사랑을 받아 온 이유는 유령을 그저 사회로부터 격리된 극악한 괴물이 아닌, 마치 누군가의 사랑을 갈구하는 고집스러운 어린아이와 같은 모습으로 그려낸 캐릭터의 매력 덕분일 것이다.

지하실 안개가 걷히면서 관객들은 비로소 유령에게 공감하게 되는 순간을 맞이한다. 극 초반 유령의 사랑이 집착과 광기의 키워드로 정리된다면, 갈등이 고조된 2막 후반 크리스틴을 너무나 원했지만, 결국 그녀를 위해 손을 놓아주는 연약한 유령의 모습은 상처받고 여린 ‘외강내유’ 팬텀의 본질을 절절하게 보여준다.

사진=에스앤코 /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사진=에스앤코 /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13년 만의 한국어 공연은 ‘오리지널’의 연속이다. 무대세트, 소품, 의상, 심지어 샹들리에의 크기까지 그대로 제작됐다. 1톤의 대형 샹들리에가 천장에서 관객석을 향해 곤두박질치는 연출은 뮤지컬 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장면으로 무대와 관객석을 하나로 묶어 숨 막히는 긴장감을 선사한다.

또한 이번 한국 공연에서는 새롭게 제작된 220여 벌의 ‘빳빳한’ 의상들이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는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하면 절대 빼놓을 수 없는 ‘화려한 무대의상’은 19세기 말 시대 의상을 철저하게 고증했다. 패턴을 직접 만들어서 제작했을 정도로 모든 무대의상은 똑같은 디자인이 단 한 벌도 없다. 극중극 오페라 ‘한니발’ ‘돈주앙’ 장면에서 배우들이 입은 드레스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에서만 볼 수 있는 화려함의 극치다.

한편,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은 6월 18일까지 부산 드림씨어터에서 공연을 마친 후, 7월 서울 샤롯데씨어터에서 개막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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